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편한 것보다 자연이 편한 것을 택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일까요."
전주는 국내 생태하천의 '롤모델'이다. 지난 5월 전국의 환경 단체에서 전주를 견학하고 갈 정도다.
복원 전 '하수구'였던 전주천
공원화·체육시설 욕심 버리자
쉬리·수달이 사는 하천으로
"인간 중심 복원으론 답 없다"
친수공간 요구 민원 빗발쳐도
협의체서 '공존' 철학 고수
그도 그럴 것이 전주를 가르는 두 도심하천 전주천과 삼천에는 수달, 반딧불이 같은 청정지역임을 알려주는 생명체들이 서식한다. 그것만으로도 '생태' 하천을 꿈꾸는 전국 하천의 부러움을 살만하다.
■반딧불이를 살려라 "반딧불이가 살려면 수분 유지가 중요합니다."
지난달 29일 전주 삼천 상류에는 시민단체와 전주삼천감리단의 늦반딧불이 서식지 확대를 위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전주시는 늦반딧불이 서식지 확대를 위해 기존 콘크리트 제방 위에 흙을 쌓았고 관을 이용해 수분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900m 구간에 만들었다.
그리고 제방 위에 늦반딧불이 유충의 먹이가 되는 명주달팽이 서식을 위한 엉겅퀴, 원추리, 쑥부쟁이, 부처꽃 등을 심었다.
전주시는 완산구 평화2동 원당교∼서신동 전주천 합류점 9.8㎞ 구간에 국비 196억 원 등 총 280억 원을 들여 2016년까지 생태하천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복원 계획의 핵심은 반딧불이와 수달. 전주시는 서곡 근린공원 앞 매립쓰레기를 제거하고 갈대숲을 조성한 뒤 수달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또 늦반딧불이 서식지 시범구간이 성공하면 이를 확대한다.
시민행동21 김종만 공동대표는 "수달이나 반딧불이는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복원 방법으로는 절대 하천에서 살 수 없다"며 "보기에는 불편하고 아름답지 않을 수 있지만 강변을 걸으며 반딧불이를 보고 저 멀리 수달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는 것이 진정한 생태하천 아니냐"고 말했다.
■쉬리가 사는 도심하천의 비밀 버스를 타고 달리다 보면 전주천에 다슬기를 잡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여름철에는 아이들이 멱을 감으며 뛰어놀기도 한다.
예민한 수달은 자주 보기 어렵지만 종종 목격되고 쉬리와 갈겨니는 조금만 노력을 들이면 볼 수 있다.
쉬리, 갈겨니는 1급수에 서식하는 어류고, 수달은 생태계가 안정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깃대종이다. 시민들의 생활과 자연이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전주천은 2002년 자연형하천조성사업 이전까지 도시의 하수구였다.
하수구에서 쉬리가 사는 하천으로 변신한데는 기존 1998년 전주천 사업에서 공원화 계획을 없애고 자연형 하천 조성으로 바꾼 것이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
전주생태하천협의회 최현규 사무국장은 "당시에는 운동시설 등을 중심으로 하는 공원화 사업이 주류 사업이었지만 이 방식으로는 전주천의 생태를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한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했고, 전주시가 이를 받아들여 지금의 전주천이 있다"고 말했다.
공원화를 포기한 전주천의 가장 큰 장점은 둔치 생태계다. 계획대로라면 운동시설이 들어서 있어야 할 전주천 둔치에는 2m이상 생태계가 보존되어 있다. 이곳은 갯버들, 억새 등이 자라는 공간으로 수달을 비롯한 각종 동식물의 서식지가 된다.
이를 위해 전주시 둔치에 있던 주차장 6개, 1천여 주차 단면을 줄였다. 당시에 주차장을 없앤다는 소식에 주민들의 반발이 컸다. 전주시민들은 주차장을 잃었지만 대신 전국 유일의 '쉬리가 사는 도심하천'을 갖게 됐다. 이는 시민의 자랑이 됐다.
■수달과 15년간의 공존
'수달, 반딧불이와 함께 살아가기'를 15년간 실천 중인 전주 시민들에게도 애환은 있다. 인간의 욕심을 줄인 만큼 불편함이 생긴 것이다.
물억새가 자란 산책로는 때로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다. 자연적으로 퇴적물이 쌓이다 보니 높이가 높아져 산책하기 무섭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가로등 설치, 산책로 확장, 화장실 설치 등 친수공간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가시박, 돼지풀, 칡 등이 무성하게 자라 미관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자전거 인구가 늘며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세월교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있다.
최 국장은 "수많은 논의는 하천과 시민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며 "시민단체, 전문가, 공무원 등이 포함된 협의체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서로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river@busan.com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