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허병철
(슬픈 사랑의 연가 1)
(著者 : 허병철)
찬바람이 몹시도 불던 1970년 2월 어느날 고등학교를 어렵게 어렵게 졸업한 우리의 쪼다는 가정 사정으로 인하여 대학 진학이라는 사치스러운 단어를 생각지도 못하고 집을 등지고 말았다.
조그마한 가방 한 개와 옷 보따리 배낭 하나를 둘러 매고 주머니엔 몇푼의 잔돈만 댕그란히 있을 뿐....
까만 운동화는 지난 9월 2학기가 시작되며 졸업 할 때까지만이라도 신어야 겠다며 어머니께서 사주셨다.
그런데 지금은 바닥이 닳아서 종잇장처럼 얇아졌고 발가락이 꺾이는 곳은 떨어져 양말이 다 보일 정도이다. 형들이 입다 물러 받은 잠바도 너덜 너덜 거렸고 도무지 새것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다.
다시는 집으로 돌아 오지 않겠다고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앞만 보고 걸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서 어디로 가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집은 서울에서 약 20키로 정도 떨어져 있고 한강을 끼고 있는 아담한 동네였다 중앙선이 청량리에서 부산진까지 그어져 있고 기차도 가끔씩 지나가곤 했다.
우리의 이 쪼다는 기차역에서 열차 시간표를 들여다 보았다. 어디로 가야하나..... 아직 행선지도 못 정하고 있었다.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하나... 이 쪼다는 친척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저어기 경상도 울산이라느 곳에 먼 친척이 한 분 살고 계시다는 어머니의 지나가는 말씀을 한번 들은.것외에는 아는 사람들이 없었다.
울산에서 30리 정도 어디라는 그 말씀이 귓가에 웅웅거리고 있었으나 확실한 기억이 나질 않았다.
주머니의 돈은 달랑거리고 벌써부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있었다.
그곳으로 가도 그분이 나를 알아 보실런지 ...모른척 하시면 어쩌나...
그렇다고 지금 다시 집으로 돌아 갈 수도 없었다. 서울에서 취직할 생각은 꿈에도 못해 보았다 그만큼 쪼다였다. 용기도 없고 능력도 없었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계획이 잡혀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무조건 집이 싫어서 세상 밖으로 뛰쳐 나온 것 뿐이다.
기차 시간은 아침 7시 30분 부산진행 완행 열차, 지금이 오후 5시니까 하루는 어디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마침 역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소를 먹이는 국민학교 동창생 친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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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도 좋게 그곳으로 가서 저녁을 얻어 먹고 잠을 청하기 위해 방 한구석에 쪼그리고 있으려니까 이 친구가 어디서 막걸리를 받아와서 한잔 권했다. "야 임마 막걸리나 한잔 하자"
"아냐, 난 아직 술은 입에도 안댔어" "임마, 그러니까 한잔하란 말이야. 보따리까지 가지고 나왔으면 집엔 안 들어갈 모양인데 괜찮아 한잔하자." 친구가 가져온 양은 그릇에 막걸리를 따르니까 두 그릇이 딱 맞아 떨어졌다. 그 친구는 한번에 꿀꺽 꿀꺽 소리도 요란하게 마셔 버렸다. 그리고 김치 한조각을 먹고, "어 좋다. 야 빨리 마셔. 뭐라고 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 이젠 너도 어른이야. 임마 세상 살기가 뭐 그렇게 쉬운지 알어?" 이 쪼다도 그 친구처럼 한번에 마셔 버렸다. 목을 통해서 뱃속까지 짜릿한 맛이 싫진 않았다. 그리곤 몸이 나른해 졌다.
이 친구는 국민 학교 시절에 부모님께서 갑자기 돌아 가시면서 땅 몇 마지기와 소 두어마리를 남겨 주시고 저 세상으로 가시고 말았다. 그래서 이 친구는 졸지에 소년 가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어릴 때부터 밭갈고 소 키우는 지금은 어엿한 농부가 되어 있었고, 그만큼 일찍 고생을 했기에 세상 경험도 많았다. "야 임마, 왜 집을 나왔어?" "집에서 살기 싫어서." "그러지 말고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집에가라. 집이 얼마나 좋은지 넌 몰라." "싫어 임마, 집에서 얼마나 차별을 하는줄 알어? 공부 못하면 못한다고 구박, 많이 먹으면 많이 먹는다고 구박 야. 야, 말도 말아. 난 너 같으면 좋겠다. 누가 뭐라 그러길 하냐, 잔소리를 하냐... 때로는 형제들이 많은 것도 골치 아퍼. 그러지 말고 술이나 한잔 더 하자." 그리고 이 쪼다 몇푼 남지도 않은 돈으로 막걸리를 두 되나 사 왔어.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속이 쓰려서 기차를 타고 어찌 됬는지 알수도 없었어. 한번 깨니까 원주, 또 한번 깨니까 안동, 이런 식으로 밥도 물도 못 먹고 어떻게 왔는지 '다음은 울산입니다' 하는 안내 방송에 정신을 번쩍 차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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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2)
옆에 앉았던 아주머니 한분이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 아주머니 다음 역은 어디입니까?" "다음예, 덕하라예." "그러면 그 다음 역은요?"
"그 다음은 ... 그 다음엔 뭐더라? 아하, 참 남창이라예, 남창."
맞았어! 그 이름도 이상한 동네 남창. 여창도 아니고 공창도 아닌 남창, 맞았어 맞았어....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어.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내가예, 안동에서 기차를 탔는데 총각 아직 아무것도 못 먹었지예? 여기 주먹 밥이 조금 남은 게 있는데 드실랍니꺼?" "아이고 고맙습니다. 실은 오늘 아침부터 아무것도...."
아무것도? 뭐 임마? 야 이 쬬다야, 집을 나와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다고 벌써부터 얻어 먹을 궁리냐? 그러다가 너 임마 거지가 된다. 너 조심해 임마. 어쨌던 이 쬬다는 마음씨 좋은 울산 아지매 덕분에 요기를 하게 된게야.
"그러면 다음 다음 역에서 내리면 되겠군..."
날은 벌써 어두워지고 있었다. 집도 모르는데 ..... "총각예, 누구네 집에 찾아 가는 길입니까?" "예, 친척집에 찾아 가는데 집도 잘 모르고 이름도 모릅니다."
"우짜면 좋노 나는 여기서 내리는데 ...." "아! 그렇습니까? 안녕히 가세요." "총각을 보니까 군에 간 동생이 생각이 나서 목이라도 축이며 드이소." 먹다 남은 사이다 반 병을 주면서 그 아주머니는 울산역에서 내리고 말았다 .(참으로 친절한 아주머니군. 그런데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에게 군에 간 동생 생각이라니 .....)
기차를 12 시간 정도 탄 것 같았다 . 그렇지 않아도 짧은 겨울낮 길이가 밖은 이제 완전히 캄캄해 져 있었다. 덕하 그리고 남창, 남창역에서 플랫홈을 빠져나와 (플랫홈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역 대합실에 섰다. 한 두 사람이 나가고 나니까, 대합실은 적막함 그 자체였다. 역무원이 와서 이 쬬다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다. "총각은 집에 안가나?" "글쎄요, 집도 절도 없는데 친척을 찾아 서울에서 왔는데 이름도 주소도 모릅니다." "그라믄 뭐하는 분인데?" 글쎄 그 분이 무엇을 하는 분인지 이 쬬다인들 알 수가 있나? 그래서 이 쬬다의 부친이 하시던 일을 말했다. "아마도 옹기공장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하~ 옹기공장! 옹기공장은 저 위에 가면 한 곳에 여러 개 공장이 모여 있는데 성씨라도 알아야 찾지." "저희 친척이 되시니까 제가 성이 ㅎ 입니다." "그라믄 ㅎ장로님댁인 모양이군. 이리 나와 보그레이." 그리고 밖으로 나와서 친절하게 가는 길을 알으켜 주셨다. "저 만디에 있지, 그래서 그 동네 이름이 굴만디라 칸데이." "아이고, 아저씨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쬬다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배낭을 메고 한손에 가방을 들고 굴만디라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 쬬다가 살던 곳보다 한참이나 더 시골이라서 길은 아직 포장도 되지 않았다. 가로등 커녕 동네 집에서도 불이 꺼져 있었고, 조그마한 상가에서 나오는 불빛외에는 정말 칠흑같이 어두웠다. 지나 가는 차들도 드물었고 바람은 왜 그리 차갑게 부는지, 서울 날씨보다 더 춥게 느껴졌다. 어쩌면 마음이 추워서 그렇지 않았는지... 고개로 가기 위해 산모퉁이 길을 돌아 가는데 갑자기 얼굴에 차가운 것이 닿았다 . 이런 세상에! 눈이 내리고 있는 것이다. 발걸음을 빨리빨리 재촉하여 산꼭대기에 올라오니 땀인지 눈인지 모르게 얼굴이 젖어 있었고 숨이 차 오르고 있었다. 언덕 제일 높은 곳 길가에 술집겸 가게 한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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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고 옹기 가마에서 불을 피우는 불꽃도 보였다. "저, 계십니
까?" 미닫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려니까, 술냄새 담배냄새에 찌들은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누군교?" "저 누구를 좀 찾으러 왔는데요. ㅎ장로님 댁이 어딥니까?" "우리 사장님인데 무슨 볼일인교?" "서울에 사는 친척입니다" "저리 가입시다." 한 사람이 이 쬬다의 앞장을 서고 이 쬬다는 그 사람 뒤에서 쫒아 갔어. 조금 가다가 대문도 없는 집 앞에 서더니 "장로님, 누가 왔심더." 문이 열리면서 머리는 반쯤 벗겨지고 눈이 부리부리 하신 분이 나오시면서, "누가 나를 찾아 왔는데?" "이 총각이 서울에서 왔답니다." "서울? 니 이름이 뭐꼬?" "예 쬬다리입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니까 방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봐라 봐라, 서울서 조카놈이 왔는기라. 빨리 나와 보레이." 소리를 얼마나 세게 지르시는지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누가요? 서울서 조카라고요?"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시고 또 다른 방에선 이 쬬다보다 좀 어려 보이는 학생 한 명과 여자 아이... 모두 4명의 아이들이 이 쬬다를 쳐다 보고 있었다. "어서 들어오이라. 아이고 먼길에 얼마나 고생했노?." 엉겁결에 방으로 들어간 이 쬬다는 아저씨와 아주머니께 큰 절을 올리고 "저의 부친 함자가 아자무자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들로서 셋째 쬬다리입니다." "그래그래, 내가 알제. 내가 느그 칠촌 아재다. 야들은 니캉 팔촌이 되는구나. 밥도 못 먹었제? 밥이나 차려 주구라." 울산에서 첫 날이 이렇게 시작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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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3)
다음날 아침 마침 그 날이 일요일이었다.
아저씨께서 "야 쬬다리야, 우리는 교회를 가야 하니까 니도 이곳에 있는 동안에는 교회를 다녀야 하고 평생 하나님을 믿으며 살아야 한다. 알았제?" 꼬맹이 동생들이 일어나자 마자 자기들의 이불을 접어서 장농 속에 넣고 밖으로 나가더니 한명이 부억에서 뜨거운 물을 퍼 오니까 우물가에 모여 있던 동생들이 세수대야에 뜨거운 물을 조금씩 받고 두레박을 우물에 넣어 찬물을 길어 올려서 적당껏 섞어서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내린 눈은 땅에 뿌린듯 조금만 깔려있고, 그 옆 옹기 굴에서 불을 때던 아저씨 한분이 오시더니 쬬다리를 보고 "니는 누꼬?" 물으시니까 막내인 계집아이가 자랑스럽게 "서울에 사는 우리 오빠라예. 어젯밤에 왔심니더. 우리랑 산다 안하닝교?" "그래, 멀쑥하게 생긴게 수도꼭지 물을 먹긴 먹은 모양이구먼."
세면이 끝나고 모두 밥상에 둘러 앉아 아저씨께서 기도를 시작하셨다.
오늘 주일을 맞이하여 또 이렇게 먼 곳에서 조카를 보내 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시작하여 자식들 한명 한명에게 복을 주시라는 기도와 우리 동네와 우리 나라와 또 세계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셨다.
그 기도는 장장 5분 이상이 되는 것 같았다. 이 쬬다리의 배에서는 자꾸 꼬르륵 소리가 났고 눈은 간지러워서 가만히 감고 있을 수가 없어서 눈을 살짝 뜨고 주위를 살폈다. 모든 식구들의 얼굴에는 평화가 깃들어 보였고 기도드리는 모습은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라고 끝을 맺으시니까 모두가 '아멘'하고 눈을 뜨고 하나 같이 "잘 먹겠습니다." 말을 하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동생들은 이 쬬다에게 "오빠야, 빨리 묵으레이. 그리고 우리캉 같이 교회가야 한데이" "형아는 어른 예배에 참석해야 하니까 니하고는 상관없다 가시나야."
아주머니께서도 "야 야 시골이라서 반찬이 이렇다. 장날이 되야 반찬이라도 좀 사지 할 수 없구나. 내일 모래가 장날이니까 그 때까지는 이렇게 묵자. 내 장날에 맛있는 거 사 주꾸마." 그리고 서로 정답게 이야기를 하면서 맛있게 식사를 하는게야. 이 쬬다리는 자기 집과 비교를 해 보는게야. 완고하신 아버지께서는 식사시간에 말하는 것을 용납하질 않았어. 이야기하고 떠드는 것은 쌍놈들이나 하는 짓이라는게지. 그리고 밥먹는 소리가 크게 나도 꾸중을 하셨어. 우리 가문에는 그렇게 소리 내는 사람이 없다고.....
몇가지 되지 않은 반찬이지만, 맛있게 아침을 먹고 서로 통 성명이 있었어.
제일 맏이는 지금 군복무중이고, 둘째가 고1(남)이름이 병진, 그 밑이 중2(여)계린, 그 밑이 국민학교 3학년(남) 영범, 그리고 막내 국교1(여) 애린, 그리고 밥하는 열다섯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
애들 예배 시간은 오전 9시라서 8시반쯤 되니까 꼬맹이 동생들은 동내 애들과 어울려 어제 내렸던 역이 있는 마을로 내려 가는 거였어. 또 막내의 자랑이 시작됐다. "오빠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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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야 우리 동네 사는 아 들이다. 언니 오빠들아, 우리 서울 사는 오빠가 어제 우리 집에 왔능기라. 이젠 우리캉 산다 않하나?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겼제?" 꼬마들한테 한창 자랑을 하더니, 서로 손을 잡고 교회 쪽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이 쬬다리는 여동생이 없어서 오빠라는 소리를 듣질 못했어. 말이야 바른 말이지, 키는 175센치에 운동이라고는 배구 농구 축구 안해 본 것이 없고 100미터를 13초에 달리는 날렵한 몸매를 가진 멋진 학생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여자애들은 그를 따르지 않았다. 그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야 쬬다리야, 그 옷이 뭐꼬? 군에 간 니 형의 옷인데 맞을지 모르겠다." 언제 준비했는지 군에 간 아들의 옷 중에서 이 쬬다리가 입을만한 옷을 골라 오셨다.
옷은 거의 맞았다. 항상 형들의 옷만 물려 받아서 폐기 직전까지 입었었는데 거기에 비하면 거의 신품이었다. 옷이 날개인지 옷걸이가 좋아서인지 쬬다리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거울에 서 있는 자기 모습을 보고 이 쬬다는 만족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리고 난생 처음 교회문턱에 들어 섰다. 그리고 그 문턱을 넘어섰다. 친척되시는 아저씨께서 무슨 말씀을 드리는 것 같았고 그리고 예배가 시작됐다. 찬송가와 기도 그리고 성가대의 찬양 설교 말씀... 끝으로 새 신자 소개가 있었고 목사님께서 쬬다리의 이름을 부르시고 이 쬬다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니까 성가대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영의 노래를 불렀다. 이 쬬다리는 성가대의 찬양 소리에 이끌려 자기도 모르게 성가대원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그 중에 한 사람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아ㅡㅡㅡ저렇게 이쁠 수가.." 찬양이 끝나고 자리에 앉으면서 옆에 앉아 있는 병진이에게 물어 보았다. "저기 오른쪽 앞에서 두번째 옆으로 세번째가 누구야?" 이렇게 이 쬬다리의 슬픈 사랑의 연가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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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4)
"와 형이 저 아가씨한테 마음이 있나? 골치 아픈 일이 생길테니까 그만 두거라."
"아니 무슨 골치 아픈 일이 생기는데?"
"그런게 있다." 그리고는 말을 끊어 버렸다.
예배는 끝나고 모든 성도님들이 밖으로 나와 이 쬬다리를 둘러 서서 말을 걸었다.
"아이고 장로님, 어쩌면 이렇게 잘 생겼습니껴? 군에 간 큰 아들하고 쏙 빼 닮았네예."
"서울 사람이라서 그런지 얼굴이 참말로 허옇네예."
"이름이 쬬다리라 켔능교? 우리 집에 놀러 좀 보네이소. 학교는 어디까지 했노?"
경상도 사람들의 목소리가 왜 그렇게도 큰지 귀가 아플 정도였다.
이 쬬다리는 묻는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단지 한 사람에게만 신경이 쓰였다.
성가대원 그 아름답던 아가씨! 교회 마당 한 구석에 서 있던 이 쬬다리의 눈에 결국 그 아가씨의 모습이 들어 왔다. 그러나 금방 실망하고 말았다.
한쪽 다리를 많이 절고 있었다.
그래도 그 아가씨의 얼굴엔 미소가 있었고 간단하게 이 쬬다리에게 목례를 하고 지나갔다.
이 쬬다도 그 아가씨에게 답례는 했으나 얼굴에는 너무 서운한 표정이 역력했다.
동생 병진이라는 놈이 와서 한다는 소리가 "형 얼굴이 와 그렇노, 너무 실망했제? 내 그럴줄 알았는기라. 내가 뭐라 카드노?" 비양거리는건지 고소하다는건지....
그래도 이 쬬다리는 동생을 붙잡고 물어 보았다.
"저 아가씨 집이 어디야? 나이는 몇 살이고 하는 일은 뭔데?"
"너무 많은걸 묻지 말거라. 금방 알게 될테니까."
그리고 동생은 이 쬬다리를 데리고 교회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조그마한 남창이라는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조그만 동네라서 15분이 채 안되니까 한 바퀴를 다 돌고 말았다.
바람은 어제보다 많이 잦아졌고 눈도 이제는 다 없어져 있었다.
그리고 동생은 어떤 양장점 앞에 서더니 이 쬬다리를 힐끗 쳐다보고 문을 열고 들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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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쬬다리에게, "뭐 하노? 않들어 오고. 주인장 계시닝교?"
양장점 뒷 쪽에서 문이 열리더니, 그 아가씨의 얼굴이 밖 아니 안으로 들어왔다.
"병진이제, 우재 왔노?" 그리고는 이 쬬다리의 눈과 마주치고 말았다.
"어서 오이소. 이렇게 누추한 곳을 찾아 주시니 영광이라예." 너무 엉겹결에 이루어진 일이라 무슨 말을 해야할지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와 대답을 못하노 자꾸만 물어샀터니." 그리고 그 아가씨에게 우리 8촌형인데 어제 우리집에 왔어요. 그라고 교회에서 누나를 보더니 소개를 해 달라고 졸라서 안 왔습니껴? 인사나하고 지내이소."
"지는예, 이름이 채린이라 하고요, 집은 대구인데 우짜다가 여기까지 왔는기라예. 앞으로 잘 지냅시더."
그러면서 손을 내 밀었다. 악수를 청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쬬다의 얼굴은 금방 붉어졌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면서 엉겹결에 손을 잡고 말았다.
아ㅡㅡㅡ 왜 그렇게 손이 따뜻한지 ...얼굴은 왜 그렇게 곱고 목소리는 왜 또 그렇게 아름다운지 이 쬬다리 남의 아가씨 손을 잡고 정신이 완전히 뿅~~~가고 말았다. 이름 또한 이뻤다. 채린이, 채린이...
"뭐 하노? 전기 올랐나 와 손들은 않놓노? 둘다 정신이 나갔나?" 병진이의 말에 겨우 손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예, 저는 쬬다리라 합니다." 그리고 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아~~!이런 사람이라면 이런 사람이라면.....
야! 이 쬬다 녀석아 이런 사람이라면 뭘 어쩌겠다는 건데? 딴 생각 품지 말고 국어공부를 했으면 너의 주제 파악을 할 줄 알아야지. 주제 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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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5)
그래도 이 쬬다의 동생은 주머니가 두둑한 모양이었다. 고등학생 치고는 씀씀이가 대단한 것 같았다. 아니면 아저씨나 아주머니께서 이 쬬다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라는 특명이 있었는지....
"오늘은 내가 점심을 살테니까 누나도 나가입시더. 그라고 무슨 음식을 드실랑교?"
"글쎄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아닌 것같고, 그라니까 느그 형한테 물어 보그라."
"그라믄 형은 뭘 먹고 싶노?" 매일 집에서 밥만 먹고 자란 이 쬬다는 식당이란 곳엘 아예 가 보질 못한게야. 그런 곳엘 갈 주머니의 사정이 허락질 못했어. 때로는 어머니께서 콩나물 심부름이나 다른 심부름을 시키면 거기에서 십원, 이십원 이렇게 삥땅을 쳐서 약 이년에 걸쳐 모은 돈으로 이곳 울산으로 올 차비를 만들었으니 이 쬬다의 주머니 사정도 알만한게야.
그 중에서도 항상 먹고 싶은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짜장면이었어. 까만 짜장에 면을 비벼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 쬬다는 이렇게 생각을 했어. 저 짜장이 뱃속으로 들어가면 속이 검어지는게 아닌가? 하고 말이야.
그래서 "나는 짜장면 곱배기!" "좀 더 맛있고 비싼 걸로 시켜." "아니야 그래도 나는 짜장면 곱배기."
"누나는 뭘 드시고 싶은데예?" "나는 그라믄 우동을 먹을께" "어쨌든 나갑시더"
이래서 셋은 근처 중국집엘 들어 갔어. 그리고 병진이는 주문을 하러 갔고 이 쬬다리와 채린이라는 아가씨와 단 둘이서 마주 보고 앉아 있게 된게지.
얼굴만 보아도 배가 부를 것 같고 목소리만 들어도 오금이 저려 오는 그런 기분이었어. 이게 꿈인지 생신지....(꿈이라면 영원히 깨지 말고 생시라면 영원히 이어져라...)
이렇게 속으로 중얼 거리고 있었어.
"무슨 생각을 그리 열심히 하닝교?" 또 그 옥이 굴러 가는 듯한 목소리가 이 쬬다의 귓 전을 때렸다.
"아, 아닙니다. 그런데 저도 궁금한게 한 두가지가 아닌데요. 그 보다 참 목소리가 아름답네요."
야 임마, 얼굴이 예쁘다고 해야지 무슨 뚱딴지처럼 목소리는 무슨 목소리...
"아이고, 부끄럽습니더. 저도 궁금한게 많습니더. 그런데 우째 이곳 까지 왔능교? 학교는 졸업했고요?"
"아 예, 며칠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은 포기를 하고 화가 나서 무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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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곳이 이곳이 되었네요. 그런데 뭐라고 호칭을 불러야 될런지..." "아, 그래예. 난 2년전에 여고를 졸업했으니까 아마도 내가 누나가 되겠네예." 아~ 이름까지 이브다. 채린이 채린이 누나 ..."참 채린이 누나는 어떻게 대구에서 이곳까지 오게 됐습니까?" "그 보다는예, 서울말씨라 너무 좋은 기라예. 우리는 언제 서울말씨를 쓰게 될는지..." "서울말씨 별것 없어요. 그보다 나는 대구말씨가 더 듣기 좋은데요. 참 그런데 제가 물어본 말에는 왜 대답이 없지요?" "아, 참말로 작년에 병진이 아버지께서 지가 다니던 교회에서 부흥회를 했는데 거기 부흥강사로 오셨어예. 그때 은혜를 받았고 무조건 좇아 온게 여기까지 안왔능교? 그래서 이 가게도 얻어 주셨는데 이곳이 워낙 시골이라 장사가 별로라서 그래서 나도 저 둘만디로 이사를 갈꺼라예." 그랬구나. 그리고 보면 아저씨께서 기도하실 때 이 쬬다리 마음에 와 닿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주문하러 갔던 진이도 오고 조금 후에 음식이 나왔다. 아마도 어쩌면 난생 처음 짜장면을 먹는 것 같았다. 앞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는 그 아가씨의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 야 이 쬬다리야, 빨리 꿈에서 깨어라. 정신차려 임마, 너 큰일났다. 임마, 정신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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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6)
맛있게 점심을 먹었어. 그리고 참으로 즐거운 하루였고 집에서 떠나온 것을 이 쬬다는 정말 잘 했다고 거듭 생각을 했어. 집에서는 이런 자유가 없었거든.... 여자와 이렇게 식당에서 앉아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은게야. 식사 후에 쬬다와 동생은 채린이라는 아가씨를 다시 양장점까지 배웅을 하고 둘은 그 구비 구비 산길을 걸어서 집으로 향했어.
둘은 갑자기 벙어리가 된 것처럼 집으로만 발걸음을 재촉했어. 한쪽은 산이지만 그래도 한쪽은 논이었는지 모 뿌리가 물위로 고개를 내어 밀고 있었어. 이런 저런 것을 보고 걸었으나 이 쬬다의 머리 속은 그 채린이라는 아가씨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어.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고, 그 얼굴은 이 쬬다가 세상에서 태어나 그렇게 잘 생긴 여자는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잘 생긴게야. 그런데 어쩌자고 다리가 그렇게 됐을까?... 이런 생각으로 머리 속이 터질 것만 같은게지.....
옆에서 같이 걷고 있는 병진이의 얼굴을 힐끗 살펴 보았으나 입술은 굳게 닽혀 있어서 말을 할 사람 같지 않아서 이 쬬다가 먼저 말을 걸었어.
"병진아 이 길을 매일 걸어서 학교에 가니?" "그래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 이길을 걸어서만 학교에 갔어. 학교까지가 약 2키로는 충분할꺼야. 매일 운동을 하는 셈이지..."
그리고는 또 입을 다물고 말았어. 또 한참을 걷다가 물어 보았어.
"아까 그 아가씨 말이야..."
"또 뭘 더 알고 싶은데? 아직 다 안물어 봤더나?"
도무지 이 동생의 속 마음을 알 수가 없는게야. 집에 가서 아저씨, 아주머니께 뭐라고 할런지? 이런 생각에 조바심이 나서 견딜 수가 없어서, "야 병진아." "와카는데?" "그래도 너는 참 좋겠다. 엄마 아버지가 너무 좋으신 분 같애. 우리 집은 안 그렇거든..." 정말 이 쬬다의 집은 이곳에 있는 친척집하고는 번지수가 틀렸다.
아버지는 우리 첫째, 우리 첫째 하셨고, 어머니는 막내만 끼고 도셨다. 그래서 셋째인 이 쬬다와 둘째인 바로 위의 형은 항상 찬밥신세였다. 아버지가 옹기 공장을 하실 때 공장에 손이 부족할 때는 언제든지 대타로 학교는 결석을 하고 공장에서 일을 도와 드려야 했고 또 신문 배달에, 학비는 이 쬬다의 노력으로 많이 해결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곳은 다른 것 같았다. 병진이가 한다는 말 "조금 지나면 알끼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는 동안에 집에 도착을 했다.
동생들의 재롱을 보며 그 날은 잘 보냈어. 그 동네는 그때까지 문화 혜택이 부족하여 밤에는 전기가 없었어. 해만 떨어지면 바로 캄캄한 밤이었어. 다음날 아침 동생들은 모두가 아침을 먹고 "학교 다녀 오겠습니다."하고는 모두가 가방을 매고 학교로 가고 난 후에 아저씨께서 "공장이나 한번 둘러 보자." 하시며 이 쬬다에게 공장 구경을 시켜 주셨어. 공장이라 해야 이 쬬다의 아버지도 하셨으니까 잘 알고 있었지. 그리고 아저씨는 일 보시러 부산엘 가시며 "바쁜 일이 있으면 니도 좀 도와야 한다." 하시는게야. 마침 그날이 장날이라서 아주머니께서 "쬬다리야, 나캉 장 구경이나 하러 가자." 이렇게 해서 아주머니와 장 구경을 하러 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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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사람들이 뜸 하던 그 기리 장 보러 가는 사람들과 소 달구지 그리고 가끔은 차들도 다녔어.
장이라야 옛날 구식장이어서 볼 것은 별로였지만 그런대로 운치는 있더라구. 이것 저것 사시고 국수집으로 데리고 가시더니, 국수 두그릇을 말어서 한 그릇씩 말아먹고 생선 파는 아주머니에게 가시더니, 꽁치 두 묶음을 사셔서 한 묶음은 목사님 댁에 드리고 한 묶음은 들고 집으로 가시는게야. 마침 방향이 같은 소 달구지를 얻어 타시며, "야 야, 나는 먼저 갈테니까 니는 더 구경하다가 오너라." 그러시고는 가시는 것이었어.
이 쬬다리는 갈곳이 어디 있겠어?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동네에....
그런데 멈추어 선 곳이 바로 그 양장점 앞이더라구..
양장점 안은 제법 바쁜 것 같았어. 사람들도 몇 명이 있고 미싱 굴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닌것 같더라고...
동네를 두 세바퀴 더 돌고 나서 그 양장점 앞으로 가니까 손님이 없어서 안으로 들어 갔지...
채린이 누나가 반갑게 맞아 주면서"그래 지낼만 하더나?" "예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장로님 성질이 급하신것 같던데...."혼자서 중얼거리는게야 "뭐라구요?" "아니야 조금 지내 보면 알겠지...."
그러면서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끓여 주었어. 그리고 그 아가씨 얼굴만 쳐다보다가 문을 나섰어.
집으로 향해서 조금 걷다보니까 뒤에서 "오빠야, 서울 오빠야." 하는 소리가 들려서 뒤돌아 보니까 중학생 여동생이 친구들과 하교하는 길이 었어. "오빠야, 야는 내캉 친구고 이 언니는 앞집 가게집 언니다." 이렇게 소개를 하더라구. 그리고 동생은 옆에 와서 이 쬬다의 팔장을 끼는게야. 쬬다가 가방을 들고 서로 정답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 고개를 향하여 올라 가는 거지 뭐...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날 아저씨께서 길 옆에 있는 집으로 쬬다리를 대라고 가시더니 부엌 문을 여시고,
"이 부억에다가 선반을 놓고 거기에 만화책을 꽂을테니까, 니가 한번 만들어 보거라." 그래서 이 쬬다리는
톱과 연필 그리고 나무와 합판 쪼가리를 구해서 몇일간을 혼자 끙끙 거리며 선반을 만들고 페인트칠까지 잘 해 두었다. 그리고 아저씨께서는 부산에서 만화책 수 백권을 사오셨고 또 이 쬬다는 순정, 무협,...등으로 정리해서 목록까지 만들어 노트에 정리해서 아저씨께 드렸더니 "서울서 공부한 놈은 틀리는기라."
이렇게 칭찬하시고 그 다음날 울산에 가서 국화빵 틀을 하나 사오시고 그리고 채린이라는 아가씨를 집으로 데리고 오셨다. 그리고 "양장점 폐업, 만화방 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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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7)
그리고 둘은 급속도로 친해졌어.
무슨 조그만 문제가 생겨도 "계린이 오빠요, 나 좀 볼랍니껴?" 그리곤 도움을 청하곤 했다.
아저씨 집에선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참으로 무조건 국화빵을 먹게 했고 아이들에겐 만화책을 빌려 보면 돈을 꼭 지불하도록 했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할련지 모르지만 장날이나 다른 곳에서도 이 채린씨의 가게를 이용해 주는 것이었다. 또 이 채린씨를 한번 본 사람들은 이 아가씨의 미모에 반하여 쓰잘대기 없이 가게를 들락 날락 했고 한번만이라도 이야기를 하기를 원했었다.
조금씩 돈도 모이는 모양이더라구. 사실 가게세가 있나 다른 나가는 돈이 없으니 재미가 짭잘할 수 밖에....
말이야 바른 말이지 밀가루 장사가 땅집고 헤엄치기지....
그리고 밀어주는 든든한 단골이 있었으니...
3월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둘은 약속을 했어. 어느날 바닷가에 한번 가자고...
남창이라는 곳에서 버스로 약 30분 정도를 가면 서생이라는 바다가 나오는데 이곳은 바닷가를 끼고 백사장이 쫘~악 깔려 있고 그 백사장 뒤로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밭을 이루고 있어. 그걸 누가 하는 소리를 들었지... 그래서 생각을 한게야. 여름 바다보다 겨울 바다가 더 멋이 있을거라고.
그래서 그날 바로 그날 주일 예배가 끝이 나고 둘은 슬며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빠져 나와 서생행 버스를 탄게지. 그리고 조금 후에 확~ 트인 바다를 보았어 . 백사장에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으나 지난 여름 뭇사람들의 발자욱이 무지하게 있더라구. 그래서 그 둘은 솔밭을 가로 질러 백사장을 걸어서 바닷가에서 바닷물을 신에 살짝 뭍히고 백사장을 걸어 나왔어. 그리고 그곳에 있는 손님이라고는 한명도 없는 횟집에 앉아서 회를 한 접시 시켰어. "계린이 오빠야 술 한잔 않할끼가?" "예 막걸리를 한잔 하지요"
회를 한 젓가락 집어서 초장에 찍어서 막걸리를 술 삼아 한잔 쭈욱 들이킨게야 그리고 회를 아작 아작 씹어 먹었지, 아~~이렇게 맛이 있을 줄이야... "누나도 한잔 하시지요..."
채린이 누나도 한잔 마셨어. 조금 있으려니까 얼굴이 발그스름한 것이 화장을 안했을 때보다 아니 화장을 했을 때보다 몇 배나 더 이쁘게 보이는 게야. 그래서 이 쬬다가 이렇게 물었어.
"누나는 어쩜 이렇게 예쁘게 생겼어요?" "야는 못 하는 소리가 없네."
그리고 살짝 아주 살짝 웃더라구. 그 웃음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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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0분 정도 그렇게 둘이 마주 보며 앉아 있었어,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눈빛을 통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어 ....
그리고 일어 났어 다시 집으로 오기 위해서.
횟집 문을 나서면서 둘은 자연스럽게 팔장을 꼈어. 그리고 채린씨는 이 쬬다를 의지하고 걷기 시작했어. 둘이 걸어가는 뒤에서 이러는 소리가 둘의 뒷통수를 간지르는게야.
"쯧쯧 다리만 안 절면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겠능기라..."
둘은 다시 버스를 타고 남창으로 향했어. 남창에서 채린씨만 버스를 태워 보내고 이 쬬다리는 걸어서 굴만디로 올라 갔어. 그러면 누가 모를 줄 알어? 이 머저리 쬬다야. 집에 도착하니 6시가 다 되어 가는게야. 아직 3월이라 해는 거의 지평선 밑으로 들어 갈려고 하고 있었어. 병진이가 쫓아 오더니, "둘이 어딜 갔다오노? 아버지가 찾았는데..."그래서 이 쬬다 아저씨께 갔더니 이러시는게야.
"여기는 니 집은 아니지만 지킬건 지켜야 한다. 그라고 다른 사람 눈도 있고 내가 교회 장로인기라. 내가 니 아버지는 아니지만 못 볼건 못 본다. 앞으로는 조심하거라. 알았제?"
"예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심하겠습니다."
저녁을 먹고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교회 저녁 예배 드리러 교회로 가시고 동생들은 숙제하기에 정신들이 없고 병진이는 동생들의 숙제를 도와 주고 있었다. 밥하는 아이와 채린씨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끝내고 앞 가게로 가는 모양이었다. 이 쬬다는 슬며시 일어나 채린씨 뒤를 쫓아 갔다.
"장로님께서 뭐라 카드노?" "아니에요. 아무것도.... 그냥 조심하라 하던데요."
채린씨가 살며시 쬬다리 옆으로 오더니 이러는게야
"사랑해 쬬다씨, 아마 역경이 많을껄? 난 쬬다씨의 눈을 통해 쬬다씨의 마음을 읽었어. 쬬다씨도 그렇지? 사랑해." 그렇게 말을 하고는 비척 비척 걸어 가는게야. 이 쬬다는 마침 옹기 굴에 불을 때는 아저씨한테 갔더니,
저녁때 먹다 남은 막걸리가 있더라구. 막걸리를 한잔 얻어 먹고 담배도 한대 얻어 피웠어. 담배도 난생 처음이었어. 그리고 밤에 추위를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움막 같은 곳에서 막걸리에 취하고 담배에 취해서 잠이 들고 말았어. 그런데 귀에서 누가 웅웅거리면서 이런 말을 하는게야. "쬬다씨 사랑해요. 사랑해요. 쬬다씨도 나를 사랑할 수 있겠어요? 자신 있어요? 나의 육신을 보세요... 내 다리, 내 다리를 보세요. 그래도 나를 사랑할 수 있겠어요?"
머리속이 빙글 빙글 돌고 있었어 ,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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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8)
밤에 너무 추워서 일어 났어. 술도 깨고 담배도 깨고....
옆에는 그 아저씨가 불을 아직 때고 있었어. 그런데 옹기 굴에 불이 꺼질똥 말똥한게야. 왜 이렇게 불이 약하냐고 물었더니, 처음 하루 이틀 정도는 불이 약해야 한다는게지. 그래서 옹기를 흙으로 만든게 약한 불에 물기가 다 말라야 한다는게야. 그리고 큰 불로 때야, 옹기가 잘 익는다고 하기에 이 쬬다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어. 나도 다 알고 있어요...
새벽에 방으로 들어 가면서 이 쬬다는 이렇게 생각했어. 이럴 것이 아니라 나도 돈을 벌어야겠다. 이 옹기공장 일은 쬬다도 다 할줄 알고 있어. 전에 아버지 밑에서 했던 일이니까...
그리고 다음날 아침, 아침밥을 먹고 이 쬬다가 아주머니께 이렇게 말씀을 드렸어.
"아주머니 저도 일을 시켜 주세요. 저도 일을 해야겠어요. 사람이 매일 빌빌대니까 꼴도 말이 아니고요, 군에도 갈 준비를 해야 하니까 돈도 있어야 겠어요."
"그러지 말고 돈이 필요하면 말하거라. 내가 주끄마. 얼마나 필요하노?"
"그게 아니고요, 저도 일을 하고 싶어요. 매일 놀고 먹기도 그렇고...."
그래서 이 쬬다리도 일을 시작했어. 일당이야 어떻든 간에 일을 하니까 마음도 뿌듯하고 남 보기에도 좋았던게지. 돈이 필요하면 언제나 말을 했어. 그러면 아주머니께서 필요한 만큼 주시는게야. 돈이라는게 사실 뭐가 필요 있겠어? 다 채린씨와 데이트 비용이었지. 그리고 거기에 병진이를 끌어 드린게야.
이렇게 셋이서 어울리니까 아저씨께서도 말씀이 없었어.
대신 용돈이 많이 드는게 흠이었지만.....
하루는 아저씨께서 이 쬬다에게 이러시는게야.
"쬬다리야, 니 오늘 밤에 불을 한번 때 보그라. 다른 일은 그만하면 잘 한다만, 불은 정신을 차려야 하는 일이라서..."
"아닙니다. 집에 있을 때도 불을 여러번 때 봤습니다. 그 정도는 할 수가 있을 꺼에요."
"알고 있습니다." 이래서 그날 처음으로 밤을 세울 일이 생긴게야. 불이라는게 밤낮이 없거든 ....
저녁을 먹고 낮에 일하던 사람과 교대를 하고 불 앞에 앉았어. 그리고 책임감을 갖구서....
- 15 -
밤 11시쯤 아저씨가 오셨어. "잠을 자야겠거든 지금 집으로 들어가라. 불은 내가 땔끄마."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벌써 반이나 지났는 걸요."
"그래, 그래도 정 졸리면 졸지 말고 나를 깨우거라. 졸면 큰일난데이."
"예, 알겠습니다." 이쬬다리도 잘 알고 있어. 불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새벽 4시가 채 안된 것 같은데 발자국 소리가 들렸어. 또 아저씨인가 해서 밖으로 나가 보니까
세상에... 세상에 채린씨가 걸어오고 있는게야.
그리고 얼른 움막 속으로 들어 오더니, "쬬다씨 안 추워? 밤에 불을 땐다는 말을 듣고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이렇게 고마울 수가...
밖은 캄캄한데 불빛에 비치는 채린씨의 얼굴은 왜 그리 이쁘게 보이는지...
둘은 불 앞에 나란히 앉았어. 채린씨가 이 쬬다의 어깨에 머리를 살며시 기대며 이렇게 말을 했어.
"참 이상도 하지 난 내가 목석인지 알았어. 그래서 어떤 사람도 사랑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그런데 이렇게 내 마음이 흔들리는지 모르겠어. 그라고 너무 너무 행복해..."
이 쬬다는 채린씨의 말에 답을 못했어. 자꾸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듯한 취중에서 들렸던 소리가 지금도 귀에서 웅웅 거리는것 같아서 말이지.
"내 다리, 내 다리를 보아요. 그래도 나를 사랑할 수 있나요?"
그래 채린씨의 말대로 이 쬬다의 마음도 흔들리고 있는게야. 처녀의 향긋한 내음이 자꾸만 코를 간지럽히고 있었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이 쬬다의 볼에 닿아 있었어.
불을 쪼일려고 내어 밀고 있는 손이 왜 그리 아름답게 보이는건가. 이 쬬다 완전히 황홀감에 취해 있었어...
그러더니 그 아름다운 팔로 이 쬬다의 어깨를 감싸 안더니 이렇게 말을 했어.
"쬬다씨 날 보아요." 쬬다가 고개를 돌리고 채린씨를 보았어. 눈빛은 왜 그리 반짝이는지...
그 아름다운 입술을 살짝 벌리더니 "나를 사랑할수 있어? 나를 사랑하느냐구? 그러나 강요는 하질 않겠어. 그러나 난 쬬다씨의 눈을 통해서 알고 있어 나를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그 아름다운 입술로 이 쬬다의 입술을 범하고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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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 감촉, 그 감촉이란 ...처음이었어 처음이야 이렇게 황홀한 마음이....
이 쬬다는 잠시동안 정신을 놓고 말았어....
야 이 쬬다야, 넌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질렀어. 임마, 넌 이젠 정말 정말 큰일이야 임마.
정신차려 정신차려 이 쬬다야. 휴~~~~ 내가 다 안타깝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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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9)
밤 말은 쥐가 듣고 낮 말은 새가 듣는다고 누가 말헀던가...
불이 꺼질까봐 걱정이 되신 아저씨께서 새벽에 나오셨다가 이 장면을 목격하시고 말았어.
그런데 둘이 다 정신을 어디에 쏟았는지 누가 왔다 갔는지 둘은 까마득히 몰랐어. 전혀 몰랐지. 그럼 모르는게 당연하지.
그리고 아침밥을 먹고 잠을 자려니까 아저씨께서 쬬다리에게 이러시는게야.
"쬬다리야 나 좀 보고 자거라."
그래서 아저씨 방으로 갔더니, "내가 지금까지 니한테 달다 쓰다 말 한마디 안했는기라. 그런데 오늘은 좀 말을 해야겠는기라. 나는 니 아버지는 아니지만 일 하나는 잘하는구나. 그런데 사람이 살아가려면 일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도리를 지켜야 하는기라. 그런데 나는 니한테 실망했다. 다름 아니라 여자 문제인기라.
우짤레? 나는 그런 꼴을 못 본다. 니는 모른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다 본기라. 우짤레 니가 집으로 갈래 아니면 채린이를 보낼까 니가 알아서 해라."
이 쬬다 그래도 눈치 하나는 빨랐어. 하기야 콩나물 50원 어치를 사오라 하시면 10원을 삥땅쳤으니, 오죽 눈치가 빠를까?...
"예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아저씨 제가 잘못했으니 용서해 주세요. 앞으로 한번만 이런 일이 있으면 제가 먼저 집으로 가겠습니다. 이번으로 끝내겠습니다."
한참을 생각하시던 아저씨께서 "그라믄 집 주소와 전화 번호를 적어라."
"저, 전화는 없구요. 집 주소는 적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집 주소를 아저씨께 적어 드렸어.
그러니까 아저씨는 채린씨 가게로 가시는게야.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채린씨도 이 쬬다처럼 거의 같은 말을 들었다는게야.
그리고 식사도 한 밥상에서 하던 것이 채린씨와 밥하는 아이는 따로 밥상을 차린게야.
동생들은 입을 삐죽 거렸고 이 쬬다는 낯이 뜨거워 더 말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어. 막내의 그 '서울 오빠야' 하는 소리도 들어가 버리고, 이 쬬다 지금 말로 완전히 왕따가 되어 버렸어...
그리고 한동안 열심히 일을 했어. 그리고 서로 눈짓으로 말을 하면서 둘만의 시간이 나기만 기다렸어,
그런데 그 좋은 날은 이 둘에게 고개를 내어 밀어 주었어...
- 18 -
3월도 지나고 4 월도 가고...5월 중순 쯤인가.....
오전에 전화 벨이 요란하게 울리는게야. 이 쬬다가 전화를 받았지. 전화는 군 부대에서 온 것이었는데,
형이 있는 부대에서 사고가 생긴게야. 확실한 내용은 말하지 않고 어른을 바꾸라 해서 아주머니를 바꾸어 드렸더니 전화를 잠깐 받으시더니 전화기를 놓고 쓸어져 버리시는게야. 전화기에서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으나 거기에 정신을 쓸 여유가 없었지. 찬 물수건을 하고 팔 다리를 주무르고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모였어. 겨우 정신을 차리시더니 아저씨를 빨리 찾아 오라는게야. 그래서 남창으로 전화를 하고 겨우 찾아왔지....내용인 즉슨 형이 있는 부대 쪽으로 공비들이 침투를 했는데 작전하러 나갔던 형이 공비의 총탄을 맞았다는 내용이었어, 그래서 지금 대구 모 육군 병원에 입원 중이니 빨리 오시라는 것이었어.
그래서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부랴 부랴 준비를 하시고 모든 일을 이 쬬다리에게 부탁을 하시고 바람처럼 가셨어...다른 모든 사람들은 웅성거리고 이 쬬다의 마음도 편치가 않았어.
교회로 전화를 해서 목사님께 기도 부탁을 하고....
오후에 학교에서 돌아온 동생들에게 대강 이야기를 했지. 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일단 안심은 시켰지만 막내가 문제야... 다른 동생들은 그래도 컸다고 대강 알아 듣는데 막내는 막무내기야. 얼래고 달래고....
앞집 채린씨에게 가서 국화빵에...만화 책에.... 저녁 늦게 전화가 왔어 다리에 총알이 박혔는데 총알은 뽑고 지금은 안정을 취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들을 하지 말라는 게야. 그러시면서 모래쯤 가야 할 것같다고 하시는게야. 저녁을 먹고 병진이와 의논을 해서 동생들은 일찍 잠을 재웠어,
그리고 밖으로 나와서 하늘을 쳐다 봤지. 그날따라 달은 왜 그리 밝은지.... 마루에 앉아 달을 쳐다보려니까 집 생각이 간절한게야. 아버지, 어머니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아직 소식 한번 전하지 못했고... 형제들, 그리고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그런데 누가 저 앞에서 비척 비척 걸어오는게야. 가만히 보니까 채린씨더라구. 다 오지 않고 손짓을 하는게야. 그래서 이쬬다는 또 따라갔어 어디로? 어디긴 어디야 그 만화방이지....
야 이 쬬다야 너 정신 차려. 지금은 마음 가짐을 정결히 하고 기도를 할 때야.
정신 차려 이 친구야......
- 19 -
(슬픈 사랑의 연가 10)
이 쬬다는 채린씨가 가고 있는 곳으로 따라 갔어.
가게 문을 열고 어두운데서 성냥을 찾아 불을 켜니 거기에는 조그마한 쟁반에 막걸리 한 주전자와 김치 그리고 반찬이 한가지와 술잔이 두개가 있었어.
다 찌그러져 가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 이 쬬다와 채린씨가 마주 보며 앉았어.
그리고 채린씨가 막걸리 잔에 막걸리를 따루었어. 그러면서 이렇게 말을 하더라구.
"쬬다씨 많이 힘들제? 계린이 큰 오빠야는 어떻다 하더노?"
"예, 지금은 좀 괜찮은 모양이에요. 총알이 다리에 박혔다는데 수술을 해서 빼 내었다 합니다. 그래도 천만 다행이지요. 잘못 됐으면 어떻게 할 뻔 했나요?"
"참말이라예, 잘못 됐으면 우짜겠노.... 우리 다른 이야기는 고만하고 우리 이야기나 하입시더. 난 쬬다씨가 보고싶어 죽을 뻔 했는기라. 쬬다씨는 안그렇더나?"
막걸리를 한잔 쭈욱 마시고 김치를 한조각 씹어 먹은 이 쬬다의 눈에는 촛불이 자꾸만 하늘거리고 있었고 그 하늘거리는 촛불의 빛을 따라 채린씨의 얼굴이 커졌다 작아 졌다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그렇게 보이는게지. 채린씨의 독촉하는 그 입술을 보고 그 눈빛을 보고 다리를 감추기 위해서 항상 입고 있는 긴~치마 속으로 채린씨의 굵고 가는 다리를 보며 하늘거리는 촛불 처럼 이 쬬다리의 마음도 흔들거리고 있었어.
정말 이 여자와 평생을 같이 살수 있을까? 친구들과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둘이 다정스럽게 팔짱을 끼고 걸을수 있을까....그러면서 이 여자가 나의 이상형이고 나의 평생 동행자며 나와 생을 영원히 같이 할 사람이라고 떳떳이 말을 할수 있을까?....
자꾸만 촛불에 비치는 채린씨의 얼굴처럼 이 쬬다의 마음이 밝아졌다 어두워 졌다 하는게야. (야 임마, 정신 차려, 술 한잔에 마음이 그렇게 왔다리 갔다리 해서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노? 말을 좀 해 보소 내가 안보고 싶더냐고?"
자꾸만 재촉하는 채린씨의 눈빛이 왜 그렇게 애처롭게 보이는지....
"아닙니다. 저도 채린씨를 보고 싶어서 혼이 났어요. 그러나 지난번 일도 있고 해서....."
말을 얼버무리며 또 막걸리 한잔을 마셔 버렸어.
채린씨도 막걸리 한잔을 곱게 마시면서 "오늘은 막걸리가 와 이리 다노?" 이렇게 중얼거리는게야.
(달기는 나는 쓰기만 한데....) 한동안 말이 중단 되고 둘은 얼굴만 마주보고 있었어. 그러기를 약 10분 정도나 됐을까? 이 쬬다가 입을 열었어
- 20 -
"채린씨 여기는 공간이 너무 좁아요 밖으로 나가지요. 오늘은 달도 밝고 공기도 맑고 이곳 보다는 밖이 더 좋을것 같네요." "그러자구. 밖이 훨씬 더 밝겠는기라."
그리고 둘은 밖으로 나왔어. 밖은 밝은 달빛이 온 천지를 밝게 비추고 있었고, 하늘에는 흰 구름이 흘러 가는 것이 선명하게 보이는게야. 달빛에 많은 별들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큰 별들은 자기 나름대로 밝게 빛나고 있는게야. 비스듬한 산 허리에 둘은 자리를 잡고 앉았어. 그리고 서로가 숨을 고르기 위해서 잠시 동안 말이 없었어. 그 짧은 순간에 이 쬬다의 머리 속으로 수 많은 필림이 지나 갔어. 어떻게 해야 하나, 무슨 말을 해야 하나...그래도 막걸리의 힘이 컸을까...아니면 술의 힘이 컸을까...술=막걸리 아니면 이 쬬다의 마음이 약해 졌을까....그래, 이렇게 말하자.
그리고 슬며시 채린씨의 어깨를 팔로 감으면서 이렇게 중얼 거렸어.
"채린씨, 아카시아 향기가 너무 좋지요?" 웬 아카시아 향기?...
정말 아카시아 꽃이 피고 있었어. 파란잎 사이로 하얗게 피어 있는 꽃이 향기를 발하고 있었어,
아니 그보다 옆에 앉아 있는 채린씨의 몸에서 나는 향기, 그 향기에 그만 이 쬬다는 취해 있었어,
그리고 이렇게 말을 했어. "채린씨, 우리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집을 짓고 밤하늘을 보며 나는 시를 쓰고 채린씨는 커피를 끓여 그것을 마시며 밤바다를 보고 있을 때 하늘에서 빛나고 있던 별이 유성되어 바다로 떨어져 그 유성이 조개껍질로 변하면 우리 그 조개 껍질을 주우러 바닷가로 달려 가지 않겠습니까?"
(가만가만 어디서 들은 소리 같기도,,..어쨋던 이쬬다 생각 멋있네. 언제 이런 시적인 말을... 참 여자가 좋긴 좋고 술이 좋긴 좋은 모양이구만...)
채린씨가 이 말을 듣더니 고개를 쬬다리에게로 돌리며 이렇게 말을 했어.
"쬬다씨, 너무 너무 고마워요. 난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다 해도 원이 없겠어."
그 소리가 끝나자 마자 누가라고도 할것 없이 서로 둘은 부둥켜 앉았어. 그리고 긴~~ 입맞춤을 했지.
으이구 얼마나 좋을까..
이 쬬다의 가슴에 채린씨의 볼록한 가슴이 맞닿아 있었어. 그 가슴을 통하여 서로의 심장 박동 소리가 전해 지는게야 콩닥 콩닥 쿵덕 쿵덕 ....
코에는 채린씨의 향기와 아카시아의 향기가 한데 어우러져 취해 있었고 저 멀리서 가 끔씩 울어 대던 뻑국새 울음 소리도 숨을 죽이고 있었고 채린씨의 머리카락을 흔들어 주며 지나가던 실바람 마저도 잠시 멈추어 버렸어. 이 쬬다는 이렇게 중얼거리는게야.
- 21 -
"아~~~ 채린씨 채린씨 " 야 임마 너 지금은 좋을지 모르지만,
넌 임마 지금 간음죄를 짓고 있는 중이야 ... 아닌가?... 나도 잘 모르겠네 어쨌던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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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11)
사랑해, 사랑해... 둘이 마음 속으로 수없이 되뇌인 단어였어...
그렇다면 과연 사랑이란 무엇이냐? 이 쬬다야, 너는 사랑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니?...
야, 이 쬬다야, 너 정말 채린씨를 사랑하고 너의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길 수 있을 것이며 세상을 살면서 '내가 이 여자와 결혼한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나는 행복하다' 이렇게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금 술 두어잔에 마음만 벌렁거리고 앞 뒤 생각없이 둘이 부둥켜 앉고 있는게 아냐?...
빨리 냉정을 되 찾아 임마....쬬다 ....머저리 밥통아...
한쪽 가슴 아니, 양쪽 가슴으로 통해서 울려 오던 채린씨의 콩닥 거리는 심장 박동이 차츰 차츰 안정이 되어 가는것 같더라구,
그리고 둘은 팔을 풀고 입술을 때었어....
"너무 고마워 쬬다씨, 난 세상을 다시 사는것 같애, 이기쁨 이 황홀한 마음 ...아~~ 난정말 행복해..."
(채린씨 세상 살이가 스무 두어살 먹은 처녀의 생각과 아직 군에도 안간 쬬다 같은 놈의 생각처럼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구요,
지금 당장 둘이 살림을 차릴 수가 있나요, 아니면 누구에게 결혼 승낙을 받을수가 있나요, 앞으로의 일이 첩 첩 산중이라는 것만 알고 있으라구요.)
꿈과 현실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걸 이 쬬다리 같은것 둘이 알수가있나.....
둘은 손을 꼬옥 잡았어 그리고 바보 머저리 쬬다 같은것 들이 이렇게 말을 하는게야
"우리 이 마음 영원토록 변치 맙시다," (글쎄 그게 얼마나 갈수 있을까?.....)
밤이 늦어서야 둘은 헤어졌어 그리고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잠자리에 들었고 그 다음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아무일이 없었던 것처럼 일을 시작한게야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않계서도 일꾼들은 자기 일들을 열심으로 했고 이 쬬다리도 거기에 보조를 맟추어 일을 열심히 했어, 그날 늦게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오시고....
세월이 빠른지 시간이 빠른지....(그게 그 소리가 아닌가? 아니면 말구...)
어느 여름으로 접어드는 6월 초 어느날. 누가 이 쬬다리를 찾아 왔어
집에서 쬬다리를 찾아 작은 형이 온게야,
- 23 -
집에서 쬬다가 없어진 후로 한참을 찾다가 찾는걸 포기를 해 버렸어, 몇달이 지나도 열락이 없으니 쬬다 같은 놈 하나 없어진게 뭐 그리 큰 대수냐....
그런데 지금 찾아온 형이 그렇게 말씀을 드렸다는게야 자식을 너무 차별 하지 말아달라 첫째와 막내와 그리고 둘째와 셋째를 어떻게 차별했나 우리는 아버지께서 공장에서 바쁜 일이 있으면 학교도 쉬면서 공장일을 했다 그래도 자식 대접을 못 받았다 이런식이면 나도 집을 나가겠다, 뭐이런 항변이었다는게야...
그러는 중에 쬬다리에게 군에서 신체 검사 용지가 나왔다는게지 그래도 군에는 가야 하니까 집에서 부랴 부랴 찾기 시작한게야...
그래서 이작은 형이 찾다가 찾다가 쬬다의 국민학교 친구인 그 농부를 만났고 그친구가 산통을 다 깨어 버린것이야 울산 어디로 간다고 했다고....
그리고 자기도 신체검사 통지서를 받았다고...
아저씨 집에선 웃음 꽃이 피었어, 오랫 만에 들어 보는 친척의 안부와 그리고 처음으로 보는 귀여운 동생들 ..그리고 군에가있는 형의 소식도 좋은 소식이 온게야 거의 완치가 되어 간다고....
저녁 밥상을 물리고 이 쬬다와 형은 둘만의 시간을 가졌어, 형이 그랬어
" 야 쬬다야 이젠 신체 검사 날이 5일 뿐이 않 남았어 그러니 내일이라도 집으로 올라 가야해"
"아니 난 않가 난 군대를 않갈꺼야 내가 신체 검ㅏ를 맡으면 100%로 입대를 해야하는것으로 알고 있어
차라리 신체 검사 기피를 하는것이 더 나을지도 몰라 나중에 입대시 기피자로 몰리면 그것이 더 큰일이니까" 이렇게 둘이 옥신 각신 하면서 말을 했어 앞집 가게겸 술집에서 막걸리를 나누면서...
우린 집에서도 인간 대접을 못 받았다. 그래서 집에 가기 싫다.. 여기서 살겠다...결국은 쬬다가 지고 말았어, 대신 조건을 말했어, 나에게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말것 그리고 이젠 나도 학생이 아니고 사회인이다는등...내 인생은 내가 책임을 진다는등...
그래서 형이 이러는게야 결정은 집에서 아버지께서 하시겠지만 나도 최선을 다해서 말씀을 드리겠다 아니면 나도 집을 나온다...이렇게 약속을 했어,
그리고 이야기는 끝냈어..막걸리를 몇되나 먹고 그리고 채린씨에 대하여 말을 했어.
그러니까 형이 그러면 내가 한번 만나 보자...
그래서 형은 채린씨를 잠간 만났어 그리고 무슨 말을 잠간 나누었어 다음날이면 서울로 가기로 약속을 하고 그날밤은 잠자리에 들었어...
- 24 -
그러나 다음날 이 쬬다는 청량리행 열차를 타지 않았어 하루라도 채린씨와 같이 있고 싶어서 였어 그리고 형도 더 있고 싶어 했고.....
채린씨와 서러운 이별을 했지 신체 검사가 끝나는 대로 다시 이곳으로 내려 오겠다는 약속을 굳게 하고.....
그리고 다음날 부산진발 청량리행 완행 열차에 몸을 실었어
그리고 이렇게 인사를 했지
안
녕
안
녕
나
의
채
린
씨............................
- 25 -
(슬픈 사랑의 연가 12)
아침에 남창역에서 기차를 탄 쬬다와 그의 형은 집이 있는 역에서 기차를 내리니 거의 밤 8시가 넘고 있었다 거의 기차에서 13 시간을 시달렸었다.
집에 들어 가자 마자 아버지께 한참 꾸중을 들었다 거의 귀에 못이 박힌듯한 그 말씀 우리 가문엔 너 같은 놈은 없다......
그날밤은 그렇게 몇 말씀으로 넘어 갔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밥을 먹기가 바쁘게 이 쬬다는 그 농부인 친구에게로 찾아 갔다,
초 여름의 가믐이 심해 그 친구는 무척이나 바쁜 모양이었다 가믐으로 인한 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여어 쬬다야 오랫 만이네 그래 잘 갔다 왔어? 너네 형이 나를 찾아 왔기에 울산 쪽으로 간다고 하더라고 내가 말을 했었어"
"그래 그래서 형한테 붙잡혀 왔어 그나 저나 너무 비가 안와서 큰 걱정이네...."
그러면서 이 쬬다는 친구의 물 주는 일을 도와 주었다
점심때 누가 차려 주는 사람은 없지만 둘은 부억에서 점심을 차려서 맛있게 밥을 먹었다,
"야, 오늘 나 여기서 잠을 자면 않되겠니? 난 말이야 이젠 집엘 가고 싶지가 않아...."
"그런 소린 말어 임마 오랫 만에 집에 왔으면서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소리 할려면 지금 집엘가"
점심을 먹고 잠시 쉬고 나서 둘은 또 부지런히 일을 했어,
이 쬬다의 친구는 혼자서 3~4일 동안 할 일을 하루에 한다고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저녁때 이 쬬다는 한참이나 떨어저 있는 정육점에 가서 삼겹살 두어근을 샀고 쐬주도 두병 샀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삼겹살에 쐬주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이 쬬다의 친구는 큰 걱정이 었다 농사에 소에... 자기가 군엘 가면 누가 우리 농사를 지어 주나....
그래서 이랬지 아니, 넌 분명히 보충역이 될꺼라고...
그리고 몇칠이 지난후에 이 쬬다와 그 농부 친구와 거의 모든 동창생들이 다른 동네 장정들과 팬티 한장만 입고 군인들이 시키는 이곳 저곳으로 다니면서 신체 검사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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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쬬다는 생각대로 1급 합격 판정을 받았고 그 친구 농부는 보충역에 편입 된다는 좋은 소식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 갈수 있었다.
그런대 작은 형이 전보 한장을 전해 주었다
지금이야 전화에 컴퓨터에 무슨 소식이나 정보도 금방 알수 있으나 그 당시는 울산에서 이 쬬다가 있는곳으로 전화를 하려 해도 몇시간은 족히 걸렸다,
전보 내용은 이랬다, "나도 집으로 간다, 채린 "
집이 대구에서 경주 쪽으로 기차역을 5갠가 6역이라 했나 역 이름은 반야월이라 했다,
그 역에서 내려 찻길도 없는 논두렁 밭두렁 길을 15~20분 정도 걸어가면 과수원들이 있는데 그중에 한 곳이라 했는데 그것도 자기네 집이 아니라 세 들어 산다고 했다,
그날밤 이 쬬다는 잠을 잘수가 없었다.
무엇 때문에 집으로 갔을까?...또 다른 일이 생겼나...우리 일이 들통이 났나?....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영 잠을 못 잤다 내려가 볼까?......
작은 형이 부모님께 무슨 말씀을 드렸는지 감시의 눈길이 더 심해 졌고 부모님들 끼리 의논을 하셨는지 이 쬬다를 군에 가기전에 기술이라도 한가지 아르켜야 겠다고 생각하시고 어느날 서울에 있는 모 운전 면허 학원을 등록을 시켰어... 그리고 집에서 그렇게 빈둥되지 말고 군에라도 일찍 갔다 오라
그런 결정을 지으시고 아예 군 지원서에 도장 까지 찍고 말았어...
일찍 군엘 갔다 오는것도 좋을거 같아 이 쬬다도 동의를한게야, 그래야 자기 마음대로 결혼도 하고 돈도 벌고....이 쬬다 그렇게 확신한게지...
그렇지만 채린씨 걱정에 마음이 놓이질 않았어, 그렇다고 주소를 아는것도 아니고 확실한 집 위치도 모르고.....
이젠 군에 갈 날짜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지원한 날짜)
면허증도 따 놓은 상태인 어느날 이 쬬다 앞으로 두툼한 편지 한통이 날아 왔어
그래서 이 쬬다는 뒷 동산으로 올라 갔지, 한강이 보이고 저멀리 강건너 미사리에서는 여름철 수영객들을 맞을 준비에 한창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들이 보였어 백사장을 고르고...
겉 봉투를 뜯었더니 그 특유의 채린씨 냄새가 편지에 묻어 있었어,그날밤 맡았던 채린씨의 몸 냄새..... 아~~~~
채
린
씨
채린씨 채린씨......... 보고싶어요..................................................
- 27 -
(슬픈 사랑의 연가 13)
깊은밤 하늘거리는 촛불이 있고 그리고 이렇게 조그마한 책상이 있고 그리고 쬬다씨에게 글을 쓸수 있다는 이런 사랑하는 마음이 나의 가슴 속에 있고 저멀리 밖에서는 풀벌레 울음소리와 밤 늦도록 울어 대는 매아미 소리가 있는 이 고요한 밤에......
이렇게 시작한 채린씨의 편지는 사랑한다는 말로 시작되어서 사랑한다는 말로 끝을 맺은 그런 사랑의 서사시 였어.
나의 쬬다씨는 무엇을 하느냐? 나의 소식이 궁금하지도 않더냐....아직도 나의 입술에는 쬬다씨의 그 따뜻한 채온이 남아 있는것 같아요......
이 쬬다는 그때의 일을 생각만해도 가슴 짜릿한 그런 내용이었어,
보고 싶어요....보고싶어요....마지막에는 눈물 자욱으로 편지의 글씨가 너무 많이 퍼져 있더라구....
그리고 마지막으로 끝맺음 다음에 안녕이라는 말 대신에 채린씨의 입술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어....
이 쬬다는 시계를 보았다. 오전 11시 부랴 부랴 집으로 가서 대충 옷을 갈아 입고 버스를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청량리까지 가서 다시 서울역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서울역에도착해서
대구까지 가는 기차 제일 빠른 표를 사고 시간에 맟추어 열차에 올라 대구로 향했다
대구까지 가면서 거듭 거듭 확인을 했다 무엇을 ?...주소말이야...
경북 경산군 안심면 반야월리 XXXX번지 채린 과수원.....
대구역 도착이 오후 4시 다시 경주행 열차로 갈아 타고 반야월 역에 내리니 4시 40분 역에서 빠져 나와 역무원에게 주소를 믈었더니 이리 저리 저리 이리 가라고 아르켜 주셨다.
그길을 따라 뛰는 듯이 과수원을 찾아 갔다,
거기에는 대 단위 과수원 단지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서 채린 과수원이라고 간판이 쓰여 있는 곳 까지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5시 10분이었다.
(휴~~정말 숨이 막히는구만 무슨 마라톤 경기를 생 중계하는 것도 아닌데 이게 뭐여...무슨놈의 시간 까지...) 나무로 얼기 설기 짜 맞추어서 만든 싸릿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저 만큼에 집이 한채 보였다...
집을 향해 가는 동안 지금 지금 막 익어가고 있는 사과 향기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성급한 놈은 조금씩 붉은 빛을 띠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직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 28 -
집 앞에서 숨을 고르고 목소리를 깔고 점잖게 불렀다, "계십니까?"
방문이 열리고 어떤 어여쁜 아가씨 한명이 나왔다.
"누구를 찾아 오셨습니껴?" 채린씨 보다는 조금 못 생겼지만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아 예 저는 쬬다리라고 합니다 지금 막 서울에서 도착했는데요 채린씨를 좀 만나러 왔습니다."
"아, 예 쬬다씨요 우리 채린이 한테 말은 많이 들었는데 실물이 훨씬 더 낫네요 들어 오이소 야가 지금 대구에 일이 있어서 갔는데 올 시간이 다 됬습니더 올라 오이소 어서예"
"아닙니다 방보다는 여기가 더 좋겠습니다."
툇 마루 같이 그러나 앉으면 금방이라도 찌그러질듯한 마루가 하나 있었다.
"사과 향기가 너무 좋슴니다,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세상사는것 같겠군요, 정말 신선이 따로 없겠습니다" "뭐라꼬요 별 말씀을 다 듣겠네예" 그러면서 얼굴을 살짝 붉혔다.
"사과 밭이 꾀 넓군요..."
글쎄요 한 3000평 정도...저도 잘 몰라예 참 내정신 좀 보레이 차라도 한잔 드실랍니껴?'
"예 그래 주시겠습니까? 참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은 누구신지요"
"아 예 저는 채린이 언니가 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입구 쪽에서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까 채린씨와 동생인듯한 남학생 한명 그리고 여학생 한명 이렇게 세 명이 과수원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 쬬다는 벌떡 일어 났다. "채린씨~~~" 집으로 들어 오던 사람들이 잠시 멈추어 섰다.
"쬬다씨, 쬬다씨"다리를 흉할 정도로 절면서 쬬다를 향해 최대한으로 빨리 오고 있었다 이 쬬다도 뛰어 가고.... 그리고 둘은 손을 꼬옥 움켜 잡았다.
그리고 언니와 동생들도 이 두 사람을 둘러 싸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에서는 어느듯 그리움의 이슬이 맺혀 있었다.
"야야 채린아 뭐하노 빨리 손님을 안으로 모시질 않고...."
"그래 언니야, 내가 정신이 없꾸마 쬬다씨 안으로 들어 가입시더."
방은 아늑 했다 대구의 그 더운 날씨도 이곳은 시원했다.
그리고 채린씨는 자기 동생들을 소개를 시켰다 한명은 고등학교 3학년 또 그밑은 중3이라고 ....
- 29 -
조금 있다가 채린씨의 어머니도 오셨다 아버님은 몇년전에 세상을 달리하셨다고 했다...
과수원은 지금은 바쁜시절이 아니라고 했다 .....
이 쬬다는 채린씨의 어머님께 큰 절을 올렸다 큰 절을 ....
야 임마 너 어쩔려고 그러니?..... 지금 누구에게 큰절을 올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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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14)
"아이고 절은 무슨 절 입니꺼? 괴안슴니다 안즈이소"
절을 하고 이 쬬다는 앉았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다 앉았지, 이 쬬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게야
"어머님 저 쬬다리라 합니다. 그리고 저는 채린씨를 사랑합니다. 결혼을 허락해 주세요."
(좋아하지 마라 이 쬬다 머저리야, 이제 나이 스물 조금 넘은 군에도 안간게 무슨 결혼이야 결혼은?....야 임마 너의 형들이 웃겠다.야 이 쬬다야 3년 동안 사람의 마음이 변해도 꼴 백번은 변하겠다, 이 쬬다 머저리 밥통 등신아...)
옆에 있던 언니 동생들의 입에서는 감탄사가 나왔어....
그러나 정작 어머님 입에서는 그런 말씀이 않나왔어 그리고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구.
"이보게 총각요, 총각은 아직 군에도 않갔고 군에 갈때가 다 되어 간다드만 군에나 갔다 온 후에나 생각을 해 보끄마" "아닙니다 어머님 3년 아니라 30년이라도 기다리겠습니다, 채린씨만 좋다면요...."
"너무 고마우이. 그러나 총각 집에서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겄나? 그게 궁금하네...."
사실이 그랬다, 그래도 연세가 높으신분의 생각이 달라도 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깊이와 넓이가 있는 말씀이었다...
결혼은 두 머저리와 쬬다리가 하는 것은 아니니까, 가문이 있고 집안이 있고 그리고 허락을 맡아야할 사람들도 있으니,,,,
"그보다도 우짜겠노 총각도 아직 저녁 전인것 같고 큰 아야 저녁 준비를 해야지 뭐하고 있노?...."
채린씨와 언니 그리고 여 동생이 부억으로 나갔다. 밖은 점 점 어두워져 가고 있었고...
어떻게 해야 하나 오늘 밤차로라도 서울로 올라 가야 하는데...집에선 무척이나 걱정을 하실텐데....
입대날도 이젠 며칠이 않남았는데...
진퇴 양난 바로 그것이었어, 그러는 중에 저녁 준비는 끝이 났고 밥상을 들고 채린씨와 동생이 방으로 들어 오는 것이야,동생들은 교복에서 간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있었다..
밥상을 보니 언제 준비 했는지 고기 볶음에 생선 구이 그리고 맛있게 생긴 나물 종류...
진수 성찬 바로 그 자체였어, 이상도 하지 냉장고도 없는 시절인데 어떻게 생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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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알껄 고구마도 싱싱도를 간직할수 있는 사람도 있는데뭘...)
어쟀던 너무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촛불아래서 그것도 선남 선녀 그리고 사랑하는 채린씨와 한 밥상에서...
이 쬬다는 자꾸 이런 생각을 하는게야 "이게 꿈이냐 생시냐?"
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밖으로 나왔다. 이 밤에도 사과 향기는 그 향기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둘이 그 다 찌그러져 가는 툇마루에 앉았다. 남 동생이 후랫쉬를 들고 왔다 갔다 하더니 사과를 몇개 따왔다
그리고 물에 쓱쓱 닦아서 바구니에 들고 오더니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 주었다.
그러자 채린씨가 부억에 들어 갔다 오더니 병 하나를 들고 왔다. 사과주라고 했다.
둘이는 그렇게 한 동안 말이 없이 앉아 있었다, 쬬다는 또 이렇게 생각하는 게야.
(정말이구나 하늘 거리는 촛불이 있고 조그마한 책상 그리고 풀벌레, 아~ 정말 정말 이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 그리고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너무 부럽고 너무 사랑스러워....)
채린씨를 바라 보았다. 채린씨의 모습이 너무 너무 행복해 보였고 세상 근심 걱정이 하나도 없는 사람같아 보였어, 지금 당장 죽어도 웃으며 죽을수 있을것 같은 그런 행복에 취해 있는 사람 같아 보였어....
"채린씨 너무 너무 좋아요, 이 자연 그리고 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채린씨의 가족, 그리고 그 아름다운 마음씨들...사람들이 너무 좋으신 분들 같아요."
"그런데 참말로 우짠 일입니껴? 우짤라고 여기 까지 온 기라예? 그리고 신체 검사는 우찌 됬는데예?"
그래서 이 쬬다는 지금까지의 일들을 자세히 이야기 했다, 그래서 몇칠 있으면 군에 간다는 말까지....
그 말을 다 들은 채린씨가 쬬다리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흐느끼기 시작했어...
"쬬다씨 3년을 어떻게 기다리겠노? 집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지난번 형이 나보고 아직 동생은 군에도 안갔고 생활 능력도 없다고 하면서 더 생각을 해 보자고 했는데 다른 말은 없더나?"
서럽게 서럽게 흐느끼고 있었다. 누가 들을까봐 숨을 죽이면서....
"채린씨 아직은 말을 못 했어요 그러나 나의 결심은 섯습니다, 나를 믿으세요 3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요, 울지 마세요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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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둘은 서로를 끌어 안고 울고 말았어..섧게 섧게 울면서...
(야 이 쬬다 머저리들아 누가 지금 죽으로 가는게냐? 당연히 해야하는 국방의 의무야 이 머저리들아...)
그렇게 그날 밤은 깊어 갔어 서로를 품에 안은체...
또 언제 만날지 모르는 기약을 한 체....
그 다음날 이 쬬다는 다시 서울행 열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어 그리고 3일후 다시 논산행 열차를 탄게야 군에 입대를 한게지 입대를 ....
야 쬬다 너 생각 잘했다 생각 잘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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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15)
군에서 그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열심으로 훈련을 받았다.
훈련때의 땀 한방울이 전쟁에서의 피 한 방울과 같다는 군인 정신에 입각하여 열심히 열심히 훈련을 받았다. 7, 8, 9,월 한창 더위에....
더위를 참아 가며 하루 하루를 보내며 또한 일과 후에 (훈련 시간 후에) 전해 지는 집에서 오는 편지와 그 보다 더 기다려 지는 채린씨의 편지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는 그런 기분이었다..
가끔씩 넣어서 오는 채린씨의 사진은 아~정말 정말 기쁨 그 자체였다....
그 힘든 훈련도 채린씨의 편지 덕분에 잘 참고 넘겼는지도 모른다...
훈련병에서 특과 교육 까지 다 마치는 동안 때로는 빳다에 때로는 지독한 기합에...
그때 마다 채린씨의 얼굴을 생각하며 힘을 얻곤 하고 채린씨의 사랑한다는 편지 내용을 생각하며 참고 참았다. 교육을 이수하고 훈련병에서 이등병으로....
그리고 이 쬬다가 있응 저 전방 어느 부대로 팔려 가게 되었다.
그게 10월 초 였다 전방의 10월은 무척 쌀쌀했다. 수돗물 대신에 부대를 가로 질러 흐르는 시냇물에 아침으로 세면을 하려치면 얼굴에서 김이 무럭 무럭 나곤했어 벌써 그만큼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게야.
지금쯤 대구에서는 사과가 익어 가고 있겠지, 이니면 추수를 끝냈을까?....
사과 나무 아래서 찍어서 보낸 채린씨의 웃는 모습에서도 사과는 빠알갛게 익어가고 있는 느낌이었어...
지금에야 그런 사진은 없지만 그때만해도 명함판 사진을 찍고 부탁만 하면 포도 잎사귀 모양 안에 얼굴을 넣어서 옆에는 간단하게 글도 넣어 주었어. 그땐 아직 흑백 사진 뿐인 시절이지....
이 쬬다는 항상 이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있었어, 언제나 휴가를 가나 언제나 휴가를 가나.
그러나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군에서는 서열이 있고 날짜가 있고 ...마음대로 되는건 하나도 없지.....
11월 벌써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 단풍이 참 멋이있다 생각했는데 어느새 벌써 눈이라니....
그리고 12월 크리스마스 케롤이 흘러 나오고 새해 맞이가 한창일때, 이 쬬다가 있는 부대에서 애인 사진 콘테스트가 있었어.. 이 쬬다도 채린씨의 사진을 출전 시켰고 그리고 당당히 1등의 영예를 얻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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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덕분에 정규 휴가와 포상 휴가 까지 해서 25일이라는 긴 시간을 휴가맡게 된게야.
휴가 신고를 하고 휴가증을 받고 춘천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또 청량리행 버스로 갈아타고 다시 이 쬬다의 집이 있는곳으로 오는 버스를 갈아 타고....집 앞에 오니 오후 하고도 4시 30분경이었다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 오니 마침 거실에 아버지께서 계셨다 그래서 이 쬬다 이렇게 인사를 드렸어 "충성 쬬달리 아버님께 휴가 신고 합니다"
바짝 말라 있고 눈만 반짝 거리는 쬬다리를 보신 아버지의 눈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그만큼 쬬다리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는지 모르겠어 그뜨거운 날씨에 훈련 받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그래 어서 들어 오느라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심했니? 어서 들어 오느라" "예 아버지 그러나 참을만 했습니다 그렇게 걱정을 않하셔도 됩니다." 이래서 이 쬬다는 6개월 만에 집으로 오게 된게야, 전에는 그렇게 있기 싫어 하던 집이었는데 군에서는 그래도 눈물나게 그립 더라고...그리고 이렇게 생각했어 (우리 아버지께 저런 면이 있었나? 눈물을 다 보이시고 ...연세가 드셔서 그렇나?...)
조금 후에 동생이 오고 저녁 때가 되어서 온 식구가 다 한자리에 앉았어 오랫만에 웃음 꽃이 피어 나고 어머니께서는 술도 받아 오시고 ...그리고 군에서 고생한 이야기 기합 받고 빳다 맞고...
이틀간은 그렇게 잘 보낼수가 있었어 삼일째 되던날 이 쬬다는 아버지께 좀 다녀 올때가 있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리고 대구로 향했어
집에서는 보일수 없었던 상장(애인 사진 콘테스트)을 들고 말이지...
지닌번에 갔던 그 길을 찾아 채린 과수원에 도착을 했어 날씨는 이곳 대구가 어쩌면 서울 보다 더 추웠어, 잎사귀가 다 떨어진 사과 나무들은 더 을씨년 스러워 보였고 바람이 불때 마다 추위에 울고 있는게야....
그리고 방문 앞에서 이렇게 소리를 질렀어 "채린씨 채린씨. 채린씨 계세요?"
방문이 열리면서 채린씨 식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얼굴이 나왔어 그러면서 이렇게 묻는게야
"누구를 찾아 오셨는교?" 여기가 채린 과수원 아닙니까?" "예 몇달 전만해도 그랬는데 이제는 주인이 바꼈는데예"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용인 즉슨 이랬다 지난 가을에 일손이 모자라는데 학교 다니던 남동생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을 했고 사과 추수는 감히 꿈을 꿀수도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이분들이 사과가 나무에 달려 있는 상태로 인수를 하게 된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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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사람들은 대구로 이사를 했는데 주소는 모르지만 가끔 그 다리 저는 아가씨가 와서 군에서 오는 편지는 찾아 간다는 것 이었어..
"그 편지를 보내신 분이 군인 아저씨입니까?" "예 저가 그 장본인 입니다."
"우짜믄 좋겠노 내가 주소를 몰라서 말이라예."그래서 이 쬬다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아~~채린씨 채린씨.....
그리고 이 쬬다는 군 부대 주소와 그리고 지금은 휴가 중이니 그동안에라도 채린씨가 오면 집으로 열락을 해 달라고 집 주소도 적어주었다. 그리고 아주머님께 신신 당부를 해두었다
그리고는 힘없이 뒤 돌아 서고 말았다....이 넓은 대구에서 어떻게 채린씨를 찾나????? 그리고 왜 무엇 때문에 자기에게는 연락을 안하나 무슨 이유일까?...바람은 더욱 차갑게 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