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 퀴즈 하나.
크리스마스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는 날일까? 2천년전 예수가 탄생한 날일까?
너무 쉽다고?
상당수의 어린이가 ‘산타할아버지’라고 믿고 있다.
지난 1997년 크리스마스를며칠 앞두고 뉴욕 맨하탄의 한 예술학교 건물에는 놀라운
그림 하나가 걸렸다.
십자가에 예수가 아닌 산타클로스가 축 늘어진 채 못받혀 있었던 것이다. 기독교 신자들은 즉각 예수를
모독하는 행위라며 거세게 항의해 그림은 내려졌지만, 실은 화가 로버트 세네델라가 크리스마스가 더 이상 예수 탄생일이 아닌 산타의 기념일로 여겨지고 있음을 풍자한 것이었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는 손꼽으며 기다리는 공휴일 가운데 하나다. 아이는 물론 어른들까지도 들뜨고 설레게 하는 ‘마법’이 숨어 있다. 그 ‘마법’의 근원이 종교적인 신비인지, 혹은 연말과 다가오는 새해의 아쉬움과 기대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 그 가운데 하나는 산타클로스라는 이상한 캐릭터의 힘과 그를 절묘하게 잘 활용하는 마케팅이 숨어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산타는 어떻게 상품으로 변천되어 왔을까.
잘 알려진 바대로, 4세기 경 소아시아지방(현 터키)의 성 니콜라스 주교가 산타의 기원이라는 것이 기독교의 정설이다. 성화에 기록된 니콜라스 주교는 깡 마르고, 반쯤 머리가 벗겨졌으며, 성서를 손에 든 엄격한 인상의 모습이다. 그런 그를 덥수룩한 수염의 풍만한 풍채를 지닌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로 만든 것은 바로 코카콜라였다.
1930년대 겨울 시즌 매출의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코카콜라는 새로운 산타를 탄생시켰는데, 당시 사용된 그림은 아이들이 양말 옆에 산타를 위해 코카콜라를 놓아 둔 모습이었고, 이후에 산타와 아이들이 함께 코카콜라를 마시는 장면이 등장했다. ‘산타 마케팅’으로 코카콜라가 불티나게 팔리게 된 것은 물론이었고, 펩시콜라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울상을 지어야 하는 고비를 마셔야 했다.
그러나 산타가 상품화된 첫 번째 계기는 바로 미국언론에 의해서였음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882년 클레멘트 무어라는 시인이 ‘성 니콜라스의 방문 ’ 이라는 제목의 시를 (센티넬)이라는 신문이 발표하였는데, 그 후 몇 년 동안 미국의 주요 일간지들은 이 시를 소개하였으며,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돼 세계에 알려졌다. 산타를 여덟 마리의 순록이 끄는 작은 썰매를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며,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전하기 위해 굴뚝을 타고 내려오는 것으로 형상화 시킨 이 시는 성 니콜라스라는 교회적인 인물이 요정 혹은 도깨비 산타로 변형된 첫 시도였다.
이어 1860년에 뉴욕 한 신문의 삽화가 이자 만화가인 토마스 내스트가 산타클로스에게 하얀 모피옷과 널따란 가죽 혁띠를 맨 빨간 옷을 입힌 그림을 입혔는데, 이것이 코카콜라 모델의 시초가 됐다.
코카콜라의 산타는 급속하게 상업주의의 마케팅을 타고 서서히 크리스마스를 점령해갔다. 이미지의 옷을 입고 자본의 소객꾼으로, 상품의 캐릭터로 변형된 것이다. 1939년 몽고메리워드 백화점은 광고 카피라이터 로버트 메이가 고안한 루돌프를 넣은 팜플렛을 제작했다.
이전의 8마리 순로에서 빨간코가 달린 사슴이 추가된 것이다. 산타가 안개 속을 자주 다니다 보니 눈이 나빠졌는데, 빨간코 때문에 ‘왕따’ 였던 루돌프가 불을 밝혀 집을 잘 찾아가게 되었다는 내용이 덧붙여진 것이다. 이후 1949년에 진 오트리가 ‘루돌프 사슴코’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지금까지 이 곡이 실린 음반은 8천만장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성인에서 전설로, 그리고 동화적 인물에서 상품의 캐릭터로 변모해 온 산타클로스를 착한 아이에게 선물주는 북극에 사는 요정 할아버지로 기억하게 하는 것은 ‘상상력의 빈곤 ’ 시대에 어린이를 끌어들이기 위한 자본의 화장술이다. 최근에는 백화점 ‘크리스마스 키즈 마케팅’에서부터 온라인 게임, 그리고 애완용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산타를 이용한 마케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광고업자는 이같은 현상을 “존재하지 않는 객체를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상징화해서 즐기고 연출하는 것”으로 설명하면서 캐릭터 효과의 극대화를 이룬 사례라고 평가했다.
2쳔년 전 예수가 마구간에서 탄생한 날이, 백화점에 선물꾸러미를 든 산타의 모습으로 기념되는 것은 성탄절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