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부(富)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앞세운 신흥 창업가들 덕분이다. 이들에겐 여섯 가지 공통점이 있다.
[← 이나리 제일기획 비욘드제일기획본부장]
1. '천하제패'를 향한 열망
중국 역사 속 영웅호걸의 꿈은 중원을 제패해 천하 통일을 이루는 것이었다. 주원장, 유방, 마오쩌둥이 그랬다. 야망의 DNA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마윈(馬雲·50)은 1999년 항저우의 20평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창업할 때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회사가 될 것이다. 글로벌 회사를 만들어 이베이를 뛰어넘겠다."
이런 엄청난 포부와는 달리 당시 알리바바의 실제 상황은 식대가 부족해 마윈의 아내 장잉이 삼시 세 끼를 직접 지어 날라야 하는 정도였다. 15년 뒤, 정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을 일궈낸 마윈은 기업공개를 앞둔 투자설명회에서 또 한 번 호언장담한다. "102년간 지속되는 기업을 만들겠다." 1999년 창업했기 때문에 102년을 견디면 3세기를 지속한다는 의미다.
중국 검색시장의 75%를 장악한 바이두는 애초 B2B 서비스 기업이었다. 하지만 창업자 리옌훙(李彦宏·46)은 네티즌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주주들은 바이두가 직접 검색사이트를 시작하면 기존 고객이 떨어져 나간다며 거세게 반대했다. 이사들의 반대가 이어지자 평소 온화하고 이성적인 리옌훙이 돌연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외쳤다. "새 사업을 못 할 거라면 다 때려 치워!" 이사회는 두 손 들고 말았다.
2. 겁 없는 실행, 폭풍 같은 공격력땅 넓고 인구 많은 중국은 무한 경쟁이 일상화된 곳이다. 창업가들은 종종 비즈니스계를 무협지 세계에 비유한다. 한번 전쟁이 시작되면 가용 자원을 모두 투입해 폭풍같이 몰아친다.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이는 당장의 매출보다 시장 장악력 확대가 중요한 ICT 비즈니스에 잘 맞는다.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 JD닷컴의 류창둥(劉强東·41) 회장은 애초 오프라인에서 전자제품 유통업을 했다. 2002년 사스(SARS) 공포가 시작되면서 극심한 불황이 시작됐다. 그는 온라인으로 눈을 돌려 전광석화 같은 실행력으로 뛰어들었다. 오프라인 매장은 모두 정리하고, 유치한 자금의 대부분을 중국 최고의 물류 시스템 구축에 쏟아 부었다.샤오미는 '어떻게 저 가격이 가능할까' 싶은 고사양 초저가 전략으로 단번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들었다. 알리바바와 이베이의 한판 승부도 유명하다. 2003년 이베이는 중국 내 주요 포털들과 독점 광고 계약을 맺는 등 대대적인 대륙 공략에 나섰다. 자금과 영향력 모두 약세이던 알리바바는 유료 회원제를 3년간 무료로 전환하는 초강수를 썼고, 이베이는 중국에서 철수했다.
- 이나리 제일기획 비욘드제일기획본부장, 조선닷컴, 2015.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