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비를 품은 바람이 온다 터뜨리지 못한 울분 사선으로 쓸어가며 마른 가슴 적신다 비바람 무거운 질타에 후두두 떨어져 나가는 걱정들 비 비틀거리며 달아나지 못하는 나무가 운다 부러지지 않으려 심하게 흔들거리는 심장 고요하던 마음 헤집어 놓으며 내 안에서 휘돌아 나가는 폭풍같은 너의 열정 파도로 몰려와 하얀 기억 뱉어 놓는다
l해설l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전국을 강타하는 태풍은 열대성저기압이라는 기온 현상으로 발생합니다. 자연현상으로 몰아치는 태풍도 있지만 집안이나 사무실에서도 가끔 태풍이 휘몰아치기도 합니다.
퇴근하고 가정에 돌아왔을 때 심상치 않은 느낌이 나고 아이들도 말이 없고 아내의 표정이 무거울 때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엄마가 왜 저기압인데? 보통은 모른다는 대답으로 돌아오기 일쑤이지만, 태풍이 몰아치기 전 아내의 얼굴은 온통 찌푸린 먹구름 같습니다. 이상기류 때문에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숟가락을 놓자마자 장대비처럼 퍼붓는 질타의 잔소리들 다들 경험해보셨겠지요. 차라리 한방 강력한 번개를 맞아 쓰러지면 좋으련만 몇 년 전의 기억까지 꺼내 놓으면... 또 다른 태풍을 선보이신 이시향 선생님의 詩 한편 읽어보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