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Asian Correspondent 2014-8-6 (번역) 크메르의 세계
[분석] 태국 군정이 온라인 게임 '트로피코 5' 판매를 금지한 이유
Why has Thailand banned the Tropico 5 video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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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쳐사진: Facebook / Kaylpso Media) 태국 군정이 판금조치를 내린 온라인 게임 <트로피코 5>의 한 장면. |
기고 : Saksith Saiyasombut & Siam Voices
태국 군부가 지난 5월22일 쿠테타를 일으킨 후부터, 군정은 태국을 통치하면서 언론에 대한 엄격한 검열을 시행하고 있으며, 비판에 대한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자세를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군정 당국에 일시적으로 구금을 당했다 풀려나거나 당국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언론인들은 자신들 기사의 논조를 약화시키고 있으며, (정당들이 운영하던) [반-쿠테타 성향의] 정파적 위성TV 채널들은 여전히 방송을 중단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군정의 이러한 태도는 온라인 및 SNS로도 확대됐으며, 반-쿠테타 성향이나 반-군주제 성향의 게시물들을 공개하던 웹사이트 수백 곳이 폐쇄되기도 했다.
이제 군사정권의 검열 조치는 지금까지 이뤄진 내용 중 가장 이상한 방향으로도 흘러가고 있다. 'AP통신'의 8월4일자 보도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태국 군사정권 하에서의 검열 조치로 도시건설 시뮬레이션 컴퓨터 게임이 금지됐다. 해당 게임의 배급자가 월요일(8.4) 밝힌 바에 따르면, 당국은 이 게임이 국가안보에 위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뉴 에라 타일랜드'(New Era Thailand)의 농락 사하와따나퐁(Nonglak Sahavattanapong) 영업부장에 따르면, '영화 및 비디오 검열실'이 <트로피코 5>(Tropico 5)의 판매를 금지시켰으며, 그 이유는 "이 게임의 일부 컨텐츠가 국가의 평화와 질서를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 및 비디오 검열실'은 문화부 '문화증진국' 소속 부서이다. 그녀는 '영화 및 비디오 검열실'이 월요일에 보내온 공문에서 그 밖의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트로피코 5>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전략 및 세계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인 <트로피코> 시리즈의 5번째 수정판이다. 플레이어들은 이 게임에서 카라비안 제도에 위치한 한 열대 섬의 지도자가 되어 수십년간 통치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국가의 경제, 교육, 외교, 군사, 사적인 부 및 그 밖에 필요한 모든 것에 고나심을 두면서, 국민들을 위한 자비로운 통치자가 될 수도 있고, 혹은 냉혈한의 폭군이 될 수도 있다. 간단히 말해, 플레이어가 하나의 '바나나 공화국'(banana republic)(역주)을 관장하면서 혁명으로 전복되지 않는 한은 자신이 바라는 바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갖소 있다.
(역주) "바나나 공화국"이란 과거 미국의 바나나 수입업자들의 카르텔들이, 중남미 바나나 생산 국가들을 좌지우지했던 데서 유래된 말로, 국력이 약해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를 일컫는 말이다. |
태국 군정이 <트로피코 5>를 판금 조치한 사실은 IGN, 코타쿠(Kotaku), 폴리곤(Polygon),유로게이머(Eurogamer) 등 유명 비디오 게임 뉴스 사이트를 비롯한 국제 언론매체들의 신속한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이 게임의 발매업체인 '칼립소 미디어'(Kalypso Media)도 8월4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칼립소 미디어 그룹'의 국제판매 부문 사장 사이몬 헬윅(Simon Hellwig)은 "<트로피코 5>가 태국에서 발매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실망했다"고 논평했다. 그는 "태국에서 <트로피코 3>과 <트로피코 4>는 성공적인 판매를 한 바 있고, 이 게임이 비록 현실 정치의 요소를 담고는 있지만 시나리오 및 컨텐츠는 모두 특유의 해학적 유머와 함께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칼립소 미디어 그룹'의 국제영업 부문 사장 스테판 마키넥(Stefan Marcinek)은 "우리의 현지 배급자가 당국의 판매 허가를 얻기 위해 매우 노력했다. 하지만 '영화 및 비디오 검열 위원회'가 일부 컨텐츠가 자국의 소비자들에게 지나치게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 것 같다. 이는 마치 이 게임 속에 등장하는 대통령 '엘 프레지덴테'(El Presidente)의 칙령들 중 하나가 날아온 것처럼 들릴 정도"라고 첨언했다.
'칼립소 미디어 그룹'은 지난 2011년 <트로피코 4>를 출시하면서 "군사정권"(Junta)이란 타이틀이 붙은 DLC 패키지를 내놓은 바 있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열대지방 섬나라를 군사 국가로 바꾸는 도전을 하는 것으로, 군부가 현실의 쿠테타를 통해 선거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시키고 정권을 잡는다는 점에서 태국에서 금년 5월에 발생한 일과 유사한 경험을 주고 있다. |
심지어는 이 게임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인 '엘 프레지덴테' 명의로 된 트위터 계정조차 이번 사태를 언급하고, "현실이 어던 패러디보다도 더 나을 것 같지는 않다"며 불신을 표했다. 이 계정은 다음날에도 멘션을 올려, (현재까진 여전히 이용 가능한) <트로피코 4>에 들어 있는 "군사정권" 추가 패키지를 언급했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는 구매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태국의 소매점에서 <트로피코 5>가 금지된 이유는 무엇인가?
본 매체는 항시 태국 문화부를 '#ThaiMiniCult'라는 해쉬태그를 이용해 지칭하기도 하는데, <네이션> 지의 8월5일자 보도에 따르면 문화부는 화요일(8.5) 이번 판금조치의 추가적인 상세설명을 다음과 같이 내놓았다.
차이 나콘차이(Chai Nakhonchai) 문화증진국장은 '영화 및 비디오 검열실'의 분과위원회가 이 게임을 검토한 후 2명의 위원이 결석한 가운데 찬성 5표, 반대 1표로서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판금조치가 <2008년 제정 영화 및 비디오법>에 근거한 것이라면서, 이 게임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국가의 국호나 통치자 혹은 국왕의 이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고, 따라서 이 컨텐츠가 태국의 군주제나 국가안보, 그리고 국가적 위엄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차이 국장은 또한 해당 보도에서 이 게임의 많은 장면들이 "제국주의"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다면서, 플레이어로 하여금 억지로 다른 시대로 건너가게 만드는 수준이라고도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들이 군주제를 모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게임이 이전에 존재했던 태국의 모든 헌법들을 유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필자는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먼저, <트로피코 5> 게임의 시작 부분에서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엘 프레지덴테"를 창조해서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통치할 섬나라의 이름 역시 내면의 판타지를 마음껏 구사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들이 태국이나 태국 국왕을 흉내내거나 조롱하게 될 것이란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둘째, 이 게임은 "식민지 시대"에서 출발하여 "세계대전 시대"와 "냉전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로 인도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태국 문화부가 주장하는 "제국주의 시대"는 들어있지 않으며, 태국이나 태국 국왕 등은 참조하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이 게임 전체는 전형적인 남미 지역의 바나나 공화국 및 그곳에서 개입했던 여타 역사적인 인물들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전에 나온 4편의 시리즈들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제5편에 관해서는 태국 문화부가 너무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검열조치는 이 문제를 정점에 올려놓을 것이 아니라면, 이미 근거도 없었던 일이고 경솔한 짓이다. <네이션> 지의 8월6일자 보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차이 국장은 "게임을 한다는 것은 영화를 보는 것과는 다르다. 이 게임은 모든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법률적 두려움이 없이 자신들의 신념을 표현하도록 해준다. 따라서 그런 게임을 배포하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며, 특히 현 상황 하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고 말했다. |
(본 사이트가 무엇보다도 정치 블로그인만큼) 게임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나 비디오 게임의 현실 도피주의 조장 논란에 관한 것은 차치해두더라도, 태국 문화부는 허구로부터 사실을 추론하는 끔찍한 오판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들은 국민들이 그런 현실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군주제에 관한 기존의 민감한 현안들을 들먹임으로써, 검열 담당자들은 자신들이 손쉽게 무언가를 금지할 수 있는 명분으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부가 그런 방식으로 대처함으로 해서] 게임 개발자든 플레이어들이든 아마도 그들은 원래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처음으로 듣게 됐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태국 군사정권의 도구화된) 문화부는 여러분들이 군사정권을 움직이거나 가상의 국가를 마음대로 통치할 수 있는 방식의 비디오 게임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게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이 이미 정치적 의견 표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이다.
좋다. 하지만 클래식 보드 게임인 "준타[=군사정권]"(Junta)는 아직도 여전히 플레이되고 있다.
* 필자 소개
삭싯 사이야솜붓(Saksith Saiyasombut)은 태국인 블로거로서 2010년부터 태국 정치 및 정세에 관해 글을 쓰고 있으며, 해외 TV 방송국의 프리랜서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다. 삭싯의 상세한 프로필은 '여기'를 참조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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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이 게임 좋아하는데, 독재를 비판, 조롱하는 내용이나 독재의 장점 등 독재의 다양한 모습을 담으려고 한 게임이긴 하지만 정치적인 배경이 태국과 비슷한 모습을 찾기 힘든 것 같습니다. 특히, 왕정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것에서 많이 다릅니다. 태국에서 이 게임을 판금한 것은 오히려 이 게임이 더 유명해지도록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아.. 역시 개미 님은 젊으시니까.. ㅎㅎ
그게 또 그렇게 되는군요.. ^^
어째 태국인은 조용.. 합니다..
(하긴, 우리나라도 외국에서 보면 조용하게 보이려나..?)
그래도 우리나라는 그놈의 끈질김으로 교황에게 노란 리본을 달게 만들었는데,
태국은 데모와 총격전이 있었던 것 치고는 너무 조용하게 보입니다. .
어째 저 글의 마지막 문장 "좋다" 이렇게 상기 전술한 문제들을 인정하면서 끝나네요
군사정권이 저런 짓을 하는데 현재 상황 인정한다며 받아들이겠다는 것처럼 읽힙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문제가 있어도 받아들인다는 식으론 말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나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