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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혈모니(血牟尼)-2
희 부성의 이상한 태도는 장 소군에게 궁금증을 만들었다.
장 소군은 외삼촌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희
부성은 자신을 바라보는 장 소군의 시선이 부담이 느꼈는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한숨소리가 실내에 퍼지자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하지만
희 부성에게 고정된 장 소군의 시선은 움직이지 않았다. 실
내에 무려 12명이나 되는 사람이 있었지만 숨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이 실내를 지배했다. 희 부성은 고개를
들어 장 소군의 시선과 마주쳤다.
"알았다... 내가 말해주마."
"고마워요. 외삼촌."
"우선 내가 먼저 묻겠다. 푸른 눈을 가진 여자를 아느냐?"
"네, 그녀가 자기 이름이 연화라고 밝혔어요."
"나이는 28세 정도이고 승복을 입은 장발의 미인이었느냐?"
"네, 외삼촌은 실물을 본 듯이 정확하게 묘사하는군요."
"혹시 그녀와 원한을 있느냐?"
"네, 참을 수 없는 치욕을 받았어요."
"하아~, 이런..."
희 부성은 장 소군의 대화를 하다가 탄식을 하며 말을 잊지
못했다. 장 소군은 안색이 굳어져 침묵하는 외삼촌이 연화
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했다. 당장 외삼촌
에게 연화가 누구냐고 따지고 싶었다. 그러나 장 소군은 연
화의 정체를 밝히라고 희 부성에게 매달리는 어리석은 행동
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희 부성을 바라보며 침묵을 유지하며 무언의 압박을
했다. 희 부성은 무언의 압력에 신음성을 내며 고민하다가
장 소군에게 모든 것을 밝히기로 결심했다. 희 부성이 고민
하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연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서는 살막의 비밀까지 말해야 했기 때문이다. 희 부성은 장
소군의 눈을 보며 입을 뗐다.
"흐음~, 연화에 대해 말하기 전에 본 막의 정보 체계에 대해
설명부터 하마. 본 막은 구파일방과 육문칠가를 비롯해 천하
에 산재한 모든 문파에 간자를 파견해 두었다. 강호인들이 실
체조차 모르는 사해방에도 본 막의 간자가 파견될 정도이니
다른 문파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살막의 정보력은 각파가 모은 정보를 다시 추려내는 것이었
군요. 정말 놀라와요. 그런데 살막이 정보를 모으는 것과 연
화가 무슨 관계가 있기에 말하는 건가요?"
"본 막의 정보체계를 네게 알려주는 이유는 연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란다."
"혹시 연화가 살막의 간자 중에 한 사람이었나요?"
"그랬다면 다행이지. 전혀 아니란다."
희 부성은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장 소군은 살막과 연화가
무슨 관계가 있기에 외삼촌의 표정이 급변하는지 궁금했다.
희 부성을 처음 만났을 때 얼음으로 만든 벽처럼 싸늘한 안
색이 장 소군으로 하여금 차가운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준 외
삼촌이었다. 장 소군은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안색의 변화가
거의 없는 희 부성이 나와 혈연인가 하는 의문을 느끼게 만
들 정도였다.
화월영의 입에서 삼대이인이 나왔을 때 처음으로 안색이 변
했지만 그 이후로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해 장 소군은 '외삼촌
의 얼굴은 철 가면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연화 이야기가
나온 이후부터 희 부성의 안색은 팔색조처럼 시시각각 변해
장 소군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장 소군이 희 부성에
대해 내린 인상은 일순간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 희 부성은 장 소군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연화라는 법명을 듣고 난 후부터 흔들리는 마
음을 정리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느라 조카의 안색을 살피
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할 여유가 없었다. 모든 신경이
연화에 집중된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마음을 가
라앉힌 희 부성은 담담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연화는 아미파의 비구니였다."
"아미파의 비구니라고요?"
"열 여섯 살이 되는 동안 아미산에서 자라온 평범한 비구니
였다."
"연화가 평범했다고요?"
연화의 가공할 무위와 오연한 자세를 기억하는 장 소군에겐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비록 열 여섯 살 때까지 라지만 평범
할 수가 있었단 말인가! 그 연화가... 장 소군은 마음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연화의 거침없는 행동과 가공할 무위는 장
소군에게 큰 충격을 주어 마음을 뒤흔들었다. 장 소군은 연
화가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질을 보여주며 훌륭한 사부 밑
에서 특별한 수련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외삼
촌이 말하는 연화는 장 소군이 생각하던 연화와 다르지 않은
가. 장 소군은 희 부성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렇단다. 분명히 16세 까지는 평범한 비구니였다. 비록 지
금은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당시엔 귀여운 외모
를 가진 특별할 것이 없는 비구니에 불과했다."
"믿을 수가 없어요. 외삼촌. 그녀는 학경자를 가볍게 제압했
어요. 비록 십대고수에 비해 한 수 아래지만 천하에서 거칠
것이 없다던 학경자를... 그것도 본신 실력을 드러내지 않고
제압했어요."
"우리도 연화의 무위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다. 아니 뼈
저리게 알고 있단다."
"살막과 연화의 관계가 좋지 않은가 보군요."
연화를 말하는 희 부성의 안색이 좋지 않자 장 소군은 둘 사
이의 관계를 알 수 있었다.
"그렇단다. 사실 강호에 연화의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
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연화의 이름은 공포의 대명사로 알려
질 거다."
"무슨 말씀이세요?"
"아마 열흘 정도 지나면 낙양에도 혈모니(血牟尼) 연화라는
이름을 듣게 될 거다."
"혈모니!"
장 소군은 연화의 이름 앞에 붙은 혈모니라는 불길한 별호를
붙어 있음을 처음 알았다. 별호라는 것은 본인이 붙이는 것
이 아니고 타인들이 부르면서 생기는 것이다. 특히 강호에
서 만들어진 별호는 행동과 성격이 묘사된 것으로 처음 상대
하는 자들에게 이 사람은 이런 성격과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뜻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연화의 별호가 듣는 순간 섬뜩한 느낌을 주는 혈모니
였으니 장 소군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첫째는 그녀가 기
억한 연화는 별호에 피가 들어 갈 정도로 잔혹한 여자가 아
니었다. 둘째는 별호가 있다면 강호의 많은 사람들이 연화
를 알고 있다는 증거인데 장 소군은 연호가 강호에서 활동했
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장 소군은 재빠른 정보망을 가지고 있다고 있었다. 그런데
도 연화에 대한 정보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살막의 정보망
이 놀랍다고 생각하면서도 도대체 어떤 분란이 있었기에 외
삼촌의 안색이 저런가 궁금해졌다. 장 소군은 외삼촌을 바
라보며 혈모니라는 별호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궁금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희 부성은 조카의 얼굴에 떠 있는 궁금함을
알아채고 입을 열었다.
"연화는 12년 전만 해도 평범한 비구니로 아미산에서 불도를
닦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추문에 휩싸여 아미파의 회심옥
(回心獄)에 갇히게 되었다. 12년 동안 회심옥에 갇혀 있던 그
녀가 세상에 뛰쳐나온 것은 두 달 전이었다."
"추문이요?"
"아미파의 속가제자와 염문에 휩싸였다."
"염문이라고요! 도대체 아미파의 속가제자가 누구이기에 연화
와 염문이 난 거죠?"
장 소군은 도도하고 고고해 보이던 연화가 염문에 휩싸였다
는 이야기를 듣자 이상한 희열이 쏟아졌다. 너무나 궁금하기
도 했지만 만년설이 가득한 설산 같은 느낌을 주던 연화가
사실은 열애설에 휘말린 보통의 여인으로 격하되기를 원했다.
자신의 내면을 무섭게 압박하는 연화의 모습을 지우고 싶었
던 것이다. 희 부성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사천의 오대거부 중에 하나인 설가장(薛家莊)의 차남인 설
기붕이다. 설가장은 아미파와 오랜 세월동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설 기붕은 아미파에서 속가제자 이상
의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었지."
"그 설 기붕이 문제의 속가제자인가요?"
"그렇단다. 설 기붕은 망나니에 난봉꾼으로 소문이 난 인물이
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하더니 아미산에 와서도 속가제
자 중에 여인들과 염문을 내고 있었다. 문제는 비구니까지 손
을 댄 것이 문제였다."
"그게 연화였군요."
장 소군은 연화를 향해 비웃음을 던졌다. 연화는 두려워할
필요 없는 무공만 센 타락한 비구니라고 결론지은 장 소군은
목 밑까지 올라왔던 체증이 싹 가라않는 기분이 들었다. 그
런데 희 부성이 고개를 저으며 장 소군이 말한 내용은 아니
라고 표현했다.
"연화가 아니란다. 그 비구니는 차기 금정암주로 내정된 정혜
였다. 정혜는 설 기붕이 비구니와 정분이 났다는 소문이 돌자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기 위해 연화를 함정에 빠트
렸다."
"연화가 아니었나요..."
"그렇단다. 정혜였지. 덕분에 연화는 장로회의 처분을 받아
회심옥에 갇혔지. 그런데 문제를 일으킨 설 기붕은 오히려 아
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해마다 엄청난 금액을 기부하는 설
가장의 눈치를 본 것이지."
"더러운 세상이군요. 청정해야 할 불가의 도량이요. 구대문파
의 하나로 강호를 주도한다는 아미파가 속세의 장사치들이나
하는 행동을 했군요."
"세상의 이치가 그렇지 않느냐! 힘이 있고 돈이 있는 자가 선
인이고 힘없고 돈없는 자가 죄인이지. 그것이 세상의 법이란
다. 절이라 해서 그 이치를 벗어나지는 않는 법이다. 어차피
그곳도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곳이니 세상의 이치가 그대로
흐르는 것뿐이다."
장 소군은 외삼촌의 부연설명을 듣지 않아도 그 이치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입술이 씁쓸해지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세상이 돌아가는 적자생존의 이치와 여자이기에 당해야 하는
아픔을 느끼면서도 장 소군은 연화에 대한 연민이 들지 않았
다. 오히려 연화의 추한 면을 찾으려다 전혀 다른 면모를 알
게 되자 속이 상했다. 장 소군은 자기 마음 속에 우뚝 서있
는 연화의 모습을 추잡한 색으로 도배를 해 열등감에서 벗어
나고 싶었던 것이다.
"연화에게 내려진 벌은 어느 정도였나요?"
"12년 동안 회심옥에 갇혀 있다가 추방을 당하는 것이었다."
"너무 심한 형량이군요."
"심했지. 하지만 아미파가 그렇게 나온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이유가 있다고요?"
장 소군은 눈이 동그래졌다.
"첫째는 정혜때문이다. 사실 정혜가 염문의 주인공이라는 것
을 아미파의 승려도 알고 있었다."
"아미파에서 알고 있었는데도 그런 일이 생겼단 말이에요?"
"그렇단다. 사실 아미파의 몇몇 승려들이 차기 금정신니로 정
해진 정혜를 보호하기 위해 그런 술수를 사용했다."
"그런 문제를 일으키고 다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정혜
를 보호하려는 이유가 뭔가요?"
"명예를 원했다. 사실 정혜는 20세의 나이에 불과한 그 당시
아미파에서 열 손가락에 들어가는 고수였다. 아미파는 정혜가
마흔이 넘어가면 강호십대고수에 오르리란 믿고 있었다. 근
백년 동안 십대고수에 들어가는 인물을 배출하지 못해 고민
을 하던 아미파에서 정혜는 꿈을 이루어 줄 보물이었던 거
지."
"우습군요."
장 소군은 아미파의 생각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하
지만 그 웃음은 허탈했다. 동해방에서도 아미파와 비슷한 일
이 있었기에 장 소군은 표현하기 어려운 씁쓸한 마음을 생겨
허망한 웃음을 지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둘째는 현 금정신니의 압력이 있었다. 금정신니는 정혜를 구
하기 위해 연화를 벼랑끝으로 밀었다. 염문의 주인공을 연화
로 낙인찍고 더 이상 추문이 돌지 않도록 만들어 정혜를 구
하려 했다."
"금정신니도 정혜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
요?"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장을 서서 연화를 평생동안
회심옥에 가두자고 주장했지. 연화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
는 것이 두려웠으니 말이다."
"금정신니의 태도가 이상하군요? 아무리 애제자라 해도 이해
가 가지 않는 행동이군요."
"정혜는 금정신니의 딸이다."
"뭐라고요!"
희 부성의 대답은 장 소군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소림사 일
자 배 고승 중에 한 승려가 이 장도의 부친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 불교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된 장 소군에게
아미산의 비구니까지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특히 금정신니가 비구니의 몸으로 딸을 낳았고 그
딸을 위해 다른 제자를 나락으로 몰았다는 사실은 장 소군에
게 충격을 넘어서 허망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금정암의 암주에게 전래되는 금정신니라는 별호는 강호뿐 아
니라 민간에서도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
는 장 소군은 허망함에 젖어 한 동안 아무런 말도 못하고 씁
쓸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희 부동은 조카의 안색이 무엇
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아는지 고소를 짓고 말았다. 그러나
이왕 꺼낸 이야기를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생각한 희 부동
은 다른 내용을 꺼냈다.
"셋째는 설가장과 사천당문 때문이다."
"네! 설가장은 이해가 가지만 사천당문이 무슨 문제가 있다고
여기에서 나오는 거죠?"
"설 기붕은 사천당문의 한 여식과 혼약을 한 상태였다. 정확
히 말하면 사천당문 문주인 독수여래(毒手如來) 당세진의 동
생인 당세정의 큰딸과 혼약이 돼 있었다."
"훗, 알만하군요. 아미파는 현재 사천에서 가장 강대한 당문
의 눈치를 봤군요. 또한 사천당문과 혼약을 맺어 이익을 보려
고 한 것이군요. 비록 속가제자이긴 해도 아미파의 제자이니
까요. 그러니 설 기붕에게 아무런 처벌이 없도록 하고 소문을
잠재우기로 한 것이군요."
"정확히 봤다. 아미파의 입장에서 정혜와 설 기붕이 주는 이
익을 생각한다면 일개 제자인 연화는 아무 것도 아니었지."
"그렇군요. 아미파가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 알만해요. 그런데
연화의 사부는 이 사실을 알았을 건데 어떻게 행동했나요?"
장 소군은 연화의 스승이 누구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스승
이 연화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움직였는지 궁
금했다.
"연화의 사부는 정현사태로 정혜와 같은 배분이다. 하지만 사
문의 결정에는 아무런 토를 달지 않았다. 회심옥에서 인생을
보낼 뻔한 연화가 12년 감금으로 끝난 것은 아미파에서 다른
장로들 눈치를 봤기 때문이지."
"연화는 참담함을 맛봤겠군요. 믿었던 사부와 사문이 자신을
나락으로 밀어 넣으니 말이에요. 어쨌든 아미파는 정말 심한
행동을 했어요."
"그래... 아미파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저질렀다. 그 죄의
보답으로 문파의 절반이 날아가는 재앙을 맞이했으니 세상은
참으로 공평한 법이야."
"아미파의 절반이 날아갔다니요?"
장 소군은 아미파의 절반이 날아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놀
랐다. 비록 세력이 많이 약해졌어도 아직은 구대문파에 들어
가는 아미파를 어떤 세력이 날릴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절반이 넘게 날아갔으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사천성은 아미파에서 벌어진 참화로 난리가 아니란다."
"도대체 어느 방파가 아미산을 공격했나요? 아무래도 같은
사천에 있는 문파인 것 같은데... 혹시 청성파나 사천당문인가
요?"
"아니다. 아미파를 박살낸 것은 어떤 문파나 다수의 인원이
아니다. 단 한 사람 손에 그렇게 됐다."
"한 사람이라고요! 설마... 연화인가요?"
희 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하는 장
소군의 질문을 도저히 말로 대답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자신도 연화가 저지른 참화를 생각하면 두렵고 떨리기는 마
찬가지였던 것이다. 개인이 한 문파의 존망을 뒤흔들리게 만
든 적은 강호의 역사 속에서도 찾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단순히 작은 문파가 아니라 구대문파에 들어가는 대
문파를 박살낸 일은 없었다. 연화에 대한 말을 꺼낸 희 부성
도 듣고 있던 장 소군도 침묵을 유지했다. 충격적인 내용에
두 사람다 할 말을 잊은 것이다. 하지만 침묵은 일 다경을
넘지 않았다. 장 소군은 아미파가 입은 참화가 어느 정도
인지 알고 싶었다. 희 부성이 알고 있는 연화에 대한 다른
정보도 궁금했다. 장 소군은 희 부성에게 남은 이야기를 해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사건은 회심옥이 열리고 연화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아미파
의 계율원주는 연화의 무공을 거두고 쫓아내라는 명령을 내
렸다. 연화는 사부인 정현사태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계율원주는 연화의 부탁을 무시하고 무공을 폐쇄하는
형을 집행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때부터 아미산의 재앙은
시작됐다."
"연화의 손에 형을 집행하는 승려들이 죽음을 당했군요."
"아니다. 처음엔 그들을 제압하고 정현사태를 만나게 해달라
고 다시 한번 호소했다. 그런데 아미파는 연화가 법을 무시했
다며 합공을 가했다. 연화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살상을 벌
이기 시작했다. 12년간 쌓였던 원한이 폭발한 것이지. 무려
일백이 넘는 승려가 죽어 나가자 아미파는 팔대호법(八大護
法)을 동원해 연화를 공격했다."
"아미파의 최정예인 팔대호법이 합공을 했단 말인가요?"
"그렇다. 하지만 그들도 연화의 손에서 쏟아지는 가공할 무공
에 모두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마침내 아미파는 연화를 죽이
기 위해 장로를 비롯해 모든 고수들이 벌떼처럼 덤벼들었다."
장 소군은 아미파의 모든 고수들이 연화에게 덤비는 광경을
머릿속에서 그렸다. 가히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장면이 순차
적으로 장 소군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희 부성은 장 소
군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는 듯 희미한 고소를 짓고
말았다.
"처절한 격전이 벌어 졌겠군요."
"그렇단다. 강호에서 보기 드문 혈전이 벌어졌단다. 동이 뜰
때 시작된 격전은 해가 지고 달이 중천에 오를 때까지 끝나
지 않았다. 연화의 가공할 무위에 눌린 아미파의 인물들이 손
을 놓으면서 격전이 끝났다. 그 때가 다음날 새벽이었으니 꼬
박 하루가 지나서 격전이 끝났다."
"하루 동안 격전을 하다니 연화의 능력은 정말 가공스럽다라
는 표현이 어울리는군요,"
"가공 그 자체를 떠나 공포에 가깝다는 표현이 정확하단다.
그 날 벌어진 격전으로 아미파는 고수들을 대부분 잃었다. 장
로를 비롯해 아미파를 이끄는 인사들은 모두 죽음을 당했다.
특히 금정신니는 잔인한 죽음을 당했다. 산채로 사지를 모두
잘라 버린 후에 죽였단다."
"아미파는 최악의 재앙을 맞은 셈이군요. 그 정도 타격이면
아미파가 다시 부활하려면 백년은 넘게 걸리겠군요."
"그 정도 세월이 흐른다 해도 아미파는 복구할 수가 없게 됐
다. 연화의 손에 당한 것은 무승이나 장로들의 죽음만이 아니
다. 문제는 그들의 죽음으로 상당량의 아미파 무공이 절전됐
다는 것이다. 비급만으로 아미파의 무공을 복구하기 힘들지.
수많은 구결이 연화의 손에 사라진 것이 더 큰 문제다."
장 소군은 희 부성의 의견이 정확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한 문파의 무공은 비급보다 그 무공을 익힌 선배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구결이 더 중요한 법이었다. 무공은 절대로 책
만 가지고 익힐 수는 없었다. 정확한 수련을 하는지, 맞는
투로를 익히는지, 무공 속에 숨어있는 뜻을 이해하는지가 중
요했다. 단순히 책으로 무공을 익힐 수 있다면 강호 천지가
고수들로 가득했을 것이다. 물론 비급이 중요한 것은 사실
이다. 하지만 책으로 전달할 수 없는 것이 무공을 익힐 때에
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부분
이 구결이라 불리며 각 문파의 전승자에게만 전수되는 것이
다.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추운날씨에 건강조심하세요
즐독입니다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합니다.
감사합니다
악삼은 얻로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ㄳ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연화의 억울함이 아미파를 망하게하고~~~~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good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이랍니다
즐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