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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건축기행
2017년 11월 23일(목)
○ 인천공항
학교 수업을 마치고 급히 공항으로 향했다. 내가 속한 지역 회에서 해외답사를 간다며 1인당 29만 8천원만 부담하면 나머지는 지원을 해 준다며 신청하라는 연락을 받았었다. 무엇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동남아와 앙코르와트를 본다는 것에 관심이 갔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니 일행이 속속 모이고 있었다. 그런데 여행사 사장이 여권을 달라고 하는 순간 여권을 빠뜨리고 간 것을 알고 낭패스러웠다. 여행사 사장이 8시 35분 출발 때까지 아직 두 시간 여유가 있으니 빨리 가서 가져오라고 했다. 그런데 급히 직통 열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할 무렵 다시 연락이 와서 곧 항공사 직원이 철수하기 때문에 시내일 아침에 8시 30분 비행기로 혼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행을 좀 더 철저히 준비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통상적으로 그런 것처럼 출발하는 날 여행사에서 메시지라도 보내 주었더라면 이런 낭패를 당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2017년 11월 24일(금)
○ 인천공항 - 방콕 수완나폼 국제공항
아침 일찍 서둘러 나섰다. 아직 깜깜한 시각이었다. 07시 5분 인천공항 여행사 사무실 앞으로 나갔다. 도착지 기후를 생각해 최대한 가벼운 차림으로 나가서 더 추위를 참아야 했다. 여행지에 도착해서는 여름옷을 입어야 할 상황이라고 하는데, 미리 일행이 가져간 짐에 옷가지가 들어 있어서 어쩔 수 없게 되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승강장으로 들어섰다. 탑승구로 가면서 현지에 도착해 일행을 만나 제대로 앙코르 와트를 볼 수 있을지 마음에 걸렸다. 여행사 사장은 염려 말고 그냥 가라고 해서 잘 예기가 되어 있겠지 하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현지 숙소가 앙코르와트와 가까워서 혼자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탑승을 하고 비행기 안에서 출발을 기다렸지만 승강장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잠시 후 취소 승객이 생겨 보안 검색을 다시 하게 되어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 마음이 급한데 1시간 넘게 출발이 늦어지고 있었다. 9시 48분 “항공기 출입문 닫겠습니다.” 하는 방송이 있은 후 이륙장으로 이동해 11시 15분 이륙했다.
이륙 후 앞좌석 등받이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에 이동 경로가 나타났다. 제주, 대만, 남중국해를 거쳐 베트남과 캄보디아 내륙을 지나 태국까지 4200km나 되는 매우 긴 거리를 이동하고 있었다. 동남아시아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에 그 곳에 대해 느낌을 가져본 일이 없이 그냥 지역적으로 동남아에 위치하는 나라들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목적지를 정하고 가면서 지도를 보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아주 오래전 싱가포르에 잠시 기착해 환승하며 주변 풍경을 본 적은 있지만 번화한 대도시여서 지역적 특색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그나마 베트남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님은 먼 곳에’에서 본 장면이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혼자 비행기를 타고 가서 가이드를 만나 일행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만나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2시 50분 태국의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외벽이 코엑스처럼 SPG공법의 투명한 유리벽으로 되어 있어 밖이 훤히 바라보였지만 공항 안에서는 냉방 가동이 되어 아직 현지 기후를 느낄 수 없었다. 내린 곳에서 입국장까지 거리가 멀어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함께 타고 온 사람들과 따로 떨어지면 제대로 찾아가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로비로 나왔다. 그 입구에 내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마중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그런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앞에서 이름이 적힌 여러 장의 종이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혹시 내 이름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내 이름을 발견하고 맞다 하면서 아래층의 다른 직원 있는 쪽으로 가서 만나라고 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키가 크고 탤런트같이 생긴 젊은이가 데리고 공항 밖으로 나가 도로가에서 태워줄 차를 기다리라고 했다. 듣던 대로 한여름 날씨여서 사람들이 반팔차림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봉고차가 다가와 혼자 타고 3시 40분 캄보디아로 출발했다.
○ 태국 - 캄보디아 이동
수완나폼 국제공항에서 일행이 있는 캄보디아 아난 호텔까지는 국경을 넘어 긴 거리를 가야 했다. 혼자 가는 발길의 마음 부담이 놓이지 않았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주변에 바나나 등의 열대 식물과 하천, 그리고 무성히 자라난 초목의 짙푸른 여름 풍경이 보였다. 그리고 평평한 지형에 추수 한 논에서는 다시 벼 포기가 무성이 자라나고 있었다. 이모작을 한다고 들었던 말이 실감났다.
길가 중간 중간에 설치된 정류장이 태국 전통양식으로 되어 있었다. 드문드문 좀 완결된 양식을 갖춘 사원 정문도 보였다. 중국과 우리나라처럼 목조 건축이지만 장식이 세세하고 노란색과 붉은색 등의 채색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전체적으로 인도풍의 느낌이 느껴졌다.
낯설고 긴 거리를 예측도 할 수 없이 이동하고 있었다. 여행사에서 차량을 보내준 것이어서 막연히 기사를 믿고 갈 수 밖에 없었다. 5시 50분을 넘겨 주변이 깜깜해지자 더 막막한 느낌이 들었다. 6시 15분 기사가 휴게소 화장실에 들러 가자고 했다. 한 쪽에서는 간이음식점처럼 음식을 팔고 있었다. 신중히 음식을 고르는 교복차림의 여학생이 보였다.
다시 출발해 깜깜한 밤길을 달렸다. 국경이 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기사가 길을 잘 모르는지 전화 통화를 하며 시내를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잠시 후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정차를 하고 길을 묻다가 잠시 후 국경 앞 음식점 앞에 도착해 내려주었다. 거기서 기사와 작별인사를 하고 마중 나온 여행사 직원을 따라 식당으로 들어섰다. 그 직원은 현지여행사 간부라고 했다. 그가 식사할 동안 입국 과정을 설명하고 국경을 넘겨줄 사람을 소개하며 함께 가라고 했다.
국경 사무소는 2층 현대식 건물에 지붕은 전통 양식으로 되어 있는데 내부는 허름한 편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 입국 수속을 하고 밖으로 나가 기다리던 직원을 따라 캄보디아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찾아갔다. 배낭여행을 하는 일행으로 보이는 미국 아가씨들도 비자를 받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거기서 입국 절차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타고 숙소인 아난호텔로 향했다.
거기서 숙소까지는 1시간 정도 더 가야한다고 했다. 시내를 지나고 나니 지나는 차량이 별로 눈에 띠지 않았다. 무작정 데려다 줄때까지 가야 했다. 위치도 모르고 가로등도 없는 밤이라 주변 풍경은 보이지 않고 간간히 전등 불빛만 보였다. 가다 운전사에게 물어보니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했다.
오후 11시 시암레이프의 아란 호텔에 도착했다. 앙코르와트가 위치한 시엠레아프는 고대 도읍지로 캄보디아 3대 도시 중 하나이다. 로비에서 기다리던 가이드와 함께 내가 묵을 방으로 올라가니 모여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이 환호를 하며 맞아주었다. 권하는 술을 받아 단숨에 마시며 갈증을 푼 다음 여기까지 온 과정을 이야기 해 주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잠시 후 편히 쉬라며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막막하던 심정에서 벗어나고 보니 진짜 여행을 한 것처럼 느껴졌다.
2017년 11월 25일(토)
○ 앙코르와트
아침 5시에 일어나 로비로 나가니 잠 시 후 예약한 툭툭이 택시(3륜차)가 도착해 그것을 타고 앙코르 와트로 갔다. 숙소로부터 10km 정도 떨어져 있다고 했다. 아직 깜깜한 밤이라 주변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무더운 지역이라고 하지만 오토바이처럼 외기에 노출된 채 달려서 바람에 닿는 새벽공기가 차가웠다. 점차 주변이 밝아지고 갈수록 숲이 무성해 보였다.
매표소가 있는 건물에 먼저 들러 표를 사고 들어선 길을 되돌아 나오니 이른 시각인데도 출근과 등교하는 사람들이 오가며 거리가 활기를 띠고 있었다. 중간에 검표를 받고 다시 한참을 지나다 보니 길가에 해자 같은 호수가 보였다. 직감적으로 그 곳이 앙코르와트일 것 같았다.
6시 45분 앙코르와트에 도착했다. 호수가 둑길에 올라서니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앞 주차장에는 벌써 내가 타고 온 것 같은 3륜차들이 많이 정차해 있었다. 호수 언저리서 안쪽을 바라보며 수채화를 그린 후 주변을 오가며 호수 건너에 장중하게 서 있는 건물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앙코르와트는 ‘도시의 사원’이라는 뜻으로, 12~13세기에 앙코르왕국을 강력히 통치한 수리아바르만 2세의 후계자, 자야바르만 7세에 의해 지어진 동서 1500미터, 남북 1300미터의 웅장한 사원으로, 약 2만 50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37년 동안 건설되었다.
처음 본 앙코르와트는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마주 대했던 건축과 다른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사진에서 본 모습으로는 켜켜이 쌓은 탑의 인상만이 크게 다가왔는데 전체가 굉장히 너른 성채의 인상으로 다가왔고, 건물 중심부에 군데군데 탑처럼 솟아 있는 건물들에서는 이 세상과 무관할 듯한 상징성이 느껴졌다. 그리고 앞에 놓인 너른 호수의 잔잔함이 종교적 이상향 같은 평온함을 자아냈다.
다리로 호수를 가로질러 정문으로 들어가는 출입로는 보수중이어서 부교처럼 임시로 놓은 다리를 건너 건물 안쪽으로 들어서니 모두 돌을 깎아 세운 건물들이 넓고 장대하게 펼쳐 보였다. 그 뿐 아니라 기단과 벽, 처마, 기둥 모서리 등이 모두 섬세한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어 놀라움을 자아냈다.
보수중이라 지나오지 못한 정문과 연결된 중앙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면서 안쪽을 보니 다른 마당에 심어진 야자수 등의 나무들이 엄정한 기학학적 도형의 건물들과 대조를 이루며 그 곳의 분위기를 평온한 안식처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리고 중심부에 탑처럼 장엄되어 우뚝 세워진 건물들이 전체 분위기에 작용되어 성소로서의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중앙로로 들어서다 보니 좌측에 독립적으로 서 있는 건물이 마치 별도의 신전처럼 보였다. 지붕까지 모두 석재로 이루어져 있고, 표면은 오랜 세월의 풍우에 의해 거무스름하게 변해 있었다. 창으로 내외부가 분리지 않고 뚫려 모두 외기가 통해 있었다.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니 바닥과, 기둥, 벽 천정 등 내부에서도 보이는 면이 모두 석재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입구 쪽에서 본 건물과 마찬가지로 기단, 벽, 처마, 기둥, 개구부 등이 섬세한 조각으로 꾸며져 있었다.
정면에 보이던 건물을 들어서니 영역이 좁혀진 상태로 다시 건물과 중정이 평면상에 엄정한 기하학적 질서를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다시 중심부 건물 쪽으로 올라서니 역시 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건물 외곽부터 중심부까지 그러한 기하학적 도상이 반복적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그 마당 좌측으로 돌아가다 보니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알고 보니 중심부 탑으로 올라가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었다. 바깥에서 처음 들어설 때는 그곳까지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던 터라 신나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기다리는 도중 즐거운 표정으로 일행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높다란 계단을 올라 탑처럼 솟아 있는 곳에 들어섰다. 그 계단은 원래 없던 것으로 잘 썩지 않는 단단한 현지 수종의 나무를 두껍게 잘라 만들어서 관광객을 위해 설치한 것인데, 원래 그 곳에 들어서려면 절벽을 기어오르듯 해서 올라갔다고 한다. 계단을 올라 난간 부분에서 돌아보니 주변이 훤히 바라보였다. 바로 뒤에서 올라온 일 본분은 현기증이 난다며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그 내부로 들어서니 외측에 회랑이 둘러쳐 있고 안쪽에 다시 마당에 보였다. 그리고 마당 중심부에 중심의 탑이 우뚝 솟아 보였다. 그 것을 대하며 이곳의 전체 구조가 다 파악되었다. 전체가 엄격한 기하학적 도상으로 중첩되어 깊이 감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직적으로는 중심부로 향할수록 더 높게 솟게 해서 위계를 표출하였다. 그리고 가장 높은 탑은 대웅전에 해당되어 사방과 중심에 불상이 모셔져 있다. 거기서 이것을 조성하게 된 특별한 의식을 상상해 보게 되었다. 그것은 만다라의 세계를 도상적으로 펼쳐 놓으려 했을 것 같았다. 그야말로 종교의 숭배 심에 의한 이상향 건설의 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같았다.
이곳은 지붕까지 모두, 모든 부분을 석재를 가공해 만든 것이 특징이었다. 돌을 깎아 만든 지붕의 구조 양식도 특이했다. 외부에서는 둥글게 보이는데 안에서는 삼각형 형태의 경사처리가 되어 있었다. 돔 정상부 톱 라이트로 되어 빛이 유입되도록 했는데, 탑 구조물은 건물의 길이가 좁혀지고 중첩되어 형성된 것이었다. 기둥과 보 등은 서양의 고전건축 양식 같은 구조를 바탕으로 이 지역 특유의 문양의 장식이 가미되어 있었다. 회랑의 안쪽 스판(퇴랑에 해당)에는 보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힌두교에 등장하는 요염한 포즈를 취한 인체상도 곳곳에 조각되어 있고 당초문양 같은 넝쿨 문양도 보였다. 그런데 마당에서 회랑으로 통하는 포치 부분 기둥의 좌우 형태가 장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나란히 원형이나 사각형으로 된 곳도 있고 좌우가 원형과 사각형으로 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
이번에 바쁜 가운데서도 특히 이곳의 담사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데는 내년부터 관람이 제한된다는 소식 때문이기도 했다. 건물 전체에 대한 안전 점검과 보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돌아보는 동안 기둥 밑뿌리가 풍화되어 깊게 패여 있었다. 너무 무거운 하중에 구조적인 좌굴이 생겼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여기에 쓰인 돌들은 모두 석회암인데 그것은 풍우의 침식에 약한 편이다. 큰 하중을 오랜 세월 견디다 구조적으로 부담이 된 느낌이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그대로 두다가는 언젠가 스스로 붕괴될 염려도 있을 것 같았다.
올라섰던 계단을 내려와 들어선 반대 측으로 나가는 쪽 건물의 긴 회랑에 길게 부조 벽이 조성되어 있었다. 힌두교 비슈누 신의 이야기와 이곳을 조성한 왕의 모습 등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세계 불가사의로도 일컬어진 이곳이 결국 막강한 권력의 힘에 의해 이루어졌을 것 같았다.
그 곳을 지나 외측 출입문 밖으로 나가 돌아서 바라보니 다시 전체적인 모습이 펼쳐보였다.
주변에 있던 한국인 팀을 만나 기념사진을 부탁했다. 가이드가 일행에게 설명을 하며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여기 사람들은 사촌이 땅을 사면 축하해준다. 그 것을 보시로 생각해서 내세의 복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그리고 앙코르와트도 신에 대한 보시 의식으로 조성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거기서, 앙코르와트와 함께 이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앙코르 톰을 보러가려 하면서 시간이 부족해 어찌해야 할지를 생각하던 차에 바로 옆에 오토바이를 갖고 있는 현지 아주머니에게 요금을 물어보고 태워달라고 하여 앙코르톰으로 향했다. 아주머니가 길을 가다 근처 상가에 멈춰서 아들과 가족에게 인사를 나누고 다시 출발했다.
○ 앙코르 통
12시 37분 앙코르 톰 입구로 당도했다. 그 입구 양편에 큰 불상이 길게 도열하듯 놓여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큰 공원 숲이 나타났다. 그리고 길을 지나는 동안 커다란 몸집을 한 코끼리 등을 타고 지나는 모습이 보였다. ‘큰 왕성’이란 의미의 앙코르톰은 높이 8미터, 한 변이 3킬로미터인 정방형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잠시 후 앙코르 톰에 도착했다. 시간이 촉박해 빨리 다녀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빠른 걸음으로 중심부로 들어섰다. 건물이 부분적으로 붕괴된 채로 풍상에 노출되어 있었다. 중앙 계단을 통해 거대한 기단부분 위로 올라서니 거대한 여러 개의 불상이 있고 중심부에는 우뚝 솟은 바이욘사원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부 공간에는 불상이 놓여 있고 천장에는 앙코르와트처럼 천창이 있었다. 전체적인 배치의 기하학적 구성이나 건축 기법도 비슷해 보였다. 그 곳을 나오며 다시 아줌마에게 따프룸 사원을 들러 일행이 있는 식당으로 가는데 추가로 30불 더 주기로 하고 따프룸 사원으로 향했다.
○ 따프룸 사원
1시 10분 따프룸 사원 앞에 도착해 10분 만에 갖다오겠다고 하며 급히 안으로 들어섰다. 일행이 있는 식당으로 가야 할 시간이 촉박했다. 이 사원은 자야바르만 7세가 앙코르톰을 건설하기 전에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기리기 위해 세운 불교사원이다. 관리인에게 앙코르와트 입장권을 보여주니 들어가라고 했다.
잠시 후 사원 안으로 들어서니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이 보였다. 뿌리가 건축물을 감싸며 엉긴 모습이 사진 그대로였다. 매우 특이한 양상으로 열대 우림지역의 왕성한 식생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았다. 나무를 잘라 냈어도 새끼 친 줄기가 계속 자라나 현재 상태가 된 것인데, 관광용으로 그냥 둔 상황이라고 했다.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영화 ‘툼 레이더’의 배경으로 나왔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사진은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건축구조 양식은 앙코르 와트나 앙코르 톰과 같았다. 12~13세기경 이루어진 캄보디아의 석조 사원 양식의 독특한 문화가 특별한 인상을 띠며 생생히 남아 있었다.
급히 돌아 나오다 보니 아주머니가 안쪽을 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나오면서 가이드와 연락을 하면서 식당을 찾아갔다. 호텔가는 길 중간에서 가이드와 함께 일하는 현지인이 기다리다 맞아해 주었다. 아주머니에게 수고비를 주고 감사인사를 하고 헤어진 후 현지인 가이드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들어가
○ 캄보디아- 태국(파타야)이동
잠시 후 식당에 도착하니 가이드가 마중을 했다. 그와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일행이 반갑게 맞이하며 박수를 치며 공기에 밥을 담아 주었다. 아침도 굶은 상태여서 오래 걸으며 답사를 하여 갈증이 난 상황이라 차가운 맥주 한 병을 금새 다 마신 후 식사를 하고 나왔다.
2시 30분 식당을 출발해 다음날 일정을 위해 태국의 파타야로 향했다. 밤에 통과했던 국경 수속을 거친 후 한참을 이동하여 7시 50분 경 파타야 시내의 식당에서 저녁을 숙소로 향했다. 일행은 오전에 들른 톤레삽호수 및 수상촌 사진을 보여주었다.
3시 30분 캄보디아 국경에서 수속을 밟고 태국으로 들어섰다. 어제 만났던 사람이 나만 여권에 비자 도장을 받아다 주었다. 일행은 여권을 그 곳에 맡겨둔 것 같았다. 거기서 파타야 까지 5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도중에 두 번째 정차한 휴게소에서 망고를 사서 나눠 먹으며 무료함을 달랬다. 파타야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숙소로 이동해 숙소로 가 여장을 풀었다.
2017년 11월 26일(일)
○ 산호섬
아침을 먹고 산호섬을 가기 위해 파타야 항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다. 파타야는 태국의 유명한 휴양도시라고 했다. 적도 부근에 위치해 사철 해수욕을 즐길 수 있어서 여기저기서 찾아오는 것 같았다. 해안에 내려 모터보트를 타고 산호섬으로 출발했다. 산호섬이라는 이름 자체에서 환성적인 풍경이 연상되었다. 실제 다녀온 사람들의 사진에서 보니 맑은 옥색 물빛이 특별해 보였다. 세계 각지로 역사적인 건축물을 피부로 느끼기 위해 종종 돌아본 편이지만 휴양 관광지니 하는 곳을 찾을 목적으로 여행한 적이 없어서 사람들이 다녀 본 유명 관광지에 대해서도 함께 예기 나눌 곳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도 앙코르와트가 아니면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다 풍랑이 높게 인데다 배가 빠르게 움직이며 세찬 물살이 일었다. 손님 중에는 무섭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10시 산호섬에 도착했다. 수온이 높아 사람들이 거침없이 바다로 들어갔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수채화를 그렸다. 다 그린 그림에 파도가 덮쳐 물감이 씻겨 나가 다시 그렸다. 다시 순간적으로 파도가 완만한 해안 깊숙이 밀려들어왔다. 일행들이 바닷물에 들어가 즐거움 표정을 지었다.
12시 36분 산호섬을 출발해 다시 파티야 항구를 향했다. 공기에서 열기가 가득 느껴졌다.
말로 듣고 상상했던 만큼 가보고 싶은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이 지역의 지리와 풍토를 이해하는데 조금 도움이 되었다. 열대기후에서 자라는 기후와 식생환경등을 이번에 처음 느끼게 되었다.
○ 방콕 수완나폼 국제공항 - 인천공항
다시 파타야로 돌아와 점심을 먹은 후 길을 지나며 보았던 사찰을 찾아갔다. 정면을 보니 양식적 완결성과 화려한 장식이 가미된 특유의 건축 양식이 느껴졌다. 하지만 건물 내부는 들어갈 수 없었다. 불교의 영향이 지배적인 가운데 인도의 토착 종교나 힌두교 등의 다양한 종교 문화적 색체가 혼합된 느낌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가 함께 파타야 인근의 라텍스 가게를 들른 다음 방콕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도 다시 상점을 들른후 식당으로 이동했다. 원치 않은 일정이지만 일행과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당초 3박 4일이라고 했지만 하루 늦게 출발한 나에게는 어제 돌아본 앙코르와트 일대의 건물을 돌아본 것이 전부였다. 내가 방콕에 볼만한 전통 건축이 없느냐고 하니 왕궁 등이 있다고 해서 혼자라도 돌아볼 걸 하는 아쉬움이 일었다. 저녁을 먹고 공항으로 이동해 수속을 마치고 탑승구로 가서 기다리는 동안 날짜가 바뀌었다. 비행기 출발 시각은 다음날 새벽 1시50분이었다. 기류의 도움으로 귀국 시에는 갈 때보다 운행시간이 1시간 가량 단축된다고 했다.
비행기가 이륙한 후 잠을 자다 깨어보니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잠 시 후 제주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아래쪽을 내려다 보다 한라산 정상이 또렷이 보여 사진을 찍었다. 근래 내린 눈이 쌓여 새로운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9시 20분 인천 국제공항에 내려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2017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