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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강화 8경 (2015. 11. 3)
제1경 전등사
제2경 보문사
제3경 연미정
제4경 갑곶돈대
제5경 마니산
제6경 광성보
제7경 초지진
제8경 적석사
제1경 전등사(傳燈寺)
정족산(鼎足山) 사고(史庫)터에 삼랑성(三郞城) 휘감느니
보물은 가지각색 단풍색도 고운데
불등(佛燈)을 전해온 산사 금강솔숲 짙어라
* 송림이 우거진 정족산에는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이 잘 보존되고 있다. 호국사찰로 4대 사고지(史庫地) 중 하나다. 볼거리가 많은 명찰로, 원래 이름은 진종사(眞宗寺)이다. 전등사의 저녁 종소리‘전등모종’(傳燈暮鐘)은 강도(江都 강화도의 옛 이름)10경중 제5경이다.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13-1(93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2경 보문사(普門寺)
계단 위 눈썹바위 마애불 묘한 눈빛
석굴은 포근하지 용틀임한 향나무
관세음 황해 디딘 채 달을 품고 계시다
* 석모도에 있으며, 남한의 3대 관음성지 중 서해 쪽이다. 석굴은 절위 눈썹바위 본체가 떨어져 내린 것으로 추정한다. 절 자체도 좋지만, 낙가산 중턱 높이 9.2m에 달하는 마애불 좌상이 근사하다. 절 앞으로 밀려오는 조수는 ‘보문첩도’(普門疊濤)라 하여, 강도(江都)10경에 든다.
* 마애불 부처는 서해로 뚜벅뚜벅 걸어가 수월관음(水月觀音)이 되시다...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13-2(93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3경 연미정(燕尾亭)
높다란 석주(石柱)위로 팔작집 고아(古雅)한데
헌걸찬 두 거수(巨樹)는 쓰린 역사 지켜봤지
날렵타 제비꼬리여 금빛 감돈 모래톱
* 월곳리 군사시설 보호구역 안에 있다. 임진강과 한강이 합류해 하나는 서해로 유입되고, 한줄기는 염하강(鹽河江)이 되어 강화로 흐르는데, 그 갈라진 모습이 마치 제비꼬리 같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그 경계가 되는 모래톱이 참 아름답다. 정묘호란 때 청국과 강화조약을 맺은 곳이기도 한데, 좌우로 수백 년 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유형문화재 제24호. 예전 바람에 펄럭이는 돛단배 ‘연미풍범’(燕尾風帆)은 강도10경중 제8경이다.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13-3(94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4경 갑곶돈대(甲串墩臺)
조선군 가상토다 불함대(佛艦隊) 물리쳤지
빼앗긴 만금(萬金) 도서 언제 쯤 돌려줄까
갑돈대(甲墩臺) 검은 대포엔 민족 회한(悔恨) 서리어
* 제물진(濟物鎭, 또는 甲串津) 소속의 이 돈대는 숙종 5년(1679년)에 축조했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극동함대 병력 약 600명이 침입해 강화산성과 문수산성을 한때 점령했으나, 양헌수가 이끄는 정족산성 전투에 패해 퇴각할 때, 성내 외규장각 귀중도서를 약탈하고 건물을 불 질렀다. 지금도 반환교섭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연 돌려줄지 의문이다. 돈대에는 불랑기(佛狼機), 홍이포(紅夷砲) 등 대포가 전시되고 있다. 주위에 비석군이 가지런하다, 예전에 뱃고동 소리가 운치 있어, ‘갑진기적’(甲津汽笛)은 강도10경중 제7경에 해당한다.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13-4(94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5경 마니산(摩尼山)
우뚝한 콧매에다 뚝심이 대단하오
참성단 소사나무 벼락에도 꿈쩍 않아
단군 님 수염 잡으니 일곱 선녀 뾰로통
* 강화 최고봉(468m)으로, 나란한 세 봉우리 중 가운데 봉에 참성단이 있고, 또 그곳에는 수백 년 된 ‘소사나무’가 단군성조 마냥 당당한 기품으로 터 잡고 있다. 여기서 칠선녀가 전국체전용 성화를 채취한다. 이산은 남한에서 생기가 제일 많은 산으로 정평이 나있으며, 해풍을 쏘인 가을철 단풍은 색조가 빼어나다. 특히 함허동천(函虛洞天)이 수려하거니와, 희귀식물인 물매화가 서식한다. ‘마니단풍’(摩尼丹楓)은 강도10경중 제1경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161(155면) ‘불치의 관음증’ 마리산 시조 참조.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 2016. 2. 29 시조 중장 뒤 구 네 글자와, 종장 뒤 구 세 글자(갸우뚱)는 중복표현으로 다시 수정함.
* 《詩山》 제85호 127면. 2017년 상반기 특별부록.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13-5(95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6경 광성보(廣城堡)
손돌풍 거세거다 뱃머리 빙빙 돌고
싸움에 이겼어도 미제독(美提督)은 씁쓸하리
용머리 천연요새엔 옛 투혼이 삼삼해
* 김포를 바라보는 이 보는 1658년 처음 설치한 이후, 위치의 중요도를 참작하여 여러 차례 축조와 개보수를 하였다. 용두돈대, 오두돈대, 화도돈대 등을 배치하고, 안해루(按海樓)라는 성문도 만들었다. 그 중 용두돈대는 대안(對岸)을 비롯해 주위 풍광이 매우 빼어난데다, 절묘한 곳에 자리 잡은 천연의 요새로, 1871년 4월 신미양요 때 최대의 격전장이다. 미국의 로저스 함대가 개방을 표방하고 나선 정예군 1,230명과 맞서 끝까지 싸우다, 어재연 휘하 수비대 전원이 장렬히 산화했다. 그 후 로저스 제독은 “절대적으로 우세한 우리가 물리적으로는 완승했지만, 조선군인의 저항정신은 본받을 만하다”라고 회고한다. 바로 코앞 좁은 해협(손돌목)에 손돌바람(손돌풍, 손석풍)이 불어, 고난의 역사를 곰씹게 만든다. 1977년 이 지역을 정화하면서 세운 유적비에는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친필휘호가 있다. 간만(干滿)의 차가 심한 염하강의 이곳 ‘손돌급단’(孫石急湍)은 아이러니하게도, 강도10경중 제6경이다.
*손돌풍; 음력 10월 20일경에 부는 몹시 매섭고 추운 바람. 고려시대 왕이 강화로 피란할 때 손돌(孫乭)이란 사공의 배에 탔는데, 왕이 그를 의심하여 죽인 후, 해마다 그 즈음이 되면 추워지고 큰 바람이 분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국어사전)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13-6(96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7경 초지진(草芝鎭)
외침은 끊임없나 땡전들 쇠심줄로
포화(砲火)에 깨진 철옹(鐵甕) 노송 홀로 지키는데
염하강(鹽河江) 새우잡이배 집어등만 깜박여
* 강화의 동남단 길상면 초지리에 위치하고, 사적 제225호로 지정되었다. 김포군 대명리와 마주 하는 곳으로, 1656년에 구축한 요새이다.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선말(鮮末), 양요 등 수차례의 외침에도 끈질기게 항거하다, 운양호사건을 기화(奇貨)로 1876년 병자수호조약(강화조약)을 맺게 된 굴곡진 역사의 현장이다. 성축과 홀로 남은 휘어진 노송은 당시의 포탄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무심한 세월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지, 초지대교 밑에는 새우잡이 어선들이 어화(漁火)를 밝힌다...
* 대포1문이 전시되어 있는데, 쓰라린 역사만큼 시련이 많았다. 지면관계로 상술(詳述)을 생략한다.
* ‘땡전’(당백전), ‘엽전’ 등은 예전에 한국인들이 스스로 비하했든 말이다.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13-7(97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8경 적석사(積石寺)
고인돌 비껴가니 낙조대 지척인데
샘물에 비친 적련(赤蓮) 천축 스님 미소 짓나
서해로 지는 은빛 놀 뺏긴 애인 닮았네
* 적석사는 고려산 서쪽에 있다. 고구려 장수왕 4년(416)에 천축국 스님이 이 산에 올라 다섯 색의 연꽃이 피어있는 오련지(五蓮池)를 발견하고, 연꽃을 날려 떨어진 곳에 절을 세웠다 한다. 그 중 붉은 연꽃이 떨어진 곳에 적련사(赤蓮寺)를 세웠는데, 그 곳이 이 절의 전신이라 한다. 뒤편 산정상을 낙조봉(대)이라 부른다. 등산로 옆에는 작은 고인돌 무더기가 있으며, 절의 샘물 맛이 좋다. 황홀하면서도, ‘미련의 여운’을 남기는 ‘적석낙조’(積石落照)는 강도10경중 제9경이다.
* 졸저 산악시조 제1집 《山中問答》 제75 쪽 ‘고려산 별곡’, 제155~156쪽 ‘고려산’ 참조.
* 2016. 2, 29 시조 종장 앞 구 수정.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13-8(98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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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강도10경 노래 가락(2016. 5. 10 추가)
한상운 채록
마리산에 올라단풍 구경하고 함허동천 1.(摩尼丹楓)
물마시고 선수어가 뱃노래로 강도십경 2.(函洞瀑布) (江都十鏡)
구경이나 떠나보세 어야좋다 어야디야 3.(仙水漁歌)
진강귀운 벌대총을 상감님깨 진상하러 4.(鎭江歸雲) (伐大驄)
한양길에 올랏다가 눈감은지 사흘이고
누운지가 사흘이라 상감님이 노발대발 (上監任 怒發大發)
양천말이 죽었다니 왠말이냐 양천현감 (陽川馬) (陽川縣監)
좌불안석 노심초사 오매불망 오주움을 (坐不安席)(勞心焦思)(寤寐不忘)
찔끔찔끔 싸는구나 어야좋다 어야디야 (放尿)
전등모종 목탁소리 도편수는 나신여인 5.(傳燈暮鐘) (都木手) (裸身女人)
앞치마나 입혀주지 동자승이 바라보고 (童子僧)
하하깔깔 꼴까다악 침삼키니 노승님의 (老僧任)
불호령에 동자승은 쥐구멍를 찾아든다 (불號令)
어야좋다 어야디야
손석급단 손돌이의 바가지는 염하강을 6.(孫石急湍) (鹽河江)
둥실둥실 떠가는데 놀란임금 불문곡직 (不問曲直)
인정사정 볼겄없이 손돌이의 목을치니 (人情事情)
손돌이의 임향한길 애국충정 몰라주니 (愛國忠情)
너무나도 억울하고 애닯고나 손돌이가
가련하고 불쌍하다 어야디야 어야디야
갑진기적 갑고지에 이별하는 고동소리 7.(甲津汽笛) (甲串里)
넉살좋은 강화년이 임그리다 영주물에 (四矢江華鳶) (江華大橋北側)
몸던지니 애처럽구 가련구나 앞길이구 (九萬里長天)
말리같은 이팔청춘 강화년이 시집이나 (二八靑春)
가버리지 죽기는왜 죽느냐아 죽는년만
불쌍하고 억울하다 강화년이 애처롭고
가련하고 불쌍하다 어야디야 어야디야
색시감을 골래려면 일편단심 억척덩이 (新婦) (一片丹心)
살림꾼인 강화년이 제일좋고 사윗감을 (壻郞)
골래려면 삼별초에 강화병정 이느니라 (三別抄) (江華兵丁)
어야좋다 어야디야
연미풍범 배띠우고 양반들은 바둑두고 8.(燕尾風帆)
상놈들은 장기두며 아이들은 오목둔다
양반에는 양명학에 암행어사 이건창이 (陽明學) (李建昌)
상놈에는 김구선생 살려내신 투전꾼인 (金九先生 平生恩人 金周卿)
김주경이 양반들은 불로주에 상놈들은 (鬪牋) (不老酒)
탁배기라 양반상놈 따로있나 취하기는
마찬가지 양반상놈 어울리어 신선놀음 (三昧境)
삼매경에 헤지는줄 모르는다 어야좋다
어야디야
적석낙조 해떨어저 오색연당 청백련사 9.(積石落照) (五色蓮堂)
고요하게 잠이든다 어야좋다 어야디야 (靑蓮寺/白蓮寺)
혈구산은 만물영장 인간의씨 출생하는 (穴口山) (萬物靈長)
구멍혈자 입구자라 어야좋다 어야디야
암강화에 숫통진은 강화색시 통진으로 (陰江華) (陽通津)
시집가면 복드러가 부자되고 통진포내 (通津面 浦內里 퍼내리)
새색시가 강화도에 시집오면 시어머이
몰래몰래 쌀바가지 자꾸자꾸 퍼내가서
살림살이 줄어든다 어야좋다 어야디야
보문첩도 파도소리 요란한데 새색시가 10.(普門疊濤)
목욕재개 아들달라 백일정성 오백나한 (五百羅漢)
감동하고 감복하야 응덩이가 뜰썩들썩
하는구나 어야좋다 어야디야
교동으로 건너가니 귀향살이 연산군도 (燕山君)
내팔자만 못하구나 어야좋다 어야디야
강화도에 제일부자 홍사천이 외아들이 (江華富者 洪思天)
꼽추아들 웬말인가 팔자타령 신세한탄
홍사천이 개팔자도 내팔자만 못하구나 (狗八字) (我八字)
내팔자가 상팔자다 어야좋다 어야디야 (上八字)
강화구경 한번 잘했시다 끝.
* 다음카페 ‘강화도 신선도’ 강화도 여행 2015.11. 20 에서 인용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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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산악문학 《詩山》 제83호 (2016년 상반기) 제49~52면.
* 종합문예지 《윌더니스-야생》 제17호 (2016년 가을호)
* 《도봉문학》 제14호 2016년.
* 《한강문학》 제11호 계간지 2017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