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별로 좋지 못했다. 오늘은 하회마을로 우리 동아리가 사진 찍으러 가는날. 옷장속에서 긴 동면에 빠져있던 카메라를 들고 친구와 함께 학생회관으로 향했다. 어젠 그렇게 아름다운 연청의 하늘을 보여주더니 오늘은 왜 구름 잔뜩낀 복잡한 모습의 하늘이 흐르는건지 모르겠다. 동아리 선배들과 함께 하회마을로 향했다.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은 언제나 인천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그것이 싫지 않다. 이정표를 따라서 하회마을까지 40분정도가 걸렸다.
하회마을에 사는 친구 승환이 나와서 우리들과 합류했다. 그런데 감기몸살에 걸려서 상태가 정말 안좋아보였다. 바람빠지는 풍선처럼 계속 헉헉 거리는데 걱정되고 안쓰러웠다. 항상 밝은 승환이 이러니까 적응이 안된다고 해야할까. 먼저 우리가 본 것은 하회 별신굿 탈놀이였다. 어렸을때는 풍물놀이가 섞인 민속놀이를 시끄럽다며 굉장히 싫어했는데 민속학과에 들고 보니 콩깍지가 씌였는지 얼마나 흥겹고 재미있는지...관객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탈놀이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탈놀이를 모두 구경하고 나서 각자 정한 주제에 맞춰 사진을 찍으러 하회마을을 돌아다니기로 했는데 내가 정한 주제는 '한적함'이었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별로 한적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사람적은곳을 찾아서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사진찍는걸 평소에 즐겨하진 않지만 내가 원하는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다는게 즐거워서 순식간에 200장이 넘는 분량의 사진을 찍었다. 그 작은 흙길을 따라 보이는 야트막한 초가집들이 보여주는 황토빛깔 세상에 넋을 잃었던 것 같다. 이곳에서 나서 자랐다던 승환이가 조금 부럽기도 했다.
모이기로 한 4시 30분이 되어서 버스정류장에 동아리 회원들이 전부 모였다. 처음 올땐 분명 6명이었는데 각자 사정으로 인해 하회마을에 남은 선배 2분을 뺀 4명이 남았다. 버스가 오고 나는 피곤했는지 잠에 빠져들었고 시내에 내렸을때는 어느새 7시에 가까워진 시계가 보였다. 그래도 정말 즐거웠던 출사였다. 벌써 다음 출사가 기다려진다고 해야할까?
녹(綠)
재색의 암사슴을 따라 발 머문 그곳에
햇빛속에 피어나는 초록의 생명이 깨어나고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내쉬고 녹의 숨을 들이켜본다
목안에 걸린 검고 까칠한 작은 파편들이
내가 숨을 쉴때마다 서서히 파고 들어 왔지만
개의치 않아 하며 다시 숨을 내쉬고 들이킨다
아려오는 고통속에 눈물이 앞을 가릴때
다시 나의 눈앞에 잡힐듯 나타난 암사슴
재색의 암사슴을 따라 다시 나는 뛰기 시작한다
무심히 고개를 돌려 다시 세상으로 향하는 사슴을따라
햇빛이 만연한 녹의 끝으로 나는 달려간다
그리고 나의 그림자에 검은 파편이 내려앉아라
+리더기가 없어서 사진추가는 추후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녹색의 뒤편에 뭔가 잡히기 시작하는군! 자기만의 시어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은 얼마나 많이 버릴 수 있느냐는 것! 버리고 버려도 남는 것이 있다면...
상윤이가 안내하는 안동 여행도 기대되는데. 사진도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