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차황면 점남마을 입구의 금포림체육공원에서 차황 약초동산까지 이어지는 찔레꽃 뚝방길. 5분 정도 걸으면 한 그루의 소나무 옆에 소리꾼 장사익이 노래를 불러 유명해진 ‘찔레꽃 노래비’를 볼 수 있다.
찔레꽃 뚝방길의 빨간 찔레꽃 열매.
경남도 기념물 제232호로 지정된 실매리 왕버드나무.
전국 최초이자, 최대의 유기농업 현장인 산청군 차황면을 걸어보자. 차황면 전역은 광역친환경농업단지로 지정돼 있으며, 경축순환농업(유기농산물로 생산된 것들을 가축의 사료로 주는 법)으로 유기농업을 선도하는 그야말로 친환경 유기농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이곳 차황면에는 ‘차황약초탐방로’라는 이색적인 길이 있다. 약 7㎞의 거리이며, 3시간가량 소요된다. 차량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고, 구석구석 살펴볼 때는 걸어가면서 탐방할 수 있는 곳이다. 딱히 산청의 뛰어난 경치를 둘러본다기보다는 약초의 고장 산청의 약초공원을 걸어보고, 산청의 자랑 ‘유기한우’를 구경할 수 있는 코스라는 점을 알고 떠나보자.
차황약초탐방로의 첫 방문지는 금포림체육공원이다.
산청읍에서 북쪽으로 뻗어 있는 국도 59호선을 따라 승용차로 20여분, 차황면 사무소에서 승용차로 5분 정도 가면 친환경 농업의 메카인 차황면 실매리 점남마을이 있다. 이 마을 앞에서 좌회전을 해 점남2교를 건너면 마을 진입로 좌우 들녘에 수령이 심상찮아 보이는 버드나무 아홉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마을의 방재와 방풍을 겸한 풍치림으로 조성돼 마을 주민들에게 휴식처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 묵묵히 서 있는 아홉 그루의 왕버드나무는 하천가나 들녘에 심어져 있는 평범한 나무가 아니라 지난 2001년 경남도 기념물 제232호로 지정돼 금포림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산청 실매리 왕버드나무군이다. 경남도 기념물인 왕버드나무군은 지금으로부터 620여년 전인 1389년 연일 김씨의 시조인 김주가 심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주는 차황면 점남마을에 이주하면서 신라 김씨의 얼을 심어 주고자 경주에서 왕버드나무 종자를 가져와 점남마을 앞 금천 일대에 마을의 방재와 방풍을 겸한 풍치림과 함께 마을 사람들이 자칫 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버드나무를 심었다. 김주가 처음 이곳에 왕버드나무를 심을 때에는 점남마을 앞 금천 일대 길이 500m가 넘게 수많은 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산청군은 이곳 왕버드나무군이 각종 지역행사 등 다중 집합장소로 활용되고 있으나 이용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2009년 1월부터 주변 조경과 토속적인 정감이 넘치는 음수대와 연못, 그네 등 민속놀이 체험장, 그라운드골프장, 게이트볼장 등의 시설을 정비해 금포림체육공원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금포림체육공원 바로 앞에서부터는 ‘찔레꽃 뚝방길’이 왕복으로 2㎞ 이어진다.
이곳은 장사익 선생의 노래인 ‘찔레꽃’의 가사처럼 순박한 모습을 닮은 찔레꽃 길을 만들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실매리 점남마을 금포림체육공원 옆 뚝방길에 찔레꽃을 심었다. 또 찔레꽃 노래비를 세우면서 찔레꽃 뚝방길 옆 금포림체육공원에서 매년 작은 음악회가 열리게 됐다.
지난해에는 소리꾼 장사익이 이 찔레꽃 뚝방길 1㎞를 걸은 후 음악회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올해 5월 이곳 체육공원에서 실제로 장사익의 음악회가 열렸다. 당시 음악회에 관람객이 부족할 것을 우려해 산청군에서는 ‘공무원 동원령’을 내렸으나, 청중 2000명이 이곳 산골을 찾아 음악회를 듣는 바람에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찔레꽃 뚝방길 바로 앞에는 하천이 있고 맑은 물이 흐르는데, 봄이 되면 만개한 찔레꽃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기도 한단다.
산림바이오매스사업장 내 탐방로.
겨울의 초입으로 접어든 산청 차황 약초동산에는 약초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탐방팀이 신경통, 관절염 등에 효능이 있는 엄나무 군락지를 걷고 있다.
친환경 유기축산 사료공장.
유기축산 한우농장에서 사육하는 한우.
차황 약초동산 입구.
탐방팀이 낙엽이 쌓인 산림바이오매스사업장을 걷고 있다.
찔레꽃 뚝방길에서 차로 5분 정도, 걸어서 40~50분 정도 면사무소 쪽으로 길을 잡으면 ‘차황 약초동산’이 나온다. 차황 약초동산을 들어서면 약초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늦가을 방문에 이 정도 냄새니 봄과 여름, 초가을에 방문하면 약초 냄새로 샤워할 정도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은 산청의 한방·약초에 관한 유구한 역사를 바탕으로, 천혜의 친환경지역인 차황면 양곡리에 약초재배단지를 조성해 고품질 한약재 생산과 한방·약초산업 활성화로 주민소득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약초 꽃길의 체계적인 관리로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되는 2013 세계전통의약엑스포 개최 때 약초체험장으로 활용해 이곳을 찾아오는 관광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차황 약초동산의 규모는 7만여㎡이며 한약재로 쓰이는 산초나무, 마가목 등 목본류 약초 7종 8500주와 오미자, 으름덩굴 등 8종의 덩굴류 1500주가 심겨져 있다.
약초동산 들머리에는 쭈뼛쭈뼛한 가시가 인상적인 엄나무 군락이 있고 그 위로 고로쇠나무와 작약 등이 완만한 언덕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약초동산에는 ‘약초터널’이라는 독특한 터널도 있다. 길이가 300m 정도 되는데, 터널을 감싸고 있는 그물 위로 인동덩굴 머루 송악 능소화 으름덩굴 등이 심겨져 있어 아이들 체험 교육에도 톡톡히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철 지난 늦가을 탐방로 방문이어서 터널을 감싸고 있는 약초들의 위용은 볼 수 없다. “봄이나 여름에 왔으면 딱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많이 드는 곳이다.
약초동산에서 차로 3분 정도, 뚝방길을 따라 걸어서 30분 정도 가면 ‘친환경 유기축산 사료공장’을 만난다.
2007년 산청군광역친환경농업단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2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유기사료와 무항생제 사료 생산 라인을 설치해 지역에서 생산된 청보리 볏짚 등을 활용하는 친환경 사료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산청에서 사육되고 있는 유기한우의 사료를 공급하는 곳으로, 유기인증 사료를 만든다. 이곳에서 생산된 유기인증 사료는 산청을 비롯, 합천 함양 하동지역 한우사육 농가의 주문별 특성화 사료로 공급된다. 종업원 18명이 월 매출액 5억원을 달성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농가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전국 축산농가의 벤치마킹 대상지로 잘 알려져 있다.
친환경 유기축산 사료공장 조금 위쪽에는 ‘유기축산 한우농장’이 있다. 한우를 사육하는 농장으로, 산청지역 개별 농가에서 사육하는 한우 산업의 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의 한우는 사육환경부터 다르다. 한우 1마리를 사육하는 공간이 21.3㎡로, 일반한우 7㎡의 3배 면적이다. 사료는 유기인증 농산물로 만든다.
그래서인지 산청의 개별농가와 이곳에서 사육되는 한우는 서울 롯데, 현대, 신세계백화점 등 국내 빅3 백화점에 월 25마리씩 납품돼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덩치 큰 한우를 구경하고 나서 이제 산쪽으로 걸어서 ‘산림바이오매스사업장’으로 가보자. 산림바이오매스사업장은 산림과 약초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약초 군락을 감상하면서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 4㎞ 정도 조성돼 있기 때문에 가다가 지치면 곧장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면 된다.
2008년 90㏊, 2009년 100㏊의 사유림 산림의 하층을 정비해 산나물류와 산약초를 심는 산림복합경영을 하고 있는 곳이다.
사유림 산주들의 호응 속에 여러 종류의 산나물, 산약초 씨앗을 파종하고 뿌리를 옮겨 심어 산림복합경영단지를 만들었다. 이곳에는 도라지 더덕 당귀 참치 곰취 작약 산마늘 산양삼 작약 고사리 등이 심겨져 있다. 지난해 심은 산나물 곰취 등은 산촌체험객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산약초와 산나물의 싸~한 냄새가 온몸을 휘감고 돌아 금방이라도 기운이 펄펄 넘치는 듯하다.
차황약초탐방로를 모두 둘러보고 난 후 시간이 남는다면 정상에서 합천호반,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이 모두 보이는 황매산 등정도 추천할 만하다.
★ 길에서 만난 맛집 - 들뫼가든 산청군 차황면사무소 100m 아래쪽에 ‘들뫼가든(대표 서동열·차황면 한살림생산자 대표)’이 있다. 산청의 여느 집이 마찬가지로 산청지역 유기농산물을 사용하겠지만 이곳도 산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산물만 취급한다. 이 집에서 눈길 가는 메뉴는 흑돼지 삼겹살. 1인분 9000원으로 도시지역보다 비싸다. 하지만 차황면 철수리 철수마을에서 사육한 흑돼지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가격은 별로 신경이 가지 않고 맛이 궁금하다. 이 집 흑돼지 삼겹살은 두툼하기 때문에 보기보다 양이 많다. 육질이 고소하고 돼지 특유의 냄새도 없다. 흑돼지를 사육할 때 친환경사료와 벼 부산물(쌀겨·딩기), 고구마 부산물 등 친환경 먹이를 먹여 키웠기 때문이다.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고구마 묵은김치 마늘 버섯 상추 고추 등은 모두 차황면 친환경 유기농산물이다. 밥맛도 좋은데, 주인이 직접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은 쌀을 사용해 밥이 뭉치지 않고 찐득찐득하지 않는다. ☏ 972-7029 글= 조윤제기자
사진= 김승권기자
도움말= 산청군 차황면사무소 문동규 부면장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