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올리려고 했는데, 사진이 학회실에 있는 바람에 먼저 글부터 쓰겠습니다
사진과 함께 보는게 훨씬 느낌이 올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ㅋ
네! 5월 28일부터 5월 30일 까지 저는 전국 대학생 5월 한마당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그곳에 참여하였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바로 어제였기에 아직도
입에서는 민중가요가 맴돌고 함께 했던 동지들이 눈에 선하네요.. 이렇게 따끈따끈
한 기분으로 지금부터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28일 출발하는 날입니다. 1시에 부산경남의 대학생들이 부산대서 모여서 출발을
하기로 했습니다. 12시쯤 도착해서 뻘쭘하게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으므로) 있다가
출발을 했습니다. 우리 학부가 많이 갔으면 우리학부인들 챙기느라 정신 없었을건데
뭐 가볍게 혼자 갔기에 총학생회 중집에 끼어서 출발했습니다. 중집분들이 잘해주셔
서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출발을 해서 근 7시간을 달려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니 어둑어둑 해졌
더군요. 그 전까지 차안에서는 짧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구요 이후로는 계속 잤
습니다.
서울 경희대에 도착해서는 짐정리할 틈도 없이 바로 전야제에 참여 했습니다. 정말
많은 대학생들이 그 자리에 모여있었습니다. 강원도 전라도 부산경남 대구경북 서울
경기도 충청도 제주도 등등.. 자세하게 얼마나 왔는지는 못들었는데 제법큰 노천무대
를 가득 메웠습니다. 거기에 지역별 학교별로 가져온 깃발들이 물결을 이뤄서 하나의
그림이 이뤄졌습니다. 전야제에서는 여러가지 무대가 진행이 됐습니다. 전국규모 대
단위 행사였으므로 사회자분들도 거의 총학생회장 급의 사람들이 했습니다. 첫 사회
를 본분은 반반한 외모(?)의 그리스도신학대학 총학생회장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에도 비슷비슷한 분들이 사회를 봤구요.
거의 새벽4시까지 행사가 진행이 됐구요. 너무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긴 행사였는데,
이곳에 모일만한 의지가 있는 학생들은 저 빼고는 다들 지겨워 하지 않는것 같았습
니다. 자의에서 몸짓도 정말 열심히하고, 노래도 정말 열심히 불렀습니다. 정말 놀랍
더군요. 또한 행사가 진행될때도 한치 흐트러짐도 없었고, 목소리의 힘도 새벽까지
끝까지 컸습니다.
그렇게 행사가 진행이 됐구요. 교내 정문주변의 건물에 숙소를 정했습니다. 5층에 부
산대가 들어갔구요, 한 강의실이 침실이 됐습니다. 뭐 제가 평상시 수업을 듣던 강의
실이나 차이가 없는 강의실이었는데 그곳에서 잔다는게 이상하게 느껴질것 같았지만,
막상 그곳에서는 그런생각보다는 단지 자고싶은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피곤한
상태로 저와 수많은 전국 대학생들의 28일은 끝이 났습니다.
다음날 도저히 눈을 못뜨겠음에도 불구하고 눈을떠서 정말, 정말로 대충 씻고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29일의 일정은 강연을 듣는것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 본행사와 폐막
제를 가지는 것으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한 일부 학생들은 강연을 하나
만 듣고 평택에서 진행되는 문화제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집결후에 다들
자유롭게 강연을 듣기위해 흩여 졌구요, 저와 함께 생활했던 두분 - 총학생회에 있
는 쎄라라는 분과 근스라는 분 - 과 저는 강연은 듣지 않고 경희대에서 진행되는 박
람회를 구경했습니다. 이른 아침이었기에 아직 준비가 안된곳도 있었구요 그래서 전
시가 되어있는것만 봤는데, 여성주의에 관한 박람회였습니다. 노력이 보일만큼 열
심히 준비를 했었습니다. 자궁을 모델로해서 공간을 만든 박람회도 있었고, 여성들의
매매춘의 집결장이라 할수 있는 화장실을 만든 박람회도 있었습니다. 일상에서도 흔
히 볼수있는 덕지 덕지 붙어있는 성매춘 스티커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위의 붉은
자궁 모형 공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박람회를 구경하고 모여서 도시락 하나를 먹었습니다. 도시락을 먹고 이후 일
정을 진행했습니다. 평택으로 가기전에 열린우리당 그리고 주한미군 대사관에 시위를
하러 갔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열린우리당 근처에 있는 역에 내려서 지상으로 나가려
는데 새까만 전경들이 지상통로를 막고 있었습니다. 남성들이 앞에서서 전경들과 맞
섰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대치하고 있었으나, 특별히 부딛힌건 없었고 서로 그냥 어
쩔수 없이 맞서고 있는 정도 였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시위대에 욕을하고 전경에게
욕을하는 사람들도 있긴했습니다.)또 지나가는 시민들중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 역
시 학생이나 전경들에게 비슷한 욕을 했습니다.
그렇게 입구를 막고 있었기에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고 주한미대사관으로 이동 했
습니다. 주한미 대사관 앞에서는 집회를 가질수 없었기 때문에 약간 떨어진 곳에서
집회를 했습니다. 집회를 마치고 일어서서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 당연히 있어야 된
다는듯 조선일보 빌딩이 있었습니다.
집회를 마치고 평택으로 가기위해 기차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그전에도 그랬고, 이동
할때는 항상 크게 구호를 외치면서 이동했습니다. 주된 구호의 내용은 통일, 국가보
안법, 주한미군, 이라크전쟁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구호는 보통 `주한미군철거하고
민족공조이룩하자` 와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시민 분들중 대부분은 재밌거
나 신기한 눈으로 쳐다 봤고, 몇몇 시민들은 어디서 왔는지를 물어보거나 관심을 가
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관심의 방향은 제각각 이었습니다.
서울역에 도착해서 근처 식당에서 김밥과 라면을 먹었습니다. 또 롯데리아에서 데리
버거도 먹었습니다. 저녁을 해결하고,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평택역으로 이동했습
니다. 기차안에서는 너무 피곤하여 대부분의 학생들이 통로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졸았습니다. 한시간정도 기차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평택역에 도착했습니다. 구호를
외치면서 문화제가 진행되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습
니다.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또 수많은 노조단체들이 와 있었습니다. 물론 평택의 주
민들도 많았습니다. 학생들은 대열의 제일 끝에 앉았습니다. 행사가 무르익지 않은
시점이라서, 저와 같이 있던 사람들은 무대 옆에서 진행되던 박람회를 구경하러 갔
습니다. 박람회는 제가 기대했던것 이상으로 많은것을 보여줬습니다. 환경, 노동,
통일, 인권, 여성 등등.. 다양한 주제 뿐 아니라 사진 그림 조형물 음식 음악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것들을 나타내어서 정말 즐겁게 관람을 했습니다. 또 평상시에
유명세를 눈치채고 있었던 정태춘 박은옥 씨도 볼수 있었습니다.
박람회를 보고, 무대행사를 구경했습니다. 무대행사에서는 국악도 볼수 있었고, 멋
진 춤도 구경할수 있어서 근래에 보기힘든 멋진 무대 였습니다. 마지막에는 윤도현
과 강산에가 온다고 하여 많은 학생들이 기대를 했는데, 기차시간상 보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평택은 나오면서도 아쉬웠던 행사였던것 같습니다.
평택을 나와서 다시 서울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역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경희대에 도착했습니다. 경희대에서는 평택과 마찬
가지로 무대행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이름모를 가수의 흔히듣던 노래를 듣고, 제가
평소 좋아하던 가수와 흡사한 노래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평택에서도 봤던
`우리나라`라는 가수의 무대도 지켜봤습니다. 저를 생각하면 모두들 정말 피곤했을텐
데, 열광하고 나이트클럽에서 미친듯 몸을 흔드는 사람들 못지않게 몸짓을 했습니다.
폐막제도 그렇게 끝이 났고 어제 잠을 잤던 그곳에서 같은 잠을 또 잤습니다.
마지막날에 일어나서 전날과 흡사한 아침을 가지고, 전날과 비슷한, 대신 사람이 많
아진 집회를 가졌습니다. 이번에는 종묘앞에서 집회를 했는데, 그 길이 막혀서 다른
길로 돌아가야 했던 많은 운전자들께는 죄송하게도 집회에서는 거의 잤습니다.
일어나보니 집회가 거의 끝이 났고, 서울도심 한복판에서 역시 구호를 외치며 이동
했습니다. 오는길에 청계천 복원 공사 현장을 본게 인상 깊었습니다. 이동하는 곳은
동국대학교 였는데, 마지막 정리를 하기 위해서 이동했습니다. 동국대학교에서 정리
집회를 가졌고, 대절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짧고도 긴 3일을 보냈던것 같습니다. 다녀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에서 집에 돌아가면 몇일동안 꼼짝없이 피곤으로 지새우겠구나 했는데, 오늘 아침
에 일어나 보니 말끔하고 좋더군요. 어쩌면 저의 일상 생활은 대학생 한마당의 피로
보다 더한 피로의 나날들 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삶
그런것들이 저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일회적인 생활, 소비적인 삶 속에서 어쩌면 대안이라고도 제시되고 있는 운동
권 문화의 끝을 구경하고 왔습니다. 3일동안 그곳에서 보고 느꼈습니다. 그 곳의
사람들은 우리와 어쩌면 많이 달라보입니다. 위에서 말했지만, 정말 재미없어 보이
는 민중가요에 열광하고, 떼거리로 유치한것 같은 몸짓을 합니다. 그리고 닿지도 않
는 소리를 목이 터져라 외칩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5년째 10년째, 그리고 평생할
각오를 가진 사람들이 제가 3일동안 참여했던 5월 한마당에 모인 대학생들이었습니다.
이런 생활을 대학생들이 꾸준히 할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
쩌면 거리감이 느껴질수 있는 운동의 문화들, 하지만 그것들은 유치할 지언정 한심
하진 않습니다. 이 사람들이 이것을 계속해서 할 수 있고 즐길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지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지향점을 향해서 한 발짝씩 다가가
는것이 어머니가 아이를 키우는것 만큼이나 소중하고 즐겁기 때문에, 비록 단순하고
재미없더라도 계속 해서 할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삶을 3일동
안 보고 느끼면서 제 삶도 그런 지향을 가지고 있는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같이 3일동안 지냈었던 학생들처럼 구체적 지향이 아니더라도, 어떤 지향점을 갖는것
이 삶에 있어서 저런 원동력이 되고 어떤 장애를 극복할수 있는 것이 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월 한마당 잘 다녀왔습니다. 재밌었고 많은것을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2004년 전국 대학생 5월 한마당 참가 후기!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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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0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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