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시험인 걸 감안하면
꼬박 이 주일동안은 책과 족보에 파묻혀서 살아야 하는게 틀림없다.
저학년때는 족보들고 능내나 양수리 같은데 갈 여유는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워낙 과목이 많다보니 그런 여유는 사라졌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시험기간에 어디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 것이다.
토요일 밤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집에와서 잠을 청하는데
아무래도 잠이 오지않고 계속 뒤척이기만 했다.
문득 눈을뜨고 시계를 보니 새벽 6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나설 준비를 한다.
바깥은 아직 컴컴하고 자전거를 타고 외대를 지나 외대역 건널목을 빠르게 통과했다.
보통같으면 청량리역으로 가겠으나 오늘은 팔당역이다.
중랑교 근처에 자전거를 매어두고 길을 건너 166-2번 양수리행 버스를 탄다.
이른 아침이라 젊은 승객은 거의 없고 대부분 중년 이상의 승객이다.
오늘 이상하게 날씨가 따뜻하다 했더니 구름이 많이 꼈다.
비가 올 것 같긴 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일단 출발했으니까 가보자.
166-2번 버스는 덕소를 지나 팔당역 바로 앞에 섰다.
원래는 버스승강장이 아니기때문에 기사에게 팔당역에 내려달라고 부탁을 하면 세워준다.
버스에 내려서 바로 10미터 정도만 들어가면 팔당역이다.
오히려 청량리역까지 가서 많이 걷는 것보다 더 운치있는 것 같다.
팔당역은 일제시대 지어진 목조슬레이트 건물로 조그만 대합실이 딸려있다.
청량리-팔당 간 승객을 제외하면 극히 이용객이 적고 역뒤로는 시멘트 사일로가 있어서 화물취급량은 많은 편이다.
오늘 대합실 안에는 국화꽃 화분 여러개와 팔당역 소유의 빨간 자전거 한대가 서있었다.
일단 용문역으로 가서 용문사에 들러야겠다 마음먹고
팔당->양평(1200원, 00450) 승차권을 구입하였다.
7시 21분 1221열차를 기다리는 동안에 대합실에 가만히 앉아서 바깥을 바라본다.
조금씩 비가오는게 보였다.
점점 비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하여 이제는 빗방울이 역사지붕에 부딪혀 후두둑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가만히 보니 빗물이 대합실 문틈을 통해 들어와서 바닥에 있는 조그만 도랑으로 흘러간다.
이 빗물은 대합실 구석에 있는 빗물구멍을 통해서 흘러들어갔다.
열차가 들어오는 신호음이 들리고 곧 역사 바로 옆 선로로 1221열차가 들어온다.
열차를 탈 승객은 나 혼자 뿐이다.
5호차부터 들어오는데 자세히 보니 4호차까지 군인들이 탔다.
마침 내가 타려는 승강대에 승무원이 계시는데 가만히 보니 많이 보던 분이다.
인사를 드리니 알아보시고는
'오늘은 팔당서 타시네, 또 영천까지 가는 거요?'
하고 물으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객실로 들어왔는데
갑자기 온 비에다 원주까지 가는 군인 단체로 인해서 입석승객이 많다.
오늘은 용문까지 가기는 틀린 것 같다.
양평에서 교행하는 열차로 갈아타야겠다.
승강대 문틈으로 비오는 남한강을 바라보다가보니
금방 양평이다.
1226열차가 대기중인걸 얼른 뛰어가서 5호차에 올라섰다.
약간은 허탈한 심정이었는데
신원쯤 가다보니 비가 다시 그친 것 같다.
이대로 청량리까지 가기는 그렇고 양수에 도착하면서 바깥에 비가 안오는 것을 확인후 내렸다.
비 그친 산을 바라보니 안개가 많이 끼어 있다.
양수리에서 가까운 약수터에나 가야겠다.
역에서 한 10분정도 거리에 있는데 용담터널 들어가기 전에 오른쪽에 보이는 게 약수터다.
물을 받는 동안 레일위로 시멘트차량이 길게 매달려서 지나간다.
양수리역에서 상행열차는 저녁에 있으므로 버스를 타야한다.
역과 양수리 중심가는 좀 떨어져 있어서 지나가는 차량에 좀 신세를 졌다.
양수리에서 수종사로 가는 버스가 있으나 몸이 많이 피곤하다. 잠을 못자서 그런 것 같다.
수종사는 한 번 가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바라보는 양수리 전경이 참 보기 좋다.
다만 올라가는 길이 좀 험한게 흠이다.
일단 청량리로 가는 166-2번을 탄다.
졸음이 쏟아져서 양수교를 지나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집에 가서 좀 자고 오후에 공부해야겠다.
괜히 무리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짧은 여행이었다.
카페 게시글
기차여행(수도권)
시험 전날의 짧은 여행-팔당, 양수
황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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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1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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