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은 자들의 기록
- 다큐 <로그 북>을 보고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비극은 대한민국에 엄청난 고통과 분노를 던졌다. 모든 국민은 사건 그 자체에 경악했고, 정부의 대처에 격분했으며, 무기력하게 아이들을 보내며 집단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가장 큰 고통과 좌절감을 경험한 사람들은 유가족을 제외하고는 시신을 수습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바쳤던 ‘민간 잠수사’들이었다. 다큐 <로그 북>은 세월호 구조 당시의 기록과 이후 겪게된 그들의 모습을 교차 편집하면서 세월호의 비극과 비극 속에서 같이 힘들어했던 사람들의 고통을 응시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현장은 구조 활동에는 최악의 장소였다. 빠른 조류, 앞이 보이지 않는 바닷속,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한 차가운 4월의 진도부근 바다는 민간 잠수사들을 너무도 힘들게 하였다. ‘인간에 대한 걱정’이라는 마음으로 달려온 잠수사들은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시신을 수습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 다큐는 그런 잠수사들의 모습을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잠수사들은 차가운 바닷 속에서 떨고 있는 아이들을 하루빨리 부모에게 인계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바닷 속 아이들의 주검은 너무나도 큰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껴안고 죽어있는 모습은 잠수사들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너무나도 많은 어린 생명들의 죽음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시신을 수습했음에도 민간 잠수사들은 ‘교체’라는 명목으로 쫓겨나듯이 진도를 떠나야 했다.
<로그북>은 정상적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잠수사들의 일상을 추적한다. 온갖 병에 시달리는 사람, 밤마다 악몽 때문에 수면제 없이 잠들지 못하는 사람, 마음을 조절하지 못해 터져 나오는 조울증 증세, 민간 잠수사들은 가장 큰 재난의 현장 속에서 희생자 가족에게 그나마 위로를 주었던 존재이었음에도 수많은 언론에 의한 오보와 정치가들에 의한 조롱 속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훼손받았던 것이다. <로그북>은 그들의 고통을 담담하면서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여준다. ‘민간잠수사’문제는 세월호와 관련된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재난이 터졌을 때 ‘구조자’의 역할과 그들의 한계 그리고 외부의 기대에 대한 복합적인 문제를 성찰하게 해 준다.
<로그북>은 다행하게도 조금은 ‘위안’의 모습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2017년 광화문을 밝힌 ‘촛불’의 힘으로 정부의 무능과 거짓을 밝혀낼 수 있었고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민간 잠수사들에게 가장 큰 위로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진심어린 감사와 연대였다. 그들이 얼마만큼 노력했으며 진심을 다했는가를 가족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유가족들이 연 자수 전시회에 새겨진 민간 잠수부에 대한 감사글은 고통의 현장에서 서로를 위로했던 동지들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믿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다큐 마지막, 한 잠수사의 ‘항상 아이들이 자기를 돌봐줄 것 같다.’라는 말에서 비록 완벽하게 치유될 수 없지만 고통의 공유를 통해서 성숙해져가는 인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세월호 유족과 그로 인해 아픔을 겪은 사람들의 평화를 기대해 본다.
첫댓글 고통의 기억,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