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는 내 친구 67
아빠하고 나하고
강무홍 글 / 소복이 그림
124쪽 / 9,000원 / ISBN 978-89-8414-148-3 73810 / 출간일 2012년 6월 15일
아이들의 깊은 속마음을 오롯이 담아내는 작가 강무홍 단편 동화집
작은 일에도 눈앞이 깜깜해지며 끙끙 앓는 어린이,
그런 어린이를 말없이 지켜봐 주며 기다려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어른,
아빠하고 나하고 어우러지는 따뜻하고 소중한 이야기!
아직은 미숙한 어린 나무가 힘든 일을 견뎌 내며 스스로 마음의 힘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진실한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날이 없다. 어느 동네, 어느 집에서나.
건이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낯선 골목에서 심술궂게 생긴 아이들에게 둘러싸인다. 얼떨결에 돈을 갖다 주겠다고 하고는 그 자리를 빠져나오지만, 갑자기 돈이 어디서 난단 말인가? 엄마는 도대체 네가 왜 돈이 필요하냐고 하는 사람인데……. 하루하루 줄 돈은 불어나고, 아, 정말 학교 가기가 싫다.
오늘은 과수원에 농약을 치는 날. 하지만 아버지는 잔뜩 기대에 부푼 정아만 남겨 둔 채 무심하게 손수레를 끌고 가 버린다. 홀로 남은 정아는 심심해서 온몸이 배배 꼬일 정도다. 사과나무에 올라갔다가도 떨어지고, 그때 시무룩한 정아 앞에 밭고랑을 따라 맑은 물이 쿨렁쿨렁 달려온다.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빨간 사과 한 알을 싣고.
얼떨결에 친구를 고자질 한 현우는 밥도 안 들어갈 정도로 마음이 괴롭다. 커다란 바위가 자꾸만 앞으로 굴러오는 꿈까지 꾸고, 나처럼 비겁한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든다. 슬프고 두렵고 힘들어 하는 현우에게 아빠는 ‘자랑스럽다’라고 말해 준다. 자, 랑, 스, 럽, 다! 현우가 괴로움을 꾹 참고 자기 잘못을 생각하고 있어서 그렇댄다.
깜깜한 밤, 따뜻한 방에서 아빠랑 하는 손가락 놀이는 너무 재미있다. 그러다 아빠가 이제 그만하고 자자고 하자, 소연이는 잔뜩 골이 난다. 이렇게 재미있게 놀다가 그만하라는 게 어딨어! 아빠한테 알은척도 않고,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는데, 베개 밑에 작은 알밤 하나가 오뚝 놓여 있다. 겨울 밤, 밤 한 알을 아빠가 선물로 보내 준 거다. 작은 알밤 하나를!
아직 쌀쌀한 봄날, 정아는 아빠와 같이 어린 사과나무를 심는다. 이렇게 작은 나무에서도 사과가 열릴까? 어느덧 어린나무에도 콩알만 한 열매들이 열려 점점 자란다. 무거워서 나뭇가지가 자꾸 처지자 정아는 나무가 힘들까 봐 걱정이다. 하지만 아빠는 ‘뿌리 깊은 나무’로 자라려면 지금은 힘들어도 참고 견뎌 내야만 한다고 한다.
건이, 정아, 현우, 소연이, 학교에서 동네에서 어디서든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길을 막아선 아이에게 돈을 갖다 줄 걱정에, 얼떨결에 고자질한 친구 생각에, 홀로 남겨진 외로움에, 걱정하고 아프고 쓸쓸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작가는 섬세하게 말을 건넨다. 자신이 먼저 지나온 그 늪을 지금의 아이들이 무사히 잘 건너올 수 있도록. 밝은 웃음과 순진무구한 마음과 한없는 사랑스러움을 담아.
<재판>의 아빠는 재판관으로 나서 아이들의 갈등을 현명하게 중재한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만들지 않고 친구까지 만들어 주며 아이들끼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에 짝짝짝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가문 여름날 과수원 밭에 물을 댄다. 그때 여름 볕에 서둘러 익은 빨간 사과 한 알이 아버지의 마음을 싣고 동동 떠내려 온다. 잠시라도 소외감에 젖은 정아에게 <사과가 봉봉봉> 아버지의 사과 편지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자 커다란 위로다.
<자랑스러운 거야>를 읽다 보면 현우 때문에 저절로 가슴이 답답해진다. 하지만 그 답답함은 스스로 친구와 이야기할 마음을 다잡는 아이의 모습에 이르면 스르르 시원하게 풀려 버린다. 마치 가슴을 짓누르던 커다란 돌덩어리가 쑤욱 빠져나가는 것처럼.
추운 겨울밤을 녹이는 따뜻함 <밤 한 알을>. 끝도 없이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달래 주는 작디작은 밤 한 톨에 마음은 부풀어 오르고 입꼬리는 배시시 올라간다.
<어린나무>는 힘든 일도 약이 되고 그 덕분에 마음의 힘이 커진다는 소중한 진리를 담고 있다.
5편의 이야기에서 작가는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입말이 살아 있는 문체로 아이들과의 공감을 자아내며 해맑은 감성에 젖게 한다. 연필과 색연필로 부드럽게 펼쳐지는 그림 또한 순진무구한 감성을 생동감 있게 살려 주면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요즘 아픈 아이들이 많다. 상황에 따라, 아픔의 원인은 다 달라도 어린이들이 아파하며, 의지할 무엇인가를 찾아 애타게 손을 내밀고 있다는 사실은 그대로다. 그럴 때 이 이야기가 우리 어린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주면 좋겠다. 아이들이 스스로 견뎌 내는 힘을 이 동화에서 찾았으면 좋겠다.
책 속의 어른들처럼 어른 역할을 제대로 해줄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그런 어른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 지은이 강무홍
1962년 경주에서 태어났다. 어린이 책 전문 기획실 햇살과나무꾼에서 주간으로 일하며, 추운 겨울날 나무꾼한테 햇살이 위로가 되듯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책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좀더 깨끗이》, 《깡딱지》, 《까만 나라 노란 추장》, 《할아버지와 모자》, 《자유의 노래》 등 다양한 작품을 쓰고,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 《어린이 책의 역사》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비행기와 하느님과 똥》, 《그래도 나는 누나가 좋아》, 《천사들의 행진》 등 여러 작품이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그린이 소복이
서울 마포에서 태어났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만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다. 나무와 물과 바람과 모든 생명과 함께 하는 생태적인 삶을 꿈꾸며 느리고 소박한 삶을 가꾸어 간다. 작품집 《시간이 좀 걸리는 두 번째 비법》, 《우주의 정신과 삶의 의미》를 냈다. 그린 책으로는 《불량 아빠 만세》,《저녁별》, 《책 읽기는 게임이야》 등 여러 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