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7)
2007-12-16 22:13:35
171차 관악산기
1. 일시 : 2007. 12. 16(일)
2. 곳 : 관악산(관양고등학교-관악산림욕장-송신대 헬기장 - 사당역) 식사 포함 5시간
3. 참가 : 펭귄(대장), 인섭, 상국, 진운, 병욱(5명)
1)
2007. 12. 14(금)
가락시장역 근처 가미 횟집에서 30산우회 망년회가 있었다.
예상보다도 많은 친구들이 참석했다. 올해 시산제때 시루떡을 보내주신 허선생님을 게스트로 초대했고 또 산우회 회원은 아니지만 멀리 일산에서 석주가 나와주어 너무나 반갑고 고마웠다. 서울 동기회의 평소 망년회 참석숫자 절반보다 많이 나온 셈이니 30산우회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자부해도 되겠제?
차림을 보면 멋쟁이들이 많다. 진홍이, 민영이, 광열이, 신림이, 광용이, 인섭이, 병효, 세우, 택술... 이들은 평소 산에서 보던 산행복장이 아니라 쫙 빼입은 정장차림으로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만들었고, 멀리 인천에서 2시간 넘게 차를 타고 온, 산우회의 정신적 지주 효용이가 참석해줘 더욱 고마웠다.
망년회, 시끄럽고 그만큼 즐거웠다.
오늘 망년회는 그냥 망년회가 아니고 3공에서 4공으로 넘어가기로 한 날이다. 서울 지리 하나도 모르는 내가 1년 8개월 동안 3공을 맡아 오늘까지 왔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많은 친구들이 앞에서, 뒤에서, 끌어주고 밀어주어 가능했던 것이지만 너무 길어지니까 나도 근래에 힘이 많이 부쳤다. ‘누가 4공을 맡아주나?’ 걱정이 많았다. 자기 사업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문수가 산우회의 발전을 위해 4공 맡아주는 것을 수락해주어 나는 산우회 친구들 그 누구보다도 홀가분하고 고맙고 한마디로 기분 좋았다. 망년회 참석하러 가는 차안에서 휴대폰으로 대학교 수시 발표. 희소식이 몇 개 전해와 더욱 기뻤고, 마침 병효랑 석주가 그들의 딸, 아들, 좋은 소식을 전해주어 모두들 자기 일인양 축하해 주었다. 병효는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와 친구들의 시샘(?)을 받았다. 훨씬 젊어 보이더라.
산우회 태동 멤버인 신림이가 올해 아주 바빴던 모양이다. 산에 많이 뜸했었는데 조금 늦게 나와 술값 계산을 할 때 본의인지 아니면 덤터기를 쓴 것인지 1, 2차 모두 해결사 노릇을 한 모양이다. 미안하고 죄송하고 고맙다. 신림아, 니 혹시 스패츠 없으면 내가 물러나면서 그거 하나 산우회 이름으로 선물해주도록 하께.
그라고 국제 신사 민영아, 넥타이 선물 정말 고맙다. 앞으로 산에 갈 때 그거 메고 가까?
2)
171차는 3공, 4공 업무 인수인계 산행을 하기로 했는데 문수가 바쁜 일이 생겼다며 올해 연말까지는 나보고 좀 맡아달라는 전화가 왔다. 나는 이번 산행을 송년산행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말고 2번 더, 애초 계획했던 대로 올해 총 51번의 정기산행을 다 채울 작정이란다. 지독한 황총이다. 4공은 빡세게 생겼다. 너그들 다 죽었다.
아침에 인섭이 차로 진운이랑 같이 범계역에 나가니 펭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다. 좀 있다 나타난 병욱이, 정확하게 9시 35분까지 기다리다가 더 이상 올 친구들이 없다고 판단, 5번 버스로 관양고등학교까지 이동한다.
10시 5분에 관양고등학교 옆을 지나 관악산 산림욕장을 끼고 산행을 시작한다. 날씨가 좋다. 산에는 눈이 제법 많이 남아있다.
펭귄이 마님에게 잘 보였는지 과메기와 그에 따르는 부속 반찬 일체를 엄청 많이 챙겨주더라고 침을 튀기며 자랑이다. 해서, 자기 배낭이 무겁단다.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펭귄이 길이 남을 명언을 쏟아낸다.
엊그제 망년회때, 요즘 다리가 아픈 자기를 보고 관악산 산행대장 하라한 것도 그렇더니만 오늘 이렇게 짐을 무겁게 메고 올라가게 만드는데 이 모두가 ‘동물 학대죄’에 해당한다나?
‘동물 학대죄’ 그 말에 모두들 배를 잡고 웃었다.
사람 좋은 진운이,
“아이구 나는 동물학대죄 안 걸릴란다. 펭귄아 니 과메기 내 배낭에 넣을래?”
펭귄, 머뭇거리지 않고
“그라면 좋지!”
그러면서 지 배낭을 주섬주섬 끌러 과메기를 진운이한테 넘긴다.
눈길이 제법 미끄럽다. 맨 앞에 올라가다가 완전 사까닥지 크게 하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날은 맑아 좋고 생각보다 햇살이 환해 산행하기에 참 좋은 날씨였다.
송신소 헬기장에서 전을 폈는데 과메기가 역시 히트상품! 그 외에도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 과메기랑 반찬들을 많이 남겼다.
갑자기 젊은 친구들이 수십명 엄청 북적댄다. ‘회사에서 단체로 산행을 왔나?’ 싶었는데 죄다 젊은이들 뿐이라 물어보았더니 <다음 카페>의 등산 동호회라네?
종산제를 한다고 여러 가지 음식을 진설해 두었다. 재밌는 것은 돼지머리 놓일 자리에 귀여운 돼지 저금통을 두었다. 젊은이다운 참신한 발상이다. 내년 시산제에 진홍이더러 앞에 앉으란 말 대신 돼지저금통을 준비하면 좋겠다.
출발한다고 일어설 때 펭귄이 대장이라고 한마디 한다.
“자, 가자! 너그들 짐 다 잘 챙겼제?”
우리 모구 이구동성으로 동시에 튀어나온 말
“펭귄 니만 잘 챙기몬 된다!”
펭귄, 돌아보면서 슬픈 얼굴.
“이거 내가 완전 짝퉁 대장이 돼가꼬... 쩝쩝”
병욱이가 달랜다.
“아이다, 펭귄 니 명품대장이다.”
너무 많이 먹어 배가 불러 산행이 힘든다. 저 건너편 연주대에 사람들이 조랑조랑 붙었다. 우린 우회하는 길을 택해 사당역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점심시간 포함 총 5시간 걸린 아주 알맞은 산행.
- 그 참 요상하게 자란 소나무...
하산하여 사당역으로 내려오는 길에 재래시장길인지 먹을 곳이 너무나 많다. 병욱이가 여기저기 침을 흘린다. 호프집에 가서 호프랑 치킨 한 마리, 오뎅탕을 놓고 간단히 먹고 일어섰다. 계산하니 14,000원이 남았다.
4공으로 넘어가는데 회비를 조금이라도 아껴서 넘겨주고 싶다고 하니 병욱이가 발끈한다.
“어? 와 하필 우리고?”
한잔 더 했으면 하는 눈치를 보이는 펭귄, 하지만 오늘은 굳세게 물리치고 다들 집으로 갔다. 집에 가서 내가 펭귄에게 전화를 해보니 펭귄도 집이라 한다. 좋은 현상이다.
하산주 하면서 3공 시대를 반성하고 4공 시대를 점쳐보면서 술 좋아하는 인섭이랑 병욱이, 펭귄이 심각한 얼굴로 걱정하더라.
‘아마 4공시대에는 황총의 식성이 많이 반영되지 않을까? 산행시 도시락은 조금만 챙기고 하산해서 맛있는 집을 찾아 식도락을 즐기고, 그리고... 온천하러 가자고 차를 글로 빼삐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