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 가리라
아침나절에는 대숲머리로
안개가 자욱이 피어오르더니
오후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오랜만에 숲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내 속뜰도 촉촉이 젖어드는 것 같다.
어느 가지에선지 청개구리들이
끌끌 끌끌 요란스럽게 울어댄다.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 놓고 들어와
차를 한잔 마셨다.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마시는 차맛 또한 별미다.
-법정스님 < 봄 여름 가을 겨울 >-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엇그제 마당 텃밭에 심은 채소들이 활기를 찾는 거 같다
비가 내리니 똘이가 새벽 운동 못가서 풀이 죽어있다
언뜻 우산 장수 아들과 옹기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 애기가 떠오른다
비가 오니 옹기장수 아들 걱정하고
햇볕이 내리쬐니 우산장수 아들을 걱정하느라
근심이 마를날이 없다고 한다
세상사 모든게 생각의 차이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비오는날은
우산 장수 아들이
우산 많이 팔아 좋고
해뜨는 날은
옹기장수 아들이 옹기 많이 팔아 좋으니
어머니 마음이 날마다 좋을수는 없지만
근심은 덜 할것이다
비가 내리니 텃밭에 채소들이 생기를 찾아 좋고
똘이는 비그치고 운동가면 좋을 것이다
며칠간 텃밭 가꾸고 몸을 무리해서
햘압이 오르고
간이 고장나 몸이 많이 않좋아
며칠 병원신세 졌는 데
하늘이 비를 내려주니
쉬엄쉬엄 하라는 소식인것 같다
오랫만에 비가오니 모든것 제껴놓고
푹 쉬면서 허기진 영혼을 채워본다
법정스님은
내 삶을 이루는
소박한 행복 세 가지는
스승이자 벗인 책 몇 권,
나의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
그리고 오두막 옆 개울물
길어다 마시는 차 한 잔이다.라고
말슴하신다
법정스님이 쓰신 책 여러권과
중국고서를 엮어놓은 허균의 한정록이 있고
텃밭을 가꾸며 부진런히 몸을 움직이고
차를 달여 마시는 맑은 물이 있으니
무엇을 더 구하랴
그저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