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련활동은 장소도 가깝고, 주말에 다녀왔다는 점에서 다른 해와는 다른 수련활동이었다.. 장소가 가까우니 멀미를 하는 나로서는 더욱 더 좋았고, 일요일이 껴서 다른 학교와 겹치지 않아 수련활동 장소가 한산해서 좋았다.. 다른 학교와 겹치게 되면 복잡하고 또 타학교 어린이들과 간혹 다툼이 있기도 하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만 있으니 좋은 점이 많았다. 아이들 방도 넓게 사용할 수 있고..
첫날에는 화양동 가는 중간에 미원 미동산 수목원을 들러서 한바퀴 돌았는데 가까운 곳에 이런 좋은 수목원이 있다는 게 참 고마운 일이다.. 수목원도 깔끔하게 잘 꾸며서 있어서 주말을 이용해 가족끼리 놀러가기도 참 좋은 곳이다.. (혹시 아직 가보지 않은 부형님들이 계시면 아이들 데리고 꼭 다녀와 보세요 ^.^)
화양동 수련원에 도착하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겉에서 보기에 좋았나보다.. 크크.. 아마도 방배정을 하고서는 실망이 대단했으리라.. 좋은 곳, 편안한 곳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이 침대도 없이 썰렁한 방에서 잔다는 건 매우 고생스러웠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이틀째 자는 날 아이들에게 가장 그리운 것이 무어냐 물으니, 대부분은 부모님, 집... 이라 대답했지만, 간혹은 <컴퓨터>와 <텔레비전>이 가장 그립단다.. 또 <침대>도... 하하..
나 : 컴퓨터가 제일 그리워? 부모님이 들으시면 섭섭하시겠다..
아이 : 우리 엄마 아빠는 바쁘셔서 나랑 놀아주지도 않는데요 뭐...
아이의 말을 들으니 내 딸 생각도 났다.. 바쁜 부모라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갖기가 힘든데, 요즘 많은 부모님들이 나와 같은 처지인가보다.. 아이들의 말에서 반성할 점이 많다... 또 한 아이의 말..
아이 : 선생님, 우리 꼭 “땅그지” 같아요.. 어떻게 침대도 없이 바닥에서 자는지... 땅그지가 따로 없지 뭐예요..
하하.. 이 말도 어찌나 웃기던지... 하하하 박장대소.. 웃은 다음... 잔소리 한마디 덧붙였다..
나 : 여러분, 이틀도 이런데서 자는 게 힘든데... 어떤 사람들은 매일 매일 이보다 못한데서 자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여러분은 행복한 어린이들입니다... 수련활동 아니면 언제 이런데서 자보겠어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불평마세요~ *.*
잔소리 비슷한 이야기는 했으나, 아이들 가슴에 남았는지는 모르겠다.. 수련이란, 정신이나 학분 기술 따위를 닦아서 단련한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사실 2박 3일 동안 아이들이 수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수련이란 평소에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수련활동이라는 이름을 붙여 교육과정에 넣는 것은 그래도 나름대로의 교육적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생이라는 걸 모르고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2박 3일 동안의 경험은 부모와 가정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깨닫게 해 준다.. 간혹 어떤 부모님들은 그 고생을 안타까이 여겨 수련활동을 보내지 않으시는 분들도 계신데, 멀리 보면 아이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할 수 없지만...
둘째날 저녁에는 캠프화이어를 했는데, 댄스시간도 있었다.. 우리 아이들의 댄스 실력은 정말 수준급이다.. 신나게 흔들고 재미있게 노는 모습이 참 좋았다.. 그 와중에 두명의 우는 아이들이 있었으니.. 민경이와 지수.. 두아이가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다면서 우는데, 평소의 씩씩함은 어디로 갔는지, 역시 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우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함께 슬퍼하고 달래주어야 할 교사인 내가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혼났다... 특히 지수는 “엄마도 보고 싶구요... 흑흑... 우리 집 강아지도 보고 싶구요...” 하면서 눈물 찍 콧물 찍 하는데... 웃음 때문에 지수와 민경이에게 참 미안했다... 오늘 아침 두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어젯밤에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웃음을 띠고 있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저녁이면 혹시 아픈 아이들이나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을까, 남자들과 여자들 방을 수시로 왔다갔다했는데... 요 녀석들이 선생님 왔다고 반가워하지도 않는다.. 3학년이라 컸긴 컸나보다.. 여자아이들은 방에서 발레를 배운다며 다리를 벌리고 무용연습을 하며 저희들끼리 잘 놀고... 남자아이들은 삼천원이나 하는 레이저총을 사서 그 총 갖고 놀고.. 시키지 않아도 얼마나 동작이 빠른지... 도착하자마자 매점에서 총을 산 게 아닌가? <무기 팔지 마세요>라는 동화책 내용이 생각났다..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수련원매점에서 좀 교육적인 걸 팔면 안 되는가? 내심 속상했다..
출발 전날 카메라가 고장나 이번 활동들을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이 정말 가슴아프다.. 흑흑...대신 비디오를 들고 조금 찍었는데, 왠지 사진이 없으니 마음이 허전하다.. 이번 추억은 가슴속에 담아두어야겠다... 가까운 곳이었지만, 청주라는 도시를 떠나 맑은 공기, 맑은 물, 푸른 나무 보며 지내다 오니, 몸은 좀 피곤하지만 보람이 있다..
“아프지 않고, 싸우지 않고, 며칠을 동거동락 한 우리 반 아이들아... 고맙다~! 내일 푹 쉬고 수요일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