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두 아들이 있다.
두 아들은 하늘이 내린 축복인가 아니면 신이 내린 저주였을까 ? 상운과 상협 두 아들 모두 제왕절개 수술로 세상에 태어났다. 첫 애를 잃고 난 충격과 아픔을 다시 격고 싶지 않아 아내가 두 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다. 눈발이 세상을 덮어 버릴 듯 무서운 기세로 내려 쌓이고 있었다. 수술이 끝나기를 초조하게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를 수술의사가 불러들였다.나는 수술대에 누워있는 아내의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 얼음처럼 차가운 수술의사의 음성을 들었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데 또 아이를 갖겠습니까?” 오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욕심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아내를 두 번째 수술대에 눞였다. “아들입니다” 달려 나오며 간호사가 기쁜 표정으로 말했지만 장모님은 어찌된 영문인지 달갑잖은 얼굴이 되어 혼자말로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았다.“딸 이었으면 좋았을 걸” 나는 이러한 장모님의 의중을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아들이 태어났다는 간호사의 외침에 내심 흐 믓 하고 기쁨으로 안도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장모님의 이런 태도는 의아하고 궁금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라면서 차츰 이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딸을 가져보지못한 내가 소중한 딸의 가치를 알수는 없었지만 엄마와 딸은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밀접한 친구이기도 하고, 서로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 격의 없는 사이로서 모녀간의 끈으로 단단히 묶여져 세상의 어떤 힘으로도 뗄 수없는 고리일 것이리라. 뿐만 아니라 딸은 재롱과 재치로써 가정에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보물과 같은 행복 전도사이다.
아이들은 장난감 총으로 병정놀이를 하거나 야구경기의 중계방송을 흉내 내곤하였고 집안은 늘 살벌하고 무거운 분위기였다. 이럴 때 딸이 하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프로야구가 창단된 첫해에 삼성과 두산이 서울 운동장에서 결승전 마지막 경기가 열리던 날이다.
우리 가족들은 고향 충청도 팀인 두산에 열 열한 응원을 보냈고 두산 팀이 원년의 우승을 차지했다.이때부터 아이들은 두산 팀의 팬이 되었으며 야구와 야구중계방송에 빠져 있었다. 작은 녀석 상협이는 소형 라디오가 갖고 싶다며 경기가 끋날 때 까지 칭얼대며 졸랐다. 관중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라디오를 팔고 있는 장사꾼을 본 모양 이었다. 라디오를 사주지 않은 대신 경기가 끝난 후 내가 자주 들르던 청계천시장의 고추장구이 돼지고기를 배부르게 먹였다.
상협이가 태어날 무렵 나는 낚시에 깊이 빠져 있었다. 토요일 밤이면 거르지 않고 낚시터를 찾았다. 잔잔한 호수에 낚싯줄을 드리우고 간드레불빛에 희미하게 보이는 찌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언제 어신이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두 눈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찌를 지켰다.
저수지 주변을 빼곡히 밝히는 카 바이트 불빛과 랜턴은 호수를 불야성같이 밝히며 아름답게 물위에 반사된다. 그 분위기만 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고기를 잡고 못 잡는 것은 전혀 상관없는 일 이었다 .유유자적하며 자연 속에 묻혀 여유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두 아들의 외모는 나를 닮아 작고 왜소하였으나, 가슴은 엄마를 닮아 넓고 넉넉했다. 성격도 유순하고 여유로운 것이 천 상 제 엄마였다. 상운이가 초등학교 때 일이다. 하루는 새벽에 밖에서 들리는 아이의 울음소라에 놀라 잠이 깼다. 밖으로 나가보니 어저께사온 병아리가 한 마리 죽어 있었다. 아이는 밤새 병아리들이 걱정되고 궁금했던 모양이다. 연약한 성격 이었으나 큰아들 상운이는 말썽 없이 자랐다 .
문제는 둘째 상협이었다. 중학생이 되고부터 귀가시간이 늦어지더니 급기야 가출을 하기 시작 했다. 타이르기도 하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였으나 아이의 가출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오히려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어 우리 부부의 속을 태웠다. 충혈 된 눈으로 아들이 있을만한 곳을 찾아 거리 곳곳을 헤맸다. 기진맥진 지칠 무렵이면 아들의 친구들이 아들이 있는 곳을 알려 줘 데려 오곤 했다.
낚시를 시작한 후 내가가장 즐겨 찾는 곳이 두 곳이 있었는데 충주댐과 괴산에 있는 칠성 댐 하류다. 물이 오염되지 않고 호젓하여 공기도 맑았다. 거리가 좀 멀기는 하였지만 지치고 찌든 몸을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고 마음이 편했다. 그날도 상협이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하여 칠성 댐을 찾았다. 내가 낚시를 하는 동안 아들과 친구는 강바닥에 널려있는 다슬기를 잡겠다며 강바닥을 뒤지고 있었다. “상협이가 다쳤어요.“ 다급한 외침에 달려가 보니 새빨간 피가 발바닥에서 흐르고 있었다. 강바닥에 있는 유리조각을 발견하지 못 했나보다 .급히 지혈을 하고 ,읍내에서 붕대와 구급약을 구해 응급치료를 해 주었다.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훗날 이 상처 덕분에 가출한 아들을 쉽게 찾아 올수도 있었다.며칠째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아들 친구의 안내로 찾아 갔을 때 어두운 돌(石)가공 공장에서 두 녀석이 깊이 잠들어 있었다. 벽 틈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가로등 빛으로 아들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발바닥의 상처를 발견한 순간 아들 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
가출은 고등학교 졸업 무렵에 끝났다. 학교에서 추천해준 정보처리기능 학원으로 옮긴후 한 달쯤 지날 무렵 자격시험에 응시하겠다는 얘기를 귓등으로 들었으나 의외의 결과에 놀랐다. 어느 날 퇴근하는 나에게 아내는 깜짝 놀랄 소식을 전해주었다. 아들의 합격소식 이었으며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몇 십대 일의 경쟁을 뚫은 것이다. 그것은 최초로 치른 국가 자격시험 이었으며 상협이가 최연소로 합격한 것이다.
공수부대에서 군대생활을 마친 후 복학을 마다하고 내가 운영하는 작은 공장에서 일을 거들겠다며 고집을 부렸고 나는 아들의 뜻을 따랐다. 몇 년 후 공장을 정리하게 되었는데 아들은 독립하여 조그만 사무실을 열었다. 사무실은 차츰 규모를 키워가더니 삼년쯤 지난 후 화성시의 어느 시골마을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그 시골에는 고만 고만한 공장이 대 여섯 개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개업식에 참석하여 보니 규모가 놀라웠다. 900여 평의 부지에 350평이나 되는 아담한 공장이었으나 몇 년 후 찾아온 미국 발 2차 금융위기는 모든 것을 쓸어가 버렸다. 아들은 허탈해 했고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아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재기를 위한 땀방울과 피나는 노력은 아들의 땀과 고통을 보상해 주고 있었고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들은 말수가 줄어들었다. 원래 말이 없는 편이었으나 최근 들어 부쩍 심해진 것 같았다. 어쩌다 한 번씩 집에 들르지만 묻는 말 외에는 꿀 먹은 벙어리다.
불혹의 나이가 되어 가는데 혼자 지내기가 고달픈 탓일까 아니면 말 못할 고민이라도 있는 것은 아닌가? 아들의 눈치만 살펴야하는 내 속은 새까맣게 타 들어만 간다. 제발 결혼하라는 내 얘기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못 들은 체 하는 것인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상협이는 어려서부터 나에게 가슴 아리였으며, 피멍울이 되어 내 가슴에서 자라고 있는 희망나무 이기도 하다. 내가 바라는 커다란 소망이 있다면 제 형처럼 결혼하고 자식 낳아 기르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일이다.
두 아들에게 거는 가장 큰 나의 바람이다.
첫댓글 선생님 푸른솔 가족이 되어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두아들 이야기 감상 잘했습니다.
뉘집이나 곰살곰살한 딸보다는 아들키우기가 어려운 건 비슷할겁니다.
새해엔 작은 아들을 통하여 기쁜일 있으시길 기도합니다.
환영해 주셔시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시어 감사합니다
더욱 노력하여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느끼고 갑니다. 감상 잘했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시어 감사 합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부모의 마음, 풍랑이 일때도 다반사. 깊은 수면이 되기도 하지요. 잘 감상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격려해 주시어 감사 합니다
많이 땀흘리며 노력 하겠습니다.
기대에 부응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금년에는 작은 아드님께 기쁜 일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지도 편달 바랍니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한없는 사랑과 마음...
선생님 가정에 행복한 날만 가득하기를 기원드립니다.
감상 잘 하고갑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뜨거운 격려에 힘을 얻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 좋은 글 감상 잘 하였습니다.
자식을 위하는 부모의 지극한 사랑이 감동적으로 느껴지네요.
새해에는 좋은일로 웃음꽃 만발한 가정 되기를 기원합니다.
건필하세요.
격려해 주시고 힘을 주시어 감사합니다.
자주 만나뵙기를 희망합니다
많이 지도해 주십시요
선생님 자식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인지라 가슴 졸이면 읽었습니다.
언젠가 좋은일이 있을 겁니다. 잘읽었습니다.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일이 있을거라는 희망을 주시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