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지연된 구로철도차량기지 이전 결론이 사실상 내려진다.
이전 예정지인 광명시에서는 서울에서 혐오시설을 떠넘긴다며 반대하는 목소리와, 차량기지 이전으로 지하철역이 생기면 교통대란을 끝낼 수 있다며 찬성하는 주민들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 중이다.
철도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주재로 이날 오후 세종 KDI 한국개발연구원에서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 타당성 재조사에 대한 재정사업평가 분과위원회가 열린다.
SOC 분과위원과 조사수행연구진, 철도·재정일반·환경 등 분과위 위촉위원들이 사업에 대한 경제성·정책성을 분석한 뒤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종합적인 결론을 내린다. 이날 종합평가(AHP) 결과는 미공개로, 내달 기재부 차관 주재로 열리는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확정돼 발표된다.
◇20년 가까이 끌어온 차량기지 이전 문제…이전 결정 시 약 10년 뒤 개통 전망
구로차량기지는 기지는 주변 슬럼화로 2005년 수도권 발전 종합대책에서 이전이 결정됐다. 이듬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사업성과 정책적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2007년 강남순환고속도로와 광명메모리얼파크 건설계획이 수립되며 광명 KTX 주박기지 주변이었던 이전 부지가 부족해져 계획이 무산됐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새 이전지로 광명 노온사동을 선정해 재추진했지만, 지자체 이견과 사업비 문제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2016년 말 KDI 이적지 용도지역을 준공업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80% 이상 변경하면 타당성이 확보된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면서 다시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이에 국토부는 철도기본계획을 착수하고, 구로역부터 노온사동 차량기지까지 이어지는 9.46㎞ 노선에 3개 역을 설치하는 기본계획안을 짰다. 하지만 2020년 8월 총사업비가 1조1224억원으로 타당성 재조사 대비 19.8% 증가했단 결론이 나와 관리지침에 따라 재조사에 착수했다.
회의에서는 경제성과 정책성,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분석이 이뤄져 최종 결론이 나온다. 이전이 결정되면 △철도기본계획(1~3년) △기본 및 실시설계(3년) △착공 및 준공(5년)을 거쳐 시운전, 개통에 나서게 된다. 이전이 무산되면 다른 사업계획에 대한 논의가 새로 이뤄질 전망이다.
◇"소음·먼지 혐오시설 떠넘겨" vs "'역 3개' 이전 수용해 교통대란 해결해야"
이전지인 광명에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광명시에 따르면 시민의 64.1%가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소음, 진동, 비산먼지 등 불편을 우려한다.
주민 반대가 거세자 박승원 광명시장은 전날 성명을 내고 "국토부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구로구의 소음·진동·분진 등 오랜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광명시로 일방적 이전을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차량기지 이전은) 공공성과 경제성이 미흡하고 환경피해의 총량을 늘린다"고 항의했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광명을)도 사업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는 "인천시도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과 관계없이 제2경인선을 건설할 수 있는 대안 노선을 마련 중인 만큼,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신천(시흥)~하안(광명)~신림(관악)을 연결하는 노선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전이 필요하다고 보는 주민도 다수다. 차량기지로 인한 불편은 데크 설치 등 다른 대안을 마련해 상쇄하고, 차량기지 이전의 선행 조건인 3개 역 신설을 빠르게 마무리해 광명의 '교통지옥'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광명·철산동과 달리 지역 내 지하철역이 하나도 없는 하안·소하동 일대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하안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이미 광명 7호선도 포화상태인데, 앞으로 예상되는 인구 증가를 대비한 교통 대책이 없다. 심지어 3기 신도시에서 서울로 나오는 가로 교통은 하안동의 차도 하나뿐"이라며 "교통대란을 겪는 주민으로서는 언제 완성될지 모르는 새 계획보단 차량기지 이전으로 빠르게 들어설 지하철역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근 하안동 주민들은 정부와 시에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원안대로 진행해달라는 내용의 민원 5000건을 냈다.
현재 광명시 일대에는 개발 사업이 산재해 있다. 철산동 재건축 단지들과 광명뉴타운, 3기 신도시인 광명·시흥지구에서 2028년까지 약 11만 가구가 쏟아질 전망이다. 하안동에서도 하안주공 12개 단지가 재건축을 앞두고 있고, 하안2공공주택지구와 소하동 구름산지구도 주택 개발 예정이다. 입주가 완료되면 교통 문제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