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토요일 오후에 보면 딱 좋을 영화다. 그것도 지금 연애를 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솔로라면 더욱 좋다. 사랑을 애타게 찾는 여자, 파니 핑크. 그녀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솔직히 프랑스 영화를 좋아한다. 자유와 독립의 나라여서 더욱 좋아한다. 고독과 철학의 나라이기도 하다. ‘파니 핑크’ 이 영화는 이런 요소를 다양하게 지니고 있어, 마치 프랑스 영화인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 감독이 그런 특성을 많이 지닌 여자여서, 독일 영화임에도 위와 같은 특성이 강하게 묻어났을 것이다.
이 영화를 알게 된 것은 <철학카페에서 시 읽기>라는 매우 매력적인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인문학자 김용규 선생님이 쓴 책인데, 매우 다채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 ‘사랑’에 관한 챕터에서 이 영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파니 핑크’는 애인을 찾는 영상을 찍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서른 살이 막 넘은 여자다. 당시나 지금이나 여자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초조해지는 기분이 있나 보다. 그녀는 솔로가 된지 5년이나 되었다. 직장 동료는 모두 결혼을 한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그녀를 놀린다. ‘서른 넘은 여자가 남자를 만나는 것은 원자폭탄을 맞는 것보다 어렵다.’
그런 그녀 앞에 우연히 주술사가 등장한다. 그는 매우 묘한 캐릭터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 있었다. 그는 점성술사이기도한데, 파니에게 돈을 받고 미래를 봐 준다. 그의 말을 믿고, 파니는 우연을 믿으며 멋진 남자가 자기 앞에도 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지낸다.
영화에는 갖은 마술적이며, 예술적인 장치가 많이 등장한다. 독일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다. 무료해지기 쉬운 내용의 영화일 수 있는데, 감독은 위트 있는 음악과 코믹으로 영화를 이끌어 간다.
연애에 관한 영화는 최근에 우연히 본 프랑스 감독 에릭 로메르의 ‘여름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치 곧 연애에 빠지고 싶은 강한 열망에 휩싸인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도 매력 있게 다가온다. 특히 여자 주인공의 매력은 더욱 빠져들 만했다.
지금까지 영화를 보며 가장 매력적인 여자 캐릭터는 일본 영화의 ‘조제’였다. 조제의 시큰둥한 눈빛과 목소리 그리고 태도와 말투는 과히 최고였다. 그런데 오늘 본 ‘파니 핑크’의 파니는 너무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남자인 내가 보기에도 너무 예쁘게 그려지고 있다. 여자들은 아마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나오는 여주인공에게 많이 감정이입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감독은 사랑스러운 파니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여주인공의 연기도 흠 잡을 손색이 하나도 없었다. 영화 속에서 파니는 너무 자신에게 집중해 있었다. 사랑을 받기만을 원했고, 찻잔의 물이 반 컵 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였고, 자신은 너무 많이 갖고 있는데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것을 그의 주술사 친구가 깨우쳐 준다.
파니는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까? 이것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파니는 ‘사랑’ 자체를 진정으로 알아가는 게 영화의 포인트다. 또한, 이것을 감독은 특유의 유머와 사랑스러움으로 담아내고 있다.
살면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거의 만나지 못한다. 예전의 감성이 풍부했을 20대에는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많이 접하게 됐다. 그런데 감성이 무뎌져 가는지 나이가 들수록 까다로워지는지, 새로운 느낌과 전율을 주는 영화를 잘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본 ‘파니 핑크’는 앞서 말한 대로 ‘나른한 주말’에 보기 좋을 영화다.
작년에 우연히 보았던 켄 로치 감독의 <미안해요, 리키>가 인상적이었다. 현대인의 일상을 너무 담담이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재일 소설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원작인 영화 ‘GO’를 좋아한다. 작가의 유쾌하고, 기발한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파니 핑크’ 이 영화 또한, 나의 마음속에 사랑과 열정을 심어주었다.
김신웅 심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