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집을 과감하게 절단시킨 구도와 원색의 터치
작품 <남향집>은 오지호의 인상파적 시각이 잘 나타난 대표적 그림으로 나무와 돌축대의 그림자 부분이 청색과 보라로 처리된 것에서 그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림 속 초가집은 작가가 광복 전까지 살았던 개성에 있는 집으로, 문을 열고 나오는 소녀는 작가의 둘째 딸이고, 담 밑에서 졸고 있는 흰 개는 그의 애견 ‘삽살이’라고 생전에 증언한 바가 있다. 색채로 표현된 그늘, 맑은 공기와 투명한 빛으로 인한 밝고 명랑한 색조 및 자연미의 재인식은 프랑스 인상주의 미학과 공통되는 것이다. 대상이 되는 초가집을 과감히 좌우로 절단시킨 구도 방식과 원색의 터치를 태양 광선의 변화에 따라 적절히 구사한 색채 역시 전형적인 인상주의 기법이다. 한편, 작품에 보이는 청색과 노랑 등의 향토색 짙은 색채는 훗날 호남지역 화가들이 즐겨 사용한 색감이기도 하다. 인상주의 빛의 효과를 우리 민족의 고유한 감성으로 전이시켜 우리 자연에 맞는 방법으로 일관해 온 작가의 의지가 잘 나타나 있는 셈이다.
오지호의 예술세계는 1930년대를 거쳐 한국적 색채감각과 자연의 미의식으로 그 틀을 잡았고, 그 영향이 후대에까지 이어졌다. 색채에 대한 시각은 초기 서구 인상주의 경향에서 서서히 내적 정신미가 가미된 감각적 단색조의 형상주의로 이행되며, 70년대 말에는 원숙한 정신적 깊이와 한국적 서정이 심미적으로 곁들여지면서 그의 완성된 예술세계로 심화되었다.
특히 추상과 구상미술과의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피카소와 현대회화론], [순수회화론], [현대회화의 근본문제] 등 오지호의 예술이론은 이론과 조형능력을 동시에 지닌 작가가 없었던 우리 화단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독보적인 것이었다. 오지호는 한국 유화의 이론적 틀을 완성했다는 점에 있어서도 근현대회화사의 특별한 화가로 존재한다. 진정으로 우리 화단에 새로운 예술혼을 불어 넣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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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좋은 그림..
내가 반했던 그림
전시장에서 빼먹고 본 그림, 으윽,, 넘 아싶다.
이 그림 볼때마다 저 청보라색의 그림자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볼수록 좋은 그림,,
나도 못본게 아쉽다..
넘 좋았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