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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한 공직자는 나라의 경쟁력
- '세종, 부패사건에 휘말리다'(서정민 지음)를 읽고 -
Ⅰ. 머리말
공직에 몸담은 지 어언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미관말직이지만 나라의 발전과 백성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조직이나 동료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써 왔다. 그래서 공직자가 된 것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산다.
그런데 가끔 일부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부패나 비리가 언론에 보도될 때에는 하위직이지만 같은 공직자로서 자괴감이 든다. 대다수의 공직자는 청렴과 도덕을 생명으로 삼고 직분에 충실하고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한다. 그런데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맑은 물을 흐린다는 말처럼 극히 일부의 위정자나 공직자가 부패나 비리에 연루돼 국민의 원성을 사고 나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고위 공직자의 부패나 비리는 잊을만하면 등장해 대다수 공직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일할 의욕을 잃게 만들어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이에 우리 일터에서는 공직의 부정과 비리를 예방하고 청렴결백으로 무장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노력하자는 생각에서 청렴 도서를 선정에 다달이 부서 별로 돌아가며 읽고 있다. 최근에 내가 근무하는 부서에는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에 근무하는 현직 검사 서정민이 지은 ‘세종, 부패사건에 휘말리다 - 조말생 뇌물사건의 재구성(살림출판사)’이란 책이 배당됐다. 제목을 봐서는 재미나 감동 혹은 교훈이 없을 것 같아 읽기가 싫은 책이었지만 부정이나 비리에 혹시 흔들릴 수 있는 내 마음을 다스리고 각오를 새롭게 다지자는 의미에서 하품을 참아가며 세심하게 읽었다.
읽어보니 생각 외로 내용이 괜찮았고 마음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다. 조선시대 부패사건의 종류나 처리방법 등 역사상식과 법률지식을 알 수 있었고 세종대왕의 인재등용 정책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이에 글재주는 별로 없지만 책을 읽은 느낌을 글로 한 번 드러내 여러 사람과 나누어보고자 한다. 표현이 좀 서툴더라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 주었으면 한다.
Ⅱ. 줄거리
세종실록 기록에 의하면 조선시대 세종 8년(1426년)에 김도련(金道練) 노비소송을 수사하던 중 우의정 조연(趙涓), 곡산부원군 연사종(延嗣宗), 병조판서 조말생(趙末生)등 권력 핵심 관료들이 노비를 수십 명씩 증여받은 뇌물사건이 드러나 사헌부에서 세종임금에게 상소문을 올린다. 조연과 연사종은 각각 황해도 수안과 강원도 인제로 가서 머물게 하고 조말생은 직첩(職牒;임명장)을 회수한 뒤에 충청도 회인에 머물게 한다. 이에 조말생의 아들 조선은 사람을 풀어 조말생을 탄핵한 대사헌의 집에 보복을 가한다. 사헌부에서는 재판을 통해 법대로 조말생에게 사형을 구형하지만 세종은 아버지 태종 때부터 일해 온 조말생을 아껴 다시 나라를 위해 일하게 하려고 유형(流刑;귀양)을 선고하고 장물 780관을 몰수하는 최종판결을 내리고 황해도 평산으로 귀양 보낸다. 이에 사헌부 사간원 관리들이 판결의 부당함을 아뢰며 세종에게 판결 번복을 간청한다. 세종은 관리들의 간청을 물리치고 논의를 종결한다. 조말생은 전격적으로 사면 받아 유형에서 풀려나고 다시 조말생에게 직첩을 돌려줄 것을 명령한다. 이에 불만을 품은 변계손 이승직 등이 조말생에게 준 직첩을 거둘 것을 상소하고 대간들이 집단으로 사직원을 내는 등 이후에 20여 일 동안 세종과 대간 사이에 논쟁이 펼쳐지지만 결국 세종의 뜻이 관철된다. 조말생은 동지중추원사란 벼슬을 받고 일한다. 이에 또 불복한 사간원의 상소를 시작으로 이견기의 11차례 상소에 이르기까지 사간원과 사헌부에서 조말생의 관직을 거둘 것을 간청하지만 세종은 거절한다. 조말생은 자신으로 인해 임금에게 부담을 주고 나라가 시끄러운 것을 알고는 벼슬에서 물러나기를 간청하지만 세종은 듣지 않는다. 거듭되는 논란에 세종은 권도(權導;경호실장)를 내세워 신하들의 말을 꺾는다. 조말생은 다시 함길도(현재 함경도) 관찰사에 임명된다. 조말생의 막내아들 조근이 과거에 합격했으나 아버지 죄과를 이유로 예문관에서 합격자 등록을 이틀이나 지연하는 사건이 생긴다. 이에 조말생이 상소하고 세종은 조말생의 간청을 받아들여 의금부에서 엄정하게 조사하도록 명령한다. 조말생의 둘째 아들 조찬에 대한 사헌부의 서경(관료 임명 동의) 거부 사건이 또 생긴다. 조말생은 과거에 귀양 간 일의 억울함과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상소를 올리고 세종은 사헌부에 명령해 조찬의 서경을 명령한다. 조말생은 세종의 배려에 힘입어 함길도 관찰사 겸 함흥부윤으로 여진족의 침입을 막고 또한 충청 전라 경상 3도의 순찰사로 일하며 왜적의 침입을 막는 등 많은 업적을 남기고 궤장(机杖;나라에 많은 공적을 남긴 사람에게 주는 의자와 지팡이)을 하사받고서 세상을 떴다.
Ⅲ. 느낀 점
과거시대나 요즘이나 사람이 사는 세상은 시끄러운 모양이다. 사람 사는 곳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 같다. 조선시대도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부정과 부패가 있었고 특히 벼슬아치의 부정부패는 암암리에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역사책을 보면 청백리의 선행도 많지만 탐관오리들의 부조리한 행태도 자주 목격된다.
우리나라 최고의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도 관리의 부정부패에 휘말려 마음고생을 많이 한 듯하다. 선대 때부터 나라의 인재로 발탁돼 일해 온 조말생의 뇌물수수를 보고받고 법대로 처형할지 나라를 위해 다시 일하게 할지 인간적인 고뇌와 번민으로 노심초사하다가 실용적인 판단 아래 다시 나라의 발전을 위해 일하도록 과감한 용단을 내렸다.
나라의 기강을 세우고 백성을 제대로 다스리려면 법과 원칙에 의한 정치가 중요하지만 군계일학과 같은 인재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세종은 법규정과 우수한 인재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지만 국리민복이 최우선 과제임을 직시하고 조말생에게 다시 오랑캐와 왜적의 노략질로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준 것으로 판단된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지만 누구나 욕망과 이기심을 지닌 동물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말생이라는 사람도 예수나 석가모니처럼 도덕군자가 아닌 이상 인간으로서의 욕망과 위세를 떨치고 싶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올곧고 청렴한 자세로 일했지만 점차 권력의 힘과 신분 과시욕에 마음이 물들었을 것이다. 조용히 나라의 발전을 위해 혹은 백성의 안위나 가문의 영광을 위해 일하고 싶어도 사람들은 권력자에게 끊임없이 이권이나 청탁을 통해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다가온다. 권력을 지녔으면 조용히 살게 내버려두지 않는 게 세상살이의 이치다. 그러므로 권력이나 위세를 지녔으면 비리나 부정에 휘말려 남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열흘 붉은 꽃이 없고 권세는 십 년을 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순간의 탐욕이나 현혹으로 장기간에 걸쳐 쌓아 온 명예나 덕망이 한 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다.
Ⅳ. 배울 점
우리 속담에 ‘자두나무 아래에선 갓끈을 고치지 말고 오이 밭에는 신을 고쳐 신지 말라’는 말이 있다. 특히 공직에 몸을 담은 사람이라면 남에게 오해나 의혹을 살만한 일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별것 아닌 일도 소문으로 만들어지면 눈 덩어리처럼 부풀어진다.
공직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원인에게는 늘 갑과 같은 존재다. 고위층일수록 권력의 달콤한 맛에 현혹되고 업무상 알게 된 지식과 정보를 이용해 치부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공직자는 대통령이든 말단 지방직 서기보이든 결코 국민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고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자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공직자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다. 그러니까 국민이 공직자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자신을 먹여 살리는 국민을 위해 애쓰지는 못할망정 국민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국민을 위해 봉사할 사명감이 없고 자신의 마음을 정갈하게 다스릴 자신이 없다면 공직에 몸담지 말아야 한다.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결기애민불요전(潔己愛民不要錢), 제인이물불여전(濟人利物不餘錢)’이란 말을 남겼다. ‘몸을 깨끗이 하고 국민을 사랑하는데 돈이 필요하지 않고, 사람을 구제하고 만물을 이롭게 하는 데 돈이 남을 수 없다’는 말이다. 공직자가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금과옥조(金科玉條)와 같은 명언이다. 공직자는 돈이나 위세의 헛된 욕망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공직에 있으면 갖가지 이권이나 청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힘 있는 공직자에겐 늘 불나방들이 모여든다. 불나방의 꾐에 부화뇌동(附和雷同)했다가는 언젠가는 탄로가 나서 추락하게 된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고 항구적으로 힘 있는 자리를 차지하기는 어렵다.
공직도 생계를 위한 하나의 직업이지만 다른 어느 직업보다 사명감과 청렴성을 갖춘 사람이 일해야 하는 곳이다. 공직자의 생명은 도덕과 청렴 그 자체다. 청렴결백을 평생의 교훈으로 삼아 온 세상에 백설이 만건곤해도 독야 청청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매사를 법규에 맞춰 일하고 주변의 시시비비에 휘말리지 않게 늘 마음을 연마해야 한다. 복잡다단한 세상은 유혹과 탐욕의 도가니다. 그런 세상에서 비리의 사슬에 얽매이지 않고 올곧게 살려면 끝없는 자기연마와 혁신이 필요하다.
Ⅴ. 맺음말
공직자는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리다. 청렴한 공직자는 나라의 경쟁력이다. 공직자는 늘 마음을 비우고 오로지 국리민복과 국태민안만 생각해야 한다. 사람은 본능적인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세상에 명예를 떨치고 남을 위해 봉사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공직자로 일하면 식욕, 성욕, 수면욕 등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하고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많은 재산을 모으고 탐욕적인 생활을 즐기고 싶으면 공직이 아닌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실력과 재능을 인정받은 공직자로 들어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이름을 떨치고 봉사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뿌듯한 일이지 않는가? 사람으로 태어나 경제난 취업난 등 불황기를 살면서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이 나라와 백성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흐뭇한 일인가?
대한민국의 인재로 선발된 모든 공직자가 부패나 부정이라는 낱말은 자신의 사전에서 완전히 삭제하고 청백리가 된다는 마음으로 분기탱천(憤氣撑天)하여 대한민국이 지구촌을 선도하는 나라로 탈바꿈했으면 한다. 공직자가 제 할일 다하고 국민을 아낀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인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요순시대 못지않은 태평성대(太平聖代)가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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