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비롯한 32개주는 1907년부터 6만 5000명을 상대로 우생학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강제로 임신을 못하게 하는 수술이다.
사람들은 지독한 정신질환자, 여기에는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 지적장애도 포함되는데, 이들이 아이를 낳으면 역시 그런 아이를 낳게 된다는 믿음을 상식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단정할 순 없지만 이들 역시 정상적인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데 나는 동의한다. 다리가 없다고, 발이 잘려나갔다고 그런 사람이 아이를 못낳는다는 건 잘못된 믿음이다. 유전자는 그렇게 하찮지 않다. 근무력증에 걸린 스티브 호킹도 아이를 잘 낳아 기르고 있다. 지독한 조현병 환자 친구가 있는데, 그의 아내는 일자무식의 여성으로 이 마을 저 마을 떠돌던 지적장애인인데 둘 사이에 태어난 여아는 아무 이상없이 자라고 있다. 즉 두뇌도 일종의 신체기관으로서 일시적으로 고장이 날 수도 있고, 기능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것이 곧 그들이 가진 정자와 난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 수가 있다는 것이다. 난 정말로 그들이 아이를 낳아서는 안된다면 생체시계가 알아서 폐경을 시키든지 정자기능을 소멸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이처럼 2세가 태어나는 것은 자연 현상에 맡겨도 충분하고, 설사 오류가 나타나 일부 장애아가 나와도 이들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일반인의 후천적인 장애를 막는, 치료하는 기술을 축적할 수 있다.

- 우생학대회를 알리는 포스터
<IQ 70 이하는 애 가질 자격 없다? 강제로.../오마이뉴스>
<열등한 유전자 없애라, 미국의 지우고픈 과거/오마이뉴스>
우생학에 따른 선택 교배는 현재 동물에 실시되고 있고, 겉보기에는 우수 품종을 만들어내는 유용한 도구로 인정받고 있는 듯하다. 특히 역사가 100년 정도 밖에 안된 애견산업 현장에서는 선택 교배와 도태가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사람의 기준에 맞지 않는 강아지는 태어나도 즉시 도태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삽살개도 품종이 안정되고, 대부분의 순종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소, 돼지, 말, 닭 등 거의 모든 동물이 우생학에 따른 잔인한 선택 교배에 희생되고 있다. 식물학 분야에서는 거의 모든 종이 우생학에 의해 선택되거나 폐기된다.)
이런 꿈을 인간에게도 적용해보려는 학자들이 바로 우생학자들이다. 똑똑하고 잘 생긴 사람만 아이를 낳게 하면 언젠가는 전 인류가 똑똑해지고, 다 잘 난 우량종으로 바뀌게 된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나는 이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
개 이야기를 해보자면, 나는 순종 말티즈, 요크셔 테리어, 잉글리쉬 코커스파니엘을 길러보았다. 모두 종견업자들이 생산한 아이들을 애견샵에서 분양받아 길렀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서 나는 대단한 종의 우수성을 보지 못했다. 도리어 암이나 종양에 걸리고, 각종 질병을 앓는 현상을 더 많이 목격했다. 가장 큰돈을 주고 입양한 암컷 순종 말티즈의 경우 그 애가 16세로 세상을 뜰 때까지 수백만원의 치료비를 부담했다.
그런데 내가 열댓 마리에 이르는 애견을 길러본 경험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잡종들이었다. 품종과 품종을 뛰어넘는 이 아이들은 우리 집에서 주인인 나의 부주의로 생산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이 아이들은 두뇌가 총명하고 질병에 강한 편이었다. 어떤 아이는, 말티즈와 잉글리쉬 코커와 잡종견 3중 혼혈아, 나와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총명했다. 주인의 기분을 알아차리는 건 기본이고, 주인의 생각까지 예측해 행동하기도 했다.
나는 유전적인 질환을 우려하여 우생학적 단종을 실시하는 이 미국인들에게 잡종의 우수성을 먼저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미국이 오늘날 노벨상을 독차지하고, I.T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두뇌들을 소유한 배경에는 우생학이 아니라 잡종학이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미국에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수많은 인종들이 뒤섞여 살고, 이들 사이에 수많은 혼혈이 이루어졌다. 오바마든 스티브 잡스든 미국에서 내로라 하는 천재들의 가계를 따라가다 보면 순종 결합보다는 잡종 결합이 월등히 많다.
이런 점에서 나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다문화 가정이 늘어가는 현상에 대해 우호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부부의 유전자는 멀수록 좋다. 도리어 국제결혼을 장려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 제국들이 19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문명을 이끌고, 산업을 선도해온 이면에는 그들이 식민지로부터 받아들인 수많은 유전자에 그 비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대부분의 유럽 제국들은 각자 차지한 식민지로부터 우수한 유전자를 들여왔다. 미국의 흑인노예처럼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단 들어온 유전자는 뒤섞이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오바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 중국, 대만, 동남아시아로부터 무수한 유전자를 받아들인 일본 역시 같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현대에 이르러 새로운 유전자를 받아들이는 데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전같으면 먼 유전자의 유입은 전쟁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비록 전쟁으로 삶은 피폐해져도 적들이 남기고 간 유전자가 남아 우리 민족의 환경 적응력을 개선하고 질병에 더 강해지도록 해준 것이다.
몽골족, 거란족, 여진족, 일본인, 특히 육이오전쟁 때 들어온 유엔군, 월남 파병에 따른 베트남 유전자 등 따지고 보면 쉬임없이 새로운 유전자가 우리 안으로 들어왔다.
현재 외국인 100만 시대가 되어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고, 갈수록 외국인의 귀화가 증가하고 있다. 대단히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유전자 효과는 아마도 30년 이내에 충분히 나타날 것이고, 그때 가서 우수한 두뇌들이 많이 나오리라고 나는 믿는다.
우생학보다 더 좋은 것, 유전자 결합보다 더 중요한 것, 그것은 생각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내 아이가 천재가 됐으면 좋겠다, 내 아이 다리가 길었으면 좋겠다, 이런 믿음이 더 중요하다.
바이오코드의 증거를 확신한다면 지금 당장 실천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