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능해 他人能解
구례에 있는 운조루에 가면 곳간 채 앞에 쌀뒤주가 있는데, 거기에는 <타인능해 他人能解>라는 글이 씌어져 있다.
다른 사람 누구나 마개를 열 수 있다는 뜻으로 양식이 없는 이는 쌀뒤주 아래편에 직사각형의 마개를 열어 언제든지 쌀을 퍼 갈 수 있는 뒤주라는 뜻으로 써 놓았다고 한다. 이 집의 주인인 유이주공은 쌀을 가져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뒤주의 위치도 집주인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두었다. 한해에 쌀을 200가마를 수확했는데 이 쌀뒤주를 통해 나갔던 쌀이 대략 36가마 정도이었다고 한다.
@ 운조루에 있는 쌀뒤주..
[ 쌀 두 가마니 반이 들어가는 목독에 쌀을 채우고 가난한 이웃사람들이 끼니를 끓일 수 없을 때 마개를 돌려 쌀을 빼어다가 밥을 짓도록 허용한다는 뜻으로 쌀독의 마개에 타인능해라고 써 놓았음 ] 라는 설명문이 있다.
@ [他人能解] 글씨...
# 한 섬지기 농사를 짓는 사람은 근면하게 일하고 절약하여 자기 가솔을 굶기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열 섬지기 짓는 사람은 이웃에 배 곯는 자 있으면 거두어 먹여야 하고, 백 섬지기 짓는 사람은 고을을 염려하고, 그보다 다른 또 어떤 몫이라도 감당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어려운 것이 어른 노릇이다.
밥 짓는 연기가 배고픈 이웃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굴뚝 높이도 1m도 안되게 아주 낮게 만들었다는 남의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 담장보다 훨씬 낮게 만들어진 굴뚝의 모습...
각종 민란과 6·25전쟁 등이 휩쓸고 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운조루가 오늘날까지 그 모습을 고이 간직하고 지금도 그 후손이 잘 살고 있는 것은 집주인의 나눔의 마음과 배려했던 아름다운 이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느 책에 이런 글이 있다. < 내 앞이 쌓인 재물이 다 내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눈물나게 억지로 빼앗은 것도 있지 싶어. 하늘이 무섭고 사람이 가여워 무엇으론가 갚어야 가벼이 될 것 같았다. 이제는 전답이 무겁고 눈물이 무거워... 내가 남보다 좀 치부한 것은 하늘이 내 능력을 믿고, 여러 사람 쓸 것을 나한테 한 번 맡기어 심부름 시키는 것이라고. 그러나 나는 곳간의 쇳대만 책임지고 있을 뿐, 내 한 입에 내 뱃속에 그 곡식 그 재물을 다 둘러 삼키라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사람의 욕심이지 하늘이 그리하라고 그대로 두시지도 않아. 그것을 혼자 다 삼키려고 할라치면, 입이 찢어지고 배가 찢어져 살 수가 없게 되느니. 그래서 옛말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고 했다.>
일부내용참고: 대하예술소설 혼불(5) / 최명희 / 한길사
작은 행복을 함께 나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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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람꽃과 솔나리 원문보기 글쓴이: may
첫댓글 이곳에 들러 좋은 말씀과 글을 읽으면서 한 번 쯤 내 생활을 뒤돌아보게 만들어 흐뭇합니다.
항상 좋은 글을 올려 주시는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십시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혼불을 읽다가 10년이 흐른뒤에 요사이 역사장편을 읽으면서......혼불을 다시 한번 읽어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보니 반갑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