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음력 6월 26일(8월15일)은 南冥 曺植(1501∼1572)선생이 탄생하신 지 50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을 맞이하여 5백주년 기념행사가 선생의 가르침과 높으신 선비정신이 가득
담겨진 덕천서원을 비롯한 경남 산청의 여러 곳에서 열렸다. 마침 필자가 그 시점에 중국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에 선생을 사숙하며 살아온 한 제자로써 늦었지만 그 소식을 전한
다.
"선비문화축제"로 이름 붙여진 올해의 행사는 8월16∼19일 사이에 경상남도와 산청군ㆍ합
천군ㆍ진주시의 공동 주최로 산청군 시천면 - 선생이 생전에 그렇게 사랑하던 두류산 천왕
봉아래 양단수 강가에 자리잡은 덕산지역 일대에서 학술행사와 연극공연, 석상제막식, 유물
전시관 기공식 등 다채롭게 꾸며졌다.
'남명학과 21세기 유교 부흥운동 전개'를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회의는 삼성산청연수소에서
우리 나라를 비롯한 일본ㆍ러시아ㆍ독일ㆍ중국 등 국내외 학자 14명이 발표 토론자로 참가
하였다. 16일 첫날은 남명학연구원장인 고려대 김충렬 명예교수의 기조강연에 이어 서울대
조동일 교수 등이 남명의 '문학과 시부' '역사와 교육' '철학과 윤리' '정치와 사회'를 주제로
발표가 있었다.
17일 둘째날엔 실천유학을 표방한 남명사상의 특징을 대중들에게 쉽고도 가슴속으로 전달
하고자 만든 연희단거리패의 서사극 '선비의 표상-남명'이란 제목으로 이윤택 연출로 덕산
중학교에서 전야행사로 선보이고, 의병출정식도 열렸다.
18일에는 탄신추모제인 남명제를 비롯하여 남자 성인식인 관례와 여자 성인식인 계례가 덕
천서원에서 열렸으며, 다음날에는 한시 백일장과 국악공연도 있었고, 행사기간 중에는 사적
지 답사도 있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남명사상의 부흥운동을 선언한 국제학술회의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였
다. 발표자들은 남명사상을 절대적인 崇仰이 아니면서 엄정한 연구 대상으로서 눈길을 돌리
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그 중에서도 서울대 조동일 교수는 숭앙의 혐의(?)가 짙은 남명이란
호 대신 자연인으로서의 조식선생에 대한 연구대상을 객관화하여 그의 詩文에 나타난 지리
산의 의미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조식과 비교연구 대상은 그 못지 않게 지리산을 좋아했던
김종직 선생이다.
조동일교수는 "金宗直이 外向的 關心을 가지고 智異山 自體에 대해 말했다면, 曺植은 內
向的인 關心을 가지고 自身을 智異山과 同一時했다"고 평했다. 曺植은 '題德山溪亭柱'라는
詩에서 '하늘이 울어도 지리산은 울지 않는다(爭似頭流山 天鳴猶不鳴)'고 했는데, 바로 이런
이상을 큰선비의 자세로 삼아 속세와 타협하지 않은 지식인의 전형을 보였다는 게 그의 풀
이다.
또 임진왜란때 정인홍ㆍ곽재우 등 의병활동의 사상적 뿌리를 그들의 스승인 남명에서 찾아
설명한 日本 나고야(名古屋)대학 누쿠이 마사유키(貴井正之) 교수와 남명과 中國 明末淸初
期 의 큰 유학자였던 李二曲의 사상과 학행을 비교 분석한 중국 샤시(陝西)대학의 조길혜
교수의 논문이 소개되었다.
그리고 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권경석)는 "조선중엽이후 당쟁의 희생으로 역사의 뒤
안길에서 매몰됐던 남명의 정신과 학문을 재조명해 새 시대 정신에 접목시키려는 작업을 각
종 행사를 보여줄 계획"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亨>
註) 陝의 음과 훈에 관하여
(1)좁을 협(狹과 같은뜻으로 쓰임)
(2)땅이름 합 : 陝川郡(합천군)
(3)고을이름 섬 : 陝西省(중국섬서성)
(4)나라이름 섬 : 陝(중국 고대 섬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