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사 마르빠 스승이 미라래빠에게 입문식을 베풀 때 만달라의 신불(神佛)과 삼바라불(佛)이 32명의 수호신들과 다끼니들, 16명의 천녀들을 데리고 상천(上天)에서 나타났다.
미라래빠는 이 시현을 잠시 동안 뚜렷이 목격하였다. 이때 스승과 다끼니 여신들은 그에게 '미소금강(微笑金剛)'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스승 마르빠의 뜻에 따라 미라래빠는 수도 생활에 일생을 바쳤다. 그는 극단적인 고행을 통하여 딴뜨라의 성취와 공덕을 이루고 또한 육신을 통하여 무지개 같은 일심(一心)의 몸을 이루었다. 이리하여 마하무드라의 지고한 깨달음을 성취한 위대한 수도자가 되었다.
한때 미라래빠는 하부(下部) 쿰위의 서쪽 묀 지방 경계지에 있는 번창한 상업지 딩마진의 동쪽 골짜기에 머물고 있었다. 그곳은 검은 구름이 덮여 있는 곳으로, 위로는 검은 라후라별로 통하는 문이 있었으며, 왼쪽으로는 항상 구름에 가린 설산이 뻗어 있는 곳에 약초 골짜기가 펼쳐져 있었다. 청옥(靑玉) 같은 풀밭이 펼쳐진 그곳에는 자스민꽃이 만발하고, 온갖 종류의 약초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 곁으로 '길유(吉乳)'와 '감로(甘露)'의 두 강이 부드럽게 흐르고 있었다. 미라래빠의 은둔처는 '추와르의 덕(德)의 궁궐 은둔처'로 알려진 조용하고 축복받은 장소였다. 그는 언어를 초월한 불생불멸의 절대 본질의 세계에 침잠하여 있었다.
갑오년(甲午年) 가을, 스물네 번째 별자리가 기울던 때, 딩마진 주민들은 희고 검은 부스럼이 생기고, 피를 토하고, 열이 심히 나는 전염병에 걸리게 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과 가축들이 죽어갔다.
그 가을 두 번째 달이 열하루 오후 늦게, 석양이 불덩이처럼 타오를 때, 천녀로 보이는 한 소녀가 미라래빠를 찾아왔다.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화사한 그녀는,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깃술로 장식된 새하얀 비단옷을 입고 화려하게 수놓고 정교한 비단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그녀는 미라래빠의 발 앞에 절한 뒤 그의 둘레를 일곱 번 돌고 나서 다시 아홉 번 엎드려 절하였다. 그리고 아뢰었다.
"오, 스승이시여, 저희 주민들은 무서운 전염병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설산 너머 저편으로 가셔서 저희들을 도와주시지 않겠습니까?"
미라래빠는 응답했다.
"내일 떠나는 게 좋겠다. 오늘밤 그대는 여기에 머물도록 하렴."
소녀는 대답했다.
"만약 짜리(Tsari?) 만뜨라에 힘입어 기적의 광선길[光道]로 간다면 쉽게 갈수 있겠지요. 부디, 제발 그렇게 해서라도 가도록 하세요. 선생님은 오늘 가셔야만 하니까요."
미라래빠는 이에 응답하였다.
"이 늙은이는 지금까지 그런 길을 본 적이 없다. 게다가 그 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간청하니 가도록 하겠다. 그대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해주렴."
소녀는 모피 담요를 꺼내어 공중에 띄우고 미라래빠에게 말하였다.
"이 담요에 올라타면 곧장 거기에 이를 수 있을 거예요."
미라래빠와 소녀가 담요 위에 올라타자 담요는 곧장 하늘로 솟아 올랐다. 번개처럼 빨리 아주레 고지(高地) 설산 여왕의 저편에 있는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산의 왼쪽 경사면에 황금색 덮개를 한 새하얀 비단 천막이 하나 있었다. 밧줄과 말뚝은 진귀한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천막 안에는 아름다운 소녀가 누워 있었다. 그녀는 여러겹의 이불에 싸여 있었다. 긴 머릿단이 바닥까지 닿아 있었고, 눈은 불꽃같이 빛났다. 미라래빠가 들어가자 소녀는 머리를 들려고 애쓰면서 간청하였다.
"저는 매우 아파요. 선생님, 제발 좀 도와주세요!"
미라래빠는 소녀에게 물었다.
"어쩌다 이런 병에 걸리게 되었는가? 병세는 어떠한가? 얼마 동안 아팠는가?"
소녀는 대답했다.
"지난 여름 양치기들 몇 명이 근처에 와서 큰 불을 피웠어요. 그때 저는 연기로 질식할 것 같았지요. 그후로 아프기 시작했어요. 지난 가을 이후 건강이 악화되었는데, 오늘은 고통이 더하네요. 그래서 선생님을 모시고 오도록 부탁했어요. 저희들의 입에서 나간 입김으로 인해 이 지방의 많은 사람들이 갖가지 질병에 걸리게 되었어요."
이 말을 듣고 미라래빠는 생각했다.
'아, 이 때문에 이곳의 많은 주민들이 전염병에 걸리게 되었구나. 그렇다면 머뭇거릴 필요 없이 곧 이 소녀에게 가르침을 베풀어야겠구나. 어서 치유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첫댓글 언어를 초월한 불생불멸의 절대 본질의 세계에 침잠하기를.
나무아미타불 _()_
미라래빠가 어떻게 소녀에게 가르침을 베풀지
다음편이 궁금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