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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 홍보 포스터. ⓒSBS
2016년 늦가을부터 시작된 드라마였는데, 초반에는 별로 재미를 그다지 느끼지 못했지만, 김사부(본명 부용주, 한석규 분)가 의사란 직업의 전문성과 경험을 철저하게 중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성을 중요시하는 낭만적 모습에 뭔가 매력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팬데믹으로 선언되기 직전엔 ‘시즌2’가 방영됐는데, 지옥 같은 인턴 레지던트 취득에 성공했으나, 수술하면 울렁증이 심했던 차은재(이성경 분)에게 채찍을 주면서도, 때로는 자신감을 주며 그녀를 환자가 필요로 하는 의사로 만들어낸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 김사부임을 모르는 시청자들은 아마 없을 거다.
이런 ‘낭만닥터 김사부' 드라마의 시즌3가 올해 방영된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시즌1과 시즌2의 감동이 가시지 않아서인지 이번 시즌3에선 기대감이 상당히 많았다. 더군다나 내가 즐겨보던 드라마 모범택시 시즌2가 끝나고 난 뒤 바로 진행되는 드라마여서 금요일, 토요일 밤 10시가 기다려질 정도였다. 그런데 그 기대가 역시일 정도로 이번 시즌3도 재미와 감동을 많이 안겨다 주었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의 모든 장면들이 다 눈을 뗄 수 없었지만 고경숙(오민애 분) 도의원과 관련된 스토리에 상당히 많은 눈길이 갔었다. 그녀는 지방의 초라한 병원이었지만, 이 드라마의 무대인 돌담병원 외상센터의 예산심의를 담당하던 도의원으로 5회부터 등장한다. 사실 외상센터는 김사부를 비롯한 돌담병원의 오랜 꿈으로 시즌2 마지막회에 그 꿈이 성사되었다.
고경숙 도의원이 드라마에 나올 시점엔 하필 돌담병원 외상센터에 교통사고 환자들이 들어오면서 난리 났었다. 그 시점에 신임 외상센터장으로 취임한 차진만(이경영 분)에게 별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서우진(안효섭 분)은 외상에 전문이었지만, 김사부 혼자서 돌담병원을 지키게 할 수 없다며 외상센터로 가지 않았다. 사실 김사부는 차진만을 견제하고 외상센터 관련 예산을 따낼 목적으로 서우진을 활용할 심산이었지만 말이다.
게다가 양호준(고상호 분)은 GS(일반외과) 전문의였지만, 실력은 없었던지라, 당시 EM(응급의학과) 전문의였던 정인수(윤나무 분)가 여기저기 있는 교통사고 환자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수간호사인 오명심(진경 분)은 외상센터 관찰실에 있는 고등학생을 체크하라고 정인수에게 말한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고경숙 도의원의 비서들에 비하면 외상도 없고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 고등학생이었지만, 오명심은 정인수에게 그 말을 한다.
하지만, 환자들이 워낙 많은 탓에 정인수는 그 말을 잊어버린다. 시간이 지나 마침 수술을 끝내고 나온 차은재가 관찰실에 있던 고등학생의 손가락에 빠진 장치를 껴주려고 들어갔다 그 학생의 호흡이 멈춰있는 걸 알고는 어레스트 상황을 알렸지만, 이미 상황은 물 건너간 뒤로 학생은 사망했다. 그런데 그 학생이 하필 고경숙 도의원의 아들이 아니던가? 아뿔싸!
외상센터 관찰실에 있는 고등학생 환자에게 차은재(이성경 분)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좌측), 아들의 죽음에 망연자실한 고경숙(오민애 분) 도의원과 그를 위로하려 하는 박민국(김주헌 분)의 모습(우측). ⓒSBS Drama Youtube 동영상 캡처
외상센터에 도착한 후 아들의 죽음을 본 고경숙 도의원은 사망 직전까지만 해도 아들이 잘 통화했다며 분노했고, 관찰실로 들어온 차진만에게는 의료사고로 형사 고소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아들을 잃은 어미의 심정이 오죽할까? 이에 차진만은 응급 우선순위를 논하며 고의원을 설득하려 했지만, 고의원은 그에게 법정 가서 설명하려고 응수한다.
이를 들은 차진만은 도의원님이 단 한 번도 비서분들의 상태를 묻지 않았고, 이들은 고 의원의 국정 활동을 돕고 나라에서 세금 주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근무시간에 아드님을 수행했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형사 고소를 하라면 하라며, 의사들을 협박하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니니 법정에서 보자고 하며, 대신 내가 물었던 질문을 고의원도 거기서 대답해야 할 거라고 으름장을 놨다.
차진만의 그럴듯한 설명에 고 의원은 할 말을 잃었다. 이후 고 의원은 차진만은 정치해도 되겠다고 하며, 소송하지 않겠지만 대신 정치질로 갚겠다며, 전면전을 각오해야 할 거라고 김사부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김사부는 외상센터로 들어갔는데 이때 정인수는 자신이 고등학생 환자를 놓친 게 맞다며, 자기가 다 책임지겠다며 울면서 김사부에게 얘기한다.
시간이 지나, 돌담병원 원장 박민국(김주헌 분)은 도의원 간담회에 나가 돌담병원이 카지노, 스키장 주변에 있는 입지조건 등을 들어 늘어가는 중증환자를 수용키 위한 권역별 외상센터 필요성을 설명한다. 수익형 병원이 아닌 이 외상센터는 국가와 거산의 지원을 받지만, 지자체 지원도 절실히 필요하니, 예산심의 시 외상센터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 부탁한다며 발표를 마쳤다.
간담회 종료 후 고 의원은 박민국에게 다가가 뻔뻔함을 넘어 당당해지기로 했냐고 묻는다. 이에 박민국은 아드님 일에 대해서 안타깝고 죄송하지만, 예산 막을 시 피해 보는 건 응급환자라며,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병원은 돈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곳임을 설명한다. 돈 없으면 휴머니즘 실현이 어렵냐며 고 의원이 따져 묻자 박민국은 휴머니즘 만으론 환자를 살릴 수 없음을 말한다.
김사부가 코드 오렌지를 선언하고, 외상센터 포함한 돌담 팀들에게 재난 대응 의료행위를 시작할 것을 지시하는 모습(좌측), 붕괴된 건물과 그 주변 전경(우측). ⓒSBS Drama Youtube 동영상 캡처
다시 시간이 지나 박민국은 재판 진행에 앞서 고경숙 도의원과 합의하고자 하지만, 고 의원은 아들이 외상센터에서 죽었기에, 예산지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자신의 목적은 외상센터에 지원하지 않는 것임을 박민국에게 분명히 밝힌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재개발 지역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이 때문에,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했고, 거점병원이던 돌담병원은 코드 오렌지(재난, 또는 사상자가 대량 발생하는 경우 발동함)를 발령해 재난 의료지원팀을 파견한다.
이때 재개발 지역을 방문했던 고 의원이 붕괴 건물에 매몰되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얼마 후 고 의원은 무너진 건물에서 의식 찾은 후 전화로 자신이 살아있다고 비서에게 알린다. 이에 비서가 고 의원부터 구하라고 구급대원에게 압박하지만, 구급대원은 다친 학생들 수가 많고, 잘못하면 추가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자, 비서는 고 의원에게 무슨 일 있으면 직무유기로 고소당해야 정신차릴 거냐며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나 구급대원은 학생들부터 구출한 다음 의원님 구조를 최대한 빨리 돕겠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는다.
얼마 후 고 의원이 다행히 외상센터로 실려 오고, 그녀의 상황을 본 정인수는 구획증후군이라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아들이 죽은 병원에서 수술할 수 없다고 거부한다. 하지만 정인수는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의사로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고소를 취하하지 않아도 좋으니,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간곡하게 말한다. 이 진심에 고 의원은 수술을 받기로 한다.
붕괴된 건물 내부에 있는 고경숙 도의원(오민애 분)이 전화받는 모습(좌측), 고경숙 도의원이 돌담 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기 전 의료진과 대화하는 모습(우측) ⓒSBS 동영상 캡처
이렇게 재난 상황은 지나갔지만, 그 상황 당시엔 의사 일손이 모잘랐다. 그런데 하필 차진만 외상센터장은 돌담병원 전화를 무시하고, 고 의원과의 재판에서 이기겠다며 이기적인 행보를 보였다. 모든 재난 상황 종료 후에야 차진만이 돌담병원으로 돌아오는데, 이런 그를 본 김사부는 차진만에게 아버지로, 의사로 실격이라며 사실 차진만은 플랜 B였다며 의미심장한 일침을 날린다. 사실 내가 봐도 차진만은 실격이다.
그런데 차진만 노력 덕분인지 법원에선 외상센터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지만, 고 의원은 항소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고 의원은 김사부에게 3년 전 차진만이 제자를 강하게 몰아세워 그 제자가 자살했다고 말하며 이게 사실이면 차진만을 해고하라며, 해고하면 적극적으로 외상센터 지원을 약속하는 거래를 했다. 하지만 과거를 이유로 한 사람 평가를 원치 않는 김사부는 그 거래에 대해 망설인다.
한편, 차진만 사무실에 있는 책상에 누군가가 죽은 자신의 제자 우상민의 만년필을 올려놓자 차진만은 분노하며, 한국대 전공의 명단을 살펴본 끝에 이선웅(이홍내 분)을 범인으로 의심·추궁한다. 김사부와 박민국이 나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사실은 박민국 지시를 받아 이선웅이 차진만 사무실에 만년필을 갖다 놓은 거였다. 박민국 입장에선 예산이 절실하고, 이선웅에겐 자신의 선배 일로 차진만에게 원한이 있는 등 박민국, 이선웅, 고 의원 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던 거다.
이후 박민국은 차진만이 외상 시스템 구축은커녕 분란만 조장했다며, 김사부에게 차진만을 해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김사부는 고 의원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정면반박한다. 그런데 김사부의 예측대로 고 의원은 외상센터장을 쳐낸 다음 외상센터에 예산 주지 않고 재개발사업에 도예산을 배정할 생각이었다.
박민국은 물론 제자 자살사건 이야기로 직원들 지지까지 잃어버린 차진만은 김사부와도 의견이 어긋나며, 언성을 높였고, 고심 끝에 박민국에게 자신의 유능함을 믿다가 크게 넘어질 수 있다며 사표를 낸다. 차진만을 쳐낸 박민국은 예산이 외상센터에 배정될 거란 기대감에 고 의원을 만나러 갔지만, 고 의원은 자신이 예산을 주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외상센터를 상대로 전면전 한다고 선전포고했다.
정치질로 갚겠다고 전면전 선포한 후의 고경숙 도의원(좌측)과 깜짝 놀란 박민국 돌담병원 원장 모습. ⓒSBS 동영상 캡처
박민국의 표정은 굳어졌고, 그는 김사부에게 이 사실을 고백했다. 김사부는 전면전으로 상대가 공격하면 우리도 전면전으로 맞서면 된다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말한다. 이에 박민국은 외상센터로 갈 계획이 있냐고 김사부에게 물었고, 김사부는 자신보다 더 센 사람이 들어올 거라고 박원장에게 귀띰했다. 그런데 차진만 외상센터장을 대신해서 온 외상센터 대행이 김사부의 제자였던 강동주(유연석 분)가 아니던가?
강동주가 외상센터 대행으로 온 후 센터 안에서 직원 간 갈등에 직원들 파업 직전까지 가고, 수술하다 죽는 환자도 생겼지만 그래도 외상센터는 나름대로 잘 굴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외상센터 인근 산에 불길이 번져 잘못하면 외상센터가 불로 소실될 위기에 처하자, 돌담병원과 외상센터 측은 환자 등을 모두 근처 보건소 등으로 대피시켰다. 다행히 비가 내려 불길은 잡혔지만 말이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외상센터에 상처난 모습의 고경숙 도의원이 도와달라고 SOS를 쳤다. 보좌관과 수행원을 직접 차에 태우고 오지만, 외상센터에 아무도 없어 상황은 어려워졌다. 더군다나 한 환자는 나뭇가지가 몸을 관통했고 게다가 어레스트가 오는 바람에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김사부와 강동주는 이 환자를 수술하게 됐고, 수술은 다행히 성공했다.
수술 후 자신의 보좌관과 수행원이 걱정되어서였는지, 고 의원은 김사부에게 다가갔지만, 그는 고의원을 지나치려 했다. 이에 고 의원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냐고 물었고, 김사부는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느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드님 죽음은 마음 아프지만, 그 일을 핑계 삼아 의원님 일을 외면하지 말라고 말한다. 재개발 등을 아무리 좋게 많이 해도, 병원이 부족해 이리저리 이동하다 죽는 사회가 무슨 소용이냐며 김사부는 고 의원에게 다음의 말로 일침을 날린다.
'정치질 아닌 정치를 하세요. 제대로, 똑바로!'
이후 도에서 연락이 왔는데, 외상센터 관련 도예산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단다. 이에 김사부와 박민국, 장기태 돌담병원 행정실장(임원희 분)은 서로 부둥키며 기쁨을 감출 줄 몰랐다. 며칠 후 고 의원은 김사부를 만났고, 그녀는 당신들 말에 한 번 더 속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사부는 잘했다며, 자신이 당한 아픈 일을 악이 아닌 선으로 갚는 게 어른의 복수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고 의원은 끝까지 지켜볼 거고, 해마다 자신에게 증명할 거라고 말하며, 둘 간의 이야기는 끝난다.
돌담병원이 어떻게 할지 지켜보겠다는 대화를 하려는 고경숙 도의원(좌측)과 이를 들으려는 김사부(한석규 분)의 모습. ⓒSBS Catch Youtube 동영상 캡처
고 의원이 돌담병원 외상센터 쪽에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 짓지만, 실은 재개발 쪽에 관심이 많은 생각을 보면, 요즘의 서울시 행보가 떠오른다. 얼마 전 정의당 서울시당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런 얘기들이 있었단다.
서울시에선 신통기획 장려 정책을 펼쳐 재개발 신청이 많아지고 있고,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현황을 보니, 2년 전 329곳에서 올해 502곳으로 173곳 증가했단다. 이와 관련해 신통기획 후보지 선정 46개 소 가운데 5만 9천 호 공급예정으로 서울시가 발표했지만, 기존에 철거해서 없어지는 규모는 밝히지 않았단다. 가난한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 없음에 대한 서울시의 언급이 없다는 거다. 이렇기에 공공임대주택 축소에 중상위층 주거전략에 치중한 재개발 전략이란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거다.
또한, 서울시가 공공의료 혁신을 발표했지만, 서울에 있는 서남병원만 해도 공공의료 기능 강화에 대해 추진된 바가 없단다. 또한, 1명의 간호사가 볼 환자가 미국에 비해 적어도 3배 이상 많고, 여기에 서울시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밟고 있단다. 의료민영화 정책을 밟는다면, 민간보험료 및 병원비 폭등으로 인해 저소득층 서민들의 의료기관 이용이 더 어려워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서울시의 1인당 보건예산액도 계산하면 약 49,000원으로 낮은 편이란다. 이에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의 시민단체에선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주민조례 제정에 나섰고, 각계각층에서 공공병원 추가 확충 및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제기하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서울시 대중교통요금에 관해선 요금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저소득층이 더 많은 부담비율을 갖는 역진성이 나타나니 오히려 정부의 교통요금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종합하면, 서울시는 중상위층 등 부유층에 유리한 재개발 전략엔 관심을 가지면서, 정작 저소득층 서민, 중산층 시민 등에 대한 공공의료 확충 등 정작 많은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은 하지 않는 거다. 한마디로 재개발 위주의 정책을 하는 셈이다. 이런 면이 드라마에 나온 고경숙 도의원의 본심과 참 많이 닮아있다.
이런 서울시가 장애인에 대해선 요즘에 이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한 장애인단체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와 ‘장애인 이동권’과 ‘탈시설’에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다. 전장연은 20여 년 동안 장애인 이동권을 주장했지만, 국가와 지자체에 의해 묵살당했다. 이에 지하철 시위가 있었지만, 당시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는 이 시위를 놓고 서울시민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며, 시위 진압하겠단 뜻의 게시물을 SNS상에 올렸는데, 장애인 입장에선 정치권이 이동권 미보장으로 매일 불편을 겪는 현실을 보긴커녕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갈라치기를 한 셈이었다.
이준석 대표의 페이스북 글 캡쳐.ⓒ화면캡쳐
여기에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서울시와 정부 등의 책임 없는 대응으로 인해 이들은 시위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서울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올해 이들의 시위를 억압했지만, 서울시와 전장연과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다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 중단을 약속, 서울시와의 면담을 요청했고, 서울시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만나기로 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로 결렬됐다. 이후 지하철 시위 상황 등을 타개키 위해 서울시는 전장연을 만나기로 한다.
하지만 서울시와 전장연과의 단독면담에서 탈시설과 관련해 서울시는 ‘시설 선택권’을, 전장연은 ‘유엔 탈시설 가이드라인 위반’이란 의견으로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실 탈시설은 권리요, 시설은 자기결정권과 선택권 박탈하는 곳이라 선택이란 게 애당초 넌센스지만 말이다. 이런 갈등으로 인해 단독면담은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이후에도 서울시는 전장연을 상대로 탈시설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정책인 ‘장애인 자립주택’에 대해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소속만 골라 13년간 자료를 작성해 당일 퇴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이미 3차례 진행된 자립생활주택 지도점검 계획을 발표했단다. 공공일자리 사업의 경우엔 3년간 자료를 요구하며, 조사 강행 통보를 내렸는데, 마지막 분기 실사 및 평가하는 서울시 보조금 지원 사업 성격을 생각하면 서울시의 행위는 갑질임에 분명하다.
더군다나 탈시설 가이드라인대로 하면 예산이 많이 든다며 오히려 유럽의 장애인거주시설을 견학하겠다고 서울시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정황을 보면, 서울시는 탈시설 축소하려는 의도를 보이며, 전장연에게 표적 수사를 하는 등의 정치질을 하고 있다. 여전히 서울시는 시설입소 공고를 내며, 시설 중심의 정책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정치질을 하는 사이 서울시에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들은 오늘도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거부당하고 지시를 듣지 않으면 폭언을 들으며 폭행까지 당하는 등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아니, 인권침해를 겪고 있는 게 맞다. 2년 전 서울시 라파엘의 집이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시설 직원이 거주인을 학대한 정황과 비슷한 게 서울 어느 지역에서 앞으로도 또 발생할지 모를 일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 및 세부 실천계획’을 발표, 2022년까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한 번 더 약속했지만, 오세훈 시장은 2년 전에 그 기한을 내년으로 미뤘다. 그 이후로 서울시에서 정치질하는 사이 획기적으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아직은 별다른 대안을 내놓은 게 없다. 이런 식이면 서울시 장애인의 이동권은 평생 침해받을까 우려된다.
올해 2월 2일 개최된 전장연과 서울시 간의 단독회담 시작 모습. ⓒMBC News Youtube 동영상 캡처
이렇게 서울시는 재개발 중심의 정책은 펴지만, 시민들에게 정작 필요한 공공의료체계 강화나 교통요금 인하 등 시민들을 위한 정치는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더군다나 장애인에게는 표적수사나 시위 진압 등의 정치질을 하고, 탈시설을 미루고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역시 시민의 일원인 장애인을 위한 정치를 제대로 똑바로 하지 않고 있다.
원래 정치질이란 말은 사람들이나 단체 등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선동 또는 날조하는 행위를 말한다. 선거 때만 되면 상대방 당을 공격하거나, 정부가 펴는 정책에 대해 야당이 네거티브하게 여당을 공격하는 식으로 하는 게 정치질의 대표적 예라 볼 수 있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 말하는 정치질의 형태와는 다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런데 정책에 관해 야당이 여당을 공격하는 와중에 ‘절름발이’, ‘자폐적(폐쇄적이란 뜻)이란 단어를 써가며 장애인 비하를 해대고 있는 정치인들 관련 뉴스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주 접했다. 그런데 자폐성 장애인 포함한 장애인 관련 혐오, 비하에 관해 국회의원 등의 정치인들이 어떤 실질적인 조치를 내놓았다고 하는 걸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정치인들은 시민의 일원인 장애인을 위한 정치는 똑바로 하지 않고, 정치질만 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 서울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현실을 통해 김사부가 고의원에게 일침을 가한 다음의 말이 우리 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하다는 게 느껴졌다.
'정치질 아닌 정치를 하세요. 제대로 똑바로!'
정치질이 아닌 정치를 하는 것, 그것도 제대로 똑바로! 도대체 언제쯤이면 그게 현실이 되고 일상화될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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