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에 있었던 17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는 멋있고 뜻깊은 선거였다. 어떤 이는 정국 안정과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잘 나타난 절묘한 민주정치 작품이었다고 말한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에게 과반수를 간신히 넘겨주어 책임정치를 하게 하면서 야당인 한나라당에게 개헌 저지선을 만들어주고, 지역감정에 의지한 정당인 민주당과 자민련을 밀어내고 처음으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을 제 3당으로 만들어 국회에 들어가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선거법을 위반한 입후보자도 있고 동서가 갈리는 지방색이 조금 보였으나 대체로 지역감정을 누그러지게 하는 선거분위기였고, 돈을 덜 쓰는 선거였고, 부정 부패한 기성 정치인보다 새롭고 깨끗한 젊은이와 여성에게 문을 넓게 열었고, 마음에 드는 입후보자도 뽑으면서 지지하는 정당을 찍게 하는 1인 2표제가 시행되어 국민의 뜻을 폭 넓게 반영하는 개선 발전된 선거였다.
이번 선거 결과는 여러 가지 변화와 색 다른 점이 있었다. 그 가운데 젊은 초선의원이 188명으로서 63%에 이른다는 것과 이른바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을 말하는 지루한 3김 정치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것은 우리 정치 역사에서 매우 큰 변화요 사건이다. 위 두 변화는 일제 한자혼용세대의 정치시대가 물러가고 대한민국 한글세대의 정치시대로 바뀌고, 영남, 호남, 충청지역으로 갈리는 지역감정 정치와 구세대 패거리 정치, 우두머리정치가 한꺼번에 사라지고 각자 국회의원 소신정치, 참신한 젊은이 정치, 국민의 뜻을 받드는 새 정치로 바뀌는 기회가 되었다.
이렇게 바뀐 모습에서 많은 국민들은 이번 17대 국회 땐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것이란 기대도 하면서 걱정도 하고 있다. 나는 이번 선거에서 우리 국민이 높은 정치 수준을 가져서 우리나라와 겨레의 앞날은 밝게 할 능력이 있다는 믿음과 빛나는 나라를 이룰 수 있다는 꿈을 전보다 더 크게 갖게 되었으며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선거는 분명한 물갈이 선거였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빛내는 좋은 기회, 진짜 대한민국을 세우는 국회가 될 것이라 희망을 안겨 준 잔치였다. 그런데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이 국민의 뜻과 능력을 알지 못하고 겉 넘던가 저버린다면 모두 헛된 꿈이 될 것이다.
그래서 17대 국회의원 모두 잘 해야 되고 잘 하길 바라지만 과반수를 차지한 여당과 젊은 당선자들, 그리고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여성들에게 더 잘 할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 만약에 이들도 지난날 일제세대 남성중심 보수정치인들과 다를 게 없다면 자신들만 불행해지는 게 아니라 밀어 준 국민이 함께 욕먹고 한국의 새 정치 꿈이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배달겨레와 한국의 운명이 어둡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과 젊은이, 진보 정치인이 국회에 들어가고 개혁 정치가 잘 될 것이냐 아니냐의 시험대에 오른 격이고 책임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젊은이와 여성, 진보정당이 이번에 많이 당선 된 것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잘못하면 보수 반 개혁세력들로부터 "그것 봐라. 젊은이가 , 여성들이, 시위꾼 들이 무슨 정치를 한다고 나선단 말인가!"라고 떠들어 댈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바라며 나라임자가 당선자들에게 바라는 것 몇 가지만 말한다.
1. 국회의 겉모습과 분위기부터 바꿔 달라. 국회 정문과 본회의장 정면에 크게 달아 논 국회 상징인 휘장과 국회의원 가슴에 달고 있는 보람(배지,badge)에 쓴 글자와 국회의원 이름패의 글자를 우리 글자인 한글로 바꿔라. 휘장에 쓴 國자는 或자로 보이기도 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옛 중국 글자를 고집한단 말인가. 한자 나라인 중국과 일본의 식민지시대인 조선시대나 일제시대라면 몰라도 지금은 대한민국 한글시대다. 그리고 국회 행정문서와 법률문장에서 일제 식 말투와 국회의원과 국회 사무처 직원의 권위의식부터 국민을 섬기는 쪽으로 바꿔라. 지난날 우리 국회가 시대흐름과 시대정신을 모르고 또 뒤졌기에 국민과 한마음이 되지 못하고 정치가 불신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말과 글은 정신을 좌우한다 자주 자립의식을 심기 위해서 빨리 해야 할 일이다. 나라를 세운 지 60년이 다 되지만 국회와 정부 기관 곳곳에 아직도 바로잡아야 할 일들이 많고 시대흐름과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겉모습이 많지만 위 하나만 먼저 말한다.
2. 국민과 가까이 있고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라. 선거 때는 국민에 굽실거리고 자주 만나면서 당선되면 보기 힘들고 어깨와 목에 힘을 주어선 안 된다. 국민과 가장 쉽고 빨리 만나는 건 인터넷 정보통신을 잘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 누리집(홈페이지)이 다른 정부기관에 비해 가장 분위기와 수준이 떨어진다. 국회 게시판에 성인광고는 잘 올라와도 건의문은 올리기 힘든다. 2003년 10월에 국회의원에게 건의문을 보내려고 국회의원 인터넷 이용실태를 보니 너무 한심했다. 누리집이 없는 국회의원이 김종필, 강창성 의원 등 37명이나 되고 전자우편(이메일)주소도 없는 이가 10명, 편지를 보내고 하루가 지나도 읽은 의원이 39명밖에 지나지 않고, 편지가 가득 차서 되돌아오거나 한 달이 되어도 읽지 않는 의원이 대부분이고 회신을 하는 의원은 10%밖에 안 되었다. 국민의 소리를 듣는 길은 많지만 오늘날이 인터넷 정보통신시대요 가장 좋은 길이기에 이 한가지만 말한다.
3. 나라의 근본과 기본을 다지고, 나라의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그 뿌리가 깊고 튼튼하게 내리게 하는 법안을 빨리 만들어 자주 독립국가를 만들기 위해 힘써라. 60여 년 전 나라를 세울 때 국민 수준도 낮고 나라 세울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나라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게 많다. 그 가운데 우리 역사와 국민정신을 바로 세우는 일과 나라 말글을 지키고 빛내는 일은 한 나라의 기초를 다지고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일로서 가장 먼저 힘써야 할 일인데 제대로 하지 않았다. 더욱이 일제 앞잡이와 그 찌꺼기를 씻어내지 않은 데다가 미제 앞잡이와 미국 숭배자가 날뛰는 바람에 더욱 혼란스럽게 되었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정쟁만 일삼고 구속된 동료국회의원 석방 결의안이나 탄핵 결의안은 눈 깜짝할 사이에 통과시키면서 친일청산법, 법률문장한글화특별법, 한글날국경일제정을 위한 법 등 민생과 민족 기틀을 다지는 많은 법은 손도 대지 않는 꼴을 보면서 국민은 실망을 넘어 분노했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이 세게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걸 마음속 깊게 새겨라.
그밖에도 할 말이 많지만 줄이고 마지막으로 세종대왕과 세종 정치를 배우고 거울삼아 세종 시대보다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고 힘써주길 부탁한다. 국회의원과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 하기에 따라 세종 시대 이상으로 문화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다. 오늘날도 강대국의 지배를 받고 나라 기틀이 튼튼하지 않은 것 등 세종 시대와 국제 정세나 사회 분위기가 너무 비슷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세종대왕의 자주국가 건설, 민주 민본 정치, 과학과 문화 창조정신을 본받고 자신보다 국민을 더 생각하는 정치를 하라.
그리고 선거 때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잘 실천하라. 그러면 국민의 칭찬과 사랑을 받고 국민과 하나로 뭉칠 수 있어 성공한 정치인이 되고 나랏일이 잘 풀릴 것이다. 이 나라의 운명이 17대 국회의원에게 달려있다는 마음 자세로 국민을 위해 헌신해주면 좋겠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나라임자들이 어깨를 펴고 제 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면서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