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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혈모니(血牟尼)-1
장 소군은 화월영이 전해준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다시
한 번 분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심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없이 앉아 있던 십여 명의 괴인들 중에 한 사람이 갑자기
그녀를 향해 말했다.
"소군아, 고민할 필요 없다."
"외삼촌, 무슨 말씀이세요?"
그는 장 소군의 외숙부였다. 장소군의 외숙부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예전부터 집법원을 감시하고 있었다."
"예전이라면 언제부터를 말하시는 것이에요?"
"매부와 누님이 의문사를 당한 뒤부터다."
"그럼 그때부터 집법원을 감시했다는 것인가요?"
"아니다. 처음엔 사해방 전체를 감시했다. 북해방과 남해방,
서해방을 비롯해서 동해방 내부의 인물까지 모두 감시했다."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요?"
장 소군은 외삼촌이 한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사해방이 얼
마나 거대한 조직인지는 그녀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어느
한 개인이 사해방 전체를 조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
說)임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아직 너에게 말하지 않은 내용이 있단다."
"그게 무엇인데요?"
장 소군이 의아해 하는 표정을 드러내자 그녀의 외삼촌은 무
표정한 얼굴에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네 외조부께서는 한 조직을 이끌고 계신단다."
"조직이요?"
"그렇단다."
"제가 아는 곳인가요?"
"글쎄다... 너는 살막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
"살막?"
장 소군은 처음 들어보는 단체 명에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외삼촌을 낙양에 되돌아 왔을 때 처음 만났다. 조부인 동해
방주가 보낸 인편을 통해 외삼촌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다행히도 유모가 있어 외삼촌의 신분을 확인해 주어 큰 문제
는 없었다.
장 소군은 처음 만난 외삼촌의 무공이 대단하다는 것을 어렴
풋이 느꼈다. 하지만 외삼촌의 신분이나 배경은 전혀 알지
못했다. 또한 처음 만난 외삼촌에게 애정이 있을 리 없는 장
소군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외삼촌의 배경이 심
상치 않은 듯 하자 그녀는 귀를 기울이며 관심을 드러냈다.
그녀의 외삼촌은 장 소군의 심리적 변화를 읽어 내린 것 같
았지만 안색에 드러내지 않았다.
"본 막은 700년의 역사를 가진 조직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절
대로 그 이름을 알리지 않았다."
"700년 동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요! 세상에 사
해방은 고작 백 년이 겨우 넘었는데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사해방은 네 가문의 연합체라 문제가 발생할 요인을 가지고
있지만 본 막은 단 한 가문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이상이 없
단다. 물론 자객집단이라는 특성과 우리 희씨 일족의 뛰어난
특성 덕이지만..."
"자객집단이오!"
"그렇단다. 그래서 본 막은 정보에 많은 치중을 하고 있단다.
덕분에 작금에 이르러 강호의 4대 정보조직에 버금가는 정보
망을 구축했단다."
장 소군은 살막이라는 강력한 세력이 강호에서 활동하고 있
음에도 누구도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
다. 그녀는 놀라움을 잠재우고 살막을 자신이 이용할 방법
이 있는지 고민했다. 복수를 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그녀
에겐 필요했던 것이다. 장 소군은 연화를 생각하며 차가운
미소를 짓다가 외삼촌이 말한 내용 중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
다.
"외삼촌."
"말하렴."
"희씨 일족이라뇨? 제 기억으론 어머니의 성은 강씨로 기억
하고 있는데 어떻게 된 것이죠?"
"강분옥은 네 모친이 아니다. 네 모친의 이름은 희상아란다."
"희상아..."
장 소군은 너무나 놀랐다. 자기 신세내력에 크나큰 비밀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안 것이다.
"아가씨, 희 부성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아가씨의 모친은 희
상아님이세요."
"유모!"
장 소군은 유모가 나타나 외삼촌이 밝힌 내용이 정확하다고
말하자 넋을 잃었다. 유모는 장 소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
다.
"이 유모의 이름은 전 설란입니다. 희 상아님을 모시던 시비
였지요."
"어머니의 시비요?"
"네, 그렇습니다. 이 유모는 어린 시절부터 희 상아님과 모셨
어요. 희상아님이 시집을 가실 때 동해방까지 따라 갔지요."
"그럼 유모는 외삼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겠군요."
"네, 아가씨."
어릴 적부터 자신을 키어온 유모가 비밀을 간직한 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장 소군은 묘한 배신감을 느꼈다.
전 설란은 장 소군의 마음을 단숨에 알아챘다.
"화내지 마세요. 아가씨."
"제가 언제 화를 냈어요."
"속이지 마세요. 제가 아가씨 마음을 모르겠어요."
"유모를 닦달하지 말거라. 그녀도 너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단다."
희 부성은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 끼어 들었다. 장 소군은
외삼촌인 희 부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희 부성은 장 소군의
시선이 자기에게 돌려지자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그건 다 너를 위해서 말하지 않은 것이다."
"무슨 말씀인가요?"
"어린 네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말하지 않은 것이란
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네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다."
"제 목숨이라뇨?"
"만약 어린 네가 진실을 알고 있었다면 분명히 티를 낼 것이
다. 그렇다면 네 모친을 죽인 자는 자신이 살기 위해 너마저
해쳤을 것이다."
장 소군은 희 부성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데 희 부성의 이야기 속에 어머니를 살해한 자의 정체를 짐
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묻어있음을 장 소군은 알아챘다. 장
소군은 외삼촌을 노려보며 말했다.
"외삼촌, 어머니를 살해한 놈들을 알고 있는 거죠?"
"아니다. 아직도 정확한 범인은 모르고 있다. 단지 심증만 있
을 뿐이다."
"심증이요?"
"그렇단다."
"사실 네가 지금까지 모친으로 알고 있는 강 분옥의 죽음도
네 부모를 살해한 자들의 짓이다."
"그랬나요!"
장 소군은 기억에 남아 있는 강 분옥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상할 정도로 자신에게 냉대했던 어머니의 모습이 자연스럽
게 떠올랐다. 아무리 사랑을 갈구해도 자신에게 매몰차게
대하던 어머니가 기어갔다. 희 부성은 장 소군이 과거를 생
각하며 괴로운 표정을 짓자 한 숨을 쉬었다. 그러나 장 소
군도 이제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남은 비밀도
말하기 시작했다.
"강 분옥이 살해당한 이유는 우리의 추적을 끊기 위해 그들
이 저지른 짓이다."
"네!"
"네 모친의 죽음은 강 분옥의 짓이다."
"뭐라고요!"
장 소군은 너무나 엄청난 사실이 외삼촌 입을 통해 나오자
경악했다.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경악한 장 소
군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데 희 부성
은 장 소군이 놀라 정신적 공황을 겪고 있음을 알면서도 냉
정하게 말을 이었다.
"강분옥은 네 모친에 대해 우려할 정도로 질투했다."
"믿을 수가 없어요! 아무리 질투심에 미쳐도 그런 일을 쉽게
할 수는 없어요!"
장 소군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믿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희 부성은 이유를 차가운 어
조로 설명했다.
"여인의 질투심은 무서운 법이다. 게다가 아들의 자리마저 위
협한다면 그보다 더한 일도 할 수가 있다. 질투심과 모성애만
큼 여자를 무섭게 만드는 힘은 없는 법이다."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네 오라비는 강 분옥의 소생이다. 비록 장남이지만 동해방
원로나 네 조부의 눈에는 시원치 않았던 모양이다. 타고난 재
능이 천박해 어렸을 적부터 동해방을 이끌 인재로 인정을 받
지 못했다. 특히 네가 태어난 후부터 그 문제는 더욱 부각됐
단다."
"이해가 안 가요. 저는 여자이니 별 문제가 없잖아요?"
장 소군은 외삼촌인 희 부성의 설명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차피 동해방의 주인은 장씨의 장남이 되거나 재능이 있는
남아가 오르는 자리였다. 여자인 자신이 동해방의 주인이
되는 경우는 없는데 왜 자신이 오빠와 권력을 두고 투쟁하는
위치에 오른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문제는 네 모친이 임신을 한 것이다. 네 할아버지와 동해방
의 원로들은 남아가 태어나기를 고대했다. 동해방을 이끌 인
재가 탄생하기를 기다린 것이다."
"아니... 네게 동생이 있었다는 건가요!"
"태어나기도 전에 네 모친과 같이 죽었지."
"그럴수가..."
"동해방의 원로들은 너의 재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
데 네 모친이 임신을 하자 원로들은 회의를 열었다. 만약에
사내가 태어나고 그 재능이 너와 별 차이가 없다면 용렬하고
재능이 없는 장자를 대신해 동해방의 차기 소방주로 삼을 생
각이었다."
장 소군은 그때서야 이해가 갔다. 사해방이라는 거대 세력
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장자 우선논리로는 살아 남
을 수가 없었다. 오직 강자만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었다.
동해방의 원로들은 뛰어난 인재가 지도자가 되야 한다고 생
각했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동해방 만의 논리가 아니라
사해방 전체의 신념이기도 했다. 장 소군은 오빠가 왜 조부
인 동해방주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기억났다.
"강 옥분은 아들의 자리가 위험한 것을 알아내자 광분했다.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그녀에게 동해방의 적이 접근했다.
사실 매부는 네 모친만을 사랑하고 있었다. 강 분옥에 대해서
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지. 강 분옥은 남편을 잃은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아들의 자리를 뺏기는 것을 참지 못했다."
"쉽게 넘어갔겠군요. 정말 기막힌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
計)를 사용했군요."
"그렇단다. 연적을 없애는 동시에 아들이 가져야 할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마저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라고 생각하
고 그들과 손을 잡았다. 남편에게는 위해를 가하지 않는데다
가 잘하면 사랑마저 찾을 수 있다는 착각을 했지."
"그럼 어머니는 어떻게 살해당했나요?"
"독살을 당했다. 강 분옥이 네 모친이 마시는 차에 독을 탔단
다."
친어머니가 여태까지 어머니로 알고 있던 여인에게 살해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장 소군은 타오르는 원한을 주체할
수 없었다. 원수에게 사랑을 구걸했던 과거가 그녀를 괴롭
혔다. 장 소군의 눈이 붉어졌다. 붉은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은 마치 피눈물 같았다.
"아버지도 그 사실을 몰랐나요?"
"부인이 독살을 당하자 네 부친은 원한을 갚기 위해 혼자 조
사에 들어갔다. 물론 무공광이 된 것도 자기 손으로 원수를
처단하기 위해서였다. 네 모친이 독살을 당했을 때 매부의 무
공은 사해방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지. 하지만 원수가 누
군지 알았을 때 매부의 무공은 사해방에서 최강의 고수였고
삼대이인보다 반 수 위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버지는 능히 영웅이라 평해도 되는군요."
"그렇다. 매부는 영웅일 뿐 아니라 천하제일고수였다. 그점이
오히려 네 부친의 죽음을 당기는 결과가 됐지만 말이다."
"그렇겠죠. 어머니를 죽음으로 몬 이유는 아버지가 충격을 받
아 폐인이 되기를 원했을 거니까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아버
지는 최강의 고수가 되어 추적했으니 무슨 수단이든 다 동원
했겠죠."
장 소군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은 원인을 정확히 파악했다.
희 부성은 몇 가지 사실만으로 장 소군이 숨겨진 의미를 알
아내는 지혜를 발휘하자 미소를 지었다. 희 부성은 조카가
생각보다 총명하자 기쁨이 절로 났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
내지 않고 과거의 비사를 늘어놓았다.
"매부는 마침내 원수를 정체를 알아내자 그들은 역습을 가했
다. 그때 네 부친의 무공이라면 그들을 모두 막아낼 수 있었
다. 문제는 그때도 강 분옥이 끼어 들었다. 네 부친이 먹은
음식에 독을 탄 것이다."
"아버지마저 그녀의 손에 당했다는 건가요!"
"그들은 매부를 해치기 전에 강 분옥을 협박했다. 매부를 정
면에서 상대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강 분옥은 멍청한 아들
을 살리기 위해 남편을 살해하는데 앞장섰다."
"매부마저 죽음을 당하자 본 막은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섰다.
물론 동해방주님의 전폭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
다. 그 분도 며느리에 이어 아들마저 살해당하자 더 이상 참
지 않으셨다. 단 3년 만에 본 막은 어느 정도의 진실에 도달
했다. 동해방주님도 우리가 보낸 조사서를 보고는 자신이 직
접 조사한 내용을 우리에게 보냈다."
"할아버지도 따로 조사를 하셨군요."
"네 모친이 독살을 당한 뒤부터 조사를 하셨더구나. 배후를
캐기 위해서 강 분옥이 독을 탄 것을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
었다고 말씀하시더군. 설마 아들마저 강 분옥의 손에 당할 지
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신 거지."
장 소군은 희 부성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강 분옥이 증오스러
웠다.
"사돈어른은 강 분옥을 기점으로 네 부모의 살해 사건에 관
련된 자를 모저리 잡을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그들이 먼저
선수를 쳤다. 강 분옥을 살해해 버린 것이다."
"도마뱀처럼 움직였군요. 꼬리를 자르고 도망을 갔군요."
"그렇다. 사실 강 분옥도 그들에게 이용을 당하다 죽었으니
어떻게 보면 불쌍한 셈이다."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요. 오히려 일찍 죽은 것이 행운이죠.
아직까지 살아 있었다면 내 손으로 생지옥이 무언지 알게 해
줬을 것이에요!"
장 소군은 이를 갈며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강 분옥을 생
각하면 할수록 증오심이 생겼다. 장 소군은 강 분옥을 생각
하다 한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어요."
"무엇이냐?"
"왜 나를 해치지 않은 것일까요? 삭초제근의 뜻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당연히 너를 해치려 했다. 하지만 유모와 암영대(暗影隊)가
밤낮을 잊고 너를 지켰다."
"유모가요!"
희 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 소군은 고개를 돌려 유모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유모도 고생했지만 암영대의 고생도 만만치 않았단다."
"암영대는 처음 듣는군요."
"그들은 본 막에서 너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모두
암살이 전문인 백 명을 모아 급조한 부대란다. 그들은 암살
에 관해 달인이니 이보다 더 좋은 보표는 없는 셈이지."
"저는 한번도 그들을 본 적이 없어요. 도대체 누구죠?"
"네가 기거하고 있는 청향각의 화원지기부터 시작해서 호위
무사, 마부, 교자꾼, 시비, 요리사 모두가 암영대 대원들이다."
"뭐라고요!"
장 소군은 새삼스럽게 살막의 힘을 느꼈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외조부에게 고마움이 들었다. 그런데 청향각의 일꾼들
을 생각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한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아는 청향각의 일꾼들은 무공을 익힌 흔적이 없었던
것이다.
"외삼촌, 내가 알기론 그들에겐 무공을 익힌 흔적이 없는데
어떻게 된 거죠?"
"잘 봤다. 사실 무공이 극에 이르면 무공을 익힌 흔적이 사라
지는 법이다. 흔히들 반박귀진이라고 말하는 단계다."
"설마... 암영대 대원 전체가 반박귀진의 경지에 올랐다는 말
씀은 아니시죠?"
"허허허, 삼대이인중에서도 최강자로 알려진 진룡거사만이 반
박귀진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암영대 대원들이 그런 경
지에 오른 것 같으냐?"
"아니겠죠...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잖아요!"
장 소군은 암영대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외숙부조차
암영대를 설명하는 것이 어려운지 곤혹한 표정을 지으며 말
을 돌리자 의문은 더욱 깊어졌다.
"으흠~, 간단하게 설명하마. 암영대의 대원은 대부분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 소수만이 무공을 익혔다. 호위무사 역할을 하
는 자들이 그 소수에 해당하는 자들이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무공도 익히지 않은 범인들이 어떻게
호위를 한단 말인가요?"
"그건 아니다.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십대고수조차 죽일 수
있다."
"이해가 안 가는군요."
"처음에 말했듯이 그들은 오직 암살의 달인들이다. 사람을 죽
이는 기술은 무공보다 다른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외삼촌의 말씀을 이제야 이해하겠어요. 암영대는 독이나 암
습, 속임수 같은 기술의 달인이군요."
"그렇단다. 그들은 각자 한 방면에 달인들이다. 각 방면의 기
술로 살인을 하니 방비하기가 힘들지."
장 소군은 암영대의 정체를 이해했다. 사실 살인은 무공보다
더 좋은 방법이 많았다. 무공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살인의
대가에 오른 인물들이 모여 호위하는 사람을 암살한다는 것
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외삼촌, 부모님을 살해한 배후도 알아 냈나요?"
"알아 냈다. 바로 남해방이었다."
"남해방이요?"
"정확히는 남해방주 조 덕창이 주도했다."
"조 덕창!"
장 소군은 살막의 능력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자신도 알아
내지 못한 남해방주의 이름까지 살막에서는 알고 있지 않은
가. 장 소군은 외삼촌을 바라보며 물었다.
"조 덕창이 누구지요?"
"팔마당의 팔마 중에 한 명이다. 우리도 본 명과 출신만 겨우
알아냈다."
"그래도 누구인지 짐작은 하고 있으시죠."
"수마(睡魔)나 심마(心魔) 둘 중에 하나다."
"수마 아니면 심마라... 그런데 출신이라니요?"
장 소군은 마음속으로 수마와 심마를 되새기다 출신이 궁금
해졌다. 어차피 불공대천지수(不共戴天之 )라면 많은 정보
가 있어야 복수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조 덕창은 남송의 여덟 번 째 황제인 단종의 직계후손이다."
"남송이요?"
"그렇다. 동해방 장씨 일가가 원나라 말기에 천하를 뒤흔든
장사성의 후예로 국가를 목표로 하듯이 조 덕창 역시 송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놀랍군요."
"놀라운 것은 사해방의 특성이다. 서해방은 대리국 단씨 일족
의 후손이니 말이다. 나라에서 본다면 사해방은 역적들의 모
임이라고 할 수 있겠지."
"외삼촌, 북해방도 자세히 알고 계세요?"
"알고 있다. 우리는 북해방을 가장 의심했단다. 그 덕분에 북
해방에 대해서는 그들 자신보다 본 막이 더 자세히 알고 있
다."
장 소군은 살막의 능력에 두려움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살막
의 능력은 그녀의 예상보다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장 소군
은 외삼촌에게 시선을 맞추고 조용한 어조로 질문했다.
"북해방주는 누구죠?"
"여기에 북해방주의 이름이 적혀 있다."
장 소군은 외삼촌이 품속에서 꺼낸 작은 소책자를 받았다.
소책자를 열자 첫 장에 한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다.
"헉!"
"놀랍지 않느냐!"
"정말로 놀랍군요... 어떻게 이 인물이 사해방에 있을 수 있는
지 모르겠군요."
"우리는 북해방의 비밀을 미끼로 북해방주와 교섭을 치렀다."
"교섭이라니요?"
"북해방과 살막이 한 배를 타기로 한 것이다."
"외삼촌!"
장 소군은 배신감을 느껴 큰 소리로 외삼촌을 불렀다. 그런
데 그는 조카의 볼멘 소리에도 싸늘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오월동주다. 어차피 북해방과 살막은 싸워야할 상대이다. 그
러나 남해방이라는 대적이 있는 동안은 서로의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다. 남해방이 쓰러지면 본 막과 북해방은 처절한 싸움
을 벌일 거다."
"그렇군요."
"그것보다 너는 집법원과 혁무강, 화월영을 조심하거라."
"네 알겠어요."
장 소군은 희 부성의 주의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태을궁을 공격할 때 갑자기 나타난 환객의 움직임을 본 장
소군은 마음속으로 집법원에 대한 경계를 늦춘 적이 없었다.
또한 혁무강은 언제나 경계를 해온 대상이었고 갑자기 나타
나 손을 잡자는 화월영은 말할 필요도 없이 경계하고 또 경
계했다.
희 부성은 우려하는 부분을 장 소군이 받아 드리자 눈가에
안도하는 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좀더 자세한 설명을 해 장
소군이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태만함을 경계하기로 마음먹
었다. 희부성은 집법원과 화월영에 대해 부연 설명을 시작
했다.
"집법원은 북해방과 손을 잡은 지 오랜 세월이 지났다. 분명
히 어떤 모습으로든 너에게 공격이 가해질 것이다. 그리고 화
월영의 움직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너를 찾아낸 것
도 이상하지만 일부로 멍청하게 행동하면서 고급 정보를 풀
었다. 너를 찾아와 손을 잡자고 협상을 벌인 것도 이해가 가
지 않는다.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혁무강을 주의해라. 본 막의 정보망으로도 그 자
의 신분을 알아 내지 못했다. 분명히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데 도대체 알 수가 없는 자다. 게다가 그 자는 지금까지 본신
무학의 7할 이상을 숨기고 있다."
"7할 이요!"
장 소군은 혁무강이 무공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
었다. 그런데 3할이나 4할 정도 숨겼으리라 생각해 왔는데
외삼촌이 7할 이상을 숨기고 있다고 알려 주자 놀라움을 참
지 못했다. 장 소군은 생각 밖으로 세상이 무섭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각각의 사람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본심과 진정
한 실력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들은 때를 기다리다 시기가 오면 숨겨둔 발톱과 이빨을 드
러낼 것이라 생각이 들자 장 소군은 사람들에 대해 이상한
두려움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장 소군은 마음 속 깊은 곳
에서 솟구치는 공포를 느끼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는 고
개를 흔들어 두려움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두려움은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 가지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장 소군은 연화를 생각하며 자신이 받은 치욕을 기억했다.
서서히 피어나는 증오와 복수심이 두려움을 짓눌러 버렸다.
장 소군은 연화의 모습을 뇌리에서 그려내자 자연스럽게 이
가 갈렸다. 그 가공할 무위와 오연한 모습이 생각난 것이
다.
"연... 화..."
장 소군의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이름은 희 부성의
안색을 새하얗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연화를 생각하느
라 외삼촌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희 부성은 연화라는 이름
을 들은 후부터 안절부절 하더니 오른 손으로 이마를 짚고
나지막한 신음 소리를 내고 말았다.
"흐음~."
"왜 그러세요. 외삼촌."
장 소군은 외삼촌의 신음소리를 듣고서야 이상함을 느꼈다.
희 부성의 안색이 백지처럼 새하얗다는 것을 발견한 장 소군
은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러나 희 부성은 장 소군의 질문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첫댓글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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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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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하였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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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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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이랍니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