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인, ㅇㅇ 까페에,
제가 올린 글인데, 모두 재미 있다고 하길래 이곳에 옮겨보았습니다.
여러분들한테도 재미 있는 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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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홑잎 얘기에 답글을 달아주신, 베짱이님, 뱅기타고님 이
또 제 기억의 창고를 두드리는군요,
도저히 그냥 갈수 없어 또 창고의 문을 엽니다,
내가 티비를 처음 본것은 , 한참 꽃다운 나이 <정확하게는 모르겠네요>
였습니다.
어느날 초저녁에 친한 친구가 전화를 했습니다.
장터 누구네 집에 테레비를 샀다는데 구경 가자고,
밤에는 절대 외출을 못하는줄 알면서도 ,말로만 듣던 테레비의
실물이 너무 보고 싶어서 엄마한테 얘기를 했습니다.
대답은 예상했던대로 ."안돼" 였습니다. "왜 안돼, 경자하고 같이 가는건데,"
그시절 부모님들은 다 그랬지만, 우리 엄마는 좀 심하셨습니다.
자기 딸이 미스코리아라도 되는지 ,그래서 누가 보쌈이라도 해갈까봐 그러는지,
해만 넘어가면 절대로 집밖엘 못나가게 하셨습니다,
어쩌다 나랑 가장 친한 친구인 경자네 집엘 가도 9시만 되면 득달같이
전화를 하십니다.
"야, 지금 9시야, 경자보고 집앞까지 바래다 달라고 해."라거나
아니면 동생들을 친구네집으로 보냅니다., 언니를 모셔?오라고,
그런 엄마한테 , 친구가 전화로 간신히 허락을 받아내서,
<그것도 친구가 우리집까지 날 데리러 오고, 또 데려다 준다는 조건을 걸고요,>
그날밤 , 지금은 흔해빠진 티비하고 첫 상면을 했습니다.
물론 흑백티비였지요.
우리가 갔을때는 무슨 쇼프로였는지 , 김부자 라는 여자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화면이 흐려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처음 보는 테레비가 너무 신기해서 , 우리처럼 티비 구경온
이웃 사람들틈에 끼어서, 보다가, 나의 귀가시간인 9시가 되어
아쉬어하면서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내가 결혼하고, 얼마후 친정에 가니까 티비가 있더군요.
우리 아버지는 남들보다 좀 신식?인 분이라 뭐든 일찍 사는편인데
티비는 좀 선두를 뺏겼나봐요.
전화기는 더 일찍부터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후 2년뒤 우리첫딸 돌이 지날무렵,
엄마한테 부었던 곗돈 타서, 티비를 샀어요.
그런데, 내가 볼려고 산게 아니고 돈 벌려고 샀답니다.
한달 봉급 만원도 채 안되는돈으로 네식구가 살려면
얼마나 머리를 굴려야 하는데, 내가 보자고 티비를 살수가 없지요.
가난한 살림좀 면해볼려고 샀던겁니다.
결혼하고 남편 직장이 있는, 전깃불도 없는 시골에서 좀 살다가,
남편이 도시<대전>로 전근이 되어, 이사를 왔는데, 우리가
세든집이 가게랑 방이랑 붙은 집이었습니다.
어느날, 집주인이 절보고 가게를 비워놓지말고 ,
무슨 장사를 해보면 어떻냐고 하더군요.
<그때 주인집은 조그만 구멍가게를 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생각한것이 만화가게였고, 그렇게 하기로 남편과 결정 하였습니다.,
만화가게로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자랄때, 우리 고향에는 조그만 책방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져 문방구 한쪽에 참고서랑, 월간지 몇개를 놓고 팔았던때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경상도 말을 하는, 낯선 젊은 부부가 만화방을 차렸습니다.
정말 인기 있었습니다. 저도 만화책 무지 빌려봤습니다.
순정만화에서 귀신 만화까지,
그러다 어느날부터는 소설책, 시집 도 등장하고, 물론 헌책이지요,
처음엔 빌려주다 나중엔 팔기도 해서 나도 꽤 많이 샀는데
나중에 다 잃어버렸어요, <잃어버린 동기는 뒤에 나와요.>
그때 심훈 의 <상록수> 는 한여름밤, 모기장 안에서 남포불 켜놓고 읽었어요,
그후,내가 얼마나 위험한짓을 했는지, 두고 두고 아찔하게 기억이 돼요.
잠귀도 어두운 주제에 ,책보다 그냥 잠이 들어서 남포불이 넘어져서
모기장에 불이 붙기라도 했다면....
장희빈 보다가 엄마한테 들켜서 야단 무지 맞은 기억도 안잊혀지고,
김소월의 <진달래>는 멋으로 옆에 끼고 사진도 찍고,.
하이네 의 서정시가 나는 좋으네 어쩌네 하면서 , 늘 보는 친구한테 편지도
썼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그 서점이 하는 중요한 역할이 또 있었답니다. 학생들의 연애장소로요,
아뭏든지간에 그렇게 작은 만화대여점이 어느날 큰 서점으로 바뀌었지요.
그걸 기억해서 만화방을 차린겁니다. 나도 그렇게 성공해야지, 하고
그런데 그때 만화방을 할려면 티비가 있어야 된다더군요,
티비가 귀한때라, 티비를 보러 오면서 만화를 빌려본다는겁니다.
그래서, 곗돈 타서 티비 사고 만화방을 차렸는데,
일년만에 문닫았습니다. 가게 진열대 빈 자리 채우느라 꽂아놓은,
내 재산 목록 일호인 책들도 그때 다 잃어버리고요
겨우 돌지난 애기 데리고, 팔순 시할머니 모시고 살면서는
도저히 만화방을 꾸려갈수가 없더군요,
만화방 지키다가 점심때가 되어서, 할머니 점심 차려드리고 오면,
책보던 아이들은 사라지고 , 진열대는 헐렁하고,
가끔은 총각인지 학생인지도 모르는 건달들이 와서는,
어디서 본듯하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만화는 안보고 ,엉뚱한 수작을 안부리나,
어느때는 한밤중에 문닫고 자는데 만화책 빌라러 왔다고 가게문을 두드리질 않나,
결국 얼마 안 남은책 , 가져온값 몇분의 일 받고 도로 팔고 ,가게문 닫고나니
남은건 티비 한대 더군요.
그러다 또 남편이 시골로 전근이 되어 이사를 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세든 작은 단칸방이 그 동네의; 극장 역할을 했지요.
저녁 먹고, 해가 어스름 할때면,동네 아이들이 대문밖에서 빼꼼거리지요,
방송 나올 시간은 나보다 더 잘알고,
그해 여름밤 <여로>를 보면서 많이 울었네요. 영구<장욱제> 때문에,
시어머니 ,<이름도 잊어버렸네요, >무척 미워했고요.
그후 서울로 이사온뒤 <전우>를 봤는데, 그때 <나시찬>이 나오면 ,
우리 남편이 "어이 당신 좋아하는 나시찬 나온다, 꼭 소도둑놈같이 생긴놈"
하면서 놀렸습니다.
내가 나시찬을 좀 좋아했걸랑요.가수 차중락 하고,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엄청 좋아하고, 또 내가 좀 부릅니다. 나중에 들려드리죠,ㅎㅎ
그리고 그후 언젠가, 내가 병원에 입원했다가 집에오니까
그 상자같은 흑백티비 위에,검정 칼라 티비가 놓여 있는겁니다.
착한 남편이 ,엄마 돌아가시고, 우울증<나중에 보니 공황이였는데> 걸린
바보같은 마누라 위해 산거지요. 무슨돈으로 샀는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 한참 세월이 흐른후 내가 또 입원했다가 오니까 ,
지금까지 보고있는 커다란 29인치 티비로 바꿔져 있더군요,
그래서 결혼 35년인 지금까지 세번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건 ,만화방 차리면서 엄마한테 곗돈 타서
샀던 흑백티비입니다.
언제 없앴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누구를 준것같습니다.
베짱이님의< 전우>, 뱅기타고님의 안테나 얘기에 감염돼서
내 케케묵은 옛날 얘기 꺼내봤습니다.
첫댓글ㅎㅎ 정말 케케묵은 옛날 얘기군요.줄리아님의 어디에 그런 용기가 있으셨을까?(만화방 얘기)..정말 그 시절엔 TV있는 집에 모여 드라마나 쇼프로를 보기도 했지요.낙엽따라..저도 좋아해서 앰프기타로 치기도 했는데..아버지 몰래 기타학원에 다녔거든요 ㅋㅋㅋ지금은 도레미파 밖에 모르지만요.나중에 꼭 들려주세요~
전 다리가 아픈 장애인이라 (아빠가 군인장교래서 이사 자주다녀) 외가댁에서 서울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부모가 그립고 형제가 보고파서 만화에다가 스트레스를 다 풀었던것 같아요 물론 TV까지 있었는데 주인이 앉아있는 온돌방은 아예 제 VIP석이였죠 나만 가면 주인은 최고의 고객으로 저를 대하여 주었던 기억이....
첫댓글 ㅎㅎ 정말 케케묵은 옛날 얘기군요.줄리아님의 어디에 그런 용기가 있으셨을까?(만화방 얘기)..정말 그 시절엔 TV있는 집에 모여 드라마나 쇼프로를 보기도 했지요.낙엽따라..저도 좋아해서 앰프기타로 치기도 했는데..아버지 몰래 기타학원에 다녔거든요 ㅋㅋㅋ지금은 도레미파 밖에 모르지만요.나중에 꼭 들려주세요~
우와 전설따라 삼천리 같은 얘기를~~ㅎㅎ 지금은 만화책 있어도 안보는데 그땐 그누무 만화책땜시 많이 싸웟는데 언니들이랑 휘닥보고 담편 본다고라 싸우고 덜밧다고 싸우고....ㅎㅎㅎ
전 다리가 아픈 장애인이라 (아빠가 군인장교래서 이사 자주다녀) 외가댁에서 서울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부모가 그립고 형제가 보고파서 만화에다가 스트레스를 다 풀었던것 같아요 물론 TV까지 있었는데 주인이 앉아있는 온돌방은 아예 제 VIP석이였죠 나만 가면 주인은 최고의 고객으로 저를 대하여 주었던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