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레이스의 피날레를 장식할 만한 23일 문학구장 한화-SK전의 백미는 한화의 에이스 류현진과 SK 송은범의 선발 맞대결이었다.
여러모로 관심을 끌 요소들도 많았다. 류현진은 국내 최고의 좌완투수로 꼽히고, 송은범은 올시즌 완급조절에 눈뜨며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가고 있는 우완투수다. 게다가 둘모두 인천 동산고 출신. 송은범이 3년 선배지만 데뷔 첫 해부터 18승을 거두며 '괴물' 투수로 각광받은 류현진에 비해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데뷔 첫 해부터 SK전에 강한 면모를 보였고, 송은범도 한화전 성적이 좋았다. 올시즌에도 류현진이 한 차례 SK전에 등판해 1승을 거둬 SK전 5연승을 달렸고, 송은범도 한화를 상대로 2경기에 등판해 2승을 수확해 한화전 3연승중이었다.
◇동산고 선후배 맞대결 1라운드, 그 후. 류현진과 송은범은 지난 해 6월 문학구장에서 한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 류현진은 SK를 상대로 2-0의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뒀다. 4안타만을 내줬고, 삼진은 8개나 잡아 힘에서 SK 타선을 꾹꾹 눌렀다. 송은범도 6.2이닝동안 6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류현진의 구위가 워낙 빼어났다.
그로부터 1년 1개월여. 송은범은 '괄목상대'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성장했다. 시즌 초반 무패행진을 달리며 순식간에 10승 고지에 올랐다. 그러나 팀 타선의 지원이 끊기기 시작한 7월들어 승수를 쌓지 못했고 무패행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묘한 순간에 '만만한' 한화를 만났지만, 선발 맞대결 상대는 껄끄러운 후배 류현진이었다.
◇복수혈전 송은범은 1회초 강동우에게 중전안타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송은범 스스로도 "초반 직구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거나 땅볼이 됐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위는 힘을 잃지 않았다. 최고 148㎞의 직구와 111㎞의 느린 커브, 130㎞대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섞어 힘들이지 않고 한화 타자들을 요리했다. 주자를 내보내면 살짝 떨어지는 변화구로 내야 땅볼을 유도해 병살로 위기를 넘겼다.
반면 류현진은 첫 타자 정근우를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산뜻하게 시작했지만 박재상과 윤상균, 이호준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했다. 윤상균과 이호준의 타구는 빗맞은 타구가 좌익수와 우익수, 유격수의 중간지점으로 떨어진 행운의 안타였다. 겹친 불운 속에 선취점을 내준 뒤로는 예상대로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5회 정근우에게 던진 직구가 한 가운데로 들어가는 바람에 결정적인 2점홈런을 두들겨 맞고 고개를 떨궜다. 결국 2라운드의 승리는 선배 송은범이 가져갔다.
◇맞대결 2라운드의 뒷얘기 올시즌엔 동산고 출신 투수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류현진과 송은범 뿐만 아니라 히어로즈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이현승도 이들의 맞대결에 하루 앞선 22일 시즌 11승째를 거뒀다. 이현승은 송은범의 1년 선배. 희한하게도 막내인 류현진이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냈고, 제일 선배인 이현승이 늦깎이 스타로 떠올랐다. 후반기엔 류현진과 송은범 뿐만 아니라 류현진-이현승, 송은범-이현승의 대결도 흥미진진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