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아기에게 자랑스런 이름을! 2.아기에 대한 부모의 소망
3.이름은 첫 번째 선물 4.이름은 소리
5.이름은 느낌 6.이름은 개성
7.성씨와 어울리는 이름 8.우리말 음운법칙에 충실
9.밝은 느낌이 나는 이름 10.이름은 꼭 두글자여야 하나?
11.세 글자 세 마디 이름을 찾아 쓰자 12.어른이 될 때를 생각하라
13.형제 자매의 이름에는 돌림자를 쓰자
1.아기에게 자랑스런 이름을!
제일 좋은 이름 어떻게 지을 것인가?
이름이 어차피 사람에게 붙여지는 하나의 일컬음(말)이라면 누구나 알아 들을 수 있는 말로 지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이름은 내 나라 말, 내 나라 글로 지은 이름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비처럼 고와라'고 해서 "나빌레" 라 하면 쉽고 자연스런 것이 이름인것을 남 모르는 한문으로 지어 놓고 품위있는 척 하면 되겠는가?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며 허세인 것을, 그리고 주체성 없는 사대근성인 것을 알아야 한다.
어차피 지금은 한글의 시대인 만큼 우리말 이름이야말로 이 나라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겨레의 소중한 얼굴인 것이다. 시대는 빠른 속도로 변해 간다. 사대정신에서 주인정신으로 남의 것에서 내 것으로, 한자에서 한글로... ...
따라서 나를 찾고 내 것을 찾음은 주인된 사람만의 자랑인 것이다. 이제 누구나 귀여운 아기에게 자랑스런 우리말 이름을 지어 주어야 한다.
2.아기에 대한 부모의 소망
우리 아기가 이렇게 자랐으면 하는 소망은 어느 부모에게나 있다. 이런 부모의 소망을 담아 아이의 이름을 만들게 된다. 물론 아기가 사랑스러운 만큼 아기에게 거는 기대와 바램이 많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엄마 아빠의 바램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을 고르도록 한다. 바램은 부모의 관점보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아 중요한 것일수록 좋다. 부모의 바램을 담은 이름은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가 아이에게 갖게 되는 무리한 욕심을 부모 스스로 자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된다. 그리고 아이도 이름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하기때문에 곧고 밝게 자라게 된다.
일례로 '해의 빛이 환하게 든'이라는 의미의 '해든'이나 '진실'의 우리말 '참'과 같은 이름은 '이런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부모의 소망이 그대로 전달되는 좋은 이름이다.
3.이름은 첫 번째 선물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어버이가 자식에게 주는 첫번째 정신적 선물이다. 세상을 사는 동안에 할 일이나 바라는 바를 이름에 걸어 두고 기다리는 것이다. 그 뜻대로 커가고 자라도록 길을 이끌어 주려는 어버이의 마음이요 말씀이다. 그 이름 때문에 아기가 크면서 좋아하고 잘되고, 자랑거리가 된다면 이름 선물은 너무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좋은 선물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정말 멋진 선물이 되도록 오래도록 준비해야 한다.
4.이름은 소리
이름은 언제나 듣기 좋고 부드러운 것이 좋다. 그래서 이름은 소리가 제일이다. 그런데 옛날 한문 이름들은 소리보다는 뜻을 먼저 생각했기때문에 소리는 무시되었다. 그래서 뜻만 지나치게 강조된 경우가 많은데 오늘날과 같이 바쁘고,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이름이 불려지는 세상에서는 이름 글자 하나하나에 담긴 뜻을 찾을 수도 없고, 또 찾아본들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깊은 뜻을 담은 글자나 말로 된 이름이라 해도 이름은 그 자체가 소리로 시작해서 소리로 끝나버리는 운명체이기 때문에, 뜻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는 이름의 의미가 크게 덜 할 수 있다. 사실 이름은 씌어지는 때보다 불려지는 때가 몇 십 배 아니 몇 백 배 더 많지 않은가? 그러니 이름은 소리가 좋아야 하는 것이다.
하예진-하슬린-보미나-하니 등등의 소리가 예쁜 이름들도 많다. 소리에는 밝은 소리가 있고, 어두운 소리가 있다. 가벼운 소리와 둔한 소리가 있는가 하면, 순한 소리와 거센 소리가 있다. 명랑하게 들리는 소리와 우울하게 들리는 소리도 있고, 움직이는 느낌의 소리와 조용한 느낌의 소리가 있기도 하고, 작은 느낌의 소리와 큰 느낌의 소리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름을 지을 때 뜻 보다 소리에 더 비중을 두는 수가 많다. 이러한 경향은 한자 이름에서보다 한글이름에서 더 심하다. 소리의 느낌은 닿소리(자음)보다는 홀소리(모음)에 따라 더 크게 좌우된다. 양성 홀소리가 들어간 것은 밝고 가볍고 귀여운 느낌이 드는데 반해서 음성 홀소리가 들어간 것은 그 반대로 어둡고 무겁고 둔한 느낌이 든다.
양성 : ㅏ, ㅗ, ㅘ, ㅐ, ㅙ
음성 : ㅓ, ㅜ, ㅝ, ㅔ
중성 : ㅡ, ㅣ
이러한 음의 특성은 다음과 같은 낱말들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양성 : 올망졸망, 졸졸
음성 : 울멍줄멍, 줄줄
닿소리에도 순한 소리와 거센 소리가 있다.
순한 소리 :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거센 소리 : ㅊ, ㅋ, ㅌ, ㅍ, ㅎ
순한 닿소리는 조용하고 원만한 느낌을 드러내는 반면, 거센 닿소리는 세고 거친 느낌을 준다. 이러한 느낌은 다음과 같은 낱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순함 : 발랑발랑, 동동
게셈 ; 팔랑팔랑, 통통
따라서, 소리 중심의 이름을 지을 때는 각 음의 성질을 잘 파악하여 지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름에는 음성 홀소리보다 양성 홀소리가, 거센 닿소리보다 순한 닿소리가 훨씬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취향에 따라서는 음성 홀소리나 거센 닿소리를 취해 짓는 경우(특히 남자이름)도 있다. 소리 중심의 이름들은 대개 받침이 들어간 글자를 피하기 때문에 이름 자체의 음절 사이에서 자음접변 현상이 별로 없는 것이 특징이긴 한데, 끝음절에서 ㄴ, ㄹ 등의 받침이 들어가는 수는 있다. 아래의 이름들은 소리의 느낌을 잘 살려 지은 이름들이다.
* 보미나 : 보람 + 믿음 + 나음
* 아라나 : 아름다움 + 나음
* 하예진 : 하느님이 주신 예쁜 진(딸)
* 하슬린 : 하느님의 슬기를 받은 린(딸)
* 나나 : 낫고秀 더 나아
* 하니 : ...하니(하므로)
5.이름은 느낌
이름을 들을 때 어떠한 느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한글 이름은 옛날 한문식 이름들처럼 무슨 자에 무슨 자 하고 따져 볼 필요가 없으니 느낌으로 어떠한 감을 잡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름에서 풍기는 내음이 그럴 듯 해야 한다. 적어도 "이말은 우리말 이름이구나", "그럴 듯한 이름이구나, 참 멋지다" 하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낱말을 골라야 한다. 알아 들을 수 있는 느낌을 주는 낱말이거나 쉽게 설명될 수 있는 낱말로 이름을 정했다면, 그 이름은 일단 표현상으로는 성공한 이름이다.
6.이름은 개성
흔히 오늘날을 개성시대라고 한다. 무엇이나 남다른 것이 좋다는 말이다. 옷의 모양도 달라야 좋고, 구두 모양도 남다른 것이 좋다는 세상이다. 어떠한 상품도 특이한 맛이 없이 다른 것들과 같거나 비슷하다면, 그 상품의 값어치는 별로 높지 않게 된다. 이와 같이 몇 번 또는 기껏 몇 십번 쓰고 말 물건에도 개성을 내세우는데, 하물며 이름이야!
사람 이름은 평생에 백만 번도 더 불려진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이름이기에 개성이 있어야 되고 남다른 것이 좋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흔한 이름은 피하고 개성 있고 특이한 이름을 고르는 것이 좋다. 그러한 이름들이 우리의 이름 문화를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7.성씨와 어울리는 이름
공식적으로 불릴 때 이름은 '김영식', '이혁수' 하는 식으로 성과 어울려 불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름을 지을 때는 성(姓)을 고려해서 지어야 한다. '리라', '새내', '자란', '소라' 와 같은 이름은 예쁘기는하나 '고(高)', '김(金)', '모(毛,牟)', '변(卞)' 씨 성을 만나면 '고리라', '김새내', '모자란', '변소라'가 되고 만다. 아무리 뜻이 좋은 이름이라도 성과 어울리지 않으면 놀림감이 되어 버린다. '안(安)'이나 '노(盧)'씨는 이름에 따라서 그 뜻이 반대가 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착한' 이나 '어진' 등의 이름이 뒤에 올 경우 '안(노)착한', '안(노)어진'이 되어 좋지 않은 뜻이 되고 만다. 반면에 '강나루', '금빛나', '안뜰에봄', '탁트인' 과 같은 이름은 성과 이름이 매우 잘 어울리는 예라 할 수 있다. 이름을 지은 후에는 반드시 성과 함께 불러 보아 무리가 없는지 확인해 보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8.우리 말소리(음운)법칙에 충실
중고교 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듯이 우리말에는 자음동화, 구개음화, 연음법칙과 같은 음운법칙이 있다. 이러한 법칙은 우리 입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이름에도 적용이 된다. 예를 들어 '박나래'는 '방나래'로 소리가 나 성이 '박'인지' 방'인지 혼동을 일으킨다. '곽내리'는 '광내리'로 발음되는데 '광'이라는 성이 없으니 듣는 사람은 '강내리'로 오해하기가 쉽다. '목아지-모가지', '박아지-바가지', '도라라-돌아라', '문어진-무너진'은 잘못 연음되어 놀림감 이름이 되기 쉽상이다. 이처럼 이름도 우리말인만큼 음운법칙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름을 지은 후에는 반드시 소리내어 여러번 불러보아야 한다.
9.밝은 느낌이 나는 이름
어두운 표정보다는 밝은 얼굴이 보기가 좋다. 미남 미녀가 아니더라도 환한 웃음과 밝은 인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다. 이름도 이와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어두운 느낌의 음성모음보다는 밝은 양성모음이 부르는 이나 듣는 이 모두에게 즐거움을 준다. 우리말 자체가 소리글자이기때문에 듣기가 좋으면 다른 사람의 기억에도 오래 남을 수 있다. 아, 미, 해, 리, 나, 라, 알, 올, 실, 솜 등이 듣기 좋은 글자에 들어간다. 이들 글자를 활용하면 이름의 음향감각이 살아날 것이다.
10.이름은 꼭 두글자여야 하나?
우리가 쓰고 있는 이름 형식은 중국식이다. 중국식이라고 하는 것은 한문 글자를 쓴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름의 글자수가 두 글자로 중국 사람과 같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두 글자 이름을 쓰면서도 두 마디 소리로 부르지 않고, 이름 끝에 반드시 부름 토씨 '아', '야'를 붙여서 "호돌"을 "호돌이" 또는 "호돌아"로, "호순"을 "호순이" 또는 "호순아"로 불러왔다. 그래서 모든 이름은 '이', '아', '야' 소리들을 붙이지 않으면 어떤 이름도 자연스럽게 부르지를 못한다. 다시 말하면 두 글자 이름을 가지고 세 소리 마디로 불러왔다는 이야기이다. 같은 이름이라도 써 놓은 이름 다르고 부르는 이름이 다른 것이다. 이것은 잘 된 이름이 아니고 잘못된 이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글자 이름이나 두 글자 이름은 잘못된 이름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어떻게해서 이렇게 잘못된 이름을 써 왔을까? 그것은 옛날에 우리의 힘과 슬기가 모자랄 때 많은 사람들이 중국 사람같이 되어 보려고, 또는 중국을 부러워하는 생각으로 이름마저 중국 것을 흉내 낸 탓이다. 우리글이 없던 시절의 버릇이 우리글이 생겨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오래 가게 된 것은 주체 정신과 개혁 정신의 부족 때문이다. 어쨌건 중국식은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 우리는 그 옛날부터 세 소리마디의 이름 형식을 써 왔으니까. "키다리", "넙죽이", "마당쇠" 등등과 같이. 그래서 두 글자 한문 이름을 우리에게 맞는 방법으로 쓰자니 '이' '아' '야'를 붙여 쓸 수 밖에 없었으리라고 짐작된다. 이제 이름의 형식도 변해야 한다. 세 소리마디, 네 소리마디, 다섯 소리마디의 이름까지 자꾸 나와야 한다.
11.세 글자 세 마디 이름을 찾아 쓰자
이제 두 글자 이름 형식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우리말 이름에서는 두 글자 이름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두 글자 이름은 중국식이고, 중국은 내 나라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가져야 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세 글자 이름을 가지는 것은 부담이 없다. 세 글자 이름을 부를 때는 이름 끝에 부름 토씨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 제 이름 소리값만 부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새빛나, 해든솔" 하고 부르면 된다는 것이다. "새빛나야", "해든솔아"라고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부르는 이름을 어떤 사람들은 서양말 같다고도 하고, 어색하다고도 하고 신선하다고도 하는데 이는 모두 맞는 표현이다. 그 중에서도 신선하다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생각으로 보아서 세 글자 이름은 두 글자 이름보다 더 멋지고, 더 개성이 있고, 더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어찌됐거나 전통적인 세 소리마디 이름 형식을 지켜가면서 부름토씨없는 이름을 만들어 쓰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곧 이 나라 이름문화의 앞날을 밝혀 나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12.어른이 될 때를 생각
아기는 언제까지나 아기로만 있지 않는다. 언젠가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지금 어리고 귀엽다고 거기에 맞는 이름만을 생각하면 안된다. 곧 어른이 될 때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이 다음에 커서 사회생활을 할 때 이름이 어린애 같거나 어른스럽지 않다면 되겠는가?
한문 이름보다 우리말 이름이 어리고 귀여운 사람에게 맞는 낱말이 많은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귀염", "아롱", "다롱"과 같은 이름들이다. 그러니 이름을 지을 때는 어른이 될 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13.형제 자매의 이름에는 돌림자를 쓰자.
형제자매의 이름에는 돌림자를 쓰자. 한문 이름에만 돌림자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말 이름에도 "새고을, 새빛나, 새아침", "믿으리, 참으리, 다하리"와 같은 돌림자를 써서 지으면 느낌도 좋고 보기에도 좋다. 얼마나 정연하고 그럴 듯 한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