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구절초와 연보라 쑥부쟁이 꽃이 티없이 맑은 가을하늘과 함께 욕심으로 가득찬 우리네 세상을 멀건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항상 이맘때쯤이면 여름내 조급하고 허기진 마음들이 그래도 넉넉해지는데 아직 그렇지 않다. 아마도 얼마전 속상함이 아직 정리되지 못해선가 보다.
그 일인즉 올해 86세이신 장모님이 지난 봄에 K자동차회사 복지관에 있는 치과에서 틀니를 하셨는데 윗니가 아직 자리를 덜 잡았는지 잇몸이 아프시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 치과를 가기 위해 K자동차회사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서 일어난 일이다. 차를 주차선 안에 주차하기 위해 후진기어로 막 변속을 하려하는데 정문에서 경비원이 달려오더니 "이 차는 저희 회사차가 아니니까 이 곳에 주차 할 수 없습니다."라며 친절(?)하게도 "저 건너편 학교에 주차를 하십시오"라는 말을 했다.
"잠깐만 주차를 하고 복지관 치과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절대 안된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사 차가 아니고 경쟁사 차라는 아주 단순하고 저급한, 진작 없어저야 할 쓸때 없는 아집이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이면서 자유경쟁 국가이다. 또한 그 자유경쟁은 선의의 경쟁을 지향하며 실력 즉 자동차회사라고 하면 기술력을 포함한 제품의 우위로 다른 회사와 경쟁을 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정보의 유출을 막기위함이라던가 경영상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이의를 달기에는 아주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거기에다가 H사는 괜찮다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고의 극치다.
경비원이야 윗사람들의 지시에 따를 뿐이겠지라는 생각과 복지관 앞에 내리셔서 기다리고 계실 장모님 생각이 들어 가벼운 실랑이를 끝내고 서둘러 장모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30여분이 지나서야 복지관 앞에 도착했는데 장모님은 고령이신데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서 계셨다. "왜 이렇게 늦었는가"라는 말씀에 "그냥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 상황을 설명하는 것보다 빨리 병원으로 모시고 가는 것이 급했다. 또한 평생을 시골에서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셨던 분에게 어떻게 설명드릴 수 없어서 였다.
지금 부산에서는 아시안 게임이 열리고 있다. 나는 2위를 하는 것에 관심이 있기 보다는 남북한이 하나가되어 응원을 하는 모습에 더 관심이 있으며 이념과 사상의 극한 대립을 손과 손을 잡고 풀어 가려는 모습이 참 좋다.
지금 세상은 변하고 있다.k회사도 변해야 한다. 물론 K회사만의 일은 아니다. 다른 자동차회사도 타사 차의 사내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고 한다. 다른 회사는 그렇다하더라도 K자동차회사는 변해야 한다. 개인 사정이 있어 K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친절하게 해주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K자동차회사는 우리 광주시민과 함께 한지 오래고 앞으로도 함께 해야 되기 때문이다.
가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화려하기 보다는 청초하고 깨끗하며 어쩌면 가장 서민적인 꽃이며 인간의 원초적인 심성에 가장 가까이 있는 구절초와 쑥부쟁이 꽃이 티없이 맑은 하늘과 함께 더불어 사는 우리네 세상을 멀건 눈이 아닌 해맑은 눈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얼마 남지않은 가을의 끝자락에서라도 넉넉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