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산사태 이유 있다
매일경제
2002년 9월 2일 월요일 오후 4:49:11
자연재해에 당해낼 장사는 원래 없다.
그러나 인간의 작은 노력 하나가 엄청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지난 7월 태풍 '펑셴' 때 서울시 수해 담당직원들이 지난해 공급된양수기를 하나 하나 점검한 게 서울 일대 상습 침수지역의 물사태를막은 일이 그 예다.
그러면 이번 태풍 '루사'는 어떤가.
결론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대량 집중화 경향을 예측하지 못한 우리의 재해대책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배수가 잘되는 동해안 지역에서 상ㆍ하수도와 도로, 통신ㆍ전력이 일시에 마비된 것은 인프라 설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오고 자연재해지역의 지정도 실제 자연재해의 발생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수재민을 두번 울리고 있다.
■허술한 안전관리와 재해대책■
이번에 160여 명 인명 피해가 난 이유는 태풍 '루사'가 59년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사라 이후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다는 게 첫번째원인이다.
그러나 당국의 허술한 안전관리와 재해대책, 시민들의 '안전 불감증'등이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사망ㆍ실종자의 발생 원인을 보면 주로 △산사태 △가옥 붕괴및 매몰 △하천의 급류에 의한 것이었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획일적으로 60도를 고집하고있는 건설교통부의 '절개지 규정'으로 태풍이나 집중호우 때면 어김없이 절개지에서 흙이나 바위가 굴러 떨어져 도로가 끊기고 공장이나가옥이 매몰되는 사고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늑장 복구가 화근■
이번 수해는 남부지방의 복구사업이 지연되던 중에 다시 한번 피해지역을 덮치게 돼 피해가 더욱 커졌다.
경기개발원 관계자는 "개량복구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재정이 열악한지자체의 경우 엄두도 못내고 있다"며 "정부가 과감하게 예산을 지원해 재해대책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사태를 수습하는데 실제 피해를 당했던 각 읍ㆍ면ㆍ동의 담당인력이전혀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몇년 전만 해도 읍ㆍ면ㆍ동의 토목사업 담당이 재해상황을 각시도에 보고해 중앙정부로 이어지는 연락망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공무원 조직 구조조정에 따라 담당인력이 없었다.
■긴급 수해대책시스템 부재■
기후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수해대책 시스템이 큰 피해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치수과 관계자는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국지적 집중호우가 잇따르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해대책 시스템은 5~10년에 한번 일어날 정도의 재해에 대한 대책만으로 이뤄져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정개발원 관계자는 "상습침수지역인 저지대에 펌프장 시설을확충하고 장기적으로 집중호우에 대비할 수 있는 저류시설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댐 건설 필요성 높아져■
집중호우에 태풍피해까지 겹치면서 물난리를 막기 위한 댐 건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에 내린 전국적 집중호우와 이번 태풍 루사 때 모두다목적댐이 잘 갖춰진 한강유역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미미했던 반면낙동강 유역은 막대한 수해를 입었다.
■선진국 재해대책 사례■
지금도 일본 대만 터키 아프리카 등지는 지진 같은 자연재앙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NHK방송과 해양대기청에서는 주요 재난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라디오와 TV가 켜지는 자동재난경보시스템을 시행하고있다.
그 방식은 방송국에서 시스템을 갖추고 가정에선 TV에 간단한 칩 하나만 덧붙이면 된다.
만일 이런 게 갖춰지기만 한다면 여름철 야영중 뒤늦게 불어난 물에휩쓸린다든가 대형화재, 산사태, 지진, 홍수가 터졌을 때 주민들에게자동으로 TV가 알려줘 신속하게 대피케 함으로써 재난에 따른 인명피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