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불자를위한 수행지침
②지장신앙
이렇듯 지장보살의 위신력이 크므로 거기에 의지하는 지장신앙 또한 매우 널리 퍼져 있다. 지장경을 보면 지장보살은 광목여인 때에 지옥고를 당하는 어며니를 위해 서원을 세우기를 “모든 세계에 있는 지옥과 삼악도에서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을 구원하여 지옥·아귀·축생 등을 악취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하고 이런 우리들을 모두 다 성불케 한 후에야 제가 정각을 이루겠나이다.” 하였다. 지옥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지장보살의 서원에 따라 지장보살은 망자를 위한 구제자로 널리 신앙되고 있다. 따라서 49제 등 망자를 위한 재공양 때에는 아미타불과 지장보살이 기능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지장보살 신앙에 의해 예수제나 우란분절과 같은 신앙형태도 등장했다. 지장은 산스끄리트어로 Ksiti-garbha이다. 이 말은 대지의 모태라는 뜻이다. 즉 지장은 인간의 활동 공간인 대지의 온 중생을 구제하려는 것이다.
지장사상은 <대방광십륜경>, <대승대집지장십륜경>, <지장보살본원경> 등에서 나타난다. 지장보살은 석가모니불이 입멸하신 뒤에 미래에 미륵불이 출현하실 때까지의 부처님이 안계신 시대의 오탁악세에서 번뇌와 죄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제도하여 해탈케하는 일을 부촉받은 보살이다. 그래서 육도윤회하는 중생, 특히 가장 혹심한 고통을 받는 지옥중생까지도 남김없이 모두 제도하려는 원력을 언제나 어디서나 행하고 계신다.
지장신앙은 중국에서 도교와 융합하여 명부시왕신앙과 습합한 형태로 민간신앙으로 뿌리를 내렸다. 그래서 사찰 안에서는 말한 나위도 없고 때로는 사찰을 떠나 독자적인 신앙형태를 띠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신라 김교각스님은 중국에서 등신불이 되어 살아있는 지장보살로 신앙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부분의 사찰에서 지장전이나 명부전에 주존으로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다.
특히 다른 보살들은 다음 생에 성불을 하는 일생보처에 계신 분들이지만 지장보살만은 유독 모든 중생이 다 해탈하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세워 대원(大願)보살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보살들은 보배영락을 드리운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지장보살만은 삭발한 수행자의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 분에 대한 가슴 저린 신심이 우러나오는 것일까. 요즘처럼 혼탁한 세상에서는 말세에 부처님 안계시는 동안 중생구제를 맡으신 지장보살을 더욱 찾게되는 것일까. 근래들어 지장신앙이 다시금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3)기타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 다음으로 많이 기도의 대상이 되는 분이 약사여래이다. 약사여래는 인간의 병고를 치유하는 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기원은 <약사유리광여래본원경>에 있다. 이 경은 <약사유리광칠불본원공덕경>의 칠불 중 일곱 번쩨인 약사유리광여래에 관한 경이다. 이 경에서 보면 약사여래는 중생구제를 위한 12가지 큰 서원을 발하고 성취하였다.
1. 내가 내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을 때, 나의 광명이 치연하여 무량하고 무수하고 무변한 세계를 남김없이 비추고 32대장부의 상과 80수호로서 그 몸을 장엄하며, 일체 유정이 나와 다름이 없도록 할 것을 원한다.
2. 내가 내세에 보리를 얻었을 때, 몸은 유리와 같아 안팎이 명철하고 깨끗하여 하자와 티끌이 없고 높아 몸이 안주하고 염망으로 장엄하기가 해와 달을 능가하여 유명의 중생은 모두 이 빛을 받아 뜻하는 바를 따라 모든 사업을 성취할 것을 원한다.
3. 내가 내세에 보리를 얻었을 때, 무량하고 무변한 지혜의 방편으로 모든 유정으로 하여금 모두가 다함없는 수용할 물건을 얻게 하고, 중생으로 하여금 소유가 빈약하지 않도록 할 것을 원한다.
4. 내가 내세에 보리를 얻었을 때, 만약 여러 유정이 사뙨 길을 행하면 그 모두를 보리의 길에 안주하게 할 것이며, 만악 성문과 독각승을 행하는 이가 있으면 그 모두를 대승에 안주하도록 할 것을 원한다.
5. 내가 내세에 보리를 얻었을 때, 만약 무량하고 무변한 유정이 나의 법 안에서 범행을 수행하지 않으면 그 모두에게 불결계를 얻게 하고 삼취계를 갖출 수 있게 할 것이며, 설사 깨뜨리고 범하는 일이 있어도 나의 이름을 들으면 도리어 청정함을 얻어 악취에 떨어지지 않을 것을 원한다.
6. 내가 내세에 보리를 얻었을 때, 만약 여러 유정의 몸이 하열하여 온갖 기관이 불구이거나 추악하고 천하며 완고하고 어리석거나 앉은뱅이이고 꼽추이거나, 온 몸이 곪고 미치광이이거나 하는 온갖 병고가 없을 것을 원한다
7. 내가 내세에 보리를 얻었을 때, 만약 여러 유정이 온갖 병으로 절박하여 구할 길이 없고, 의사가 없고, 약이 없고, 어버이가 없고, 집이 없고, 빈궁하고 괴로룸이 많으나 나의 명호를 한 번만이라도 귀로 들으면 그 모든 것이 없어지고 몸과 마음이 안락하고 집과 권속과 재물이 모두 충족하고 나아가서는 무상의 보리를 증득할 것을 원한다.
8. 내가 내세에 보리를 얻었을 때, 만약 여인이 있어 여자의 온갖 나쁜 것 때문에 쫒기고 괴로워하여 극히 싫어하는 마음이 나서 여자의 몸을 버리고자 원하면 나의 이름을 듣기만 하여도 일체의 여자를 변하여 남자가 되게 하고 장부의 상을 갖출 수 있고 나아가서는 무상의 보리를 증득할 것을 원한다.
9. 내가 내세에 보리를 얻었을 때, 여러 유정으로 하여금 마의 견방을 벗어나 모든 외도의 결박을 해탈시키고, 만약 온갖 악견의 수풀에 떨어지면 그 모두를 이끌어 거두어서 정견에 있게 하고 얼마동안 여러 보살행을 닦게하여 빨리 무상의 정등보리를 증득하게 할 것을 원한다.
10.내가 내세에 보리를 얻었을 때, 만약 여러 유정이 왕의 법을 어겨 묶이고 매를 맞고 옥에 갇치고, 혹은 사형을 당하게 되고, 기타 무량한 재난으로 능욕을 받아 슬픔과 근심으로 애타게하여 몸과 마음에 괴로움을 받음에, 만약 나의 이름을 들으면 나의 복덕과 위신력으로 그 모든 근심과 괴로움을 벗어나게 할 것을 원한다.
11.내가 내세에 보리를 얻었을 때, 만약 여러 유정이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괴롭힘을 받아 밥을 구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악업을 짓는다해도 나의 이름을 들을 수 있어 오롯한 마음으로 수지하면, 나는 마땅히 먼저 상묘한 음식으로 그 몸을 배부르게 하고 뒤에 법의 맛으로 필경에는 안락하게 하기를 원한다.
12.내가 내세에 보리를 얻었을 때, 만약 여러 유정이 가난하여 옷이 없고 파리와 모기에게 물리고, 추위와 더위로 밤낮 괴로움을 당함에 만약 나의 이름을 듣고 오롯한 마음으로 수지하며 그 바라는 것, 즉 훌륭한 옷을 얻을 수 있고, 또 모든 보배로 장엄한 화만(華鬘)과 도향(塗香)과 고악(鼓樂)과 온갖 노리개를 얻을 수 있고 마음의 뜻하는 바를 따라 모두가 만족하기를 바란다.
12원 중에서 6,7번째 원에 따라 병고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이 약사여래를 찾게 되었다. 약사여래 외에도 법신 보신 화신의 비로자나불, 아미타불, 석가모니불을 위시하여 대지혜의 문수보살, 행이 큰 보현보살, 미래의 구원불 미륵존불 등 기도의 대상이 되는 불보살은 매우 많다. 그 중에서도 보현보살은 <화엄경> 보현행원품에서 광대한 보살행의 원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보현보살은 보살행을 실천하고자 하는 불자의 귀의차가 되고 있다.
그런데 왜 불교에서는 이렇게 많은 불보살님이 계신 것인가. 그리고 각 불보살님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불보살님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중생의 근기가 다양하고 중생의 원이 다양하고 고통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것을 구제하는 방편도 다양한 것이며 주된 방편을 따라 불보살님도 다양한 모습을 띠는 것이다. 즉, 이 모든 불보살님은 각기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본성에서 구제의 특성에 따라 각기 나툰 모습이 다른 것이다. 따라서 일상적인 수행으로써 기도를 할 때에는 어느 분이든 한분을 꾸준히 찾으면 될 것이요, 특별한 상황에서는 거기에 맞게 기도의 대상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