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나비 한 쌍이 만나면 다른 나비가 없는 곳으로 피해가면서 둘만의 사랑을 즐긴다. 살랑살랑 공중을 날면서 스치듯 만났다가 떨어지고, 떨어졌다 맞닿기를 잇따라가면서 어디론가 날아간다. 흔히 그 하늘거림을 보고 나비의 밀월여행이라 하여서 짝짓기 한다고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 사실은 수컷나비가 암컷을 애무하느라 그런다. 수놈의 항문 부근에 있는 연필 지우개 모양의 돌기를 암놈의 더듬이에 슬쩍슬쩍 문질러 사랑의 향수(성페로몬)를 뿌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애정행각을 한 시간이 넘게 이어가다가 이윽고 이때다 싶으면 암놈이 언덕배기 안전한 자리에 내려앉고, 드디어 머뭇거림 없이 기다리던 교미를 한다. 근데 나비가 어리둥절하게 사람의 얼을 빼놓다. 여느 생물이 다 그러하듯이 나비 역시 상대를 고르는 데 신중을 기한다. 서로가 튼튼한 형질, 좋은 유전인자를 가진 짝을 고르려 한다는 말이다.
그런 나비 중에서 애호랑나비, 붉은점모시나비, 모시나비들은 아주 특이하게도 수놈이 짝짓기를 하면서 암놈의 몸 속에 정자(精子) 말고도 아주 커다란 영양분덩어리를 슬그머니 삽입한다. 놀랍게도 이 물질에 성욕억제제가 들어있어 암놈나비로 하여금 다시는 더 짝짓기를 하고 싶지 않도록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