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상자 속 행복 꺼내기 2
(편지)
자부에 앞
오래도록 소식을 듣지 못하여 궁금하던 차, 너의 편지를 받으니 반가운 마음 이루 말할 수 없구나. 그래 부모님도 여전하옵고, 가내가 두루 별고 없다니 무엇보다도 반가우며 그리고 너도 시내로 이동이 되여서 가까운 학교에 다니며 몸도 건강하다니 이 어미의 마음이 조금 흐뭇하구나.
너의 시부(시아버지)가 대구에 가는 길에 너를 보려고 들렸다가 너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으며 폐를 많이 끼쳤다 하더라. 너의 출근하는 것을 보고 너의 시부의 마음은 한량없이 가슴 아프게 느끼셨단다. 청춘에 젊음을 서로가 헤어져서 직장이 무엇인지 이 어미에 마음도 항시 마음 놓일 날이 없단다. 안동에 있는 너의 형(육촌 형님)에게 너의 소식을 자주 듣곤 하였는데 대구로 떠났다 하니 너의 마음도 한편 섭섭하겠구나.
이곳 너의 부모님도 편안하며, 대소 댁도 무고하단다. 그래 신홍이도 도담 시멘트공장으로 전근이 되어서 네가 있는 곳과 가까이 되었다니 조금 마음이 놓이는구나. 어서 서로가 만나 정답게 사는 것을 보고 싶어야 나의 마음도 놓이고 사돈의 마음도 놓일 것이다. 그래. 멀지 않아 만나서 살아 갈 날이 있겠지. 도담으로 이동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으며, 될 수 있는 대로 힘을 써 보아라.
일기 고르지 못한 날씨에 몸조심하기를 바라며 내내 몸 건강을 부처님께 기도 드리며 이만 필을 놓겠다.
소부 앞 시모 씀
사돈께 앞서
일기 고르지 못한 추운 날씨에 사장어른 그간에 강녕하시며 사돈내외분 기체후 일안만강 하오시며 댁내 두루 무고하오신지요. 이곳 사신도 무사하며 대소 댁들 무사하옵니다.
사신은 미안함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딸자식은 출가외인이라 출가를 시키면 사돈은 잊어버릴 터인데, 여아를 거기에 두어서 폐가 많으며 걱정이 많으실 줄 믿습니다. 그 아이도 도담으로 전근이 되어서 조금 가까이 갔으니 만나기도 쉬우며 자부도 시내로 전근이 되었다지요? 조금 가깝다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도담으로 전근을 시켰으면 좋을 듯 하오며 될 수 있으면 전근을 힘써 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돈네 천금농주로 기르던 딸자식을 출가를 시키면 얼마나 허무하겠습니까? 그러나 삼종대절에 무에 구처 있으리까. 짐작 관념 하옵소서. 자부는 볼수록 높은 교육에 젖은 아이라 사랑스럽기가 말할 수 없으며 이렇게 헤어져서 있으니 보고 싶은 마음 하루도 떠날 날이 없습니다. 서로가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아야 사돈도 마음을 놓을 것이고, 나도 마음을 놓았을 것입니다.
사돈네 곁에 두어서 걱정과 괴로움이 많겠습니다. 아무러니 기리 안락하시길 빌겠습니다.
사돈 내외분 내내 만수무강 하옵소서.
사돈 앞 사제 씀. 1969년 3월 20일
윗글은 벌써 40 여 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나의 ‘작은 상자 속 행복’으로 남아 있던 2통의 편지 글이다. 부부인연을 맺고도 직장관계로 며느리는 친정에서, 아들은 도담에서 떨어져 같이 지내지 못하는 점을 마음 아프게 생각하여 보내주신 시어머님의 편지이다.
같은 날짜로 적힌 편지 앞장은 며느리(자부)인 나에게, 뒷장은 결혼 후에도 출가(신혼살림 나기)를 시키지 못하고 데리고 계신 나의 부모님께 띄우신 것이었다.
문안도 드릴 겸해서 보내드린 며느리의 편지에 감동을 받고, 답장은 보내야겠는데 글을 모르시는 그 분은 이웃마을 처녀에게 부탁해서 시어머님은 말로 사연을 부르고, 처녀는 그 사연을 받아 적어서 잠시 친정살이를 하고 있는 나에게 부치신 편지라, 참으로 귀하게 보관하고서 가끔 꺼내보며 미소를 짓곤 했었다. 옛날 시어머니의 고리타분한 상이 아니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볼 때마다 기분이 좋은 편지였다. 떨어져서 지낸 지 넉 달 만에, 도담에서 같이 살수 있었는데, 우리들의 신혼생활 집 첫 방문자는 당연히 시부모님이셨다.
08. 1. 16. 연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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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작은 상자 속 행복이며 보물입니다.이렇듯 자상하고 내외 예절에 밝으셨던 시어머님...존경스럽군요! 읽을 수록 가슴이 훈훈해옵니다.그리고...우리 친정 어머니 생각이 나네요...'기체후 일향만강하옵시며...'이런 문안 편지 저도 많이 받아썼었거든요.^^
소향님 안녕하세요? 기체후 일향 만강하옵시며.....참 아름답고 정겨운 우리 말이지요?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가는 편지랍니다. 소향님도 귀한 추억을 가지고 계시다니 참 행복한 분이시지요. 고운 댓글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며느님을 귀하게 여기셨었던 시부모님의 마음이 읽어지네요.^^
연향님! 너무도 정겨운 편지를 다시 읽으며 지난 세월을 되돌아 봅니다. 친정 어머니를 일찍 여윈 난 시어머님을 잘 모시려 했는데, 예수 안 믿는다고 어찌나 구박이 심했던지, 시어머님 비위 맞추느라 믿음없이 교회에 억지로 다니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연향님이 얼마나 부러운지요.... 곱게 가보로 모십시요.
골드님! 고부간에 생기는 종교 갈등은 정말 견디기 어려운 일인데 참고 잘 견디셨습니다. 고부간에 의가 맞기도 어려운데 시어머님과 저는 다툴 일이 없었으니 다행한 일이었어요.가보로 모시라는 골드님의 고운 댓글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연향님 시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으셨군요, 다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연향님이 시부모님께 효도를 잘해 드렸겠지만요. 부럽습니다. 고부간의 사랑이.......
혜수님 여기서 또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고부간에 이해심 없으면 항상 남이지요. 하지만 제가 시어머니 되어보니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이해 못할 게 없더라구요. 고운 댓글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연향님, 보물 중에 보물이고 행복 중에 행복입니다. 오래 오래 간직하시고, 후대까지 물려 줄 가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좋은 시부모님을 모실 수 있었던 것도 연향님의 복인 동시에 德을 갗추셨던 연향님의 탓이라 여겨집니다.
선도산님 안녕하세요? 좋은 말씀을 댓글로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며느리와 온화하고 화목한 사이입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면 되더라구요.건강하시고 가내 행복하세요.
고부간은 갈등민 있는거는 아니네요,,,우리집도 종교의 문제로 갈등이 있었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았든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며누리에 그시부모님이시네요,,역시 연향님이나 시부무님 그리고 친정어머님이 사랑이 지극하신 분들이십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고부간에는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보듬어 주면 다툴 일이 없더라구요. 올디님의 고운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부지런하심이 보기 좋습니다.
오래된 편지를보관하고 계신 정성도 대단하시군요... 늘 행복하세요~
솔향님. 닉이 참 곱습니다. 고운 댓글도 더 곱구요. 고맙습니다. 솔향님 건강하세요.
옛날편지 사진보니 누구신지 알겠읍니다.별일없으시지요.편지 사연이 구구 절절입니다.잘 읽었읍니다.
바다물결님. 안녕하세요? 저를 알아 보신 통찰력에 감탄! 잘 읽으시고 댓글을 주시니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귀한 자료를 정이 넘치는 사연을 대합니다. 순수한 마음이 담긴글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건필하세요!
석천님 안녕하세요? 그 시대의 순수성을 잃어버리기 아깝기에 글을 써 본 것 뿐입니다. 고운 댓글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연향님 뷰티플 5060카페 논설수필방에 서광이 비취는듯 합니다. 연향님같이 다정 다감하신 글 솜씨로 좋은글 올려주심에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기 기대합니다.
로잔나님.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이렇게 발걸음하신 로잔나님 덕분에 이 수필방이 더욱 빛나고 있습니다. 고운 댓글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귀한 내간문학 한 편을 보고 갑니다.그때에 그시절의 예법을 살려 이웃을 보듬으시며 오늘까지 곱게 살아오셨던 것이겠지요...
안녕하세요? 석촌님. 여전하신 심지로 댓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시 낯익은 님의 닉을 뵈니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