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국민은행이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고 상당히 놀랬습니다. 국민은행이 고액 당첨자를 대상으로 '재테크 교육'을
실시한다더군요, 국민은행은 이번 1등 당첨금 총액이 800억 원을 넘은 만큼 당첨자가 혹시 재테크를 잘못할 수 있다며 당첨자를
위한 특별 재테크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액 당첨자들이 패가망신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나...뭐라나...
하지만 이게 정말 당첨자들을 위한 재테크 프로그램일까요? 이걸 언론 보도를 통해 보시고 "음~ 국민은행이 워낙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어서 그나마 당첨자들에게 봉사를 좀 하려는 것이겠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순진한 생각일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런 조치는 은행측이 당첨자들의 돈까지 관리하겠다는 욕심을 내고 있다는 증거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당첨자를 위한 측면도 아주 조금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은행이 굳이 이런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선 것에는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국민은행 측이 당첨자들에게 재테크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부수적인 효과를 노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당첨자들에게 재테크 전략을 제공할 경우 잘하면 당첨금의 일부를 국민은행에 잡아두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국민은행 재테크 전문가가 당첨자들에게 돈을 어디에 맡기라고 교육하겠습니까? 다른 은행일까요? 다른
증권사일까요? 아마 이들 국민은행 전문가들은 상당액을 국민은행에서 굴려야 안전하다고 은근히 유도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것도 국민은행 최고의 전문가들이 투입될 것인 만큼 티가 나지 않게 당첨자들을 붙잡으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 지금까지 1편에서 3편까지의 얘기를 종합해 볼까요? 국민은행은 지난주 로또 복권 매출을 2천억원대로 끌어 올리면서
엄청난 이익을 봤습니다. 첫째, 국민은행은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챙겼습니다. 둘째 2천억 원을 은행 금고에 넣어 둔 채 엄청난
이자 수입을 올렸을 것입니다. 세번째로 공공 기금 운용분을 은행에 유보해 두고 앞으로도 한동안 대규모의 예대마진을 챙길
것입니다.
더구나 이번에 로또 복권을 판매하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국민은행을 찾아갔습니다. 아마 그동안 집 주변에 국민은행
지점이 어디 있는지 모르던 사람들도 이번에는 정확하게 위치를 알았을 것입니다. 즉 국민은행은 로또 복권으로 엄청난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국민은행의 새 로고 KB를 모르는 우리 국민은 이제 거의 없을 것입니다. 보통 로고를 새로 바꾸면 홍보에
막대한 비용과 기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이번에 국민은행은 로또 복권 하나로 새 국민은행 로고를 아주 효과적으로
광고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아마 이 효과를 돈으로 계산하자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단지 지난 한 주 동안에 일어난 일입니다. 하지만 1년은 52주로 구성돼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 1년 동안
국민은행은 수천억 원대의 유무형 이득을 챙길 것이 분명합니다. 결국 이번 로또 복권 도입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본 것은
당첨자나 각종 공익 기금보다 오히려 국민은행 등 판매 주간사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국민은행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로또 복권의 엄청난 이익을 '코끼리 비스켓'에 불과하다고
표현하더군요, 이 국민은행 관계자는 1조원이 훨씬 넘는 수익을 올리는 국민은행 입장에서 로또 복권 수수료가 별 것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단순히 수수료 금액만 생각하면 국민은행의 주장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자 수입을 통한 엄청난 불로소득,
그리고 각종 기금의 주거래은행이 되면서 얻게되는 예대마진까지 놓고 봤을 때도 로또 복권 수익이 정말 '코끼리 비스켓'에
불과할지 의문입니다.
특히 수백,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복권을 사기 위해 전국 각 지역의 국민은행 지점으로 몰려들었다는 점, 그리고 국민은행의
새로운 로고를 돈 한푼 안들이고 광고했다는 점을 다 고려한다면 그 효과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컸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코끼리 비스켓'이라는 표현을 썼던 국민은행 담당자에게 하나 제의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로또 복권 사업이 정말
코끼리 비스켓 수준밖에 안된다면 당장 로또 복권 사업을 다른 은행에 양보하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소매금융에 특화한 덕분에 잘나가는 국민은행 입장에 로또 복권의 특혜까지 준 것은 뭔가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로또 사업이 그렇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은행에게 특혜를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로또 사업을 절실히
원하는 은행에게 양도하는 게 당연한 도리일 것입니다. 아마 현재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은행들도 로또 사업권만
있다면 당장 우량은행으로 변신할 것입니다.(이것은 정말 확실합니다.)
한가지 답답한 사실은 로또 복권의 패자는 '국민들'뿐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이번
로또 열풍으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우선 세계사가 급변하고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은
'로또'로만 쏠렸습니다. 또 건실하게 살아온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일확천금의 헛된 꿈 때문에 의욕을 너무 많이 잃어
버렸습니다. 또 소규모이긴 하지만 빈부차가 더 벌어진 점도 로또 복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 많은 것을 잃기 전에 우리 국민들만이라도 하루빨리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정부는 힘들 듯...ㅜㅜ)
자 다음 편에서는 입장을 바꿔서 복권 구입자 입장에서 바라 본 로또 복권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특히 로또 복권을 사는 것이
과연 바보 같은 일인지, 아니면 합리적인 행동이었는지에 대해 경제학적으로 분석을 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결론은
아마 의외의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