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국적으로 500만명 이상이 봤다는 <수상한 그녀>라는 영화를 봤다.
소설을 쓰는 선배가 갑자기 전화를 해서는 뭐하냐? 영화나 보자!고 해서 달려 간 곳이
바로 종로3가에 있는 서울극장이었다.
그러고보니 서울극장에 가본 것은 근 20년만이었다.
오후4시 50분의 극장안은 좌석이 텅빈채 중년남자들 열댓명만 각자가 편안 좌석에 앉아 영화를 봤다.
키득키득키득.....
그리고
거의 마지막쯤 에서
........
나는....
꺼이꺼이~
이렇게 소리내며 울었다.....
영화가 끝난후, 선배와 난 둘이 근처 해장국집으로 걸어가 소주을 나눴다.
그리고 내가 말했다.
성동일이 저 영화 찍으면서 엄청 울었겠다고......
25년전, 난 성동일과 연극작업을 한편 같이 한 적이 있다.
나는 작가로, 그는 내 작품의 배우였다.
성동일은 실제 나이는 1965년생이지만 호적상에는 67년으로 되있다.
영화에서처럼 어릴 때 죽다 살아나서 호적에 늦게올랐고,
영화에서처럼 집이 너무 가난해 초등학교도 어렵게 다녔을 정도였다고 한다.
연극을 하면서도 가난하기만 했던 그는 sbs개국당시 탤런트 시험에 합격하면서 연극판을 떠났다.
그리고 지금은 국민 모두가 얼굴을 아는 배우가 됐다.
그가 영화 마직막 장면쯤에 젋은 시절 모습을 한 어머니(나문희 선생)에게
이렇게 말한다.
혹시 붙드러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를 아시냐고?
죽어가는 아기에게 너무나 가난해 아무 것도 해 줄게 없는 한 여인이
아이에게 생명줄를 꼭 붙드라고 되뇌이었던 그말을 .....
그러니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제 자식은 제가 살릴테니 어머니는 젊어서 못해본 어머니의 인생을 다시 사시라고...
그 말에 젊은 엄마의 모습을 한 주인공은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늙은 아들을 돌아본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다시 태어나도 나는 니 엄마로 살겠다는 뭐 그렇고 그런 대사를 ......
그리고 손자에게 수혈을 한뒤 노인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간다.
바로 그 장면에서 나는 꺼이꺼이 울었다.
부모란, 어머니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소주집을 나와서도 내 기분은 조금 서러웠다.
왜였지?
만화같은 영화를 보고나서 왜 내 기분까지 서러웠지?
과연 나도 자식을 위해 그럴수 있을까?
혹 말로만 아버지 노릇, 가장노릇을 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뭐 그런 반성정도....
그래도 한바탕 울고나니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여자들이 자주 우는 이유도 아마 이래서일까?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은 뻥~하고 뚫리는 기분, 상쾌함까지 든다.
.......
살아가면서 우리는 울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남자들은 정서상, 또는 이런저런 이유로 잘 울지 않는다.
그럴때 한가한 시간의 극장을 적극 추천한다.
영화도 보고.... 답답한 가슴도 뚫어보고.....
첫댓글 수요일 수상한 그녀..보러 가려고 예정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