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올해 초부터 끈질긴 투쟁으로 교통약자법 개정 요구
여야 합의로 국토위 소위원회 이달 재개, 내년 초 통과 가능성↑
세종시 B3 버스 아래에 세 명의 활동가가 엎드려 있고, 뒤에는 방패를 든 경찰들이 서 있다. 버스 앞에는 활동가가 타고 있다가 내린 빈 휠체어가 놓여 있고, 버스에는 ‘비장애인만 타는 차별버스 OUT 버스 대-패차시 저상버스 도입의무화’라고 적힌 스티커들이 붙어 있다. 엎드린 활동가의 피켓에는 ‘투쟁없는 삶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사진 안희제
장애계가 올해 초부터 지하철 연착 투쟁, 버스 점거, 기습시위 등 지속적인 투쟁으로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한 끝에, 법안 논의를 위한 소위원회가 올해 안에 열리게 됐다. 이로써 교통약자법 개정안은 내년 초 열리는 임시국회 때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10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교통약자법 개정을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아래 국토위) 교통법안소위원회(아래 교통법안소위)와 국토법안소위원회(아래 국토법안소위)를 올해 안에 다시 열 것을 알렸다.
최종 기점이 된 것은 지난 8일 있었던 기습시위다. 8일 오후 4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기습시위로 청년 문화 관련 간담회 일정 차 서울 종로구 대학로를 방문한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네 가지 장애인권 관련 법안 통과를 재차 촉구했다.
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기습 시위로 서울 종로구 대학로를 방문한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장애인권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현장에서 국회 국토위 간사인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화 중인 윤석열 후보. 사진 하민지
이중에서도 특히 장애계는 교통약자법 개정안(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안,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안) 연내 통과를 강하게 요구했다.
지난 3월, 천준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계단이 있는 일반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동안 한 차례 정도만 논의됐을 뿐 이후로는 감감무소식이다.
지난 7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통약자법 개정안은 장애인콜택시의 지역 간 편차를 줄이고 지방자치단체에 떠맡긴 장애인 이동권을 정부가 책임지도록 하는 법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이에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윤 후보에게 교통약자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약속을 거듭 요구하자, 윤 후보는 그 자리에서 국회 국토위 간사인 송석준 의원에게 바로 전화했다. 통화를 마친 윤 후보는 “다음 해 초에 열리는 임시회 때 여야 합의로 최대한 빠르게 법안이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10일 송석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여야 간사 간 합의에 따라 오는 22일에는 교통법안소위를, 28일에는 국토법안소위를 각각 열고 여야 간 쟁점이 없는 법안 중 시급히 처리가 필요한 법안에 대한 심사와 처리를 하겠다”고 언론에 알렸다.
22일 교통법안소위에서는 △저상버스 의무화 △이동지원센터 국도비 지원 △교통수단 사업자에 대한 이동편의시설 설치 의무 부여 등 내용이 포함된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28일 국토법안소위에서는 비쟁점 법안 중 처리의 시급성이 높은 법안을 중심으로 심사와 논의를 하기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졌다.
송석준 의원실은 “교통약자법 개정안은 지난 8일 윤석열 후보가 종로구 대학로에서 동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만난 자리에서 국토위 간사인 송석준 의원에게 초당적 처리를 당부한 법안이기도 하다”고 언급하며 “국토위 여야 간사들도 장애인 이동편의증진과 이동권 보장을 위해 초당적으로 법안 심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법안소위 일정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한편, 장애계는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도 교통약자법 개정안 연내 통과를 요구했지만, 이 후보는 ‘국토위 국회의원과의 면담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뒤 아무런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