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의 거리를 거닐면서
하루 일과를 바삐 끝내고
우리 가족은 버스를 탔습니다.
오랜만에 마산행 버스에 오르니
복잡한 도로 속에
서민들의 향취가 풍겨지면서
온갖 찬란한 네온사인들이
내 눈을 파고들어 왔습니다.
몇 년 만에 찾아 나선 터라 앞좌석에 앉은
할머니께 여쭤서 어시장에 도착해 내렸습니다.
이웃 도시인 마산에서 입은 자연재해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인생이 어떤 것인지
아이들과 함께 체득하고 싶어서 나섰지만
좋은 일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보이는 상황 앞에
함부로 말하지 않게 당부를 하고 거리를 거닐어 봤습니다.
우선 배가 고파서
부림시장의 명물인 먹자골목에 가서
청년시절에 즐겨 먹던 메뉴대로
순대와 떡볶이, 우동을 시켜서
싼 가격이었지만 그 어떤 비싼 것보다도
맛있게 꿀맛으로 추억과 함께 먹었습니다.
부림시장의 골목이 더 새롭게 화려하게
단장함 속에 그 옛날의 ‘고려당 빵집, 코아양과, 학원사’등이
눈에 반갑게 띄었지만, 재래시장인 먹자골목과
악세사리와 값싼 옷을 파는 리어커는 그대로였습니다.
그리고 여고시절 처음 영화관 단체관람을 왔다가
친구들과 사먹었던 식빵 속에 동그란 햄과 양배추,
계란후라이가 들어가던 500원짜리 샌드위치와
바나나 장수들은 어느 곳을 찾아보아도 없고,
분식가게만 즐비하게 늘어서...
아직도 내 맘엔 여고시절
‘부활, 엑스카리버, 인디아나죤스, 부시맨’ 등의
영화가 살아있고, ‘잊혀진 계절‘의 ’이용‘과
'J 스치는 바람에...’를 부르던 노래들도 선연한데,
거리와 가게는 딴 세상으로 변해서
나는 낯선 거리에서 찾아 온 손님이 되어 헤메이다...
속이 든든해지자 여유 있는 걸음으로
수해지역인 어시장으로 향했습니다.
갯벌냄새와 더불어 생선과 과일, 야채가
부패한 비릿함이 코를 찌르고,
가게 앞마다 쓰레기 봉지들이
줄지어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T.V.에서 봉사단들의 모습들을 보고
자기네들도 수해지역 사람들을 도우려고
마음먹고 있었으나
아직도 정전된 곳이 많아 상인들조차 드문
황량한 거리로 내몰려져 있어
행인으로 자처하기에도
미안함이 들어 조용히 버스터미널로
발걸음을 재촉 하였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속에 내비쳐진 폐허된 거리의 모습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서 쌓아 놓은들
하나님이 거둬 가시고자 하면
한 순간 초토화 될 수밖에 없음을
인생을 더 살아 온 나도
앞으로 더 많이 살아야 할 아이들도
수해지역에서 더더욱 깨달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추억의 거리가 아무리 그리워도
자라나는 자녀가 아무리 귀여워도
가정의 보금자리가 아무리 소중해도
영원히 나의 소유가 될 수 없고,
때때로 내리는 비와 바람과 파도의 세기에 따라
맥없이 꺾이고 마는 우리네 삶인것을...
땅에 것에만 귀 기울이지 말고
가까운 곳에만 따독거리지 말고
내 것에만 집착 하지 말고
하늘의 세미한 소리에도
먼 곳에서 다가오는 죽음의 발자취에도
이웃들에 도움의 손길에도 인색하지 않게
사랑을 나눠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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