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풍월 (堂狗風月) - 서당 개 삼년에 풍월을 읊는다. [집 당(土/8) 개 구(犭/5) 바람 풍(風/0) 달 월(月/0)]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는 기원전 9500년경부터 사육된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주인을 잘 따르고 도둑을 막아 집을 지키며 때로는 목숨까지 구해준 이야기가 따르기도 해 忠犬(충견), 義犬(의견)의 전설도 남아 있다. 이에 따라 개와 관련된 한자성어는 크게 낮춰본 것이 적다. 桀王(걸왕}의 개가 堯(요)임금을 향하여 짖는다는 桀犬吠堯(걸견폐요)나 토끼를 잡은 뒤의 사냥개는 삶긴다는 狡兎狗烹(교토구팽)은 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부리는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선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개를 고마워하기는커녕 욕할 때 갖다 붙인 속담이 즐비하다. 개가 앞에 나오는 속담만 사전에 100여개가 되고 ‘개가 똥을 마다하랴’, ‘개 못된 것은 부뚜막에 올라간다’ 등 의미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개를 앞세운 욕설은 너무나 많고, ‘새끼’의 앞에 붙인 말은 이제 너무나 흔하게 사용돼 욕 같지 않게 들릴 정도가 됐다. 인간이 개보다 더해도, 개보다 못해도, 아니 개와 같아도 行如狗彘(행여구체, 彘는 돼지 체) 개돼지 같다며 욕을 먹으니 개가 만만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서당에서 기르는 개(堂狗)가 풍월을 읊을 수 있다(風月)는 이 말은 그나마 똑똑한 개를 인정한 것이 되겠다. ‘독서당 개가 맹자 왈 한다’고 해도 같다. 속담을 한역한 여러 책 중에서 편자 미상의 ‘公私恒用錄(공사항용록)’ 중에 나오는 東言解(동언해)에 실려 전해졌다고 한다. 원래는 서당에서 기르던 개가 삼년이 지나면 풍월을 읊는다고 堂狗三年吠風月(당구삼년폐풍월)이라 했고 堂狗三年吟風月(당구삼년음풍월)이라고도 한다. 어떤 분야에 전혀 경험과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오래 지내다 보면 자연히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유했다.
개가 풍월을 한다고 해도 실제 잘 하는 사람은 무시한다. 얻어 들은 짧은 지식을 풍월이라 하듯이 깊이가 없다고 취급하지도 않는다. 風(풍)에 암송한다는 諷(풍)의 뜻도 있어 개가 月(월)자를 보고 ‘월월’이라 짖는다고 낮잡아 해석하는 것이다. 꼭 전문지식만이 사회에 필요한 것이 아닌 만큼,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인정해주는 너른 마음이 필요하다. 각계의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나라의 살림살이도 실패가 잦으니 말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
첫댓글
오늘의 고사성어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