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 일하고 있는 배모(여ㆍ32) 씨는 벌써 내년 여름이 기다려진다. 종아리에 힘줄과 핏줄이 불거져 나오는 하지정맥류(下肢靜脈瘤) 질환으로 한여름에도 늘 긴 바지를 입던 그녀지만 얼마 전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 질환자 대부분이 외관상 눈에 잘 드러나는 여름철에 치료를 받지만 전문의들은 치료기간을 고려할 때 가을이나 겨울이 치료의 최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다리 혈관에 적신호=하지정맥류는 발끝에서 심장 쪽으로 순환되는 피가 혈관 판막(밸브) 기능 이상으로 다리 쪽으로 역류돼 혈관이 확장되는 병이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돼 다리에 울퉁불퉁한 혈관이 마치 힘줄이 튀어나온 것처럼 보인다. 이 질환은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여성이나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젊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60~70%가 이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 임신 말기 커진 자궁이 복부의 혈관을 눌러 다리의 정맥혈이 위로 올라가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다리에 쥐가 나거나 다리가 퉁퉁 붓고 뻐끈해지며 자주 저리게 되고 증세가 심해지면 발목 부분에 습진이 생기거나 피부가 썩는 합병증으로까지 이어진다. 김동익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하지정맥류 질환을 힘줄이 튀어나온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제2의 심장`으로 불리는 종아리 근육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말한다.
▶치료 방법=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는 혈관경화요법으로, 심한 경우에는 혈관레이저수술로 해결할 수 있다. 혈관경화요법은 주사로 경화제를 투입해 문제가 되는 혈관을 없애는 방법이다. 출혈이나 흉터에 대한 부담이 없으며 2~3주 간격으로 적게는 2회에서 많게는 4회 정도 반복 시술한다. 단 굵은 정맥류에 시행할 경우 효과가 떨어지고 재발 위험이 있다. 이때는 혈관레이저수술이 적합하다. 혈관에 머리카락 굵기의 광섬유를 넣어서 혈관 내벽에 레이저를 직접 쏘는 것으로 흉터가 남지 않으며 재발률도 1% 이하로 낮다.
시술시간은 1시간 내외로 시술 후 별도의 입원 없이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정맥의 손상이 큰 경우에는 혈관레이저수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때는 0.2~0.5㎝ 내외로 절개해 문제의 혈관을 빼내는 미세절제술을 병행한다.
▶가을ㆍ겨울이 치료 적기=치료시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치료기간이나 치료 전후 관리 등을 고려할 때 여름보다 가을이나 겨울이 적기라는 게 전문의들의 견해다.
혈관경화제 주사요법의 경우 2~3주 간격으로 경화제를 주사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2개월 정도 치료기간이 필요하고 굳어진 혈관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면 보통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혈관레이저수술의 경우 피부가 예민하거나 주변 혈관에 혈전(핏덩어리)이 생긴 경우에는 작지만 붉은 자국이 남을 수 있는데 이 자국은 보통은 2~3주, 심한 경우는 1개월 정도 지나야 없어진다.
모든 시술 전후에는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는데 착용기간은 보통 4~8주 정도다. 정원석 미래흉부외과원장은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재질이 일반스타킹보다 두꺼워 여름에 착용하는 데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보온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