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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불교사공부방(일본 불교사 독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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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스크랩 두 남자의 여름 시코쿠 순례기#16 - 인연
박영빈 추천 0 조회 138 14.03.07 19:1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새벽4시 트럭이 덜덜거리는 소리와 강렬한 전조등불빛에 부스스 일어났더니 할아버지 한 분이 무와 파가 가득 든 상자를 들고 오시면서 하시는 한마디

 

아따, 거기 채소 놔야 항께 비켜야~”

 

이야... 엄청난 포스다. 여기 말고 조금 뒤로 돌아가면 벤치가 몇 개 있기 때문에 거기서 잠을 좀 더 청할까 하다가 그냥 가기로 한다. 4시 반. 화장실에서 발꿈치에 미묘하게 한 물집을 대충 짜고 출발한다. 어슴푸레 동이 터온다. 신죠가와를 건너는 다리 앞에서 왠 아저씨가 인사한다. 누군가 했더니 어이쿠야! 그 도쿄아저씨다. 도쿄아저씨는 벳가쿠 영장 5, 다이젠지의 슈쿠보에서 잤다고 한다. 지도를 보니 어제 갔던 슈퍼 바로 근처였다. 아무튼 그리하여 다시 그 아저씨와 일행이 되어 걷게 되었다. 아저씨는 아침을 오셋타이 하겠다며 다리 바로 옆에 문을 연 가게에 들어가서 도시락을 사왔다. 그 가게가 이 근방에서는 수제 도시락으로 유명하다나? 아무튼 그렇게 다시 일행이 된 우리 두 사람은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의 페이스를 따라 가느라 죽는 소리를 냈다.

 

예전에 하기모리 할아버지의 젠콘야도에서 만난 센다츠의 말로는 여기서는 순례길보다는 국도 56호를 타고 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이 아저씨는 순례길은 산길!”이라는 아저씨이니... 보나마나 센다츠씨가 분명하게 그길 상당히 힘들어요.”라고 말했던 야케자카 루트를 탈 것이 뻔했다. 나와 도균이는 만약 아저씨가 그렇게 주장하면 우리의 상태를 말하고 우리는 도로를 타자고 이미 말을 끝내 놓은 상태였다.

 

가도야 터널과 아와 터널을 지나 슬슬 국도 56호와 야케자카 루트의 갈림길이 나오려는 길목에서 커다란 안내판이 보였다.

 

지난 폭우로 야케자카의 도로가 무너져 사용이 불가합니다. 현재 보수와 함께 도로 확장 공사 중이므로 야케자카 길을 이용하시려는 오헨로상들과 운전자들은 국도 56호를 사용해 주십시오

 

부처님, 대사님, 스승님, 보살님들, 주님, 성모님, 알라님, 그 외 기타등등 분들 감사합니다!! 덕분에 편하게 가게 되었습니다!! 나무알라멘!! 도쿄아저씨도 어쩔 수 없지. 하면서 국도를 타고 가기로 한다. 야케자카 터널을 넘어있는 휴게소에서 도시락을 까먹는다. 큼직한 오니기리 안에는 구운 명태와 간장 다시마 절임이 들어있었다. 게다가 아침에 만든거라 따뜻하다!! 이 얼마 만에 먹어보는 따스한 밥이냐~ㅠㅠ


 

그렇게 도시락을 먹고 나선 다시 걷기 시작한다. 1시간에 한번씩 5분에서 10분간 쉬기로 서로 합의를 하고 계속해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도쿄아저씨의 페이스를 따라 갈 수 가 없다. 결국 저 멀리 앞서 보내고 뒤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쉬는 타이밍에서 다시 합류해서 잠깐 숨 돌리고... 도쿄아저씨는 이 다음 찰소인 이와모토지에서 헨로를 끝낼 것이라고 한다. 자신은 쿠기리 우치라고. 이때 이름을 물으려고 했는데 어차피 이와모토지에서 후다 쓸건데 거기서 후다를 교환하자고 해서 동의 했다가.... 영영 이름을 알지 못하게 되었다. 아무튼 그렇게 걸어 올라가는 국도길은 전체적으로 완만한 오르막길이었다. 오르막이다 보니 힘들긴 하지만 그 높은 도로 위에서 보는 탁트인 경치는 참 멋있었다. 날이 조금만 맑았으면...하며 걸어 올라갔다.


 나나코 도게로 향하는 길


산 길에서 바라본 경치 


겨우겨우 도착한 마지막 고개 나나코 도게. 역시나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도착한 사람이었다. 여기서 텅빈 물통을 채우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라 편하리라 생각했다. 웬걸 이 아저씨 내리막이라고 더욱 스피드를 낸다. ! 진짜! 이 아저씨!!!


나나코 도게 정상의 휴게소겸 식당 '나나코 챠야'

 

결국 도쿄아저씨의 페이스를 따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도중에 오헨로상들을 위해 놓여있던 벤치에 배낭을 풀고 좀 쉬기로 한다. 그렇게 둘다 지쳐서 멍~ 하니 있으려니 딱 봐도 고등학생 책가방 정도 밖에 안 되는 배낭을 메고 유유히 지나가시는 어르신 아루키 오헨로 2... 보통 아루키들끼리는 지나가다가 만나면 인사라도 하는데 우릴 보시고도 그냥 휭하니 지나가신다. 그렇게 10분 더 되게 푹 쉬고 있을 무렵 저 멀리서 오는 익숙한 얼굴. 하타노씨였다.

 

? 벌써 여기에요? 빨리 오시네요?”

박상이야 말로 나보다 더 빨리 출발 했는데 여기에요?”

... 그게요...”

 

드디어 등장!! 후쿠시마에서 온 하타노씨. 이번 지진으로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걷는다고 했다.


그렇게 도쿄아저씨의 이야기며, 도저히 페이스를 못 따라가 둘 다 넉다운 되어 쉬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다시 일행이 된 우리는 도중에 있던 편의점 Three-F를 들렀다. 처음엔 그냥 에어컨 바람이나 쐴까 하고 들어갔는데. 편의점도 봤겠다.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예의상 오니기리를 하나 사서 컵라면 물을 얻었다. 그런데 오셋타이라며 500ml 페트 녹차를 주는게 아닌가. 오오 편의점마저 오셋타이를 하는 시코쿠. , 그렇게 점심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먹고 다시 출발했다.(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일상식은 미숫가루였고 특식이 컵라면, 사치가 사먹는 밥이었다.) 


하타노씨가 들고 있는 헨로 노숙 리스트에 있는 유인구 시만토 - 도보 순례자 무료 샤워 가능이라는 정체모를 정보가 있었다. 지도에는 유인구 시만토는 식당으로 나오는데? 일단 샤워라는 말에 모두들 혹해서 일단 가서 확인 해 보자고 했다.

 

그렇게 그늘 한 점 없는 땡볕아래 40분 정도 걸었을까 유인구 시만토가 나왔다.

 

유인구 시만토의 모습


유인구 시만토는 일반 식당이라기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이었다. 음식도 팔고 관광특산품도 파는. 일단 나무 그늘아래 짐을 풀고 서있는 직원 아주머니께 물어 보았다.

 

저기... 이상한 질문일지도 모르겠는데요...”

, 무슨 일이시죠?”

여기 아루키 헨로들은 무료로 샤워를 할 수 있다고 들어서요... 사실인가요?”

, . 가능합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아주머니는 화장실 한쪽에 있는 문을 열어 보여 주었다. 그곳에는 1인용 샤워 시설이 있었다! 오오! 샤워다! 몸을 씻을 수 있다!! 그렇게 한 사람씩 들어간 샤워 시설은 감동이었다. 무엇보다도 온수가 된다는 것!! 더운 여름날이 무슨 온수타령이냐 하겠지만 온수로 몸을 이완하는 것만큼 기분 좋은 게 없다. 그렇게 샤워를 하는 동안 나는 키요타키지에서 덜 마른 상태로 비닐 팩에 들어 있던 빨래들을 꺼내 널었다. 다행히 진공 상태로 있어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던지 하지는 않았다. 그대로 널어놓았더니 꺼내자마자 작렬하는 태양아래 금세 마르기 시작한다. 빨래가 마르는 것을 기다려 라무네라는 음료수를 사먹었다.

 

라무네는 영어 레모네이드가 일본어 식으로 변형된 것으로 우리가 흔히 먹는 사이다의 원조가 되는 음료수이다. 역사가 메이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이 라무네는 일본에서 여름을 말할 때 사용되는 아이템으로 예전부터 한 병쯤은 꼭 마셔봐야지! 하던 것이었는데 마침 단돈 105엔이라는 엄청난 가격이기에 그냥 확 질러 버렸다.

 

빨래 너는 중...


라무네!


빨래가 마를 때 까지 기다리면서 루트를 살핀다. 이곳 이와모토지 다음으로는 시코쿠 최남단에 위치한 콘고우후쿠지이다. 그리고 그 거리는 자그마치 94Km... 아주 사람을 죽이는 거리다. 하타노씨와 도균, 나 이렇게 셋이서 나름대로 통박을 굴린 결과 이 여름에 90km가 넘는 길을 걷다가 까딱하면 일사병에 쓰러질 수 도 있거니와, 노숙할 만한 장소가 영 마땅치 않으니 고츠카 역까지 전차를 타고 가서 근처에서 노숙하자!”라는 의견이 나왔다. 고츠카역은 이와모토지에서 37km 떨어진 곳이다. 일단 그렇게 합의를 보고 다들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와모토지로 향했다.

 

이와모토지 산문


이와모토지는 원래 쿄키보살이 니이다묘진 신사를 지키는 벳토우지(別當寺)로써 세운 후쿠엔만지(福圓滿寺)였다. 후에 대사님이 니이다묘진의 신체(신을 상징하는 물건)을 다섯으로 나누어 각각 부동명왕, 관음보살, 아미타여래, 약사여래, 지장보살의 다섯 불보살로 조성하여 모시고 이와모토지가 되었다고 한다.

 

이와모토지 본당


이와모토지 대사당.


이와모토지는 본당의 천정화로 유명하다. 보통 절의 천정화는 꽃이나 용, 공양을 올리는 비천들을 그리는데 반면 이곳의 천정화는 서양화나 풍경화등을 그려 모아놓았기 때문이다. 제일 유명한 것은 바로 마릴린 먼로의 초상화. 신성한 법당에 20세기 최고의 섹스심벌이라. 기묘한 조합이다.

 

본당의 천정화 #1. 먼로가 조기잉네?


천정화 #2


대사당에 기도를 하고 납경소로 향하는데 지나가던 센다츠가 갑자기 날 불러 세운다. 와게사를 보니 그냥 센다츠도 아니고 순례를 100번이상한 다이센다츠다.

 

그 석장 당신건가요?”

, ...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혹시 센다츠에요?”

아뇨, 교쟈(行者)에요

(일본에서는 재가수행자를 가르켜 교쟈, 즉 행자라고 부른다)

...교쟈인가... 그 석장 어디서 구했어요?”

? 이거 주웠는데요 ;;”

.... 잠깐 볼 수 있을까요?”

, .”

 

그렇게 석장을 받아든 다이센다츠씨는 이리저리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역시 이거, 그거네. 특임센다츠들이 쓰는 황금색 석장

----!!!!!”

 

특임센다츠란 센다츠중에선 원로로 취급받는 센다츠이다. 그러니까 엄청난 물건이란 거다.

 

근데... 영장회 마크가 없는걸 보면 아닌 것도 같고... 잘 모르겠네... 아무튼 잘 쓰세요. 교쟈씨랑 어울리니까^^”

, 예 감사합니다. ^^;;”

 

납경소로 갔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붓글씨를 쓰시다가 납경장을 받아 묵서를 써주신다. 쓰시던 글을 보니 몇일 뒤 이 절에서 있을 행사 때 내걸 깃발을 쓰시는 듯했다. 번체로(일본은 보통 간자를 쓴다.)정갈히 쓰여 진 글들이 보기에 좋았다.

 

절을 나와 쿠보카와역으로 향했다. 절에서 역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고츠카역까지는 대략 40분 정도 걸렸다. 전차를 타고 가는 동안은 할짓이 없으니 꾸벅꾸벅 졸 수 밖에....

 

쿠보카와 역.


역에 도착하여 역 앞에서 풀을 뽑고 계시던 아주머니들께 물어보아 잘 수 있다는 고츠카 대사당을 향했다. 대사당은 나지막한 언덕위에 있었다. 그런데... 이미 대사당에는 선객이 와있었다. 바퀴달린 장바구니에 짐을 싫고 다니는 오헨로상이 와있었던 것이다. 삭발한 머리에 행색을 보니 스님이셨다.

 

여기서 자려는 거요?”

, ... 그렇습니다만...”

몇 사람이요?”“3사람이요

어이쿠... 3사람은 무린데...”

... 어쩌지...”

... 여기서 한 3Km 정도 떨어져서 시만토 대교 근처에 대사당이 하나 있네, 거기라면 식수도 있고 전기도 쓸 수 있어. 여기는 화장실하고 식수는 있는데 전기를 쓸 수가 없지.”

, 그렇군요. 거기로 옮아가는게 낫겠네요

그런데 행색을 보아하니... 스님이요?”

아니요, 행자입니다. 한국에서 왔어요

, 그렇구먼. 한국에서 왔다면... 일본 중은 중 같지도 않지?”

?!”

아니 일본 중들은 술 마시지 고기 먹지, 여자도 안지... 근데 한국은 안 그러지 않나.”

...... 확실히 일본보다는 안그럽니다만....”

그렇지. 계율을 청정히 지키는 거. 그게 원래 출가자의 모습이야. 그러니까 일본중은 같잖을 것이구먼.”

..아니...그런 생각은...”

그런데 자네, 출가할 생각인가?”일단, 생각은 있습니다. 준비 중이랄까요?”

난 이미 출가 끝냈습니다!(웃음) 출가를 하려면 제대로 생각하고 발심이 되었을 때 하게나. 나는 속가에 있을 때 미쓰비시에서 일하다가 아내가 죽고 나서 삶이 무상한 걸 알고 출가했지. 그 뒤로 계 받고 오헨로 돈지 12년째네. 올해로 내 나이가 64일세.”

스님, 그러면 진언종이신건가요?”

에헤이~! 종파 같은건 따지는 게 아니네. 부처님의 길은 모두 같으니까 말이지... 일단은 진언종 문중이지

헤헤, 그렇네요. 감사합니다. 스님도 콘고후쿠지로 향하시나요?”

아니, 난 사카우치(역방향 순례)

, 그런가요... 그럼 저흰 말해주신 대로 가보겠습니다^^”

 

고츠카 대사당을 떠나기전 스님께 염주에 가지(加持)를 받았다. 가지란 염주나 불상과 같은 성물에 축복을 받는 것으로 가톨릭의 그것과 같은 개념이다.

 

? 그 염주 한 번도 가지를 않받은 겐가?”

한국에서 떠나오기 전에 스승님께 받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받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허긴, 가지는 받을 수 록 좋은 것이니... 그럼 좀 특별한 가지를 해줌세.”

스님은 염주를 받아 드시더니 진언을 외우시고 이리 저리 염주를 묶으시더니 기묘한 매듭을 만들어 돌려주셨다.

 

그게 오고저(五?杵), 대사님이 들고 있는 그거 말일세.”

이건 또 처음 보네요?!”

그렇지? 이거 못하는 사람 많어~ 어뗘? 한번 보곤 못하겠지?(웃음)”

하하...확실히 그렇네요.”

수행하는데 금강저가 없을 땐 이렇게 임시로 만들어서 쓴다네. 배워두면 편하지...”

 

그렇게 가지를 받은 염주 금강저를 받아들고 시만토 대교 옆에 있다는 타케시마 대사당을 향했다. 하타노씨는 가지기도를 처음 봤다면서 신기해했다. 그런데 분명 시만토 가와가 보이는데 스님이 말하신 대교와 대사당이 보이질 않는다. 지도를 펴서 봐도 뭔가 이상하다. 그래도 맞겠거니 하곤 계속해서 가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길을 거꾸로 가고 있었다!!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원래라면 1시간이면 충분할 길을 2시간이 조금 넘게 걷게 되었다오늘은 전차도 타고 그렇게 힘든 일이 없었을 텐데 이상하게 힘들다...라고 생각했더니...... 아저씨인게야...지금쯤 집으로 가고 있을 그 아저씨 때문인게야.... 결국 피로를 잊기 위해 콜라를 한 캔 뽑아다가 먹었다.

 

시만토 대교가 저 멀리 보일쯤엔 이미 해가 져서 어둑어둑 할 때였다. 강둑으로 올라가는 직전의 편의점에 들어가 길을 물었다.

 

저기 이 근처에 노숙할 수 있는 대사당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잠깐만요...점장님~~ 여기 노숙되는 대사당 있어요?”

 

뒤쪽의 진열대에서 중년의 아주머니 한분이 나오시더니 다시금 물으신다.

 

노숙이 되는 대사당 말이신가요?”

, 여기 근처 어딘가에 있다고 들었는데...”

저기 맞은편의 강둑 보이시죠? 거길 올라가셔서 오른쪽으로 쭉 가시면 보일 겁니다. 왼쪽으로는 시만토 대교랑 연결되구요. 만약 대사당이 꽉찼다면 대교 건너기 바로 앞에 휴게소가 있으니 거기서도 노숙이 됩니다. 화장실은 저희 편의점 화장실을 쓰시구요. , 그리고 이건 오셋타이입니다.”

 

쉴 틈 없이 주르륵 말하던 점장님은 어디선가 녹차 페트병 3개를 가져와서 오셋타이라고 내밀었다. 녹차를 받아들고 타케시마 대사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뿔싸 이미 여기도 선객이 와있었다.

 

어라...”

여기서 자려는게요?”

. 그렇습니다만....”

미안하지만 2명까지만 더 들어 올 수 있는데....”

?! 이를 어쩐다.”

 

그러자 하타노씨는 점장님이 말한 그 휴게소로 가겠단다.

 

? 괜찮으시겠어요?”

, 문제없어요. 내일 아침 만나서 출발하기로 하죠.”

 

내일은 거리가 머니 일찍 출발하기로 하고 5시에 다리 앞에서 만나기로 한다. 타케시마 대사당에 와있던 헨로는 짐을 한쪽으로 밀어 자리를 내주었다.

 

석장을 쓰는 것 보면 형씨, 스님이요?”

아니요, 행자에요.”

, 그런가...출가자요

, 그러시군요. 종파가 어찌 되십니까?”

종파 같은 건 따지는게 아니지만..., 조동종이네.”

. 선종이시군요! 전 임제종쪽입니다만....지금은 밀교 수행중입니다.”

자네 일본사람...인가?”

아뇨, 한국에서 왔어요^^;;”

 

스님이라는 말에 나의 방어벽이 와르르 무너진다. 사실 이 스님(성함은 젠쿠우;全空)이 덩치도 크시고 좀 우락부락하게 보여서 내심 걱정했기 때문이다어째 오늘따라 스님들과 인연이 된다.

 

스님과 이래저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스님께서 먹으라며 빵에, 수박에 커피까지 주셨다! 다 탁발 받으신 것이라고 했다.

 

다케시마 대사당.


그러니까. 먼저 탁발을 하려면 초인종을 누르고 반아심경을 외우고 있으면 되네. 돈이든 먹을 것이든 주면 받고, 안주더라도 반야심경 한편은 끝까지 외워야하네

... 그렇군요. 산문 앞에서 탁발하는 건 어떻습니까?”

...요즘 거지헨로들이 많아서 산문탁발을 금지하는 찰소들이 종종 있지만, 그 경우 그릇을 들고 서서 역시 반야심경이나 진언을 외우고 있으면 되네. 그냥 가만히 있으면 거지 헨로로 오해받기 십상이니 되도록 경은 소리 내서 외우게.”

 

스님께서는 그 외에도 1번 절 근처에 있다는 젠콘야도, 다음 찰소들이 있는 현(토사, 에히메. 카가와)에 있는 노숙장소나 젠콘야도를 알려주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 분들이나 다음에 올 헨로들을 위해 예의 있게 장소를 사용하는 것이지. 예전에 콘고후쿠지 근처의 캠핑장에서 아루키들은 무료로 재워 줬는데 화기를 쓰는 것이 엄금이었던 곳이었단 말이지. 물론 화기 엄금이라고 해도 컵라면 먹을 물을 끓이기 위한 화기 사용은 묵인 해줬는데. 허참, 몇 년 전에 어떤 아루키들이 당당하게 버너를 꺼내서 그것도 바비큐 파티를 했단 말이야. 그 뒤로 그 캠핑장은 헨로는 절대로 안 받더군....”


잠자리에 들기 직전 스님께서는 후다를 하나 써서 주셨다. 금색의 후다 뒷면에 붓펜으로 마음이 공하다는 것을 보면 곧 부처를 이루느니라.”라는 게송과 함께 도보순례 54회째 돗토리현 무료주안 젠쿠우라고 써 주셨다.

 

순례 중에 받은 후다는 몸을 지키는 부적이니 소중히 가져가게나.”

 

금색이 번쩍이는 후다를 받고. 그렇게 내일을 위하여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이동한 거리> 

미치노 에키 카와우소노 사토 스사키 ~(10.6Km)~ 나나코 챠야 ~(13.4Km)~ 유인구 시만토 

~(4.5Km)~ 37번 이와모토지 ~(500m)~ 쿠보카와 역 ~(39Km)~ 고츠카 역 ~(3.4Km)~ 다케시마 대사당

= 71.4Km

*이 무슨 엄청난 반칙이란 말인가....... 


<오늘의 지출>

납경료 -300Y

삼각김밥 -105Y

라무네 -105Y

그레이프 티 1L -105Y

칼피스 -100Y

잔차삯 -1060Y

콜라 -120Y

=1895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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