트로트
가수 신유가 최근 스포츠투데이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스포츠투데이 서현진
기자]
"'트로트계 엑소' '트로트 왕자님'이란 수식어요? 물론 고맙고 좋지만, 엑소
팬들에게 미안해요(웃음). 저는 단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좋고 행복할 뿐이에요. 그냥 죽을 때까지 트로트를 하고
싶어요"
가수 신유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수많은 '줌마팬' '여성팬'을 보유했다. 자타공인 트로트계 꽃미남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어르신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트로트에 대한 관심을 젊은 층으로부터 이끌어낸 비결엔 심금을 울리는 진솔한 그의 '노래'에
답이 있다.
최근 스포츠투데이는 '잠자는 공주' '시계바늘', 여기에 최근 또 한 번 히트몰이를 하고 있는 '일소일소 일노일노'를
통해 정상을 향한 계단을 순조롭게 밟아 올라가고 있는 신유를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 트로트, 너는 내
운명"트로트를 부르며 좋은 공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 일을 사랑하고 있어요.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운동을 하면서 축구 유소년 대표도 했었죠. 부상이 한 번 오니까 회복이 어려웠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운동을 그만두고, 친구
따라 오디션을 본지 이틀 만에 SBS 드라마 '승부사' OST로 처음 데뷔하게 됐죠. 그러다 변성기가 오면서 5년이 훅 지나갔어요. 그때가
슬럼프였는데 이후 군대를 가면서 자연스럽게 치유가 됐어요"
뒤늦게 자리를 잡기까지 '이른' 슬럼프를 맞았던 신유는 비소로 자신의
재능을 트로트에서 발견했다. 그는 한 때 축구선수와 발라드 가수를 꿈꿨던 지난날을 회상한 뒤 트로트 가수로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릴 적엔 트로트가 제 길이라는 생각을 전혀 안했어요. 그런데 정말 피는 못 속이나 봐요(웃음). 발라드를
부를 때부터 '흥이 있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거든요. 군 제대 후 아버지께서 '한 번 해보자. 날 믿고 트로트 해보지 않을래?'라고 제안을
하셨죠. 가수 활동을 했던 아버지(신웅 분)와 어머니(조성자 분) 덕분에 남들보다 수월하게 트로트 가수를 꿈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군 전역한 지 얼마 안돼서 군인정신으로, 막막한 심경으로 트로트에 첫 발을 내딛었던 신유는 이제 진짜 '트로트의 연인'이 되어 진심으로 트로트를
좋아하고 연구하게 됐다.
"트로트 가수가 되길 잘했다고 요즘은 항상 느껴요. 일이 잘되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정말 선택을
잘했구나. 아버지 말씀 듣길 잘했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해요. 지금 아버지는 본인이 노래할 때보다 제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행복해하세요.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부분에서 제가 좀 더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자식으로 효도하는 느낌이에요. 막상 트로트 앨범을 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1년 정도를 약간 헛된 시간을 보냈어요. 그때가 28살 무렵이었는데 정말 뒤를 돌아볼 여지가 없었어요. 그래서 다행히
슬럼프가 안 왔던 것 같아요.
그 시간 이후 7년 동안 멈추지 않고 조금씩 달려왔기 때문에 지금의 신유가 있다. 그는 링거 투혼을
하면서 흥이 필요한 전국곳곳을 누볐다. 이제는 이틀만 쉬어도 몸이 아프다고 너스레를 떠는 신유는 바쁜 트로트 가수의 바이오리듬에 완벽 적응한
모습이다.
★트로트계
팬덤신화의 주인공이처럼 신유의 훤칠한 키와 부드러운 외모는 단지 부수적인 요소일 뿐, 진지하게 트로트를
대하는 그의 신념과 감칠 맛 나는 노래 실력이 트로트 장르에선 보기 드문 팬덤을 형성했다.
"팬 분들이 공연 현장에 찾아오셔서 정말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응원 도구들도 화려해요(웃음). 한 분 씩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어서 아쉽고 미안해요. 특히 제 노래를 듣고
공연장을 다니면서 우울증이 치료됐다는 말을 들었어요. 저를 좋아해주시는게 제 노래에 가장 큰 이유가 있으니 뿌듯해요"
트로트에 대한
애정만큼 동료와 후배들을 향한 '견제'는 트로트의 번영을 희망하며 고이 접었다. 대신 그들과 함께 미래를 꿈꾸는 긍정의 시각으로 마주했다.
"전 죽을 때까지 트로트를 할 거예요. 제가 이쪽에서는 어린 편이지만 후배들이 더 생기고 선배가 되면 트로트를 위해 헌신적으로
판도를 바꿔보고 싶어요. 대중 분들에게 트로트는 저급한 음악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봐요. 대중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아요. 분명 우리가 그렇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고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젊은 트로트 가수 분들이 많이 나오셔서 이미지를 바꿔주셨으면
좋겠어요. 저 혼자보단 여럿이 같은 길을 가게 되면 장르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것 같아요. 물론 대선배님들이 잘 이끌어가고 계시지만 저희들도 잘
해갔으면 해요."
★정통트로트, 이유있는 고집신유는 음악에 대한 소신을
무기로 정통트로트인 '잠자는 공주(2008)'란 곡으로 데뷔했다. 그의 데뷔곡을 두고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당시에는 여러 요소를 가미한
세미트로트에 호응이 치우쳐 있던 시기였다. 정통트로트를 호기롭게 들고 나온 젊은 신인가수를 어리석게 보는 시선도 팽배했다. 하지만 정정당당하게
전 세대를 아우르려는 그의 정공법은 통했다. 그의 노래들이 좋은 반응을 얻자 식어가던 장르에 대한 호감도는 높아졌다. 그렇게 세미트로트에
쏠려있던 대중의 관심은 다시 정통트로트로 회귀했다.
"사실 지금 인기도 정말 감사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족은 못해요.
지금부터가 시작이에요. 아직 몸을 푸는 단계고, 뭔가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공연을 많이 하면서 노래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싶어요. 예능도 좋지만
일단 노래를 많이 부를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해요. 그런 기회를 잡아서 활발히 활동할 예정이에요. 전 어릴 때부터 목표를 가지고 살아왔어요. 지금
목표는 트로트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요. 다른 거 필요없고 최고가 되고 싶은 꿈, 그래서 이후에 후배들을 양성하는 일도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 젊은 트로트가수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트로트를 즐기는 소비층도 과거에 비해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모두가 겁냈던 정통 트로트에 도전하며 젊은 층의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그의 강단과 호기는 분명, 의미 있는 고집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