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이 정한 3·8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의 헌신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여성들의 지위를 과시해 체제 우월성을 주장하려 했지만 오히려 열악한 여성 인권 상황을 드러냈단 평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제공: 중앙일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순박하고 의리심이 강한 우리 나라 여성들은 사회와 집단, 혁명동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고상한 미풍과 헌신적 투쟁정신을 높이 발휘해 사회주의 대가정을 빛냈다"라고 전했다. 뉴스1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조선녀성들의 충성과 애국의 전통을 끝없이 빛내여나가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사설은 여성들에 대해 “오직 (김정은) 총비서 동지만을 따르는 충성의 꽃이 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들을 “무한한 헌신과 노력으로 조국의 부강발전을 떠밀어나가는 참된 애국자들”이라고 칭하며 “녀성들은 우리 식의 생활양식과 도덕기풍, 민족의 고유한 미풍량속을 적극적으로 구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여성들이 “가정의 주부로서, 며느리로서, 안해(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책임을 항상 자각하면서 시부모들을 잘 모시고 남편과 자식들이 국가와 사회 앞에 지닌 본분을 훌륭히 수행하도록 적극 떠밀어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자식을 많이 낳아 훌륭히 키워 내세움으로써 조국의 부강번영에 적극 이바지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2001년 여성차별철폐협약을 비준하고 2016년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북한 여성들은 정치, 경제, 사회 및 문화적 생활의 모든 분야에 있어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향유하며, 조국 번영을 위해 위대한 업적을 수행했다”고 자평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2021년 통일부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실제 북한 여성은 고정된 성 역할과 제한적인 사회진출, 가부장주의, 가사·사회 노동의 이중부담으로 여전히 차별을 겪고 있다. 유엔 인권기구 역시 북한 여성 인권 문제가 ‘인권 침해의 집합소’라고 불릴 만큼 심각하다고 지적해왔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해 8월 “북한 여성은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다양하게 침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