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2도의 서울을 떠나서 16시간만에 도착한 베르린. 짐찾으러 나오니 눈 잎에 효성이가 서 있다.
반가운 달려나가 한숨에 안았다. 함께 마중 나오신 베를린한인교회 변장로님과도 인사를 나누고.......
"엄마 짐이 이것밖에 없어요?" 하는 효성이 질문에 "아니 이제 찾아야지"하고 돌아서 짐이 나오는 콘베어벨트로 가려고 돌아서는데
공항직원이 앞을 가로막는다. "당신은 여기 들어갈 수 없습니다."
아니 무슨 소리. 들어갈 수가 없다니. 문도 없고, 그냥 열려 있는 공간에 딸이 서 있기에 반갑게 인사하고 짐 찾으려는데.....
"당신은 이미 세큐리티 존을 벗어나셨으므로 짐 찾는 방은 들어 가실 수 없습니다."
짐찾는 방과 마중나온 사람들이 기다리던 곳에는 문이라고 생긴 것이 없었다. 늘 막힌고 담이 있는 곳에서 살던 때문인가 틔어 있는 공간이기에 아무 생각없이 딸을 안은 것 뿐인데 이미 나는 통제권 밖으로 나온 것이고, 다시 들어갈 수 없단다.
그런데 나만 그런가 보니 다른 두 아주머니(내 또래 할머니)도 나처럼 밖으로 밀리고 있다.
"그럼 짐은 어디 가서 찾지요?"
"윗층에 올라가시면 다른 사람들이 다 칮고 남은 가방들을 모아서 연결해 주는 곳이 있습니다. 거기 가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간단하게 말하는 직원들의 말에 윗층에 올라가서 물으니 대답하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영국에서 온 아주머니 한분은 우리를 열심히 따라 다니고, 또 다른 나라에서 온 아주머니 할 사람은 친구와 함께 사라졌다.
여기저기 물어서 잃어 버린 짐, 남겨진 짐을 찾는 곳이라고 갔는데 문이 잠겨 있다.
그런데 친절한 안내판 " 지금은 작업 중. 곧 돌아오니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속절없이 간다. 우리가 기다리는게 안되었는지 건너편에서 일하는 아저씨가 안내방송으로 기다리는 사람 있으니 빨리 오라고 방송도 했단다. 나는 딸과 또 변 장로님과 이야기에 지루하지 않은데 옆에서 기다리는 영국아줌마는 짜증이 났다.
자신이 영어로 물어도 대답이 별로 시원치 않은가보다. 얼굴에 짜증이 그대로 드러난다.
드디어 그 아줌마가 우리에게 묻는다. "여기서 기다리는 것이 맞아요?"
우리도 어깨를 들썩 해 볼뿐 어쩌랴. 기다려야지.
효성이가 답답한지 다시 안내에 가서 물어보고 오겠다고 하니 영국아줌마도 따라 나선다.
한참 지나서 다시 두사람이 돌아왔다. 여기서 기다리는 것이 맞단다.
하릴없이 사무실 문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친구와 사라졌던 다른 아주머니가 가방을 찾아서 끌고 나타났다.
"아니 어디서 가방을 찾았대요."
"다른 건물에 잃은 가방을 모아놓은 곳이 있어요. 거기가면 찾을 수 있어요."
효성이가 비행기 표와 짐표를 들고 가방찾으러 영국 아줌마와 떠나자, 사무실에도 사람이 왔다.
도착하자 마자 전화하느라 우리 얼굴 볼 새도 없는 사람을 기다려 물어보니
"아 정씨 가방이요. 짐 모아놓은데서 봤어요. 거기가서 찾으세요"
'아이구 이런! 그 소리 들으려고 여태까지 여기서 기다렸나' 짜증이......
한참만에 효성이가 가방을 끌고 나타났다.
닫힌 공간에 통제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훈련 받고 살다보니. 열린 공간에서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결정 못해 일어난 해프닝. 아니 딸이 너무나 반가워 다른 것은 짐이고 뭐고 생각을 못했나?
도착 두시간 만에 가방 찾아 공항을 떠나며 드는 생각.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