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크메르의 세계 2010-12-25
되살아나는 서북청년단의 망령
크리스마스 이브의 한국사회, 이념적 골이 깊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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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이 한장의 사진 속에 한국사회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극우와 극좌, 이명박 정권과 반-이명박 정서, 한국 기독교계의 보이지 않는 손과 한국 불교 등등......
이들 중 일부가 조계사에 난입하여 행패를 부렸다. 만일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남한 사회의 후방에서 이런 자들이 완장을 차고 총을 들고 다니면서, "빨갱이들"을 때려잡거나 사살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경찰을 비롯한 대한민국 공권력이 사적인 장소를 난입하여 난동과 협박을 일삼은 용의자들이자, 준-조직폭력단 구성자들인 이들 현행범 중 어떠한 사람도 24시간 이내에 체포했다는 보도는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소식을 보도한 KBS는 화면 중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의 얼굴만을 뿌옇게 처리했다.
심각한 것은 각종 군사관련 보수단체들을 통해, 계속해서 젊은 인적 자원들이 새롭게 이러한 움직임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국의 언론들은 온통 "나눔"을 주제로 하루를 보냈다.
북한을 코앞에 둔 애기봉 정상에서는 커다란 트리 점등탑이 불을 밝혔고, 그 앞에서 "순복음교회" 소속의 목사는 <평화의 메세지가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해병 2사단"이란 <무력>의 호위 속에서 진행됐다.
그동안 중부전선에서는 대규모 <수비 위주>의 군사훈련이 펼쳐졌다. 무력시위를 하면서 <수비>를 강조하는 것도 어색하거니와, <수비> 위주로 발사한 총탄과 폭탄은 "사람을 죽이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중국은 자국 어선과 관련된 억지주장으로 불쾌한 심기를 표하기도 했고, 급기야는 중국 언론들 사이에서 <한국을 손보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KBS가 진행한 "나눔과 감동"에 관한 연말 방송에는 "천안함" 구조에 나섰다 희생당한 사람들의 가족들이 "나눔의 영웅 가족"이란 컨셉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하필이면 30년만의 최악의 추위 속에서, ---- 현충일도, 한식날도, 천안함 장병들의 1주기도 아닌 시점에서 ---- 살아남은 천안함 장병들이 대전 국립묘지를 찾아 죽어간 전우들의 묘소에 참배했다.
<나눔>의 카메라는 결국 청와대를 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나눔을 실천한 사람들을 초청하여 함께 눈물을 흘리는 신파극을 보여주었다. 이 자리에서 "아프간"에서 봉사하다 사망한 한 젊은 여성 자원봉사자의 어머니가 등장하여, <천국>에 간 딸의 마지막 모습을 읽어나갔다. "아프간"과 "천국"이란 말은 나의 머리 속에서 "샘물교회"란 단어와 묘하게 오버랩되었다.
한편, 사상 최초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워둔 조계사에서는 불교도들이 반정부(=반정권) 성격의 종교집회를 갖고 있었다. 불교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정치권에 아부하던 상당수의 "따라지 중들"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절반은 자업자득에 따른 결과였다. 게다가 이 집회를 반대하던 "자칭" 보수단체 회원들 중 "고엽제전우회" 등 일부 "양아치들"은 조계사로 난입하여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한국사회는 점점 더 <이성적이고 온건한> 목소리들은 사라져만 가고 있다. 한편에서는 SF 수준의 시나리오와 <우리식 민주주의>란 독재를 이념으로 하는, 자생적 극좌파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북한을 지지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종교적 <숭배>의 수준을 보여준다.
한국사회가 어쩌다 여기까지 온 것일까.
부흥회식 여론조작과 자칭 "보수"라 주장하는 극우파의 준동, 이에 한을 품은 숭북주의자들, 공적 자원인 공중파 및 언론을 통한 기독교의 보이지 않는 선교활동과 정부 요직의 차지, 이에 피해의식을 가진 불교도들...... 등등......
한국사회의 이러한 분열 현상이 이제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치유될 수 있는 일들일 것인가. 4대강이든, G20이든, 건설사업이든 그러한 일들은 차라리 소소한 일들이다.
중요한 점은 ---- 우파와 좌파를 불문하고 점점 더 극단적 전체주의자들이 출현하기 시작한다는 점, 그리고 종교간의 보이지 않는 문화적 대립이 깊어진다는 측면에서 --- 한국사회의 극단적이고 비이성적 양극화에 대해, 이명박 정권이 역사 속에서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결코 대통령의 눈물 몇방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격훈련조차 받아본 일이 없는 이명박 대통령은 최전방에서 자신있게 말했다. "국론 통합이야말로 진정한 국가안보"라고 말이다.
이웃에 사는 독거노인 할머니는 어제, 구청에서 쌀 20 kg을 준다고 하여 근처의 교회에 가서 받아왔다고 한다.
이것이 상당한 수의 다문화 인구를 가진 한국사회가, 2010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에서 보여주는 자화상이다. 이러한 현상을 평상심의 이성으로만 바라보고 있기엔 현실은 너무도 가혹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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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제는 날씨가 급강하여 목덜미를 짠하게 만들더만, 오늘은 올겨울들어 처음으로 함박눈이 덮어, 내 눈에 보이는 온세상이 백색의 향연을 하고 있네요.^^* 이명박정부들어 종교간 갈등이 표면화 되고 있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타종교라도 그런데로 잘 지내고 있어는데, 이런식으로 진행되면 보수와 진보의 갈등보다도 극복이 어려운 문제로 비화는 되지 않을런지 참 답답한 현실입니다.
흠.. 12월의 마지막날이 다가오는데 왠지 따뜻한 인도차이나의밤이그리워지는군요 ... 쏠로라 더 한것 같습니다....
크세의 귀염둥이 보아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