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릴 때는 배가 고파서 울기도 했다.
어머니는 갓난 아기를 등어 업고서 농삿일을 하기도 했으므로
젖먹일 시간도 부족했다조금 커서는 울음보를 터뜨리고 칭얼대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어른들은 '울면 순사가 잡으러 온다'고 했다.
순사를 본 적도 없었지만 일제시대 왜놈순사가 얼마나 양민들을 괴롭혔는지
어른들 머릿속에 무서운 존재로 각인돼 있었던 것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어린애들이 순사를 무서워할 리가 있었겠는가?
야밤중에 호랑이가 허기가 져서 인가로 내려와서 기웃거리고 있는데
방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나자 에미가 '울면 호랑이 온다'고 겁을 주어도 울음을 기치지 않자
'곶감 주겠다'고 하자 울음을 뚝 그치니까 호랑이가 지보다 더 무서운 놈이 있는 줄 알고 도망갔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어릴 때는 곶감이라고 하지 않고 된소리로 발음해 '꼬깜'이락 불렀다.
설탕도 귀해서 없던 시절 제일 단 것은 당시엔 '꼬깜'이었다.
엊그제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면서 감나무에 발갛게 조랑조랑 매달린 감도 보고
감껍질을 깎아서 곶감을 만들려고 꼬챙이에 끼워서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광경도 보았다.
어릴 때 시골에서 눈에 익었던 풍경들이었다.
떫은 생감을 깎으면 발갛지만 햇볕에 말리면 점차 쪼그라들고 색깔도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동네에 얼굴이 유난히 검은 꼰대 영감탱이가 한 분 있었는데 우리는 그 사람을 꼬깸이 영감이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